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농업의 붕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농업의 붕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 지속가능한 농업과 식량주권 및 먹거리 기본권 실현
지금 한국 농업의 현실은 처참하다. 농민 가구는 100만 가구 미만으로 추락했으며, 총인구 중 농가인구 비율도 4%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절반 이상인 52.6%가 65세 이상의 고령농가인데 이는 우리나라 전체 고령인구 비율(18.2%)의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농가인구 감소속도도 가팔라서 이대로 가면 농업 전체가 붕괴할 지경이다.
농가 소득 또한 순수한 농업소득은 평균 957만원으로 천만원도 채 되지 못한다. 각종 농외소득이나 이전소득 등을 합쳐서 농가당 5천만원 정도이지만 부채 또한 4500만원 가량이며 전업농일수록 부채 규모도 크다. 결국 농업만으로는 먹고 살기 어렵고 오히려 빚만 늘어나는 실정이다. 식량 자급률도 좋지 않다. 2023년 기준으로 식량 자급률은 49% 가량이며 사료용을 포함할 경우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쌀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한편 농지 문제 또한 생각보다 심각하다. 농지법의 예외조항이나 상속 등과 맞물리면서 비농민의 농지 소유가 크게 늘어나서 절반 가까이에 달한다. 이에 따라 임차농 즉 과거의 소작도 다시 확대되었다. 또한 개발 등을 노린 농지가격 상승으로 임차료도 증가했으며, 농지의 적정 규모화 등 효율적 활용에도 많은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친환경 농업 또한 면적이 상당히 감소하는 등 이전보다 오히려 생산기반이 약화되었다.
농업 생산기반이 완전히 무너질 경우 그 파장은 생각보다 심각할 가능성이 크다. 수입에 의존하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그간의 세계화가 한계에 부딪히고 각종 국제적 갈등이 심각해지는 현재의 국제정세 및 갈수록 심해지는 기후위기 등과 맞물려서 농산물의 글로벌 공급망은 변동성 내지 불안정성이 심해졌다. 즉 수입에만 의존해서는 안정적인 식량공급이 어려울 수도 있음을 생각해야 하므로, 일정한 농업 생산기반을 확보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소멸위기가 심각한 지역의 대부분은 농촌이므로, 농업을 되살리는 것은 지역을 되살리는 것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정부 정책에서 농업은 늘 후순위였다. 직불금 등 농가소득을 약간 보조해주는 정도를 넘어서 안정적인 농업 생산기반을 확보하고 친환경 농업을 확대하며 국민의 먹거리 기본권을 보장하는 등 근본적인 농업정책은 거의 없다. 제대로 된 사회대전환을 위해서는 농업 분야에 대한 기존 관점의 전환도 반드시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기후위기 시대에 지속 가능한 농어업으로의 전환을 이루어야 한다. 농민은 기후위기의 주요 피해자이며, 이후 기후를 지키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사람들이기도 하다. 친환경 농업 면적의 감소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친환경직불금 등을 기후생태직불금으로 전환하고 대폭 늘려야 한다. 기후위기와 연관된 각종 농업재해 또한 재해보상이나 농업재해보험료 관련 지원 등을 강화해야 한다.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도 필요하다. 농지의 적정 규모화 등을 위해서는 비농민의 농지소유 확대를 억제하고 농지은행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농지전수조사기구를 설치하여 5년마다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미경작 소유농지를 공공수용하여 농지은행이 관리하여 친환경 농업이나 마을공동체에 기반한 공익적 활용 등에 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또한 먹거리기본법을 제정하여 취약게층에 대한 공공급식 등을 확대하고, 지역 내에서의 건강한 식량 순환 체계를 만들기 위한 종합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농업소득을 늘리기 위한 농산물 적정가격 보장도 필요하다. 물론 이것이 먹거리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비효율적인 유통구조로 인한 중간유통마진 등을 줄여야 한다. 농민들의 가격결정권을 보호하고, 최소한의 농업소득과 적정 소비자 가격이 만날 수 있도록 현재의 유통시스템을 전면 혁신해야 한다. 공공이 주관하는 직거래 도매시장 등 유통과정에 대한 공공의 역할 증대도 필요하다. 또한 순수농업소득만으로는 부족한만큼 농민수당 인상 및 확대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 외에도 농촌 지역에 대해 돌봄이나 1차의료, 대중교통을 비롯한 각종 공공서비스가 적절히 제공되어야 한다. 이는 농가인구의 급격한 감소를 방지함으로써 지역소멸을 억제하는 것이기도 하다. 농업 및 농촌지역 예산 또한 확대하고, 지금처럼 보조사업 위주로 기업에게 주로 혜택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직접 농민을 위해 사용하는 예산 위주로 전환해야 한다. 이후 개헌 논의가 있을 경우, 농업의 가치와 국가의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고 농업 생산기반 확보를 위한 농민의 생산지원에 대한 권리 및 먹거리에 대한 국민의 기본권을 명시하는 등 일종의 농민헌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노동당은 기후위기와 식량위기 및 지역소멸위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 농업을 되살리는 것이 사회대전환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제대로 된 대책없이 농업 생산기반의 붕괴를 방치하는 현재의 반농업 정책을 폐기하고 지속가능한 농업과 식량주권 및 국민의 먹거리 기본권을 실현하기 위해, 노동당도 적극 노력할 것이다.
2025. 5. 30
노동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