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성소수자-팔레스타인 연대 성명 발표 기자회견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집단학살이 1년 8개월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이스라엘은 최근 이란을 공격하며 팔레스타인을 넘어 중동 전체로, 더 나아가 전 세계를 집단학살과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고 가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의 퀴어들은 집단학살을 끝내기 위한 팔레스타인 연대를 전 세계의 성소수자 공동체에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호소에 응답하여, 한국의 퀴어와 앨라이들은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인 5월 17일부터 난민의날인 오늘 6월 20일까지의 한 달여의 기간을 “퀴어 팔레스타인 연대의 달”로 선언했습니다. 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또한 퀴어 팔레스타인 연대의 달 기간 동안 서울퀴어문화축제 맞이 팔레스타인 긴급행동 집회에서 발언하는 등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의 퀴어와 앨라이로서의 실천을 이어왔습니다.
난민의 날인 오늘, 퀴어 팔레스타인 연대의 달 동안 진행한 한국 성소수자-팔레스타인 연대 성명 발표 기자회견이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열렸습니다. 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사무국장 사루가 연대 발언자로 기자회견에 참여했습니다.
191명의 이름으로 발표된 2023년 10월의 핑크워싱 반대 연서명, 그리고 작년 6월 20일 1044명의 서명과 함께 발표된 퀴어 팔레스타인 연서명에 이어 오늘의 선언문은 3168명의 한국 퀴어-앨라이들의 선언으로 발표됐습니다. 성소수자와 앨라이들이 팔레스타인 해방의 동료임을 드러내고, 성소수자 운동과 팔레스타인 해방 운동 사이의 연대가 점차 커지고 또 강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리였습니다. 연루된 우리의 억압의 경험과, 연결된 우리의 투쟁으로 팔레스타인 해방과 성소수자 해방을 함께 이룹시다. 평등•생태•평화가 있는 퀴어해방과 팔레스타인 해방의 길에 노동당이 언제나 동료이자 벗으로 함께하겠습니다.
[사루 성소수자위원회 사무국장 발언]

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사무국장 사루입니다.
싱어송라이터 흐른 님의 <Global Citizen>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노래인데요. “어느 늦은 새벽에 모니터를 켜보니 / 국제 뉴스 면에선 온통 만물이 죽어가 / 가자에선 폭탄이” 라는 노랫말로 시작하는 이 곡은, 2023년 10월 7일 이후에 나온 노래가 아닙니다. 2009년 노래로, 발표된 지 15년이 넘은 곡입니다. 15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가자에선 폭탄이 터집니다. 가자 뿐일까요, 베이루트에서, 사나에서, 골란 고원에서, 그리고 지금은 테헤란에서도 터지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집단학살이 시작된지 어느덧 1년 8개월이 흘렀습니다. 1년 8개월 전날의 밤에도 노랫말처럼 “국제 뉴스 면에선 온통 만물이 죽어”갔습니다. 그 때는 이 집단학살이 1년 8개월째 이어질 거라고, 가자 지구 면적의 80%가 넘는 땅이 황폐화되고 90% 이상의 시민들이 난민이 되며 가자 지구의 모든 사람들이 극단적 기아 상태가 되는 참담한 상황으로 치닫고도 끝 모르게 이어질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집단학살이 시작되고 1주일간 3000여명의 사람들과 700여명의 아동 청소년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찢어질 듯 비통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1년이 지나고, 3000명이던 사망자 수는 어느덧 5만을 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집계되지 않은 사망자를 합쳐 최소 7만 명 이상이 죽었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7만 명의 죽음을 앞에 두고,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만 합니까.
1년 8개월 전, 가자에서의 집단학살을 신문 국제면에서 늘상 볼 수 있는 먼 나라의 비극적인 이야기가 아닌, 내가 연루된, 나 자신의 고통으로 받아들이고 움직였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성소수자들 역시 그 중 하나였습니다. 네타냐후 정권과 이스라엘에 의해 비인간화되고, 죽어도 되는 생명이 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처지에서, ‘문명 사회’ 안에서도 차별받고 억압받으며 죽어가는 성소수자들 자신의 처지를 비춰봤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이스라엘과 그 동조국들이 성소수자 자긍심의 외피를 뒤집어쓰고 집단학살을 정당화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팔레스타인인을 대하는 태도는 모두의 존엄과 평등을 위해 싸워온 성소수자 운동의 적(敵)임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집단학살이 시작되고 열흘 후, 한국의 퀴어·앨라이의 이름으로 핑크워싱을 앞세운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규탄하는 연대 성명이 191명의 연서명과 함께 발표되었습니다. 작년 6월 20일 발표된 퀴어 팔레스타인 연서명은 총 1044명의 이름과 함께 발표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3168명의 퀴어-앨라이와 함께 지금 이 자리에 섰습니다. “우리의 이름으로 죽이지 마십시오. 우리의 존엄함은 집단학살의 도구가 아닙니다.” 7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스라엘과 그 동조국들이 말하는 거짓 성소수자 자긍심에 맞서, 3168명의 이름으로, 그리고 팔레스타인 땅에서 죽어갔을 수천 수만 명의 팔레스타인 퀴어들의 이름으로 규탄합니다.
우리 성소수자가 경험하는 억압은 팔레스타인의 고통과 연루되어 있고, 성소수자의 투쟁은 팔레스타인 해방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어제 거통고조선하청지회의 김형수 동지가 승리해 땅으로 내려왔습니다. 거통고 조합원들은 투쟁승리문화제에서 가장 먼저 “무지개동지들”을 연호하며 승리의 영광을 돌렸습니다. 거통고지회의 투쟁은 그들과 연대하는 “무지개동지”들의 투쟁이기도 했습니다.
거통고 조선하청노동자들의 원청사인 한화는 한국의 대표적인 방산기업입니다. 국내에서는 하청노동자들을 착취해 수익을 올리는 한화는 국외에서는 이스라엘에 무기를 수출하며 피 묻은 돈을 만지고 있습니다. 또한 거통고지회와 세종호텔지회,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고공 3사 투쟁사업장이 연대했던 이번 서울퀴어문화축제 현장에서는 작년에 이어 집단학살에 책임이 있는 제국주의 국가들을 규탄하는 피켓팅이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하나의 착취는 또 하나의 폭력과 연루되어 있고, 하나의 투쟁은 또 다른 투쟁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해방의 공간에서도 집단학살의 그림자가 어른거리지만, 이를 돌파할 힘 역시 투쟁하는 우리들의 연결된 자긍심에 있으리라 굳게 믿습니다.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이었던 지난 5월 17일부터 이어진 “퀴어 팔레스타인 연대의 달” 기간이 오늘로서 마무리됩니다. 그러나 지난 한 달간의 경험으로 이어진 성소수자 운동과 팔레스타인 해방 운동의 연대는 오늘로 끝나지 않고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죽음과 절망을 딛고 해방과 정의를 향해 나아갑시다. 팔레스타인 해방에 연대함으로써 우리 자신을 해방합시다. 평등, 생태, 평화가 있는 팔레스타인 해방의 길에 노동당이 언제나 동지이자 벗으로 함께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