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위원회 성명] 더는 성소수자 인권을 “나중에”로 미루지 말라
더는 성소수자 인권을 “나중에”로 미루지 말라
-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포함한 정보통신법 개정안과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성소수자가 바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다
6월 5일 낮,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5월 30일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의원 11인과 함께 발의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중 ‘성적지향’에 대한 혐오표현금지법안을 철회키로 결정했다. 불법정보로 규정하여 제재하고자 하는 혐오표현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언급은 완전히 삭제한 것이다. 철회의 이유로 내세운 것은 보수 개신교층을 필두로 한 혐오세력의 반대 민원과 사회적 합의의 미흡이었다.
민주당과 그 위성정당이 이와 같은 이유로 발의한 법안을 수정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차별금지법 또한 비슷한 단계를 밟았다. 결과적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기업’에 재해의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묻지 않고, 5인 미만 사업장도 보호할 수 없는 누더기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전락한 채 입법되었다. 차별금지법은 첫 발의 당시 ‘성적 지향’을 비롯한 ‘학력, 출신국가, 언어, 병력, 범죄 및 보호처분 전력,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을 삭제한 채 나와 폐기되었다. 2021년에 또다시, 앞선 내용을 비롯한 23가지 사유를 포함하여 발의되었을 때도 ‘성적 지향’과 ‘성별정체성’은 혐오세력의 도마 위에 오른 채 통과되지 못했다.
이렇듯 민주당은 지속해서 ‘모두'를 보호의 대상으로 다뤄야 할 법률안에서, 보호해야 할 약자와 보호하지 않아도 괜찮은 약자를 선별하고 있다. 특히 성소수자는 인터넷에서 범람하는 혐오표현으로 죽어가는 가장 대표적인 대상 중 하나인 실정이다. 이들을 제외한 입법안을 발의하는 것은 사실상 차별을 선택적으로 허용하는 행위이며, 혐오세력에 맞서 노동자와 민중, 약자와 소수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입법 취지의 훼손이다.
하물며 정보통신법은 보수 개신교층과 그들의 언론이 선동하듯이, 차별금지법과 동일한 범위의 혐오를 막을 수 없다. 정보통신법이 제한하는 차별의 범위는 인터넷상의 혐오표현에 그칠 뿐, 차별금지법이 명시하는 고용, 재화ㆍ용역 등의 공급이나 이용, 교육기관의 교육 및 직업훈련, 행정서비스 제공이나 이용 등과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성적지향’보다도 쉽게 혐오세력으로부터 공격의 대상이 되는 ‘성별정체성’은, 법률의 개정안에 포함되어 있지도 않았다.
민주연합과 조국혁신당이 180석을 초과하는 의석을 차지한 제22대 국회에서도 재계나 교계 등의 반대로 약자의 최소한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을 추진할 수 없다면, 이들의 정치는 자본과 권력을 소유한 기득권층만을 위한 것이 아닌가. 소수자의 인권은 언제까지고 “나중에” 보장하겠노라 말하는 정치는 우리의 “지금”을 대변할 수 없다.
그리하여 우리는 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의 이름으로 묻는다. 민주당과 조인철이 말하는 편협한 “국민”의 범위에 성소수자 시민은 어디 있고, 어찌하여 간데없이 사라져 있나. 성소수자는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명하듯이, 차별받았어야 했으나 '실수로' 보호할 뻔한 오해의 대상일 뿐인가. 다수의 반대 앞에서는 보장하지 않아도 괜찮은 것이 인권이라고 한다면, 민주당이 말하는 권리의 무게가 너무나도 가볍다.
2024년 4월 10일에 출범한 뒤 이번 정보통신법까지 그 어떠한 법률에서도 ‘성적지향’을 언급한 적 없는 제22대 국회, 그리고 차별금지법을 비롯하여 그 어떠한 성소수자 관련 공약도 약속하지 않은 채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 이들을 내세운 민주당은 지금까지도 광장의 이름을 참칭하고 있다. 민주당이 말하는 ‘모두’의 대상에 광장을 메웠던 성소수자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의 존재를 존중한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성적지향’을 포함한 정보통신법 개정안 철회를 취소하라. 개신교와 사회적 합의를 앞세워 소수자와 약자의 권리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는 것을 넘어, 이에 대한 차별을 허용하지 말라. 나아가서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비롯하여 차별금지법 입법안에서 제의되었던 23개 사유를 포함한 정보통신법 개정안과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입법하고 제정하라. 이것이 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와 광장의 성소수자가 바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2025.06.06.
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