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정년을 맞이하며

작성자
서울특별시당
작성일
2021-08-13 13:49
조회
754


거리에서 정년을 맞이하며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 기노진


 코로나19로 정리해고가 되어 거리에서 농성을 이어간 지도 1년이 넘었다. 작년 6월 초 시작된 노숙농성은 사계절을 돌아 다시 여름을 맞이했다.

 지난해 5월 11일 해고는 부당해고였고 그 해고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받았지만, 회사는 해고자들을 1년 넘게 거리에 방치하고 있다. 부당해고 판정을 거부하는 행정소송까지 제기하며 하청노동자들을 고통 속에 빠져들게 했다. 지난 5월 31일은 해고가 되지 않았다면 나의 정년을 맞이하는 날이기도 했다.



 하루만이라도 현장에 들어가 당당하게 정년을 맞이하고픈 간절한 마음에 끝장투쟁으로 4월 13일 고용노동청 앞에서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17일간의 단식은 복직에 대한 간절함과 그리고 노동자로써 자존심이었다. 생전 처음 해고자로 살아보고 단식까지 해야만 하는 이 불평등한 세상이 원망스러웠지만, 마지막 목숨이라도 걸어야 하는 복직투쟁은 그 누구보다 나에겐 더 간절했다. 하지만 끝내 17일간의 목숨을 건 단식은 해고자의 서러움을 씻어주거나 해결해주지 않았다.

 부당한 해고이니 당연히 복직시켜야 할 금호문화재단이사장 박삼구는 십 여 년을 회사를 위해 충실했던 나같은 노동자의 목숨 따윈 거들떠도 보지 않는 파렴치한일 뿐이었다. 고용노동부도 정부도 방관하고 있는 아시아나케이오 부당해고 문제에 대해 지금이라도 당장 문재인 정부가 나서야 한다. 하나의 일자리라도 지키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비록 거리에서 정년을 맞이하였지만 나는 아직 해고노동자다. 그래서 반드시 복직을 해야 하며, 그 복직의 길에 희망을 버리지 않고 오늘도 뜨거운 폭염 속에서 투쟁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그 투쟁의 끝에 복직이 있을 것이다. 복직하여 명예롭게 민주노총 노동자로 퇴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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