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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남은 애정으로 씁니다 ]


1. 어떤 이야기도 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저는 실패했고, 실패한 자는 말을 아끼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무엇이 정말로 문제인지에 대해, 마지막 남은 애정으로 제 생각을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2. 기본소득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냥 노동만 고집하고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강한 기본소득의 오랜 지지자입니다. 하지만 현재 곳곳에서 이야기되는 각종 부분기본소득은 해방적 기본소득이 아니라 우파적 기획에 근거한 기본소득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이론논쟁을 벌이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 그만 하겠습니다. 말하고 싶은 것은 다만 ‘니네들은 기본소득을 몰라’라는 식으로 오만하지 마시라는 겁니다.


3. 해방적 기본소득론에 따르더라도 기본소득은 하나의 수단일 뿐입니다. 박기홍 총장님의 글에도 나오듯이 자본주의를 극복하고 해방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일종의 경로로서 설정된 것입니다. 과거 현실사회주의가 국유화를 사회주의로 나아가는 수단으로 생각했던 것과 비슷합니다 (수단 내지 과정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수단 그 자체를 당명으로 삼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그간의 역사에서 사회당이나 공산당은 있어도 국유화당은 없었잖아요? 그런데 지금 여러분들은 그렇게 하시겠다는 겁니다.


4. 게다가 앞에서 말했듯이 기본소득이란 것 자체가 해방적 기본소득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파적 기본소득 등 다양한 입지에서 출발한 것이다보니, 기본소득이란 것 그 자체만으로는 오히려 차별점이 없습니다. 민주당 아니 자유한국당조차 일부 정치인들은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기본소득과 우리의 기본소득이 어떻게 다른가는 다시 설명해야 합니다. 기본소득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판에 그런 것까지 설명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럼 결국 잘해도 그냥 기본소득만 설명할 수밖에 없고, 그거 다른 데서도 한다던데 왜 실제로 할 힘도 없는 너희들을 지지해야 하냐는 질문에 답할 수 없습니다.


5. 당명이란 지향하는 이념을 표현하는 게 원래는 맞습니다 (사회당, 공산당 등등). 하지만 그 이념을 바로 표방하기 어려울 경우 그를 실현할 주체를 내세우기도 합니다. 노동당의 노동이 바로 그런 경우지요. 노동을 단지 하나의 의제 내지 민주노총에의 의존쯤으로 생각하시는 듯한데, 노동은 자본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주체의 개념입니다. 해방적 기본소득이란 것도 사실은 그게 가능하기 위한 사회적 생산력 즉 그간의 인류의 노동이 만들어낸 잉여가치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노동을 단지 노동자 중심이라고만 생각하시는 것이야말로, 그간의 사회주의 이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않았음을 의미합니다. 문화예술노동이건 여성의 부불노동이건 뭐건 현재 고용되어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아니더라도, 인류의 사회적 생산력과 그를 위한 재생산에 기여하는 모든 인간의 활동은 노동이며 우리는 이를 착취하는 자본에 맞서 이 사회를 만들어오고 앞으로도 만들어나갈 노동의 가치를 비타협적으로 옹호하겠다는 것입니다.


6. 더 솔직히 말해봅시다. ‘이 사회를 만들어오고 앞으로도 만들어나갈 노동의 가치’라는 부분, 여기에 여러분들은 동의하지 않는 것 아니신가요? ‘힘들고 하기 싫은 노동을 왜 해야 하냐, 기본소득이 충분히 보장되면 하고 싶은 사람만 하면 되지, 과거에는 노동이 중요했을지 몰라도 앞으로는 그렇게 노동 안 해도 될 정도의 사회가 될 것이다’라고 생각하시는 것 아니신지요? 예, 이건 매우 중요한 쟁점입니다. 이른바 구좌파와 신좌파를 가르는 핵심쟁점 중 하나지요. 애초에 이게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채로 합당을 한 게 우리의 비극의 출발이었습니다.


7. 저는 노동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좋다는 신좌파적 논리에 치명적인 허점이 몇 가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사회에서도 누군가는 사회적 생산력을 담당하는 노동을 해야 합니다. 임노동이 아니라도요. 그리고 그건 역설적으로 또다른 계급사회나 특권사회의 가능성을 만듭니다. 기본소득을 받는 피지배층이 우리의 최종목표가 아니지요? 그래서 기본소득은 사회주의와 결합된 강한 기본소득이 아니라면 그 자체로 옳은 게 아닙니다) 글이 너무 이론적으로 가는 것 같아서 여기서 그치겠습니다.


8. 이제 진짜 하고싶은 이야기를 하지요. 나는 동의하지 않지만, 여러분들의 말이 다 옳다 칩시다. 해방적 기본소득만이 우리가 나아갈 길이라고 칩시다. 그런데 그렇다면 여러분들은 우선 당원들을 먼저 설득해야 합니다. 그냥 내가 생각하기에 이게 옳으니 이렇게 가자고 한다고 우리 당원들이 거기에 동의해주지 않습니다. 우리 당원들이 어떤 당원들인지, 왜 이 답도 없는 다 몰락해가는 정당에 남아있는지 정말 모르시나요? 패배하더라도 내가 동의하지 못하는 길은 가지 않겠다는 사람들입니다. 대표단 선거에서 이겼다고 당원들이 대표단의 모든 행동을 동의해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심상정도 노회찬도 나경채도 다 대표단이었습니다.


9. 당원들이 대표단에 진짜 기대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사실은 고참당원들 대부분은 지쳤습니다. 신념을 지키기 위해 당에 남아있지만 예전처럼 내가 앞장설 의지도 능력도 없습니다. 우리 당이 앞으로도 오랜 기간 동안 어려울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을 대표단으로 만든 것은, 당신들은 젊기에 앞으로 10년 이상 걸릴 수도 있는 그 길을 보다 긴 호흡으로 감당할 수 있다고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내년 총선 대응? 기본소득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그걸 전면에 내세우면 지금보다 좋은 성과가 날 것이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러분들도 사실은 별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시지 않나요?) 당원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내년 선거에서의 성과 따위가 아니라 10년 이상을 바라보고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기를, 젊은 사람들은 그럴 수 있지 않을까를 기대하는 겁니다.


10. 바닥부터 시작하려 해도 최소한의 힘은 있어야 한다구요? 예, 맞습니다. 그런데 그래서라도 여러분들은 당원들을 먼저 설득해야 합니다. 형식적인 간담회 몇 번 하고 당대회라는 절차에 따라 결정되면 된다가 아니라, 정말로 해방적 기본소득이 무엇인지 그것이 노동해방과 사회주의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당원들부터 알아야 기본소득당의 당원이 되든말든 할 것 아닌가요? 적어도 1년 이상의 당원 교육부터 하고 나서 뭘 해도 해야 하는 겁니다. 10년을 견뎌야 할 판에 1년 정도가 뭐가 그리 큰 대수입니까?

 

11. 지금 무슨 성과를 내려고 하지 마십시오. 나와 뜻이 같은 사람과만 일을 하려고도 하지 마십시오. 우리 당은 그런 단일정체성 집단이 아닙니다. 좋든 싫든 그간의 당의 역사가 그렇게 흘러왔습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노동을 바라보는 시각 등 근본적인 관점의 차이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당에 남아있는 것은 당장의 성과가 없더라도 미래의 씨앗이라도 뿌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오랜 시간을 각오하고 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약간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하는 것입니다.


12. 당의 현실을 냉정하게 파악하는 대표단이었다면, 지금 대표단이 해야 할 일은 오히려 이런 겁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오랜 시간을 각오하고 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하고자 하는 이들을 만들어내고 이미 그런 이들이 있다면 그런 이들에게 약간이나마 힘이 되는 것. 과거가 뭐든 그건 중요치 않습니다. 가령 저는 이른바 구사회당계지만 박정훈 동지의 최근의 활동은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지역에서부터 바닥에서부터 오랜 시간을 각오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이들이 적으나마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그런 이들에게 약간의 지원이라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당비 인상도 그냥 당비 더 내라고 하면 대부분 안 냅니다. 내가 더 내는 당비가 구체적으로 누구누구에게 활동비로 지원된다고 미리 알리고 실제 내역도 투명하게 공개하는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서 중앙당을 대폭 축소하고 당비의 대부분을 각 지역의 당원 모임에 분배하겠다고 하면 더 좋구요. 중앙당이 아니라 내 지역의 누군가에게 약간이라도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효능감을 제공해야 하는 겁니다. 되도않을 내년 선거에서의 성과 이야기하지 마시구요.


13. 이렇게 구구절절 이야기해본들 얼마나 받아들일지 솔직히 별 기대가 없습니다. 다만 마지막 애정이 그래도 남아서 말씀드리는 것일 뿐. 각자가 어떤 판단을 하든 그건 각자가 감당해야 할 몫이겠지요. 다들 몸이라도 건강하시길. 그래도 이 잔인한 자본주의 세상을 어떻게든 바꾸어보려는, 대한민국에서 한 줌도 안 되는, 우리 당원들 모두 소중한 사람들이니까요...


심신이 피곤해서 이 글에 대한 댓글이나 반박에 대해 굳이 답변은 하지 않을 생각이오니 부디 양해해주시길.

  • 이근선 2019.05.23 13:07
    이장규 동지의 글에 적극 공감합니다. 잘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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