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논평] 지구생명과 자본의 탐욕을 맞바꾼 기후악당국가의 진면목을 보여주다

작성자
노동당
작성일
2023-03-21 14:09
조회
1437

지구생명과 자본의 탐욕을 맞바꾼 기후악당국가의 진면목을 보여주다

- 윤석열정부의 ‘제1차 탄소중립 녹색성장기본계획’ 발표에 부쳐

오늘 제1차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이 발표되었다. 발표과정에 이르기까지의 비민주성과 졸속성은 차치하고서라도 기본계획의 내용은 ‘기후악당국가’의 진면목을 드러내주고 있다.

우선, 2030년까지의 국가별 감축목표인 NDC는 문재인 정부에서 확정된 내용을 상향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였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올 3월 발표한 제6차 평가보고서에서 지구기온의 1.5도 상승을 막으려면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온실가스배출량을 43% 줄여야 한다고 권고하였다. 그러나 기본계획은 문재인 정부가 2021년 제출한 꼼수안(2018년 대비 40%를 줄이는 안으로, 이는 2019년 대비 34% 감축에 불과)을 그대로 준수한다고 함으로써, 국제사회의 권고를 묵살하고 있다. 이에 국제기후단체로부터 ‘기후악당국가’라는 오명을 얻고 있는 대한민국은 계속 기후악당국가라는 악명을 이어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

둘째, 기업과 산업계의 이익을 위해 ‘기후위기 대응’을 포기하고 있다. 기본계획에서 각 부문별 감축목표를 보면, 산업부문에서 문재인 정부시절인 2021년 감축목표치인 14.5%를 11.4%로 그 비중을 오히려 낮추었다. 산업부문 감축목표의 감소분은 (에너지)전환과 국제부문으로 떠넘겼다. 산업부문은 우리나라 온실가스 전체배출량의 54%를 차지하는 최대 배출부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축목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에도 14.5%에 불과했으며 다른 부문에 비해서 감축률이 가장 낮았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산업부문의 감축률이 높다며 이를 더 낮추어 감축목표를 낮춰달라는 산업계의 민원(?)을 들어준 셈이다. 기본계획을 발표하기 전에 오직 산업계하고만 간담회를 가지고, 기업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더니, 기업의 이윤을 위해 기후위기 대응을 포기한 셈이다. 온실가스 배출 주범인 기업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기업의 이윤을 위해 기업이 져야 할 부담을 사회로 더욱 전가시키려 하는 것이다.

셋째, ‘연도별’ 감축목표도 문제다. 현 정부 임기 동안의 감축보다 차기 정부가 더 많이 감축하도록 제시하고 있다. 매우 부족한 계획이나마 2030년까지 감축목표를 달성하려면 초기에 감축을 많이 해야만, 시간이 흐를수록 감축의 부담을 덜 수가 있다. 그러나 이번 기본계획에서는 현 정부임기인 2027년까지는 2030년까지의 감축량목표 250백만톤 중 101백만톤의 감축만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현 정부 5년 동안이 다음 정부 3년 간의 감축목표보다 훨씬 적은 감축량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다음 정부는 더 많은 감축목표를 떠안아야 하고, 그만큼 감축목표는 달성하기가 어려워진다. 이는 현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고 차기 정부로 감축 책임을 떠넘기는 후안무치함의 극치이다.

넷째, 탄소배출을 가장 많이 하는 석탄발전은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원전(핵발전)은 확대하고 있다. 한국은 석탄으로 인한 1인당 온실가스배출량이 석탄수출국인 호주에 이어 세계2위로 알려져 있다. 2030년 1.5도 기온 상승억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석탄발전을 중단해야 한다는 게 국제사회와 전문가들의 대다수의 견해이다. 그럼에도 이번 기본계획에는 2036년까지 28기의 석탄발전을 폐쇄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현재 가동중인 60기의 석탄발전 중 절반에도 못 미치는 석탄발전만을 중단한다는 것이다. 또한 ‘원전최강국’을 외쳐온 정부답게 에너지 전환이라는 명분으로 핵발전 비중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실제 올 4월 설계수명(40년)이 만료되는 고리2호기는 수명연장이 추진되고 있으며, 이를 시작으로 총 18기의 수명연장이 예정되어 있다. 한울 3,4호기도 계속 건설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다섯째, 감축의 원칙으로 삼아야 할 ‘정의로운 전환’의 관점이 아예 없다. 기업손실은 최소화하고, 주로 피해 우려지역과 대상에 대한 ‘지원’에 국한된 제한적인 내용만 제시하고 있다. 노동자, 농민, 지역주민 등 기후위기와 산업전환으로 인해 가장 피해를 많이 입는 주체들이 전환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결정할 권리를 보장하는 방안은 전혀 거론하고 있지 않고 있다.

여섯째, 위와 같은 정부의 기본계획을 관통하는 것은 바로 ‘기업의 이윤 불리기’이다. 즉 기본계획에는 “민간이 이끌어가는 탄소중립·녹색성장” 전략이라는 이름 하에, ‘민간=기업’ 중심의 ‘시장주의’와 ‘기술주의’ 계획이 촘촘히 제시되어 있다. 공공이 아닌 기업 중심의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에너지 민영화 및 서민에게 에너지값 폭등을 전가할 시장원리에 기반한 에너지 요금체계 마련, 자본에 대한 규제가 아닌 인센티브로 탄소배출을 줄이겠다는 실효성 없는 배출권 거래제의 확대, 수소차 생산 확대와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를 통한 미래 녹색 신산업 창출 등이 그 예이다. 그러나 지난 몇십년 간의 역사가 보여주듯이, 기업 주도의 시장주의 해법은 결코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었으며, 오히려 기후위기를 심화시켰다. CCUS 등 기술주의 해법 역시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긴급행동을 지연시킬 뿐 아니라, 그 효과와 폐해 역시 검증되지 못한 위험한 해법이다.

결국 기본계획은 기업의 이윤과 탐욕만 보장한 계획으로, 기후재앙을 더욱 심화시키는 계획이며, 기후악당국가를 벗어나지 못하는 계획이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내놓은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중위)’를 해체하라.
- 탄중위를 해체하고, 노동자·농민·여성·지역 주민, 그 외 다양한 피해계층의 참여하는 ‘기후정의위원회’를 구성하여, 에너지 전환에 대한 참여권과 주체적인 결정권을 보장하라.

- ‘녹색성장’을 천명하는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을 폐지하고,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기후정의기본법’을 제정하라.

- 석탄발전을 2030년까지 중단하고, 핵발전 확대계획을 중단하며 핵발전 가동 중단계획을 수립하라.

- 국가감축목표(NDC)를 IPCC 권고대로 상향하고, 이에 따른 부문별, 연도별 감축목표를 재수립하라.

- 기후위기의 주범인 기업에게 혜택이 아닌 공적 통제를 가하라.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폐지하고, 기업 탄소배출감축 의무제를 전면 확대 시행하라.

-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하기 위해. 공공적·민주적·생태적 에너지 전환 계획을 수립하라.

2023년 3월 21일

노동당 정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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