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서울퀴어문화축제&제43회 팔레스타인 긴급행동 집회

작성자
노동당
작성일
2025-06-15 16:53
조회
7023

올해도 어김없이 열린 서울퀴어문화축제 광장에 빨간 빛깔 무지개가 떴습니다! 어제 서울 도심에서 열린 제26회 서울퀴어문화축제에 노동당이 함께했습니다.

갈수록 심해지는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집단학살, 팔레스타인의 퀴어들은 집단 학살 종식을 요구할 것과 팔레스타인에 연대할 것을 전 세계의 성소수자 동료들에게 요청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요청에 대한 응답으로, 노동당이 함께하고 있는 퀴어팔레스타인연대 QK48과 팔레스타인 긴급행동은 올해 5월 17일 IDAHOBIT부터 6월 20일 난민의 날까지의 한 달여 기간을 “퀴어 팔레스타인 연대의 달”로 선언했습니다. 

노동당은 퀴어 팔레스타인 연대의 달 기간 중 열린 올해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참가 기조를 “퀴어 팔레스타인 연대”로 설정하여, 12일 미대사관 앞 항의 기자회견과 서울퀴퍼 당일 열린 제43차 팔레스타인 긴급행동에 참가했습니다.

우리의 해방은 모두의 해방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성소수자의 자긍심은 자본과 기득권이 말하는 ‘자긍심’이 아닌, 차별에 맞서 삶으로 싸우는 성소수자들의 삶 속에서 빛난다고 믿습니다. 차별과 혐오, 그리고 핑크워싱을 넘어, 성소수자의 평등과 해방으로 나아갑시다.


[제43차 팔레스타인 긴급행동 집회 사루 성소수자위원회 사무국장 발언]

퀴어팔레스타인연대 QK48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사무국장 사루입니다. 광장의 인사인 투쟁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투쟁!

지금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매년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6월은 프라이드 먼스, 성소수자 자긍심의 달입니다. 오늘의 프라이드먼스와 퀴어 퍼레이드의 유래가 된 스톤월 항쟁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1969년의 스톤월 주점은 무허가 불법 주점이었습니다. 스톤월 주점에는 이상(queer)한 사람들 - 탈가정 청소년인, 유색인종인, 성병에 걸리고 성노동을 하는, 약에 중독된, 성소수자 공동체에서도 내쫓긴 트랜스젠더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아니, 모였다기보다는 그리로 밀려나고 내쫓긴 것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밀려나고 내쫓긴 사람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은 존엄하다고 세상에 외친 목소리가 오늘의 성소수자 자긍심의 뿌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을 범죄화하고 표적 단속하는 국가 권력에 맞서 경찰에게 돌을 던지고, 하이힐을 신고 본디지 의상을 입은 채 거리를 행진하던 것이 이어져 오늘의 퀴어 퍼레이드가 되었습니다.

69년의 스톤월 항쟁 이후로 반백년이 훌쩍 넘는 세월이 지났습니다. ‘성소수자 자긍심’은 어느덧 세련된 단어가 되었고, 스스로를 드러내고 긍정하며 살아가는 성소수자들 또한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는 물론 스톤월 이후 50여년간 성소수자들이 치열하게 싸워 쟁취한 성과들일 것입니다. 이를 부정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저는 세련된 언어로 말해지는 ‘성소수자 자긍심’이 더 이상 저를 위한 용어가 아닌 것 같다고 느끼곤 합니다. HIV에 감염된 제 친구들의 피 값으로 수익을 올리는 제약회사들이 성소수자들에게 나눠주는 풍선에서 저는 ‘자긍심’과 비슷한 그 어떤 것도 느끼지 못하겠습니다. 관리할 자산은커녕 빚밖에 없는 제가 “성소수자 맞춤형 자산관리 상품”을 홍보하는 금융회사의 부스를 보며 느끼는 감정은 자긍심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모멸감에 가깝습니다.

착취자본과 제국주의 국가들은 성소수자 운동이 만든 성과를 탈취해 세련된 언어로 ‘성소수자 자긍심’을 말하고, 세련된 ‘성소수자 자긍심’은 때로는 돈 되는 상품이 되기도 하고, 착취를 가리는 변명이 되기도 하며, 극단적으로는 점령과 학살의 무기가 되기도 합니다. 자본과 국가의 성소수자 자긍심 전유는 성소수자를 살아있는 인간이 아닌 도구로 만든다는 점에서 ‘분홍칠한 성소수자 혐오’에 다름 아닙니다.

‘분홍칠한 성소수자 혐오’, 핑크워싱은 사회적 소수자들의 약자성이 교차하는 지점을 더욱 잔인하게 공격합니다.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이들이 바로,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을 앞세워 학살과 점령을 이어가고 있는 이스라엘과 그 동조국들입니다. '퀴어 프렌들리'함과 '성평등'함을 내세우는 이스라엘 군은 집단학살과 아웃팅 위협, 그리고 ‘자신들이 팔레스타인 퀴어들을 해방한다’는 모욕적인 프로파간다로 이들의 삶을 위협합니다. 무기가 된 젠더와 섹슈얼리티 앞에 '인간' 성소수자는 없고, 그저 도구와 표적만이 존재합니다.

우리 성소수자들은 국제적 팔레스타인 해방 운동의 주요한 주체입니다. 팔레스타인 집단 학살에 동조하고 있는 미국과 서구 국가, 그리고 대한민국에서도 역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만연하며, 기득권층은 억압과 착취를 정당화하기 위한 맥락에서만 성소수자 인권을 말한다는 것을 삶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팔레스타인의 성소수자 활동가들 역시 거짓 성소수자 자긍심을 앞세워 팔레스타인을 식민지배하는 이스라엘이 자신들의 삶을 가장 크게 위협한다고 이야기하며, 전 세계의 성소수자 공동체에 이스라엘 보이콧과 팔레스타인 연대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퀴어들의 절박한 호소에 대한 응답으로, 우리 한국의 퀴어들은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인 지난 5월 17일부터 난민의날인 6월 20일까지의 한 달여를 “퀴어 팔레스타인 연대의 달”로 선언했습니다. 지금까지 미국 대사관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가졌고, 대전퀴어문화축제에서 연대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다들 리플렛을 받으셨을 텐데요, 퀴어 팔레스타인 연대 연서명을 받고 있습니다. 3천 명의 한국 퀴어와 앨라이의 이름을 모아, 6월 20일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집단학살과 식민지배 종식을 촉구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퀴어 팔레스타인 연서명에 꼭 참여해주시고, 주변 퀴어와 앨라이 동료들에게도 공유하여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마음을 모아주시길 꼭 부탁드립니다.

이 자리에 모인 성소수자와 앨라이 동료 여러분. 저는 우리의 자긍심이 세련된 것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아니, 저는 성소수자의 자긍심이란 세련됐지만 또 다른 동료들의 삶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차별의 경험은 대개 추하고, 싸우는 사람들의 삶이란 대체로 구질구질합니다. 구질구질하고 추할지언정, 더럽고 문란할지언정 차별에 맞서 삶으로 싸우는 그 사람들의 눈 속에서 빛나는 존엄함이 우리 성소수자들의 자긍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다시 스톤월로 돌아갑시다. 스톤월의 정신이란 그렇게 지저분하지만 존엄한, 빛나는 우리의 자긍심이고, 싸우는 성소수자들의 삶을 계승하는 것입니다. 가장 소외되고, 또 고통받고 있는 성소수자 공동체의 동료들과 하나가 되어 싸워야 합니다. 때문에, 저는 집단학살과 핑크워싱에 목숨도 존엄함도 빼앗기고 있는 팔레스타인 퀴어들과 함께하는 바로 이 자리가 21세기 대한민국의 스톤월이라고 생각합니다.

권력과 자본이 말하는 ‘성소수자 자긍심’이 아닌, 고통받고 있는 팔레스타인 퀴어들과 한 편이 됩시다. 한라에서 백두까지, 그리고 요르단강에서 지중해까지의 모든 억압받는 성소수자들과 함께 투쟁합시다.

광장에서 많이 외쳤던 구호로 마무리하려 합니다. 해방으로 가자는 의미와, 가자 지구의 해방을 염원하는 마음을 모두 담아 함께 외칩시다. 

가자, 해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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