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호주유학생활기2]'중남미 핑크타이드와 한국의 노동정치' 중 당원 토론문

작성자
호주이재용
작성일
2023-03-17 06:00
조회
488

안녕하세요, 당원동지 여러분!

이 곳 호주는 가을에 접어들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매일 신문을 사서 읽고 있는데 날씨가 제법 쌀쌀하네요.

어제 (2023년 3월 16일) 노동당 국제평화통일위원회 주최 '중남미 핑크타이드와 한국의 노동정치'라는 주제로 온라인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저는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토론에 참여했는데요, 이 당원 게시판에 그 토론문을 올립니다.  '탈식민주의 맑스주의 페미니즘'을 배우는 학생으로서 노동당의 사회주의 정치에 어떤 고민을 하는지 보아 주셨으면 하네요. 이 글에서 대해서 토론의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 글은 노동당의 입장은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이재용 (노동당 당원)


저는 오늘 토론에서 그람시의 현대적 의미의 국내적 국외적 혁명전략에 대해 중남미의 핑크타이드 운동과 연관시켜 간략하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그람시의 옥중수고에서 드러나는 혁명 전략은 ‘진지전 (war of position)’ 입니다. 이는 부루주아 민주주의 체제에서 노동자 민중의 삶 자체가 자본에 포섭되어 있기 때문에 ‘역사적 블록 (historic bloc)’ 형성을 통한 장기적인 체제 전복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역사적 블록은 양적인 측면과 질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는데, 먼저 양적인 측면은 계급운동은 단지 남성 노동자 계급의 연대만으로는 형성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본주의에 저항하는 주체는 다양합니다. 중남미의 경우, 좌파정권의 수립은 단지 노동운동만으로 성립되지 않았습니다. 여성 가사 노동자, 원주민, 흑인 , 가난한 이들 등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가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가치 아래에서 함께 역사적 블록을 형성했다는 점에서 핑크타이드 운동이 전통적인 계급운동과 다르다는 것을 유념해야 합니다. 예컨대, 볼리비아의 경우 자본의 착취 하에 가난해진 원주민들의 단결이 없었다면 좌파정권 수립은 없었을 겁니다. 콜롬비아의 경우에도 부통령은 흑인 원주민의 지지를 받고 당선이 되었습니다. 칠레의 경우에도 여성 가사노동자들의 지지가 없었다면 정권 수립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이는 단지 반자본주의 운동을 사회적 소수자운동과 기계적 결합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예컨대, 여성 가사노동자운동의 경우, 중남미에서 맑스주의 페미니스트 페더리치 (Silvia Federici)의 영향 아래, 자본주의 하에서 여성의 무급 가사노동이 남성 노동자들의 노동력 재생산을 단지 보조하는 수단으로 여겨진다는 주장이 여성들의 지지를 받았고, 이에 좌파 정당들은 반자본주의 기치 아래 여성 가사 노동자의 해방을 공약했습니다. 이처럼 사회적 소수자운동과 결합한 역사적 블록 형성은 자본주의를 변혁하는 데 기여할 것이고, 노동당의 경우에도, 정체성의 정치가 단지 계급투쟁을 저하한다는 관념보다는 인간해방의 기치 아래 적극적으로 운동에 동참하는 게 필요합니다.

두번째, 역사적 블록에서 질적인 측면은 계급적 의식의 공유입니다. 한국의 노동자 민중은 이미 자본에 포섭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미디어에서는 상품의 물신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방송이 되며, 우리는 주거 소유를 통해 금융적 이윤을 획득할 것을 끝없이 강요 받는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으로 노동을 하지만, 우리의 삶은 자본의 상품 물신성 이데올로기에 포섭되어 살아가고 있고, 이는 계급 의식의 형성을 통한 단일한 이데올로기 투쟁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노동당은 사회주의 정치를 이야기합니다. 사회주의 정치는 복지국가 건설 담론을 뛰어 넘어야 합니다. 복지국가 건설은 자본주의를 체제 논리로 받아들이겠다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습니다. 사회주의 정치는 임금제도의 폐지와 상품 물신성에 대항하는 문화 건설, 더 나아가 인간관계의 상품화를 거부하는 운동이어야 합니다. 그러한 사회주의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노동자 민중의 단일한 이데올로기 형성이 필요합니다. 그러한 역사적 블록은 투쟁을 통해 건설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노동당은 투쟁하는 정당이어야 합니다. 노동자 민중 그리고 사회적 소수자가 투쟁하는 현장에 제일 먼저 와 있어야 하고, 그들과 함께 연대의식을 창출해야 합니다. 그 투쟁 속에서 역사적 블록을 형성하는 단일한 이데올로기가 창출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단일한 계급 의식을 형성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노동당이 비록 지지율을 높게 받는 상황이 올지라도, 자본주의에 굴복하는 그저 ‘진보정당’으로 남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람시의 역사적 블록 형성은 국제적 연대의 형성을 필요로 합니다. 핑크타이드 운동에서 보듯, 일국적 차원에서 사회주의는 건설되지 않습니다. 현대의 국제질서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을 두고 편가르기를 하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속에서 대안 세계화운동이 하나의 담론으로 등장했다면, 지금의 시기는 세계화 담론보다는 지정학적 경쟁 체제로 들어섰다고 보아야 합니다. 이런 지정학적 경쟁 시대에서, 노동당은 어떻게 아시아 나아가 국제적인 연대전략을 통해 국제적인 사회주의 운동을 펼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즉, 노동당은 국제연대운동의 기획을 필요로 하는데, 중남미의 경우 대안 무역 (AllB) 전략을 통해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에 대항하는  대안적인 국제 무역 질서를 꾀한 바 있습니다. 이렇듯 노동당 또한 국제 사회주의 운동의 시발점을 어떻게 잡을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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