주방 노동자에게 영어시험을 강요하는 세종호텔

작성자
노동당
작성일
2021-10-20 10:52
조회
1787

주방 노동자에게 영어시험을 강요하는 세종호텔

- 고통분담 외면하고 노동자 희생만 강요하는 대양학원

주방 노동자에게 영어시험 등 외국어 시험을 보게 한 세종호텔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일고 있다. 세종호텔 경영진은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경영 때문에 구조조정을 해야 하고, 구조조정을 위한 근무평가를 위해서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하고 있다. 다른 업무로 전환배치할 때 외국어 실력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공정한 평가기준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소위 ‘공정’ 논리가 기득권자들이 힘없는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음이 또 다시 드러났다.

노동조합은 강력 반발하며 사측이 처음부터 구조조정을 목표로 삼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을 수 있음에도 2020년 12월에 50명을 희망퇴직으로 구조조정 했고, 올해 하반기에도 수 차례 희망퇴직을 통해서 200여 명이었던 노동자가 현재는 50여 명만 남은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구조조정이 이번 뿐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세인 세종호텔 대표이사 6년 임기 중 3번의 희망퇴직이 이루어졌으며, 이번이 4번째다. 정상화가 되면 수익이 보장되는 출장웨딩 영업도 위약금까지 내가며 해지하고, 영업해야 할 업장 예약도 받지 않았다. 노조는 식음부서 폐업이나 정리해고를 위해서 영어시험 등 엉터리 기준을 노동자에게 강요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노동조합은 7차에 걸친 교섭을 통해 정부지원금 활용과 식음사업장 영업정상화를 통해 적자폭을 줄이고 코로나 이후를 준비하자고 주장해왔다. 노동자에게 고용안정을 보장해 준다면, 일정 부분의 임금삭감을 포함한 고통분담을 할 준비도 되어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또한 세종호텔 소유주인 학교법인 ‘대양학원’에 대해서도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 줄 것을 촉구하며, 대양학원 소유의 시가 1천억원 상당의 충남 당진 목장을 매각하여 경영재원을 확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세종호텔은 세종대학교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법인인 ‘대양학원’이 ‘세종투자개발’이라는 회사를 통해 운영하는 수익사업체이다. 대양학원은 세종투자개발을 통해서 일 년에 8억이나 되는 임대료를 챙겨왔다. 그동안 세종호텔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얻은 운영수익을 고스란히 가져갔던 대양학원이 상황이 어려워지자 고통분담을 거부하고 노동자를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다.

잘 짜놓은 각본과 소위 ‘공정’을 가장한 시험을 통해서 힘없는 사람들을 탈락시키는 대한민국의 현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은가?

‘오징어게임’의 전 세계적인 흥행을 자랑스러워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모두들 애써 눈감았던 대한민국 자본주의의 현실, 바로 그것이다.

이 현실을 바꾸는 길은 짜여진 각본과 소위 ‘공정’논리를 거부하며,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투쟁하는 사람들 앞에만 있다. 노동자가 앞장서서 게임의 판을 바꾸자.

2021. 10. 20.

노동당 대변인 이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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