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논평] 전세사기·깡통전세 사태, 실효성 있는 피해자 구제와 주거정책의 공공적 대전환이 필요하다!

작성자
노동당
작성일
2023-05-03 12:23
조회
1332


전세사기·깡통전세 사태,

실효성 있는 피해자 구제와 주거정책의 공공적 대전환이 필요하다!

전세사기, 깡통전세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사기전세의 피해가 더 드러날 가능성이 크며, 주택가격 하락기를 맞아 전세사기나 깡통전세 외에도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는 역전세 문제도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이 문제들은 주택투기를 부추기는 사금융 성격을 지닌 전세제도의 어두운 면에 기인한 것이자, 주거 정책을 주택 공급 정책으로 한정하고 그것도 적절한 규제없이 민간 임대사업자에게 의존하는 ‘시장주의’적 주택정책에 기인한 것이다. 즉 적절한 주거의 공공적 제공에 실패한 것이 근본적 원인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피해를 당한 임차인들을 신속히 구제하고, 현재 취약한 세입자 보호장치를 강화하며, 궁극적으로는 민간이 아닌 공공이 주거를 책임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에 대한 포괄적 대책을 마련해야

알려졌다시피 인천시에 따르면 미추홀구에서 약 2,479(잠정)가구에 달하는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하여 이 중 1,523가구(61.4%)는 임의경매(담보권 실행 경매)에 넘어갔고, 87가구는 이미 낙찰돼 매각됐다. 이 과정에서 지난 두 달 사이 청년 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사회문제화되었다. 이에 따라, 정부·여당은 이 문제를 회피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4월 말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가 요구한 주요 요구 사항을 모두 수용하지는 않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특별법에는 ‘경·공매 유예·정지, 우선매수권 부여, 조세채권 안분, LH 매입 후 공공임대, 생계비 지원, 경매완료 세대에 대한 지원’ 등의 내용이 포함되기는 하였다. 그러나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보전하는 방안인 ‘자산관리공사가 보증금반환채권을 인수(매입)’하는 방안은 아예 빠져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국민혈세 운운하며 이를 반대하고 있지만, 이는 초기에는 채권매입을 위해 세금이 투입되지만 이후에는 대부분 회수가 가능하다는 사실은 일부러 은폐하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가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은 사주면서 보증금반환채권을 매입하지 않겠다는 것은 윤석열 정부가 자본을 위한 정부이지 서민을 위한 정부가 아님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것이다.

LH 매입 후 공공임대 대책 역시 ‘언발에 오줌누기’격이다. 정부의 공공매입 방안은 기존 LH공사의 매입임대 주택 예산만을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보이는데, 올해 3조 원의 매입임대 예산을 삭감한 정부여당이 추경을 통해 예산을 증액하지 않는다면 전세사기 피해자와 주거취약층(반지하 세입자, 쪽방·고시원 거주자 등) 간의 불필요한 경쟁구도를 만들어 낼 것이 뻔하다.

게다가 지원대상을 협소화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정부안은 다음의 여섯 가지를 ‘모두’ 만족시키는 임차인으로 그 지원대상을 한정했다. ‘1)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 2)임차주택에 대한 경ㆍ공매 진행(집행권원 포함), 3)면적ㆍ보증금 등을 고려한 서민 임차주택(세부요건 하위법령 위임), 4) 수사 개시 등 전세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5)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 6) 보증금의 상당액이 미반환될 우려’가 그것이다. 물론 여론에 밀려 5월 들어 국회 논의 과정에서 기준을 일정 완화하는 안을 제시했다. 대항력과 확정일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임차권 등기를 마친 경우 지원 대상에 포함, 전세사기 의도 판단기준을 수사개시뿐 아니라 바지사장에게 임대주택 소유권을 양도하는 경우로 확대, 경·공매가 개시되지 않았더라도 임대인이 파산이나 회생 절차를 개시하는 경우도 피해지원 대상에 포함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런 문턱 낮추기도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들을 모두 구제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따라서 피해자들이 특별법이 피해자 범위를 너무 협소하거나 모호하게 규정해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법’이 아니라 ‘피해자 골라내기 법’ ‘피해자 갈라치기 법’이라고 비판한 것은 지극히 정당하다.

따라서 정부·여당은 보증금반환채권 매입을 특별법에 포함시키고, 피해구제 대상과 범위를 확대하여 더 이상의 비극을 막아야 할 것이다. LH 매입을 통한 공공임대 확대를 위한 재정 역시 대폭 확충해야 한다.

민간임대사업에 대한 규제와 세입자 보호조치를 강화해야

주택가격의 하락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그에 따른 역전세 문제가 계속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 바, 피해자에 대한 즉각적 구제조치를 넘어, 매우 취약한 세입자 보호조치를 강화해야 한다.

현재의 민간 공급 중심의 전세제도와 취약한 세입자보호조치는 갭투자나 심지어 무갭투자(주택가격 시세가 전세가와 같은 경우) 같은 다주택 투기를 조장한다. 금융기관은 선순위 채권자로서 일정비율의 LTV를 유지할 경우, 전반적인 주택가격 하락에도 손실을 보지 않거나 최소한의 손실만을 보게 된다. 결국 모든 위험은 임차인이 지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임대인 및 시장 가격 정보에 대한 임차인의 완전한 정보접근 보장, 다주택 민간임대업자에 대한 각종 특혜 폐지와 관리감독 강화, 다주택 소유 규제, 금융규제 도입(임대주택 소유자에 적용하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에 임차가구의 보증금 산입) 등을 시행하여야 한다. 이와 함께,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여 보증금 상한선을 주택가격의 50% 또는 공시가격의 75%선으로 하향 조절하여 임차 가구가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피해를 예방하도록 하여야 한다. 임차인이 보증금을 보전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즉 민간임대사업자에 대한 강력한 규제와 세입자보호조치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주거정책, 공공이 책임지는 방향으로 바꿔야

이 모든 사태가 거주를 위한 주택을 시장에 맡겨 놓은 데서 발생한 일이니 만큼 가장 중요한 것은 주거문제를 공공이 책임지는 것이다. 주택이 시장에서 사고 팔리는 상품이 되는 한 부동산 시장변동에 따른 깡통전세와 역전세난 문제를 피할 수 없다. 무주택자와 주거취약층의 주거기본권은 온전히 보장될 수 없다.

따라서 모든 사회구성원의 주거권 보장이라는 방향 아래, 공공주택 공급 중심의 주거정책으로 대전환해야 한다. 그래야 (무)갭투기도, 깡통전세와 역전세난도, 세입자의 피해도 막을 수 있다. 이를 위해 토지주택공사와 각 지자체의 개발공사는 사기전세·깡통전세를 포함한 역전세 주택 뿐만 아니라 일반 주택을 대상으로 매입임대를 대폭 확대하여야 한다. 이미 주택보급율이 100%를 넘어선 만큼 임대를 위하여 새로운 주택만을 계속 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기존 주택 중에서 공공임대를 위하여 사용할 수 있는 주택을 지속적으로 확보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는 일부 임대주택 단지에서 발생하는 낙인효과를 방지하는 방법이라는 점에서도 필요하다.

또한 성남시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과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하여, 공공이 수용한 택지는 절대로 민간에 매각할 수 없도록 하고, 공공개발을 의무화하여야 한다. 이에 소요되는 비용은 부자 증세를 통해 충당할 수 있다. 또 해외 주식 투자로 손해를 본 국민연금과 같은 연기금에서도 충당할 수 있다. 공공적 목적을 위한 운용이 연기금의 원래 목적에 가장 부합함은 다시 말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주거정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모든 가구가 자기 집을 갖는 것이나 부동산 경기부양을 통한 자산가치의 상승이어서는 안된다. 집을 소유하지 않아도 모든 사회구성원이 안정되고 쾌적한 주거생활을 영위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공적 선택지들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하며, 근본적으로 민간이 아닌 공공이 책임지는 주거정책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이랬을 때 세입자의 설움과 피해도, 끊이지 않는 주거불안도 막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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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정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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