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명 개정의 수렁에 또 빠지게 생겼습니다.

작성자
담쟁이
작성일
2023-02-24 10:37
조회
834

당명 개정의 수렁에 또 빠지게 생겼습니다.

그저께(22일) 당헌당규소위원회 회의가 있었습니다.(어제 하루 종일 생각을 거듭한 끝에 이 글을 씁니다.)

이 회의에서 당명 개정과 집행기관 개편에 관한 검토를 위해 6~7월에 임시당대회를 개최하자는 내용의 의견서가 채택되었습니다. 이 의견서는 상집에 건의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며, 상집은 이 의견서를 전달받으면 당명 개정과 집행기관 개편에 관한 안건을 전국위를 거쳐서 당대회에 안건으로 회부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6~7월에 있을 임시당대회에 안건으로 올라가겠지요.

당명 개정을 둘러싼 심각한 당내 분란과 대규모 탈당 등 심각한 후과가 예상되는 수렁으로 가는 절차가 또 다시 시작된 셈입니다.

1. 당헌당규 소위원회의 합의된 의견이 아닙니다.

소위 위원 중 두 사람이 반대의견을 밝혔지만, 두 사람의 의견은 소수의견으로 병기하는 방식으로 의결 처리했습니다. 분명한 반대의견이 있었음에도 이것을 찍어누르는 방식으로 소위의 의결을 진행한 것입니다. 당헌당규소위원회가 다수결로 의결을 해야 하는 성격의 위원회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태이며, 전국위에서 이 기구를 설치할 때 이러한 것을 예상하고 당헌당규소위원회를 구성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미 당헌당규소위원회 명의의 ‘의견서’라는 명칭의 문건이 합의 없이 채택되었습니다. 매우 유감스러운 사태전개가 아닐 수 없습니다.

2. 당내 문제로 에너지를 허비할 때인가요?

노동혐오 프레임을 이용한 노조 탄압, 서민생계를 위협하는 물가 폭등,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인한 경제 및 지정학적 위기, 한미훈련과 북의 핵대응으로 인한 한반도의 전쟁위기 등등 지금 한국 사회는 폭발 직전의 비등점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막고, 파열구를 내기 위한 노동당의 정치적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청되는 때입니다.

민주노총 총연맹은 이 엄혹한 시국을 투쟁으로 돌파할 생각을 하지 않고, 또 다시 ‘민주노총 중심의 통합당 건설’이라는 권모술수 프로젝트를 가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민주노총을 숙주로 삼아 기생하고 있는 일부 집단이 이 프로젝트를 기어이 성사시킨다면, 내년 총선이 끝날 즈음에는 민주노총은 한국 민주노조운동의 네셔럴센터라는 정통성마저 무너지고 빈 껍데기만 남아서 한국노총과 다름없는 조직으로 전락할 것입니다. 민주노조운동의 정통성이 백척간두에 선 지금, 민주노총을 향하여 투쟁을 중심으로 대중활동에 집중할 것을 과감하게 요구하는 등 노동당의 분명한 입장과 태도가 필요한 때입니다.

이러한 때에 당명 개정을 시도한다면 당내의 모든 논의를 대중사업이 아니라 당내 문제에 빠져들게 될 것이고, 당의 활동당원들이 자신의 신념과 소신을 주장하는 이전투구에 빠지게 될 것이며, 결국은 이를 지켜보는 당원들이 또 다시 환멸감을 느끼며 대거탈당을 하게 되는 결과를 불러올 것입니다. 명분도 실리도 없는 당명 개정을 시도하는 이유가 정말 궁금합니다. 대중과 함께 투쟁하며, 대중에게 노동당의 지향과 전망을 제시하는 정치를 하자는 건지, 나의 사상과 지향을 선포하는 것에 몰두하는 소수의 전위들만의 써클적 활동에만 관심이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3. 이미 부결된 사안을 또 다시 제기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작년 2월 통합당대회에서 당명 개정 논의가 이미 일단락되었습니다. 채 1년도 되지 않았습니다. 또 다시 1년 만에 이 문제를 재론할 만한 어떤 사정이 변경되었습니까? 아니면, 당명이 바뀔 때까지 끝까지 시도하자는 건가요?

당명 개정 논의는 엄청난 폭발력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이슈입니다. 당명은 곧 그 당의 정체성이며, 당원들의 지향점을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 당은 ‘노동당’이라는 정체성을 중심으로 결사체를 이룬 당원들의 공동체입니다. 따라서 ‘노동당’이라는 정체성 이외의 다른 정체성을 담는 명칭이 당의 이름으로 결정되는 순간, 이것에 동의하지 않는 당원들은 당을 떠날 수 밖에 없습니다. 새로운 당명에 동의하는 않는 당원들은 탈당해도 좋다는 암묵적인 결심이 서지 않고서는 이러한 제안을 하기 힘듭니다. 통합당대회를 치른지 불과 1년 만에 분당으로 가는 길을 여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4. 정당한 방식과 절차를 거쳐서 제안하는 것이 옳습니다.

이렇게 폭발성이 큰 이슈이기 때문에 당명 개정을 원하는 사람들은 당당하게 새로운 당명을 제기하고, 그 필요성과 장점을 설득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정도입니다. 당원들의 동의와 원만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는 우리 당의 당헌상 당명 개정 안건은 통과되기 힘듭니다.

이러한 설득과 동의의 과정 없이 단지, 당헌당규소위 → 상집 → 전국위 → 당대회,

이러한 행정적 절차만 따라서 다수결로 밀어붙이면 그 후과가 대단히 심각할 것입니다. 시작점인 당헌당규소위원회에서부터 동의를 구하지 않고, 반대의견을 찍어누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제라도 당당하게 원하는 당명을 제시하면서 당원들의 동의를 구하는 정도를 걷기를 바랍니다.

5. 상임집행위원회에 요청합니다.

당헌당규소위원회에서 의결된 ‘의견서’는 소위원회 내부에서도 합의되지 않은 것이며, 당원들의 동의 역시 얻지 않은 소수의 의견에 불과합니다. 심사숙고해서 결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통합당대회 이후 1년이 지났습니다. 1년 동안 당의 활동이 무엇이 달라진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1년 동안 통합을 위한 여러 가지 행정적 마무리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이해를 해 준다고 하더라도 벌써 1년입니다. 지난 1년 동안 당의 이름으로 무언가 전당적인 대중 활동을 한 기억도 없고, 노동당 만의 정치적 슬로건에 따른 신속한 정세 대응도 없었습니다. 통합 전이나 통합 후나 도대체 달라진 것이 별로 없습니다. 정세에 쫒기고, 타 운동진영의 이슈에 연대하며 눈도장 찍는 활동 등 이외에는 뚜렷한 것이 없습니다.

2월 11일의 정기당대회는 그래서 반갑고 마음이 충만해지는 경험이었습니다. 대의원들이 당의 사업을 두고 치열하게 논의하고 토론하는 모습이 얼마만인지 감회가 새로웠고, 집으로 돌아가며 새롭게 해 보자는 힘을 얻고, 그동안 늘어져 있던 나 자신을 다잡는 계기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와 비슷한 감회를 느끼신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불과 며칠 만에 당을 분란과 파국으로 몰고 갈 당명 개정 논의가 등장했습니다.

상임집행위원회에 요청합니다. 엄중한 시국입니다. 당원들과 함께 투쟁하고, 한국사회를 향해 당의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는 활동을 해야 할 때입니다. 당내 문제에 몰두하고, 당을 파국으로 몰아갈 당명 개정 논의가 어떤 후과를 가져올지 숙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전체 3

  • 2023-02-25 13:13

    당명 개정에 대한 전당적인 토론을 하면 좋을 듯합니다.


  • 2023-02-24 16:14

    많이 우울해 지네요~ 저도 안쓰던 글 써봐야겠네요


  • 2023-02-25 12:16

    ㅋㅋㅋㅋㅋ 헛웃음만 나네요. 민주주의, 사회주의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우리는 합의가 덜 된 것 같습니다만...^^ 당명개정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