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View 노동] 노동운동동향보고 2호
REd View 노동
- 노동운동동향보고 2호
[이슈와 동향]
21대 대선 평가와 진보좌파 운동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전망
- 대선 뒤 풀어야 할 네 개의 숙제
[지금 현장은]
성과내기에 급급한 민주노총 지도부의 조바심인가? 국회 사회적 대화 안된다.
-절차도, 형식도, 의제내용도 모두 문제다
혼란스러운 민주노총, 당혹스러운 강원지역본부
- 대선 방침 토론이 남긴 과제들
하청업체 사장님, 아직 노조 위원장(서비스연맹 수석부위원장)인가요?
배달플랫폼노조의 입장 파헤치기
[주목]
5.31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노동자시민대행진에서 본 가능성
2025.06.12.
노동당 노동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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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동향]
21대 대선 평가와 진보좌파 운동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전망
- 대선 뒤 풀어야 할 네 개의 숙제
대선 성적표 간단 훑어보기
민심이 담긴 투표함이 모두 열렸고, 선거는 끝났다. 각 정당은 제각각의 성적표를 받았다.
민주당은 49.42%의 절묘한 득표로 윤석열 처단의 동력을 얻은 동시에, ‘통합’을 명분으로 사회대개혁을 뒤로 미룰 근거를 얻었다. 41.15%를 얻은 국민의힘은 당이 아직 ‘쓸만한 집’이란 점을 확인했지만, 그 덕에 당권을 둘러싼 극심한 내홍에 빠져들었다. 이준석은 20-30대 남성 유권자로부터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성폭력 발언은 향후 수십 년 동안 그를 따라다니게 됐다.
민주노동당은 0.98%를 얻었다. 한 자리수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지만, 성과가 작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진보정치의 존재 이유를 입증하며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는 비단 진보진영만의 분석이 아니다. 노동-녹색-정의 진보3당과 노동조합, 시민사회의 공동대응을 실현하며 현장의 호응과 박수를 받은 점도 분명하다. “오랜만에 즐거운 마음으로 힘내서 선거를 치렀다”는 평가가 전국 사업장에서 올라온다. 소원했던 진보정당 간의 공동활동 역시 향후 어떤 형태로든 진화해 나타날 것이다.
진보정치 동행 전략의 유효성과 지속 과제
‘진보정치 동행 전략’은 지난해 총선에서 진보당이 위성정당의 길을 걸으며 등장했다. 노동자-진보정치 소멸의 위기 속에 왼쪽 운동장을 확보하면서도, 엉뚱한 ‘진보3당 통합’ 주장을 예방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대선에서 진보당이 민주당 지지를 선언하며 위기감은 더 깊어졌다. 대선 이후 진보당이 위성정당의 유산으로 의석을 하나 더 추가한 것을 ‘성과’로 자평하면서, 진보당의 ‘보수정당 위탁 정치’는 더욱 속도를 낼 것이 뻔하다. 대선 이후 진보정치 동행 전략을 (최소한 한동안) 지속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대선에서는 이를 위해 해소돼야 할 과제도 드러났다.
첫째, 진보3당 간의 존중과 이해의 실현이 필요하다.
대선 준비의 시작은 <사회대전환 대선 연대회의>의 구성과 논의였다. 연대회의는 후보선출 방식과 플랫폼정당 명칭 등, 선거를 함께 치르기 위한 많은 전제를 합의했다. 하지만 소중한 합의는 정의당의 손에 번번이 깨지거나 미뤄지기도 했다. 녹색당 전국위원회에서 ‘권영국 후보 지지’를 최종 결정하긴 했지만 사회대전환연대회의 참가여부가 당내 결정사항으로 함께 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이 결정이 있을 시기 진보3당의 온전한 ‘완전체’를 이루지 못한 채 진행되면서 노동조합 및 사회단체의 결의와 복무를 이끌어내는 데에 일부 어려움으로 작용했다.
둘째, 정의당의 정견과 태도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이번 대선은 여러 세력이 함께 모여 치르는 선거였지만, 여기저기서 나온 말들은 다음과 같다. 정의당은 연금과 기후, 한반도 등 여러 정책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노무현 정신을 새기겠다’는 성명 사태도 있었다. 애초 합의한 강령을 구현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항의와 토론을 거치며 몇몇 정책은 합의 가능한 수준으로 수정됐지만, 이 과정에서 보인 정의당의 태도에 활동가들의 기운이 빠지기도 했다. TV토론준비팀의 ‘호감 가는 진보 전략’도 결국 민주당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자는 뜻이라는 점에서 곳곳에서 문제제기가 있었다.
셋째, ‘플랫폼정당’을 넘어서는 일상적 정치실천이 필요하다.
후보가 한 명 나서는 대선은 플랫폼정당을 통한 대응을 가능케 했지만, 다가오는 지방선거와 총선의 문법은 대선과 완전히 다르다. 자신의 당명을 버리지 않는 이상, 진보3당이 지선과 총선에서 플랫폼정당으로 헤쳐모여 대응하기가 대선처럼 쉽지 않다. 일부 당선 혹은 다수 득표가 가능한 선거구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 비례투표가 전략적 득표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런 악조건을 뛰어넘어 ‘진보정치 동행 전략’을 이뤄내기 위해선, 그 사이에 촘촘한 공동의 실천과 정치활동이 필요하다. 진보3당뿐만 아니라 노동조합과 지역 시민사회 등이 함께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선 연대회의를 ‘공동의 정치실천’으로 재구성하고, 즉각 착수와 지속이 가능한 정치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한다. 머뭇머뭇하다간 철 지난 ‘통합론’이 다시 등장할 수도 있다.
넷째, 민주노총 대혼란에 공동대응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대선 방침이 없는 첫 대선을 지나왔다. 그래도 부끄러움은 아는지, 진보정당 지지 반대에 표를 던진 결과를 남기지 않기 위해 ‘투표 여부를 묻는 투표’를 진행한 중집회의도 처음이다. 사무총장의 급작스런 사퇴도, 모두가 알고 있는 사퇴 이유인 ‘민주당 지지에 대한 문제제기’를 끝내 부정하는 위원장의 해명도 졸렬했다. 보다 못한 민주노총과 가맹-산하조직 상근활동가 350명이 위원장의 ‘결단’을 요구하는 연서명 성명을 발표했다. 중집위원 16명은 위원장의 책임을 묻는 성명을 냈다. 지금 민주노총은 최악의 위기에 몰려있다.
하지만 양경수 위원장은 ‘사과는 하겠지만 위원장 자리는 내 것이다’는 입장문으로 화답했다. 진심도 성찰도 찾아볼 수 없는 문장의 연속이었다. 정치방침 위반과 진보정당 상대화에 대한 심각성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대선 방침을 정하지 못한 위원장의 오류는 '진보정당과 연대연합의 대립을 잘 해결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진보정당과 보수정당을 동일선에 두고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잘못된 선택을 열어준 것'에 있다. 이걸 위원장과 그를 위시한 전국회의만 모른다.
새정부 출범 이후 향후 5년을 가늠할 중차대한 투쟁을 앞두고 있는 시기에, 사과만 거듭하는 위원장의 지도력으로 정세를 돌파할 수 없다. 반복된 사과가 진심이라면, '더욱 노력하겠다'는 기성 정치의 화법 말고, 책임을 통감하고 결단을 통해 민주노총 위기 극복의 길을 터주는 것이 올바른 처신이다. 스스로 결정하지 못한다면, 올바른 정치세력화 의지를 가진 이들이 함께 나서 제기해야 한다. 그래야 민주노총의 대혼란이 극복될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지금 현장은]
성과내기에 급급한 민주노총 지도부의 조바심인가? 국회 사회적 대화 안된다.
-절차도, 형식도, 의제내용도 모두 문제다
IMF 때 노사정은 정리해고를 합의했듯, AI 국회사회적대화 합의는 구조조정에 대한 합의이다.
민주노총 위원장의 국회 사회적 대화 중앙위 직권상정 논란 과정
6월 24일로 예정된 올해 첫 중앙위원회의 안건 5번으로 “국회 사회적 대화 참여 건”이 포함되어 공고되었다. 지난 5월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장시간 논의 끝에 보고에서 삭제하기로 한 내용이 결국 위원장 직권으로 중앙위 안건으로 올라가게 된 것이다. 5월 중집에서 보고에서도 삭제하기로 했던 것은 중집에서 논란 끝에 결정하지 못한 건을 사업으로 중집에 보고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작년 10월 13차 중집에서 ‘국회, 사회적 대화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국회 토론회 참여 관련 논의에서 참여는 하되, △토론회 참여가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는 것은 아님을 명확히 하고 △경사노위를 포함한 사회적 대화 전반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을 제출하는 것으로 하며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에 대한 기준과 원칙은 차기 중집에서 안건으로 다루는 것으로 정리된 바 있다. 11월 14차 중집에서는 현실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없으며, 조직적 목표도 불분명하다는 것, 기존 사회적 대화에 대한 논란이 조직 내 갈등과 분열 야기로 귀결되었다는 것 등의 의견이 제기되면서 결정이 보류되고 중집에서 재논의키로 하였다. 그러나 12월의 16차 중집에서도 논란은 재현되었다. 중집 재논의를 결정해놓고서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실무협의에 참석한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고 결국 안 자체가 삭제되었다. 올해 4월 국회 사회적 대화 참가 안건이 다시 올라왔고, 역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논의 종결되었다. 그리고 5월 중집에서 다시금 보고에서 삭제되었고 이제 급기야 중앙위 안건으로 직권상정되는 것이다.
사회적 대화의 실상. 실용과 성과에 집착하면 반드시 우경화된다.
노사정위, 경사노위와 같은 사회적 대화, 김명환 집행부 당시의 코로나 대책을 위한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 등과 국회 사회적 대화는 어떻게 다른가? 전자 등이 양보를 전제할 수밖에 없는 계급 타협이라거나, 노동탄압, 노동권 억압과 병립할 수 없는 굴종이라는 비판 속에 조직적 분열과 갈등을 유발했다면 후자는 과연 얼마나 다른가? 반노동적 윤석열 정권 하에서 민주당과의 공조를 통한 압박을 위한 것이라 주장하든,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준에서 뭔가를 얻어낼 수 있는 경로라 강변하든, 국회 사회적 대화 역시 양보와 타협 속에 이른바 사업적 성과를 보여주고 싶은 집행부 의중의 실현 외의 아무것도 아니다. 그나마의 성과도 기실 한계과 희생, 양보를 전제로 한 제한적이고 수동적 과실 획득 이상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사회적 대화는 과연 그러한 것이다.
사회적 대화의 역사적 조건은 결국 계급간 힘의 균형이요, 사회적 신뢰와 이를 현실화시킬 수 있는 공적 권위이다.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 가능한 조건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대화가 이렇게 추진되는 것은 국회를 통해 우회하려는 정치권력과 이들이 대표하는 자본의 이익을 값싸고 원활하게 관철시키고자 하는 욕망, 그리고 이에 영합하여 성과내기에 급급한 노동계 상층의 조바심을 동력으로 하기 때문이다.
‘AI 등 첨단 신산업 경쟁력 강화’ 의제가 가져올 구조조정은 논의 자체를 할 수 없다.
스스로 보수임을 밝히고, 경제 성장과 통합에 매진하겠다는 대통령 하에서, 이제는 집권여당이 된 민주당이 주도하는 국회를 통한 사회적 대화가, 집행부가 꿈꾸는 일말의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양보와 희생을 전제로 한 것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그 사회적 대화의 첫 의제 중의 하나가 사용자단체(경총, 대한상의 등)가 제안한 ‘AI 등 첨단 신산업 경쟁력 강화’라고 한다면 자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이 중심 화두로 떠오르게 될 것임이 뻔하다. 계엄과 파면 투쟁 국면에서, 민주당과 국힘당이 이견 없이 합의하여 서둘러 통과시킨 법안들 중 하나가 바로 인공지능기본법이었다. 업계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고, 시민사회의 이견을 묵살하라는 윤석열 정부의 방침이 반영된, 노동자, 이용자 보호 조치도, 고위험군 인공지능에 대한 규제방안도 찾아보기 힘든, 바로 그 법이었다.
이미 진도는 나갔고, 사회적 대화 참가는 노동자의 희생과 양보를 합의하는 것일 뿐이다.
객관적 정세와 주체적 조건이 이러할진대, 국회 사회적 대화는 기존의 사회적 대화와 얼마나 어떻게나 달라서 그렇게 중집 논의도 무시하고 중집 결정도 없이 위원장 직권으로 중앙위에 상정하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제는 집권여당이 된 민주당의 그 국회의 사회적 대화이다.
책임을 통감하고 결단하라!
혼란스러운 민주노총, 당혹스러운 강원지역본부
- 대선 방침 토론이 남긴 과제들
민주노총 중집(5.20)이 끝난 다음 날,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 6차 운영위원회가 개최되었다. 집행부는 대선과 관련된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현장에서 기타 안건으로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 대선 지지 후보 결정의 건’이 제출되었다. 유일한 진보정당의 대통령 후보인 권영국에 대해 지지를 선언하고 적극적인 대선 투쟁을 벌여 나가자는 안건 취지 설명이 있었다. 각자의 입장과 주장들을 발표하였다. 총연맹의 선언과 강령, 과제들에 대해 다시 되짚어 보기도 했다. 지난 선거 시기 민주노총이 어렵게 결정한 선거방침에 대해서도 돌아보았다. 장시간의 토론이 있었으나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지지를 선언할 수 없다는 운영위원들은 총연맹 중집의 결론 없이 종결된 회의를 핑계거리로 삼았다. 서둘러 토론을 종결하고 회의를 끝내려는 본부장에게 운영위원들은 힘들겠지만 좀더 토론해서 결정하자고 요청하였다.
마침내 본부 운영위원들은 기타 안건에 대한 표결을 요청하였다. 이는 민주노총 회의 규정 제16조(안건의 심의 : 안건의 심의는 다음의 순서에 의한다. 1. 의장의 안건 상정 선언. 2. 제안자의 제안 설명. 3. 질의. 4. 토의. 5. 표결)와 제21조(토의의 종결 : 의장은 질의 또는 토의의 유무를 성원에게 물어서 이의가 없을 때에 질의 및 토의의 종결을 선언 한다)에 의한 진행을 요청한 것이었다.
그러나 끝내 본부장은 규정을 무시한 채 첨예한 이견이 대립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반대하는 운영위원들과 함께 본부장(회의 의장)이 회의장에서 빠져나갔다. 표결할지 말지를 표결로 정한 총연맹 중집보다 더 폭력적이고 독단적인 모습이었다. 심지어 본부의 한 임원은 표결을 요청하는 운영위원들을 향해 “기타 안건에 반대하는 동지들이 가만 있을 것 같은가? 나가면 회의 성원도 안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민주적 토론과 결정을 자랑스럽게 여겨왔던 우리 스스로에게 커다란 상처를 남긴 발언이었다. 결국 회의는 파행으로 마무리되었다.
총연맹에서 결정하지 못했다는 이상한 논리만이 그들이 내세운 유일한 이유였다. 차라리 솔직하게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라는 운영위원들의 요구는 조직의 발전과 단합에 저해된다고 묵살 당했다. 중요한 시기에 누가 어떤 결정과 실천들을 결의했는지 분명히 남겨야 두 번 다시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는 수용되지 않았다.
회의장에 남아있던 운영위원들은 그래도 각자 지역에서 실천할 일들을 실천하자 결의하고 헤어졌다. 어떤 결정이 어떤 의미와 실천을 함축하고 있는지, 누구를 위해 복무했는지는 당장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기 마련이다. 또한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단할 시기가 있다. 이번 대선이 그러했다. 분명하게 밝힐 수 있는 것은 민주노총의 선언과 강령, 기본 과제를 지키려 했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노동자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줄기차게 추진해 왔던 우리가 견결하게 지켜야 할 방침이 있었다. 그것을 지키고 결정하자는 요구가 그렇게 무리한 것이었나 돌아보게 된다.
이견이 존재하면 결정할 수 없다는 이상한 선례를 남기는 민주노총 강원본부 역사에, 아니 민주노총의 역사에 큰 오점을 남겼다.
민주노총 강원본부에서는 본부장을 비롯한 지도부에게 책임지는 자세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책임지고 사퇴하라!”
하청업체 사장님, 아직 노조 위원장(서비스연맹 수석부위원장)인가요?
-배달플랫폼노조의 입장 파헤치기
레드뷰노동 지난호에서 다룬 배달플랫폼노조 위원장이 하청업체 사장이 되어 민주노조 운동의 근간을 훼손한 내용과 관련해 연속해서 <지금 현장은>에서 추가로 하나하나 짚어보자.
배달플랫폼노조(이하 ‘배플노조’)는 5.9 입장문 이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활동하며 반조합계약으로 가입시킨 조합원으로 다수노조 지위를 획득해 원청과 교섭권까지 확보한 상태라고 이미 밝혔다. 하청업체 사장인 배플노조 위원장이 사업주인 하청업체는 서울만이 아니라 경기도와 경남 등지에서도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입장문과 관련해 두가지를 꼭 짚어보자.
배플노조는 산재고용보험에서 사용자 부담분(보험료의 50%)을 내야 하는 줄 몰랐다며, 현재 1천6백만원 가량이 적자로 잡혀 있다고 밝혔다. 배민에서 하청에 라이더정산금을 지급할 때 부가세 납부 명목으로 정산금의 10%를 추가로 지급하는데, 이걸 보고 자신들이 보험료를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고 착각했다는 것이다. 이건 대체 무슨 말인가. 배민이 제공하는 하청사 운영 메뉴얼에는 산재고용보험료의 50%는 하청사 사업주가 부담해야 하며, 부가세는 부가세대로 별도 납부해야 한다고 정확히 나와 있다. 그렇다면 배민이 지급한 10%의 부가세를 고스란히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른 채, 이를 수익금이라 착각했다는 것인가. 정산금의 10%라면 금액이 적지 않았을 것인데, 이를 산재고용보험료에만 쓴 것인가, 아니면 다른 용도로도 쓴 것인가.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배플노조는 부당노동행위 혐의를 피하기 위해 라이더의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하청사 라이더가 사업자와 다름없으며, 하청사 사용자와 라이더 사이에는 고용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공정거래위의 노동자성 부정과 노조 탄압을 인정하는 것이다. 공정위는 화물연대와 건설노조가 노조가 아닌 사업자 단체로, 사업자간 담합이라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며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 최근에도 건설노조 울산건설기계지부 현장조사 등 탄압을 계속하고 있으며, 화물연대는 조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고발됐다. 배플노조의 라이더가 사업자라는 주장은, 공정거래위의 특고노동자가 사업자라는 주장과 맞닿아 있는 것이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은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에는 최저임금 확대 적용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번 대선 시기에는 권영국 후보를 통해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공약까지 제시되기도 했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산재보험 전속성 폐지 운동,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운동 등을 통해 노동자성 쟁취에 한발 한발 다가가고 있다.
배플노조는 민주노총 특고노동자 운동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현재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는 이미 한달 전 민주노총 규율위에 이 사건을 제소했다. 그러나 규율위 회의는 1차례 진행되었고, 이 자리에선 해당 사건을 조직갈등조정위로 넘길지 말지 정도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사건이 조직갈등 사건인가. 이것은 업종을 대표하는 노조위원장이 하청사 사용자가 되어 라이더의 노동자성을 부정한 사건이다. 이로 인해 민주노총 특고노동자 운동의 근간이 흔들리는 사건이다. 절대 조직 갈등 사건이 아니다.
이에 라이더유니온지부는 민주노총에 본 사건에 대한 입장을 요구하는 행동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6월 9일 민주노총 앞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조합원 대상 여론전 및 집중행동을 전개한다고 한다. 더불어 본 사건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아래와 같은 Q&A를 배포하고, 투쟁기금도 모금한다.
한편, 배플노조의 입장문과 관련해 건설노조는 반박 입장을 밝히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배플노조가 하청업체를 운영한 이유가 ‘건설현장에서는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소위 ’노조팀‘을 만들어 현장에서 직접 일자리를 얻는다는 건설현장의 사례에서 힌트를 얻’었다는 내용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건설노조는 아래와 같이 밝혔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건설노조는 건설현장 노조팀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나 실제 운용방식이 해당 노조의 협력사 운영과 전혀 유사점이 없다. 해당 노조가 건설현장 사례를 언급한 것은 건설노조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부추길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이다”
서비스연맹 수석부위원장이자 배플노조 위원장인 홍창의 하청업체 사장이 노조 가입을 조건으로 하청업체 라이더로 채용하고, 원청의 수수료와 특수고용노동자성 부정 문제까지 있다면 이는 책임지고 사퇴할 일이며 징계를 해야 한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민주노조 운동의 근간을 부정하는 자의 행위에 조직갈등이란 변명으로 회피하고 자기 조직(전국회의) 감싸기를 중단해야 한다.
[주목]
5.31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노동자시민대행진에서 본 가능성
5월 31일, 충남 태안과 경남 창원에서 2025년 12월부터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에 대한 대안으로 공공재생에너지 확대와 정의로운 전환을 통한 발전노동자 총고용 보장을 요구하는 노동자시민대행진이 있었다.
원래 4월 12일 진행될 예정이었다가 윤석열의 파면이 늦어지며 한 달 반가량 연기한 만큼 현장을 조직하는 사업계획이 더 필요했지만, 이를 충실하게 준비하지 못했다. 기후정의, 공공재생에너지, 정의로운 전환 모두 현장에서는 다소 생소한 주제인 만큼 5.31노동자시민대행진을 준비하는 과정을 현장과 접점을 확대하는 기회로 더욱 만들어 갔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동지들이 5.31 노동자시민대행진에 함께 하였다. 특히 다양한 산별의 노동, 시민·사회운동, 기후정의·환경운동, 진보정당의 참가자들은 기후정의와 정의로운 전환, 발전노동자의 총고용보장이라는 의제가 만나면서 만들어지는 운동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6월 말 이어지는 공공재생에너지 확대·정의로운 전환 입법운동을 내실있게 준비하며, 이를 기재로 현장을 더 조직하고 운동을 더 확대해나가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김충현 노동자의 죽음, 발전소 폐쇄로 더욱 깊어지는 위험의 외주화
하지만 6월 2일, 김충현 노동자의 죽음은 너무도 황망하였다.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망각하고 있었다. 정규직 전환을 담은 특조위 권고안이 이행되지 않았고, 오히려 다단계 하청구조가 심화되면서 위험의 외주화는 더욱 깊어졌다. 그리고 우리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또 다시 발생한 안타까운 죽음을 우리는 막지 못했다.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가 위험의 위주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자본은 석탄화력발전소의 연쇄적 폐쇄에 대비하며 인력 충원의 중단, 즉 실질적 인력 감소로 이어지고 있고, 이는 현장의 노동자에게 안전관리까지 책임지라는 과다한 짐을 떠넘기는 것으로 이어진다. 결국 안전관리체계는 서류상으로만 작동하며, 실제 현장은 안전의 사각지대로 남는다. 더욱 큰 문제는 연쇄적으로 이어질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과정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점이며, 결국 남는 것은 정부의 무책임과 발전 5개사의 이윤을 위한 탐욕뿐이다.
투쟁의 합력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기후정의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공공재생에너지 확대와 발전노동자 총고용 보장을 요구하는 투쟁의 흐름과 김충현 노동자의 죽음으로 다시 주목되고 있는 더욱 심각해진 위험의 외주화를 끊어내고 이행되지 않은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투쟁의 흐름은 서로 다른 출발점과 내용을 가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두 가지 흐름의 투쟁 모두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라는 당면한 현실에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발전노동자들을 비롯한 노동자민중의 생명과 권리를 지켜내기 위한 것이며, 이는 서로 다른 두 가지 흐름의 투쟁이 2025년 하반기 발전노동자들의 총력투쟁이라는 기반 위에 합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다.
시작은 복잡하지 않다. 김충현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위험의 외주화를 끊어내기 위해 지금도 태안을 중심으로 투쟁하고 있는 한전KPS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을 시작하자. 이를 발전노동자 전체의 투쟁으로 확대하고, 함께할 수 있는 동지들을 조직하자. 기후정의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투쟁과 위험의 외주화를 끊어내는 정규직 전환 투쟁의 합류는 지금 이 순간도 투쟁하고 있는 한전KPS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우리가 함께 받아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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