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작성자
홍조 정
작성일
2021-07-17 22:36
조회
778

파업 _ 장편소설

안재성 지음 | 사회평론 | 2009년 12월 14일 출간



책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88만원 세대를 만든 1987년 체제의 출발점을 탐구하다!

안재성의 『파업』. 1980년대를 대표하는 노동소설이다. 88만원 세대를 만든 1987년 체제의 출발점을 탐구한다. 노동운동가인 '홍기'는 공업용 와이어를 생산하는 대영제강에 위장취업하여 노조를 설립한다. 노동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열악한 근로조건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은데……. 저자는 자본과 권력에 대한 분노와 경멸을 아낌없이 내뿜으면서 자신은 물론, 벗들의 젊음을 고스란히 바친 노동운동의 승리를 선언하고 있다. 참된 노동운동가의 헌신성을 예찬하면서 자본이라는 유령과 싸우는 데 힘을 실어준다. [양장]


북소믈리에 한마디!

☞ 북소믈리에 한마디!

『파업』은 1989년 제2회 전태일문학상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저자소개

저자 : 안재성작가

현대문학가>소설가

1960년 경기 용인생. 강원대학교 재학 중 1980년광주민주화운동에 관련하여 계엄포고령위반으로 구속, 제적되었다

1983년부터 10여 년간 구로공단, 태백탄전지대 등지에서 노동운동을 하다가 1993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다시 구속되었다.

1989년 장편소설 『파업』으로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사랑의 조건』, 『황금이삭』, 『경성트로이카』 등의 장편소설과 『이관술 1902-1950』, 『이현상평전』, 『청계피복노동조합사-청계 내 청춘』, 『박헌영평전』 등 역사다큐멘터리를 집필했다



출판사 서평

장편소설 『파업』, 20년 만에 개정 출간

소설가 안재성의 장편소설 『파업』이 개정 출간되었다. 1989년 초판이 나온 뒤 꼭 20년 만이다. 『파업』은 방현석의 <새벽출정>, 정화진의 <쇳물처럼> 등과 함께 80년대를 대표하는 노동소설이다. 20년 전에는 이렇게 근사한 수식어를 언감생심 꿈꿀 수 없었다. 정식 출간도, 제대로 된 판매도 쉽지 않았다. 문단에서는 철저히 외면당하고 문학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당시 운동권 언저리에라도 있던 사람이라면 지금도 『파업』을 기억한다. 막 민주주의가 꿈틀대며 희망을 싹틔우던 기억과 함께 『파업』을 떠올린다. 이렇듯 20년 전 노동운동을 위해 집필된 『파업』은 역할을 다하고 역사 속으로 소멸하는 듯했다. 그런데 이 오래된 이야기가 20년 만에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최초의 장편노동소설

『파업』은 1989년 제2회 전태일문학상 출품작이며, 최우수 당선작이다. 심사를 맡았던 임헌영 선생의 심사평을 통해 파업에 대한 당시의 평가와 반응을 짐작해볼 수 있다.


장편소설 『파업』(출품 당시 제목은 『동지의 약속』)은 80년대를 마감하는 노동문학의 소중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은 전태일문학상 최우수 당선작이기도 하지만 노동소설로서 장편으로서는 최초의 것이라는 영예를 안고 있다.

80년대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이 노학연대의 단계로 접어드는 과정을 그린 이 소설은 소모임, 정치학습, 일상투쟁, 해고, 복직투쟁, 노조결성, 구사대와 경찰의 폭력, 분신, 파업농성, 투옥, 노조사수투쟁 등 일련의 노조결성과정을 실재했던 한 대규모 사업장을 무대로 하여 훌륭하게 정형화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중조직과 전위조직의 건설을 둘러싼 여러 정파간의 이론투쟁과 그들의 사업장에서의 헌신적인 활동 등을 생생하게 그려냄으로써 80년대 후반기 노동운동의 모든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특히 상섭, 진영, 동영, 동석 등 선진노동자와 홍기, 기준 등 학출 노동자가 함께 어우러져 우리 사회 변혁의 주체로 나서는 모습을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1980년대는 소위 노동문학, 민중문학이 봇물을 이룬 시기이다. 80년대 초에는 「노동의 새벽」을 비롯한 시가 주류를 이뤘다면 후반기에는 소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1986년 출간된 정화진의 「쇳물처럼」이 그 시작이었다. 그리고 1989년 장편소설 『파업』이 등장하게 된다. 이렇듯 80년대 노동문학의 양상은 시에서 소설로, 그리고 장편소설로 확장되어갔다. 자연스럽게 노동문학의 역할과 가능성이 확장되었다.

『파업』은 1989년 12월 25일 도서출판 세계에서 출간되었다. 정확한 판매 부수를 확인할 수는 없으나, 1991년에 인쇄된 11쇄를 어렵사리 확인할 수 있다. 짧은 기간에 지금의 기준으로도 상당히 많은 부수가 인쇄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판매부수도 이에 상당했을 것이다. 20년 전 소설을 아직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일 것이다. 더욱이 사람들이 지금도 책을 찾는다는 점은 놀랍다. 이미 오래 전에 절판된 책을 주로 현장의 노동자들이 찾는다. 절판된 책을 쉽게 구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다고 책을 찾는 사람들을 그냥 두고 볼 수도 없어서 <리얼리스트 100>을 통해 연재 형식으로 전문을 공개하기도 했다. <노동자의 책>에서도 PDF를 제공하고 있다. 그것을 복사해서 돌려 읽는 노동자들을 볼 때마다 작가는 개정판 출간이 절실하다고 느꼈다.


일본에 『게공선』이 있다면, 한국에는 『파업』이 있다.

2009년 영화로도 제작된 『게공선』은 일본의 대표적인 계급주의 작가인 고바야시 다키지의 1929년 작품이다. 홋가이도 캄차카 반도의 혹독한 추위와 매서운 파도 속에서 자본가들에게 착취당하고 죽어가는 노동자들의 처참한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2008년 재발간된 이 책은 현재 160만부가 넘게 팔리면서 가히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의 침체된 경제·사회적 현실이 이런 돌풍의 배경이 되었다. 이른바 ‘워킹푸어’ 세대인 일본의 젊은이들은 책을 읽은 후 공산당에 대거 가입하기도 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재일조선인 학자 서경식은 한겨레 신문 지면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고바야시 다키지 따위를 읽는 것은 연구자나 기인들뿐이었다. 그러나 지금 일본은 ‘빈곤’이 다시금 절실한 실감 속에 거론되는 사회가 됐다. 젊은이들이 『게공선』을 읽는 것은 거기에 묘사된 비인간적인 착취의 세계에 자신들을 투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의 성공 이후 『게공선』은 곧 번역되었다. 한국어판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88만원 세대, 비정규직, 양극화, 워킹푸어(Working Poor)…혹시 이 현상이 게공선 아닌가요?” 이런 문구가 일본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별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문화적인 차이 등의 이유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국의 비정규직과 88만원세대가 실감하고 있는 현실은 일본의 젊은이들이 느끼는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1987년 6월항쟁은 정치적 민주주의를 진전시킴으로써 이른바 87년체제를 열었다. 20년이 지난 지금, 정치적 민주주의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경제적으로도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고 노동자들의 생활도 20년 전에 비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다. 일부 노동자들은 귀족으로까지 불린다. 그러나 동시에 노동시장 유연화 기치 아래 비정규직이 정규직 숫자를 넘어섰다.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노동에 대한 무차별 공격은 자본주의 초기의 자유방임 시절을 떠올리게 할 정도다. <노동자의 책>의 한 독자는 『파업』에 이런 서평을 남겼다.


“너무나 많이 울었습니다. 인물들이 내 주변과 닮아서, 또 20년이 지나도 조건과 환경이 너무나 달라진 게 없어서…”(2005. 8. 5)


자본의 눈부신 발전 이면에는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이 있다. 그러나 20년 전과는 달리 더이상 노동자의 처지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없다. 『파업』이 복귀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작가는 서문을 통해 이러한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파업』이 출간된 당시, 진보문학계의 지도자로 활동하던 평론가 한 분이 ‘분신한 노동자의 시신을 경찰에게 뺏기다니 이런 비현실적인 설정이 어디 있느냐’고 혹평한 적이 있었다. 당시 분신한 노동자나 대학생의 시신을 경찰에 빼앗긴 사건이 적어도 열 차례는 일어나고 있음에도 저명한 평론가께서는 실제 현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파업』이 문학적 완결성의 측면에서 심각한 결함을 가졌던 것은 사실이지만, 남한의 진보적 문인들이란 사람들이 노동문제에 얼마나 무지하고 무관심한가를 잘 보여준 사례였다.

사정은 오늘도 크게 다르지 않다. 노동문제를 직접 다루는 글은 쓰는 이도 없고, 물론 글이 없으니 읽는 이도 없다. 사실주의 문학, 노동문제를 소재로 한 문학에 거리두기는 자칭 진보적인 문학가 혹은 노동자 문학회 출신들이 더 심하기도 하다.

인간의 절대다수가 소속된 노동자의 현실이라는 주제보다 더 보편적인 진리를 찾아 헤매는 그들에게 나는 여전히 말할 수밖에 없다. 개정된 『파업』 역시 노동운동의 일환으로 써졌다고. 노동계급의 단결을 선동하고 투쟁방법을 제시하며 참된 노동운동가들의 헌신성을 예찬하기 위해 써졌노라고. 자본이라는 이름의 유령과 싸우기 위해 쓰여졌노라고. 자기 자신과 가족이 아닌, 타인을 위해 젊음을 바친 모든 진보운동가와 열사들에게 이 책을 바치노라고.


소설가 안재성과 『파업』

『파업』을 출간하고 몇 권의 책을 더 쓴 뒤 작가는 10년이 넘도록 다시 글을 쓰지 않았다. 그가 청춘을 바친 80년대와는 너무 달라진 90년대에 쉽사리 적응하지 못했다.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그는 흔히 ‘『파업』의 작가’로 불렸다. 소설가 안재성에게 『파업』은 그의 젊은 시절 전부와 다름없다. 1960년 경기도 용인에서 출생한 작가는 1978년 강원대 축산과에 입학했다. 평범한 학생이었던 그는 1979년 여름방학을 맞아 고향집에 머물던 중 우연히 TV에서 YH무역 여성노동자들의 신민당사 농성 현장을 보게 된다. 경찰의 무자비한 진압에 분개한 그는 그길로 신민당사를 찾아갔다. 항의를 위해 수많은 시민들이 모여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무장한 경찰들만 볼 수 있을 뿐이었다. 이후 사회 현실에 눈뜬 그는 강원대 운동권 모임인 ‘민중문화연구회’에 가입하고, 동료들과 함께 ‘미래사회당’이라는 당을 결성했다. ‘서민대중들이 잘 사는 나라, 민주주의를 이룩하자’라는 강령도 만들었다. 1979년 말 10.26사태가 발생하고, 전두환은 계엄령을 선포하고 광주민중을 학살했다. 그는 서울 종로에서 집회를 계획하다 ‘김대중내란음모사건’ 연루자로 수배되었다. 마냥 도망 다닐 수도 없고, 군대 갈 때도 다가왔다. 자기가 한 일이 떳떳한 일이었다고 생각한 그는 당당하게 경찰서를 찾아갔다. 하지만 보안대 군인들과 헌병들은 그를 무자비하게 때렸다. 죄목은 ‘계엄포고령 위반’이었다. 하루 24시간, 서너 명이 돌아가면서 몽둥이로 하루 종일 때렸다. 그는 맞으면서도, 때리는 놈들이 지쳐서 헐떡거리는 게 보였다고 한다. 등뼈가 내려앉고 귀에서 피가 흘렀다. 의자에 거꾸로 매달리는 고문도 당했다. 숨길 것이 없어 묻는 대로 대답하는데도 하루 종일 때렸다. 그렇게 일주일 동안 맞고 교도소로 넘어갔다. 교도소에서 석 달을 복역한 뒤 군대로 끌려갔다. 그리고 3년이 지나 제대할 때 보안대는 그에게 프락치를 강요했다. 학교로 돌아가서 친구들을 밀고할 수는 없었다. 1983년, 영등포 산업선교회를 무작정 찾아간 것이 그때였다. 이곳에서 그는 노동운동에 눈을 뜨게 된다. 이후 그는 구로공단 내의 동일제강, 청계피복노조, 사북탄광 등에서 노동운동을 했다. 그중 동일제강이 소설의 배경이 되었다. 그는 동일제강에서 함께 일한 절친한 벗 박영진이 분신, 사망한 것을 『파업』에서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 박영진이 분신한 것은 1986년, 그로부터 2년 뒤인 1988년에는 사북탄광에 함께 일한 또 한 명의 벗 성완희가 분신, 사망한다. 절친한 벗들의 잇따른 분신에 그는 “정신이 나가버리는 듯했다”고 회상한다. 분노와 슬픔은 극에 달했지만 수배상황이었던 그는 8만 원 구로공단 쪽방에 갇혀 꼼짝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파업』을 썼다. 자본과 권력에 대한 분노와 경멸을 아낌없이 표출하고, 자신과 벗들의 젊음을 고스란히 바친 노동운동의 승리를 선언했다. 그렇게 자신의 젊음을 고스란히 글로 옮겼다.


“파업” 줄거리

구로공단에 위치한 대영제강은 공업용 와이어를 생산하는 공장이다. 열악한 근로조건과 24시간 교대근무, 형편없는 급여는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지 못한다. 안전시설을 갖추지 않은 설비 때문에 산업재해가 끊이지 않지만 회사는 제대로 보상조차 하지 않는다. 노동운동가인 홍기는 이런 대영제강에 위장취업하여 노조를 설립하려고 한다. 마음이 맞는 노동자들을 규합하고 노조 설립을 준비하던 그들에게 회사의 탄압이 시작된다. 정부와 노총은 노동자들을 돕기는커녕 회사 입장에서 탄압을 돕는다. 해고되고 폭행당하는 노동자들, 결국 궁지에 내몰린 한 노동자가 분신한다. 이 일을 촉발로 노동자들의 분노는 폭발하고 전면적인 파업을 벌이게 된다.


[온라인 노동자 신문]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5982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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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1

  • 2021-07-24 12:30

    국보법은 어떻게 인간을 파괴했는가? 국보법은 어떻게 노동연대를 파괴했는가?

    끝나지 않은 야만, 국가보안법
    이병진 지음 | 좁쌀한알 | 2018년 10월 04일 출간

    책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정치/사회 > 법학 > 헌법 > 헌법이론
    국가보안법 위반 수형자의 옥중 서신
    간첩 혐의를 뒤집어쓰고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으로 8년의 옥고를 치른 젊은 정치학자의 옥중 서신 모음. 그는 사회운동가, 종교인, 학자 등과 편지를 주고 받으며 국가보안법과 인권 현실, 사회 진보, 민족 화해와 통일 등에 관해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는 갑작스러운 구속으로 젊음과 가족을 송두리째 잃었지만 절망으로 무너지지 않았다. 스스로를 곧추세우며 평화와 진보를 향한 열정을 불살랐다. 또한, 피해자로서 국가보안법이라는 야만을 고발하며 알몸검신과 서신검열 등의 폭압과 맞섰다. 그 열망과 도전을 담은 8년에 걸친 편지글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저자소개

    저자 : 이병진
    한국외국어대학교·동명대학교 초빙교수이다. 인도 델리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경희대학교 정치학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도에서 공부하던 1993년과 1994년에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초청으로 두 차례 북한을 방문하였다. 2001년과 2009년에는 중국 베이징과 캄보디아에서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인사들과 만났다. 민족애와 통일의 열망, 학문적 관심의 발로였으며 민족 화해를 염원하는 정치학도의 자연스러운 교류였다. 그러나 이 만남들을 이유로 2009년 9월 국가정보원에 의해 긴급체포되어 2017년 9월 만기 출소하기까지 8년의 수감 생활을 하였다. 학자로서 삶과 단란한 가족이 한순간에 파괴되었다. 그는 수사와 재판, 수감 생활을 거치며 국가보안법이라는 야만을 경험하였다. 또한, 냉전적 수구 정권의 폭압과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진 남북 대결적 사고의 높은 벽을 절감하며 고통스러워했다. 그러나 옥중에서도 《작은책》, 《노동자정치신문》, 《자주민보》, 《노동사회과학》, 《사월혁명회보》, 《정세와 노동》 등에 칼럼과 논문을 기고하며 지식인으로서 연구와 집필을 멈추지 않았으며 알몸검신과 서신검열 등의 비인권적 처사에 맞서 투쟁하였다. 수형 중 여러 명의 학자, 종교인, 사회운동가 등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 위로하고 교제하였다. 그 편지 중 일부를 발췌하여 이 책을 엮게 되었다. 현재는 대학에서 강의와 인도 정치를 연구하며 한국 사회의 진보와 남북 화해 및 통일,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위해 헌신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목차
    권두시
    추천사

    1. 야만과 마주하기

    나를 위로해주기 위해서 바쁜 가운데 찾아와 주신 고마운 분
    진리를 따르면 반드시 승리한다는 믿음
    그동안 알지 못했던 진실들
    어떻게 그 모진 고통과 아픔, 외로움을 참고 견디어 내셨을까?
    북한과 화해와 협력을 꿈꾼 것이 이렇게 큰 죄인가요?
    삶을 뿌리째 흔들고 뽑아내는 섬뜩한 광기
    왜 정의(正義)의 길을 가는 사람은 박해받고 가시밭길을 가야 하는지
    “역사는 한번도 나를 비껴가지 않았다”
    정치는 소외되고 가슴 아픈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
    분단에 따른 시대의 비극적 사건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연대의 힘이 생겨 국보법 폐지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면
    국보법 폐지를 위한 연대와 사회적 압력이 필요하다
    내가 가진 것은 오직 ‘진리의 힘’
    타협하면 할수록 빼앗긴다
    엘리트 의식의 허구성을 딛고
    연구를 더욱 발전시켜야겠다는 사명감
    가족과도 불신의 벽을 쌓아야 하는 현실
    분단 모순 체제에 대한 문제의식
    어느 누구도 우리의 문제를 대신해주지 않는다
    평화의 근원을 파면 팔수록
    평화의 절박함을 절감하며

    2. 새로운 싸움의 시작

    구체적이고 작은 실천을 해나가야겠습니다
    진보와 변혁으로 가는 역사의 거대한 흐름
    뭔지 모를 작은 변화들이 아래에서 일어나고 있구나
    사람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삶을 위하여
    저와 같은 가슴 아픈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
    철옹성에 싸인 중산층의 이기심
    국제 정세의 새로운 역동성을 느끼며
    민가협 어머니들의 염원이 이루어지길
    문제의 본질을 어떻게 재구성하고 해석해내는가
    자기 자신과의 투쟁을 더욱 견고하게
    폭력과 지배의 제국주의를 넘어
    평화의 가치를 사색하고 성찰하며
    인도 근현대사에서 지배의 본질을 깨쳐야
    배고픈 이에게 먹을 것을 줄 때는 조건 없이
    모두 한결같은 부모님의 마음을 기리며
    감옥 안에서의 지지와 연대
    진실의 힘은 고난과 핍박의 현장에 있다
    서럽고 핍박당하는 모든 어머니의 눈물을 닦아 드렸으면
    수용자들의 처우에 대한 실증적인 조사 연구를 기대하며
    바지까지 벗기는 무참한 폭행
    정파별 갈등 문제를 극복해야
    가을 편지와 노란색 은행잎
    욕망의 과잉을 깨닫게 해준 소박한 수형 생활
    지배계급의 환상을 걷어내고 지배의 본질을 보다
    가족의 고난으로 전해지는 분단의 아픔과 고통
    지역 민주 통일 운동을 응원하며

    3. 알몸검신과 서신검열

    조급함과 위축을 경계하며 긴 싸움을 준비
    감옥이 나를 혁명가로 단련시키고 있습니다
    직원 편의주의에 희생된 재소자 인권
    형벌 제도에 그대로 반영된 자본주의 모순과 병폐
    생존의 벼랑 끝에서 싸우는 노동자들을 응원하며
    격동하는 정세 변화 속에서 진보 진영이 분발해야
    우리는 반드시 승리합니다
    따스한 봄기운이 높은 담장 넘어 교도소 안에도 스며들고
    서신 검열 반대 투쟁을 시작하며
    먼저 정정당당하게 싸움으로써 투쟁 동력을 확보하겠습니다
    살기 위해서 목숨을 버릴 각오
    진실을 숨길 수 없습니다
    쌍용차 동지들의 뜨거운 투쟁을 응원하며
    거짓으로 인권을 짓밟는 저들의 못된 본성
    겨레의 아들, 딸들이 근심 걱정 없이 밝게 자랄 수만 있다면
    크고 강력한 지배체제의 억압에 당당히 맞서야
    자본주의 모순의 비밀
    우리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자존감을 갖고 산다는 것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를 이루려는 열정이 불붙기를

    4. 포승줄을 풀며

    시대적 사명과 역사적 임무에 대한 자각
    너무나 정당한 문제 제기
    영원히 사라져야 할 간첩 조작 사건
    무엇이 진실이고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정정당당하게 거짓과 부정의에 맞서 싸울 것
    포기하지 않고 싸울 때 기회가 생기고 변화가 일어납니다
    국보법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악순환이 반복될 것
    왜 서로 총을 겨누고 몇십 년을 등지고 살아야 하는지
    감옥이라는 진흙을 뚫고 피는 연꽃
    우리가 가는 길을 믿습니다
    서신 검열과 교과서 국정화는 국가의 폭력
    우리가 승리하였습니다
    계급모순과 분단모순을 통일적으로 인식하고 실천
    참교육의 튼튼한 나무 아래 자라날 우리의 아들딸들
    신뢰는 강철같이 단단합니다
    분발하고 또 분발하려 합니다
    정의와 진리의 보검을 높이 들고
    더 높은 단계의 촛불혁명을 염원하며
    여전히 남은 파쇼 억압 체제의 토대들
    세상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뜬구름 잡는 비핵화 주장 대신 진정성 있는 민족애로
    포승줄을 풀고 현실의 도전에 맞서 싸우겠습니다

    책 속으로
    저는 지난 10년간의 민주주의 성과와 제도화에 자신감과 체제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제 자신이 혁명가이거나 진보적인 사람은 아닌 소심한 소시민이었습니다. 학자적 양심으로 진리와 정의(正義)를 탐구하고 연구한다는 신념을 갖고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그런데 하루 아침에 ‘간첩’이 되어 언론에 오르내리고 저를 낙인찍는 사회에 절망감과 좌절을 넘어 그냥 포기하게 되더군요. 30일 동안 매일 국정원에서 조사 받으면서 나도 모르게 정신과 육체가 파괴된 것 같아요. 도무지 제 말은 믿어주지 않고 단편적인 사실들을 재구성해서 저를 새로운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게 아니라고 외치고 싶어도 저 혼자뿐이었습니다. (64쪽)

    “아빠, 왜 집에 안 와?” “아빠가 인도에서 공부할 때 북쪽 사람을 만나서 사이좋게 지내자고 이야기를 했단다.” “사이좋게 지내자고 했는데… 왜 집에 안 와?” “그런데 북쪽 사람을 만나려면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엄마에게도 말 안 하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아서 아빠를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한단다. 그래서 아빠는 지금 감옥이라는 곳에 있고 어른들은 아빠를 간첩이라고 부른단다.” “간첩이 무슨 뜻이야?” “….” 목이 메이고 가슴이 떨려서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123쪽)

    지난 9월 3일 가족 만남 이후 알몸검색을 강제로 당했습니다. 소파 위에 올라가서 바지를 벗으라고 했지요. 처음에는 공개된 장소에서 벗으라고 해서 도저히 못 하겠다고 했더니 사무실로 데리고 가서 벗기더군요. 잊으려 했지만 도저히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일반 죄수들과 똑같이 막대하고 수치심을 갖게 합니다. 당일에는 자살까지 생각 할 정도로 수치심 때문에 잠을 못 잤습니다. 얼마전 대전교도소에서 중국인 성추행 사건을 보고 그때 일이 떠올라서 괴롭습니다. 이광열 동지도 소파에 올라가서 빤히 쳐다보는 앞에서 바지를 강제로 벗으면 제가 얼마나 참담했는지 이해하실 것입니다. (172쪽)

    수용자는 서신검열에 강제로 발가벗겨지는 일 만큼이나 모욕감을 느끼고 불안합니다. 그런 고통과 압박은 사회와 격리되어 고립되어 있기 때문에 더 증폭되고 고통스럽습니다. 서신검열을 수단으로 한다면 잘못된 일 뿐만이 아니라 교정행정에 대한 불신과 반발감만 갖게 하겠지요. 물론 법률로 서신검열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하게끔 했지만, 우리가 알 수 없는 지침들을 근거로 서신검열을 교정당국(직원)이 임의로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분명하고 엄격한 서신검열 기준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항소심 재판부가 그 점을 사려 깊게 해주길 바랍니다. (328쪽)

    소수 자본가 지배계급을 위해 전쟁의 불안 속에 살 수는 없습니다. 그런 전쟁은 허무하고 무가치합니다. 그 점을 미국이 증명해줍니다. 우리 민족의 자주통일 전망도 이런 맥락에서 해결될 것입니다. 나는 글을 쓰고 연구활동을 하면서 조금씩 입지를 세워갈 생각입니다. 백 동지와는 그동안 가슴속에 쌓아두고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마음껏 나누고 산행도 하고 싶습니다. 8년 내내 콘크리트 장벽에 둘러싸여 있는 교도소에서 갇혀 지내서 산과 들, 나무와 꽃, 자연이 그립습니다. 노동계급의 현실과 전망은 어떤지 많은 현장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368쪽)

    출판사 서평
    국가보안법이라는 야만은 젊은 학자 이병진의 삶과 그의 가정을 산산히 무너뜨렸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감옥은 이병진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그는 참혹한 고난과 시련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깨우쳤으며 동지들과 진정한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 여전히 존재하는 사회 모순과 폭압은 인간성을 파괴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인간에 대한 신뢰와 희망, 용기는 더욱 절실해지고 강력한 힘이 될 것이다. 심하게 아파본 사람이 사람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고 신뢰할 수 있듯, 야만의 현실 속에 몸부림친 이병진의 목소리에서 새로운 희망의 씨앗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온라인 노동자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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