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서 온 편지 38호] 기획 : 2022년 대통령 선거의 의미와 과제
■ 미래에서 온 편지 38호(2021.10.)
□ 기획 : 2022년 대통령 선거의 의미와 과제
함께, 바로 지금 시작하자
이갑용 노동당 고문, 전 민주노총 위원장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노동당과 사회변혁노동자당(이하 변혁당)이 사회주의 후보로 공동으로 대통령 선거를 치르자는 중요한 결정을 했다. 미약한 힘이기는 했지만 노동당은 보수정당들 사이에서 쓰러진 진보와 사회주의 실현이라는 처음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힘겹게 견뎌왔다. 변혁당 역시 수십 년을 노동자 민중의 버팀목이 되는 것에 주저함이 없었던 투쟁하는 정치조직이다. 양 당은 선거라는 공간에서 노동자 민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경험한 정당들이기에 2022년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 함께하자고 조직적 결정을 했다. 노동해방과 민중의 지킴이로 시작한 진보정당이 분열하며 지금은 사회주의를 문구로도 사용하지 않는 가운데, 사회주의 정치의 뿌리가 튼튼히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노총의 전직 간부들과 전직 노동운동가들이 속속 민주당으로 들어가고 있다. 민주노동당부터 지금까지 20년의 세월을 함께하다 민주당으로 가는 사람들은, 분열만 하고 있는 진보정당으로는 전망이 없다고, 그래서 떠난다고 자신을 합리화한다. 민주노총 내의 활동가들이 진보정당을 비판하는 내용이 민주당으로 떠난 사람들의 비판과 다르지 않다. 수구정당 국민의힘이 민주노총을 적대시하지만 진보정당을 비난하지 않는 것과 대조된다.
20년을 넘게 욕먹어 가면서 진보정당 한다고 자신의 돈과 시간 써가며 진보정당을 지킨 사람들에게 전망의 부재와 분열이라는 말을 쉽게 하면 안 된다. 정당 밖에서 수수방관 할 때 우리는 내부에서도 싸우고 선거에도 출마하며 진보정치란 이런 것이라며 버티고 지켜왔다. 진보정당 내부투쟁에서도, 민주당이라는 가짜 진보와의 외부투쟁에서도 도와주지 않던 사람들이 진보정당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말할 때에도 동의가 되지 않는다.
1987년 대선에서의 비판적지지론 이후 계속된 민주당과의 선거연대론에 우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2000년 민주노동당의 탄생은 노동자·민중에게 기회였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이 창당하고 10석의 국회의원이 생겨나자 바로 내부 권력 투쟁이 시작되었다. 1인7표제로 대표되는 다수 정파의 횡포나 일심회 사건이라는 비상식적인 사건도 서슴없이 진행되었다. 이렇게 망가진 진보정치는 분열의 수순을 거쳤고 오로지 국회의원 당선만을 위한 합병과 분열을 계속했다. 이러다보니 노무현 정권의 핵심이었던 국민참여당도 진보의 대열에 들어섰고 오직 명망가 중심으로 뭉치고 흩어지는 20년이라는 세월을 보냈다.
지조 없는 선거공학적 정치 때문에 진보는 쪼그라든 반면, 민주당은 다시 집권도 하고 이제는 개헌도 가능한 의석수까지 차지했다. 이후 문재인 정권은 박근혜가 추진하던 노동악법인 탄력근로제를 국회와 합심해 밀어붙였다. 그리고 재벌총수를 풀어주기 위해 규정까지 손보는 열의를 보였다. 그런데, 선거 때마다 이런 정치세력에 대한 비판적 지지와 후보 단일화를 외쳤던 사람들 중에 과거 자신의 언행을 제대로 반성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지난 20년 동안 깨지고 쪼그라들면서도 일부 유명인의 선거 들러리가 되지 않고, 사회주의 정당의 자리를 지켜온 노동당과 변혁당의 역할은 존중 받아야 한다. 유명하지도 않고 당선이 어려워도 보수정당들의 정치판인 선거에 출마하는 이유는 진보정당이 있음을 알리고 지키기 위해서다. 당선 희망이 없다고 포기했다면 지금 우리의 공간도 없었다. 보수정당들은 민중들이 지지하는 진보정당들의 공약을 흡수해 왔다. 무상급식, 무상의료, 여성활당제 등처럼, 이번 선거에서는 진보정당만의 공약이었지만 다음 선거에서는 보편적인 공약이 되는 것을 우리는 경험했다. 물론 보수정당의 공약은 실천을 담보하지 않기 마련이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는 정치적으로 성장해 왔다.
민주노총의 역할도 중요하다. 민주노총은, 과거 IMF 위기를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공기업을 해외나 대기업에 매각하여 극복하려던 김대중 정권에 투쟁으로 저항했다. 당시 공공운수노조는 의료민영화저지와 공기업매각 저지를 외치며 투쟁했다. 금속노조는 해고 저지 투쟁을 극렬하게 전개했다. 대우자동차 투쟁으로 인해 김대중 정권의 공기업 매각이나 민영화에 제동이 걸렸다. 당시의 투쟁이 없었다면, 지금 코로나위기로 인한 국민의 피해는 더욱 컸을 것이다. 노무현 정권의 쌍용자동차 해외매각에 맞서 투쟁했던 조직도 민주노총이다. 전 국민의 지탄을 받은 박근혜 정권에 정면으로 투쟁한 조직도 민주노총이다.
민주노총은 중요한 사회적 역할을 했지만, 정작 투쟁의 당사자인 본인들은 희생을 당했다. 투쟁의 대표적 사업장이었던 대우자동차와 쌍용자동차의 노동자들은 지금도 고통 받고 있다. 박근혜 퇴진투쟁 당시 눈치만 보던 민주당이 촛불의 모든 성과를 챙겨 갔지만, 투쟁의 선봉이었던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은 구속되었다. 그런 면에서 변절자들에 대한 엄격한 평가도 필요하지만, 민주노총이 한국 사회의 정치적 성장에 기여했던 부분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필요하다. 그리고 또 다른 위기 속에서 치러지는 이번 대선에서, 민주노총의 정치적 역할은 더 없이 중요하다.
1987년 민주화투쟁과 2016년 촛불투쟁도 경험한 노동자 민중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할 것인가’이다.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재벌해체, 사교육 철폐, 주거의 무상화 등을 주장하자. 이런 공약이 실현 되지 않을 것이니 시민의 눈높이에 맞추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이다.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법을 바꾸어야 한다. 국회 의석수 과반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 그런데 언제,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노동당과 변혁당, 그리고 투쟁하는 민주노총이 함께 2022년 대선과 지선에서부터 바로 지금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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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중근2021-11-26 07:38이 댓글을 읽을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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