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더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일을 맞아

작성자
노동당
작성일
2022-01-27 15:27
조회
278

누더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일을 맞아

‘중대재해 처벌 등에 대한 법률’이 오늘(27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법 제정 요구가 나온지 15년 만이다. 작년 한 해 1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의 청원운동과 70%가 넘는 찬성 여론 등 국민적 지지가 있었고, 산재사고 및 시민재난으로 참사를 당한 유가족과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단식 등 힘겨운 투쟁을 통해 겨우 법을 제정할 수 있었다. 법 제정 이후에도 대형물류센터 화재로, 각종 건설현장에서, 용역업체 비정규직 젊은 노동자, 산업체 현장실습 도중 숨진 고교생 등 산재사망 사고로 언론을 장식한 노동자만 해도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며칠 전 발생한 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화정동 아파트 건설현장의 사고는 아직도 수습 중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해 4월에 발표한 2020년 산업재해 사고사망 통계에 의하면, 산재사망 수는 2,062명, 산재 사고사망자는 882명으로 2019년 대비 각각 42명, 27명 늘었다. 문재인 정부가 산재사망을 절반으로 감축하겠다고 호기를 부렸지만, 사고사망자는 2019년에 처음으로 800명대에 진입하는 듯 했으나 불과 1년 만에 900명대로 늘어났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산재사고와 시민재난참사가 개인의 부주의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기업이 안전·보건 책임을 다하지 않아 일어난 범죄라는 점을 우리 사회에 다시 한 번 명확하게 해 주었다.

도마뱀 꼬리 자르듯 말단 관리자만 책임지고 정작 자신은 처벌을 회피한 경영책임자가 책임지도록 하고, 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의 수준을 높이고, 사고 발생의 진짜 책임자인 원청 처벌의 길을 열었으며, 부상과 직업병 발생에 대해서도 처벌하고, 산재 뿐 아니라 대규모 시민재해도 법적용 대상에 포함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의 도입 등을 규정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법 적용에서 제외된 5인 미만 사업장, 2년 이상 적용이 유예된 50인 미만 사업장, 발주처의 공기단축 관련 처벌규정 미비, 일터 괴롭힘 제외 등 심각한 한계도 갖고 있다.

2020년 산업재해 사고사망 통계에 의하면, 5~49인 사업장에서 402명(45.6%), 5인 미만 사업장에서 312명(35.4%)의 사고사망자가 발생하였다. 현행법으로는 중대재해의 발생을 대폭 줄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안 그래도 한계가 많은 법인데, 사업 못 해 먹겠다며 대기업이 앞장서서 법을 껍데기로 만들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는 것도 큰 문제다. 산재․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실질적인 대책을 세우기보다는 처벌을 회피하고 법 적용을 축소하려는 갖은 꼼수 찾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정부 역시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법의 실효성을 대폭 훼손함으로써 재계의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이제 우리 사회가 중대재해를 막기 위한 실질적 행동을 위해서 첫 걸음마를 시작한 날이라는 점만은 변함이 없다.

원청대기업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하도급계약을 통해 '죽음의 외주화’를 일 삼고, 산재로 노동자가 사망해도 500만 원도 안 되는 벌금형만 선고받으며,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같은 대규모 인명 피해가 일어나도 사고를 발생시킨 기업들이 책임을 회피할 수 있었던 현실이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으로 조금이라도 개선되기를 바란다.

미리 막을 수 있는 무고한 죽음이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대한민국의 사회현실을 바꾸는 실천의 과정에서 노동당 역시 굳건한 걸음을 멈추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는 날로 삼고자 한다.

2022. 01. 27.

노동당 대변인 이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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