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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를 넘어 역사로

 

단 하나의 바람이었습니다. 신화의 구성을 통한 관성과 무기력의 정당화, 이를 넘어서 우리 당의 전망에 대해 함께 토론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몇몇 분들께서는 갑자기 당명 개정으로 시끄러워진 당게시판, 페이스북 당그룹 등을 당의 혼란으로 읽으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파도를 만들겠다고 약속드렸던 선본의 선본장으로서, 그리고 당대회를 당원들의 활발한 논의의 장으로 조직하겠다고 약속드렸던 사무총장 후보로서 단지 무엇에 대한 반대를 넘어 전망에 대한 차이를 드러내는 논의가 시작되는 듯하니 너무나도 기쁘고 감사하다는 마음뿐입니다. 진영 논리, 서로에 대한 비아냥 말고, 우리는 한국사회 유일의 좌파정당의 당원이기에 충분한 토론을 통해 합의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믿음으로, 그리고 그 합의를 통한 실천으로 세상에 큰 변화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앞으로는 두 달간 각각의 전망에 대한 입장을 가지고 더 생산적인 토론이 열리기를 기원합니다.

 

다행히도 많은 분들께서 기본소득의 해방적 성격에까지는 동의해주시는 듯합니다. 자본주의에서 노동의 역할과 위치, 그리고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에서의 노동의 역할과 배치에 대한 입장의 차이가 드러나긴 하지만, 그럼에도 기본소득이 지금의 노동체제를 벗어나 사회주의로 넘어가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까지는 동의기반이 형성된 것 같습니다. 이제 조금은 이론적일 수 있는 논의를 넘어서,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하면 좋겠습니다.

 

당의 혁신의 필요성에 대한 제 스스로의 첫 번째 질문이자 답변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먼저, 외부적 요인으로 살펴보는 시기 구성 말고, 내부적 운동으로 바라보는 우리 당의 시기에 대한 구성이었습니다. 물론 당적 결정은 언제나 당을 둘러싼 정세에 대한 반영이기도 하지만, 단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우리 당도 변해왔다는 것은 당의 주체적 실천을 잊게 만드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당은 지난 시기 무엇을 결정했고, 무엇을 실천했고, 그리고 지금은 어디에 와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필요했습니다. 이를 위해 지난 428일 열린 당대회 준비위원회 2차 회의에 토론자료로 제출한 저의 글 <지난 6년의 노동자정당이라는 실험의 실패를 선언하자>를 공유합니다. 아직 못 보신 분들도 계실 듯하여 다시 공유드립니다. 가능하시다면 한 번 읽어봐주시길 요청드립니다. 그리고 저의 답은 아주 간단합니다.

 

- 2008년 진보신당 진보정치 10년에 대한 반성을 통한, 2기 진보정당운동 결의

- 2012년 진보신당, 사회당의 합당을 통한 새로운 좌파정당운동 추진 결의

- 2013년 노동당 노선 채택. 노동당 노선이란 제1기 진보정당운동으로의 복기를 뜻함. 이후 노동당 노선에 대한 계급정당적 독해 및 실천의 확대

- 2017년 계급정당 노선 폐기 및 사회운동정당 노선 채택. 그러나 이전 시기의 정치운동의 방법론의 유지 및 사회운동형성전략의 미비로 인한 당의 활력이 등장하지 않는 상황

- 2019년 사회운동형성전략의 구성을 통한 당의 전면적 혁신의 필요성 대두

* 사회당의 문서를 제가 확인할 길이 없어서 진보신당의 역사 속에서의 제1기 진보정당운동에 대한 평가를 가져오게 되었던 것에 대해서 양해바랍니다.

아래의 글 자체는 <왜 기본소득당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지금 이 시점에서 굳이 과거를 다시 되짚자는 것은, 여전히 남아있는 당명에 대한 신화화를 폐기해야지만 다른 전망들이 제출될 수 있겠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기본소득당이 왜 지금 이 시점에 필요한가, 왜 해방적인가에 대해서는 <3년의 전망>에 실려있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는 당명에 대한 신화화를 멈추고, 역사를 돌아보며 지금 우리 당이 합의해야할 새로운 전망에 대한 토론이 펼쳐지기를 바랍니다


다만 몇몇 분께서 주장하시는 것처럼, 당이 움직여왔던 시공간의 모든 일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되짚으며 새로운 원칙을 토론하고, 그 합의 이후에 즉 당에 대한 관념적 구상을 완료한 다음에야 당은 혁신을 추진할 수 있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역사학자가 아니라 운동가이자 당장의 내일의 실천에 대해 논해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역사가의 역할이라는 것도 특정한 해석틀을 토대로 이전의 사실들을 재구성할 수 있을 뿐이지, 모든 것을 다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알고 있습니다. 제출된 안들에 대한 부족함이 있다고 느껴지신다면 그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문하거나, 더 나은 안으로 설득해주시길 요청드립니다. 논의가 부족하다는 입장은 논의 이후에 가능한 평가이지, 논의를 시작하면 안된다는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서설이 길었습니다. 이제 시작합니다.

 

<지난 6년의 노동자정당이라는 실험의 실패를 선언하자>

  

0. 들어가며

 

우리당이 우리의 이름을 노동당으로 변경한지 채 6년이 지나지 않았다. 정확히는 만 5년 반의 시간을 노동당이란 이름으로 한국 사회에 균열을 내고자 노력했으며, 수많은 당원들의 노력의 결과로서 지금 이 순간이 도래했다. 그러나 굳이 수치를 들지 않아도, 많은 이들이 체감할 수 있듯이 현재 우리당의 조직력, 정치적 영향력은 약 6년 전에 비해 보다 강화되었다고 결코 평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난망함이 등장한다. 실패와 좌절의 경험에서 무엇을 남길 것인가.

 

그러나 지난 6년의 시간을 함께 보낸 이들이라면, 현재 살펴볼 수 있는 당력의 축소가 뻔한 결론이었다는 평가에 쉽게 동의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우리당은 중요한 매 시기마다 당시의 상황을 분석하고 대안을 결정해온 살아 움직이는 조직이었다. 결과적으로 지난 6년 전에 비해, 지금이 축소된 것을 부인할 수는 없으나, 매 시기마다 제출되었던 전략을 다시 돌아보며 반등을 목표로 한 교훈을 남기는 것이 내일을 기약하는 우리의 과업이기도 할 것이다.

 

정치조직의 특성상, 지난 시기의 전략과 실천에 대한 평가는 이를 기안하고 수행했던 활동가군의 행보와 떨어뜨려 진행할 수 없다. 그렇기에 지난 6년을 돌아본다는 것은 지난 6년 동안의 대표단과 각급 당부를 운영했던 이들에 대한 평가와 맞물려 있을 수 밖에 없다. 한편 당의 행보를 단지 몇몇의 정파그룹의 행보로서 설명하려는 시도는 당적 차원의 평가라 할 수 없다. 공식적인 기구를 통한 당적 결정, 매 시기 당의 이후 활동 방향 전반을 결정하는 당직 선거 등을 분석의 중심에 두는 것이 적합할 것이다.

당명이 노동당으로 개정된 이후, 첫 두 번의 대표단(나경채, 구교현)은 각기 다른 이유로 임기를 마치지 않고 사퇴했다. 심지어 나경채 대표단과 다수의 당원들은 당대회의 결정에 불복하며 정의당 입당을 위한 집단 탈당하여 당에 큰 여파를 남기기도 했다. 마지막 대표단(이갑용)의 경우 임기는 마쳤으나, 후임 대표단이 구성되지 못하여, 비대위에 권한을 넘기며 임기를 마쳤다. 이처럼 불안정했던 지난 시기는 과연 우리당이 제시한 전략이 제대로 수행되었는지에 대한 회의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해당 시기의 불안정성이라는 것 자체가 전략과 실천의 결과로서 분석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당의 전략과 전략의 수행을 평가한다는 것은 단지 당의 주요한 의결기구에서 의결한 문서에 적혀있는 전략안, 평가안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내부적인 조건의 변화와 함께 외부적인 조건의 변화, 당 운영 주도 세력의 변화, 각종 체계를 통한 당원들의 선택 등을 종합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그렇기에 해당 시기를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의 현재를 보내고 있는 이들에겐 너무나도 어려운 행위이다. 그럼에도 당의 활동에 대한 평가라는 것이 단순히 선거에서의 지지율, 재정 상황, 당원 증감 현황 등 숫자 그 자체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숫자들 속에 숨겨진 복잡한 현실을 해석해내는 행위이며, 다양한 해석이 경합하여 생산적인 합의를 도출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부족하나마 지난 6년의 노동당 전략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자 한다.

 

 

1기 진보정당운동은 정말 끝났는가?

 

1) 2기 진보정당운동이라는 오래된 선언

 

진보정치 재구성은 정치주체들 사이의 세력연합을 의미하지 않는다. 진보적 가치와 내용의 재구성이 기초가 되지 않는 세력연합 시도는 공허하고 위험할 뿐이다. 더욱이 지난 시기 진보정치 운동에 대한 주체의 반성과 혁신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로 제기되는 세력연합 논의는 진보정치 운동의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뿐이다.

 

지난 10년간 진보정당운동은 노동대중의 현실적 요구를 수렴하는 통로로 주로 노동조합(=민주노총)에 의존해왔다. 이는 결과적으로 5%미만의 조직노동자에 편중된 정치활동이었다. 이로 인해 조직노동자와 미조직 노동대중 사이의 간극을 방치하면서 90%가 넘는 미조직 노동대중의 요구를 수렴하는 데 실패했다.

 

지난 10년간 진보정치는 협소한 계급정치, 노동정치의 틀에 매몰되어 있었다. 다양한 새로운 진보적 가치들을 수용하는 데 소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진보정치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데 실패했다. 새로운 가치들에 대한 대중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계급정치의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 이제 진보정치는 생태, 평화, 성 평등, 소수자 인권, 생명, 안전 등 다양한 진보적 가치들을 포괄하는 급진적, 다원적 민주주의 정치를 추구해야 한다. - 2008년 진보정치 10년의 성찰 중

 

정확히 2년 뒤, 당시의 진보신당 지도부는 당 대회의 결정에 불복하고 탈당했다. 진보정치 재구성이라는 말은 여전했지만, 당시의 진보대통합 논의가 진보적 가치와 내용의 재구성이 기초가 되지 않는 정치주체들 사이의 세력연합과 어떠한 차별점이 있는지는 검증되지 않은 채였다. 20123, 진보신당과 사회당은 제2창당, 즉 진보좌파정당 건설을 목표로 합당했다. 당시 홍세화 대표는 “(사회당의 선택은) 폭풍전야에 소멸을 두려워해 집짓기에 몰입하는 또 다른 진보정당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라고 평가했으며, 안효상 대표는 고난과 좌절, 굴욕과 분노를 쌓아 올려 낡은 진보를 몰아내고 새로운 진보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로부터 1여년 뒤, (통합)진보신당은 자신의 이름과 강령을 제정하는 재창당대회를 통해 제2창당을 완료했다. 지난 6년의 노동당 성장전략에 대한 평가는 바로 이 시점부터 시작한다.

 

2) 진보정치 재건, 선거 전략으로서 제시된 노동당

 

2. “노동은 우리가 대변해야 하는 세력이며 지지받아야 하는 기반입니다.

우리가 일관되게 대변해왔고 대변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당명으로 호명함으로써, 노동자들에게 한발 더 다가가는 정당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노동자 계급투표의 가능성을 높여 진보정당이 잃어버린 제3 정치 세력의 자리를 다시 찾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3. “노동은 진보정치 재건의 공통분모입니다.

과거 진보정당의 당원과 지지자들은 뿔뿔이 흩어져 정치적 무관심과 좌절에 빠져 있습니다. 이 가운데 무너진 진보정치를 재건하고자 하는 노동자정당 추진세력이 있습니다. 진보신당은 이들과 손잡고 진보정치 재편을 주도해야 합니다. “노동은 이러한 우리의 의지를 천명하는 이름입니다.

 

한반도에서 아니 전 세계에서 지금까지 노동해왔지만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노동자들의 정당을 세웁시다. - 2013년 임시당대회 노동당 당명 제안취지 중

 

주지하다시피 2013년 당대회에서 통과된 당명은 노동당이었다. 자본과 노동의 대립에서 언제나 노동의 편에 서겠다는 당파성의 표현이기도 했으나, 현실적으로는 노동자의 당을 자임하며 노동자 계급투표의 가능성을 높이고, 외부의 노동자정당 추진세력과의 통합에 영향력을 확보하자는 선거 전략, 진보재편 전략을 담은 제안이었다. 결과적으로 당시의 당 대의원들은 노동자당노선에 동의했다. 심지어 지금은 탈당한 당시의 당대표는 민주노동당을 연상시키는 일하는 사람들의 노!!!”이라는 슬로건을 제안한 바 있으며, 이후 꽤 오랜 시기 이 슬로건은 사용되었다.

 

공식적인 속기록이 남아있지 않기에, 2008년의 ‘10년의 성찰이 제기하는 문제의식과 당시의 노동자당노선 사이의 불협화음이 당대회에서 토론되었는지 검토할 수는 없다. 다만 노동의 위치가 강화된 것은 분명하다. 지난 시기의 진보정당 운동 노선이 협소한 계급정치, 노동정치의 틀에 매몰되어 있었으며, ‘다양한 진보적 가치들을 포괄하지 못했다고 자아비판했던 ‘10년의 성찰노동이 다양한 진보의 가치를 씨줄과 날줄로 엮는 베틀이며, 이러한 바람과 실천을 이뤄나가는 터전이 될 것이다라는 노동당 제안문은 결코 연속선상에 놓여있지 않다.

 

추후 집단 탈당한 소위 통합파가 이때부터 정의당으로의 통합을 염두해두었는지, 당 대의원들의 결정이 이를 승인한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당은 2013년 선거 전략이자 진보재편 전략을 목표로 당명을 노동당으로 결정했으며, 민주노동당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여러 조치들을 간구했다는 사실이 보다 중요하다. 당시 당대표단은 사회주의 대전환, 신자유주의 종식이라는 문구를 강령에 적어놓은 채, 신자유주의 정책을 도입한 사회민주당 계열의 영국 노동당의 상징을 그대로 가져다 사용했다. ‘영국에 노동당이 있으면, 한국에도 노동당이 있다.’ 통합진보당이 해산된지 채 얼마되지 않은 그 시점에, (통합)진보신당은 민주노동당을 계승하고자 했다. 그리고 그 계승의 핵심에는 노동자정당 추진세력과의 통합을 통한 노동정치 내부에서의 지분의 강화 및 민주노총에서의 지지확대가 놓여져 있었다. 굳이 이름 붙이자면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양날개론의 현실화, 이것이 바로 노동당명이 내포하는 성장전략이었던 것이다. 당시 당게시판에 올라온 몇 개의 노동당지지글에서는 이러한 입장을 현실주의라 칭했다. 2기 진보정당운동을 선언했으나, 혁신에 대한 의지의 부재와 새로운 사회운동 형성에 대한 전망의 부재는 현실주의라는 이름으로 다시 제1기 진보정당운동을 쫓아가는 실천을 낳았던 것이다.

 

3) 실천되지 않은 장기성장전략 보고서

 

노동당은 <유일 진보좌파정당>의 위상을 확보해 이를 장기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 <독자 역량 강화>를 부단히 추진하면서 기회가 열릴 때마다 적극적인 <외연 확대> 시도에 나서야 한다. 이 모든 노력을 관통하는 원칙은 <좌파정치의 독자성 견지 및 강화>.

 

노동당은 향후 10여년을 바라보며 제2기 진보정당운동의 발전을 위해 다음의 6대 핵심 전략 과제를 지속 추진한다.

정책 브랜드 형성

이념 정체성 형성

대중 조직화

민중의 집형 지역 거점 구축

지역사회 변혁 성과를 통한 전 당적 도약의 계기 마련

진보 청년세대 육성

 

6대 전략 과제 중 특히 진보 청년세대 육성을 최초의 집중점으로 삼아 장기성장전략의 실천에 착수하자. - 2014년 장기성장전략 보고서 중.

 

당명 개정 이후, 당은 장기성장전략 보고서를 채택했다. 단기적인 고난에 맞서기 위한 6대 핵심 전략 과제를 제시했으며, 이 가운데에서 진보 청년세대 육성을 집중점으로 삼아 장기성장전략의 실천을 도모하기로 결의했다. 내용적으로 제안된 장기성장전략은 노동자운동과의 결합을 중심으로 한 성장전략을 의미하는 노동당당명 채택과의 연결성을 뚜렷이 갖지 않았다. 향후 10년을 바라보며 청년세대를 조직하여 진보정당의 지지기반을 새롭게 복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업으로 제시되었다. 이는 당시 주된 지지기반이었던 40~50대 초반 세대 바깥의 동력을 통하여 기성의 낡은 당을 쇄신해야지만 독자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장기성장전략 보고서에서 제안한 핵심 전략 중 제대로 수행되어 평가를 할만큼의 성과를 남긴 사업을 기억하기는 쉽지 않다. 장기성장전략을 채택한지 채 얼마되지 않아 당은 진보결집을 주장하는 세력과 독자성장을 주장하는 세력으로 나뉘었고, 결국 진보결집을 주장하던 세력은 당 대회의 결과를 승복하지 않고 집단탈당을 선택했다. 독자적 진보정당운동을 주장해온 세력들에게도 장기성장전략 보고서는 사업 추진의 준거점으로 기능하지 않았고, 결국 모두에게 잊혀진 보고서로 전락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미처 실천되지 않았으나, 장기성장전략 보고서는 분명히 지금의 우리당에도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기성의 진보운동의 낡은 사상과 관성을 벗어나 제2기 진보정당운동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386세대 바깥의 새로운 세대를 구성해야 한다는 지적은 지금도 유효한 지적이다. 장기성장전략 보고서에서 구체적으로 분석되지는 않았지만, 우리당이 조직해야할 청년이란 단지 연령으로서 젊은이를 뜻하는 것을 넘어서는 의미이다. IMF이후 사회에 진입하여, 사회의 위기, 불안정성 등을 정상성으로 체감하며 살아가는, 즉 이전 세대(386세대)의 삶의 경험과는 아주 다른 새로운 경험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을 조직해내야만 변화하는 시대에 보다 조응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는 국가, 사회, 경제, 노동, 평등, 차별, 자유, 연대 등 기존의 진보운동이 제기한 수많은 개념들의 관계성이 변화하는 시대에 맞추어 다시금 자신의 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4) 혼란 이후 다시 노동자정당으로

 

진보결집파가 집단탈당한 이후, 알바노조 위원장 출신의 당대표가 당선이 되었다. 기존의 노동자운동이 미처 포섭하지 못하고 있었던, ‘새로운 노동에 대한 당원들의 승인이 이루어진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노동자당의 연장선에서의 선택으로 평가할 수 있다. 낡은 정규직 중심의 노동자운동과의 결합이 아니라, 새로운 비정규-알바 노동자 중심의 노동자운동과의 결합. 그러나 구교현 당대표 체제는 총선 이후 고질적인 정파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좌초되었다.

 

이후 단선으로 이갑용 당대표가 당선된다. 이갑용 당대표 체제는 분명하게 노동자운동과의 결합 강화를 내걸었다. 이갑용 당대표 체제에서의 당 차원의 노동자운동에서의 성과를 수치 등으로 확인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당시 노동자운동(주로 민주노총)에서 우리당의 지분이 강화되는 것은 당의 중요한 과업으로 설정되어있었다. 노동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민주노총 선거 대응이 핵심적인 사업이었다. 그러나 민주노총 선거 대응은 실패했으며, 이후 내부 조직력 또한 급격히 약화되었다. 이후 노동자정치행동이 사회운동기구로 등록했지만, 당 내부의 노동자운동은 전반적으로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5) 5년의 노동자정당이라는 실험의 실패를 선언할 때이다.

 

2008년에 제시된 ‘10년의 성찰에서부터 제1기 진보정당운동의 노동자운동에의 몰입에 대한 비판은 제시되었다. 비슷한 시기, 당의 공식 문서는 아니지만 진보신당의 고 이재영 정책위의장 또한 진보신당은 의존노선에서 탈피한 독자정치노선을 실현하는 정당이라고 말한 바 있다. 2기 진보정당운동은 노동자운동의 지지를 통한 성장 전략을 폐기하고, (장기성장전략 보고서의 표현을 빌리자면) 변화한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이념, 새로운 정책, 새로운 주체가 중심이 된 운동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는 노동자운동과의 결합을 반대한다는 것이 아니라, 기성의 노동자운동의 한계에 대해서도 비판하며 노동자운동에 독자적인 정치성으로 대응하자는 제안이었으며, 기성의 노동자운동 중심의 진보운동이 배제해왔던 다양한 가치들을 재평가하고 동등한 지위로서 승인하자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실제의 실천은 정반대를 향했다. 우리당은 기존의 고민들은 뒤로 한 채, 외부의 노동자세력과의 결합, 선거에서의 노동자들의 투표 독려를 위해 당명을 노동당으로 결정했다. 통합진보당이 해산당한 이후, 조직된 노동의 지지를 받는 좌파정당으로서의 성장을 시도하는 실험이었다고 평가한다. 이러한 실험의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특정한 지역에서는 노동자운동과의 결합이 강화되었을 것이고, ‘노동당이름이 좋아서 입당했다는 당원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5년간의 실험을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는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노동자운동 내부에서의 정치적 지지가 확장되었는지는 불분명하고, 특히나 조직논리가 아니라 독자적인 정치성으로서 기성 노동자운동에 대응했는지 또한 불분명하다. 현재의 노동당의 노동정치가 무엇이냐는 당원들의 질문은 현재의 상황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노동자정당이라는 실험에서 또 하나 기억해야할 것은, ‘노동이라는 개념의 오용이 당의 실천을 관성화했다는 점이다. 2013년 당대회를 통하여, ‘노동은 다양한 진보적 가치 중 하나의 위상에서, 모든 가치를 엮을 수 있는 핵심적인 가치로 선정되었다. 핵심적인 가치로서 노동이 격상되는 과정은 노동의 의미의 축소와 왜곡을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기도 하다. 당명을 논의하는 장에서 논의된 노동은 본래 자신이 지닌 변혁적이면서도 풍부한 뜻을 잃어버린 채, ‘(임금)노동하는 행위로서 축소되어 버리고 만다.

 

진보좌파운동에서 흔히 사용되는 노동이란 본래 노동자계급 혹은 노동자계급의 당파성을 뜻하는 것으로서, 이는 결코 노동할 권리라거나 노동조합주의로서 축소되지 않는 개념이다. 노동자계급이란 개념 자체가 자본주의 철폐, 즉 계급 철폐를 향한 운동의 과정에 배치되는 것이지, 사회학적 의미에서의 현 시점에서 (임금)노동행위를 수행하고 있는 자로서의 노동자와 다른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노동자계급이란 자본을 소유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노동력 상품을 판매해야만 생존이 가능한 이들 모두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노동자계급의 이해란 단지 현 시점의 노동자, 혹은 더 축소된 의미로서 조직노동의 사회경제적 이해관계를 넘어선다. 최근 민주노총이 퀴어문화축제에 대해 민주노총은 퀴어문화축제의 연대자가 아닙니다. 우리는 당사자입니다라고 입장을 밝힌 것은 본래적 의미의 노동자계급의 이해에 보다 근접한 입장이었다. 자본의 이윤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 체제가 기존의 다양한 억압적 구조들과 결탁하여, 특정한 억압과 배제의 질서를 생성, 유지, 강화하려는 시도에 반대하며 새로운 자유롭고 평등한 인간들의 공동체를 목표로 한 질서를 조직해 나가기 위해 단결하는 것, 그것이 바로 노동자계급의 운동인 것이다. 즉 노동자계급의 운동, 혹은 축약하여 노동의 이해란 단순히 작업장 내부에서의 공정, 작업장 내부에서의 민주주의, (현재 시점에서) 노동하고 있는 이들의 경제적 이해관계로서 축소되지 않는다. 그러나 당명을 논의하는 장에서 논의된 노동은 본래 자신이 지닌 변혁적이면서도 풍부한 뜻을 잃어버린 채, ‘(임금)노동하는 행위’, ‘(임금)노동하는 이들의 이해관계’, ‘(임금)노동 조건의 향상으로서 축소되어 버리고 만다.

 

이는 노동당이후의 각 부문운동의 활동을 살펴 볼 때 보다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노동당은 노동자의 당이어야 하기에, 임금노동에서 배제된 이들(예술인, 장애인, 청소년 등)은 노동자성을 인정받는 형식으로만 포섭해야 했으며, 예를 들어 핵발전소 노동자들의 노동권처럼 다른 위상의 의제에 있어서도 굳이 그 현장의 노동자를 찾기에 급급하게 되는 것이었다. 노동자성에 대한 인정 요구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임금노동 자체의 철폐에 대한 기획은 부재한 채, 단지 제한적인 영역의 노동자-되기운동에 멈추는 것이 노동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라 믿는 태도가 문제적인 것이다. 결국 이와 같이 축소된 형태의 노동의 정치성은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로 귀결되는 노동주의를 내포한다는 점 또한 반드시 짚어야만 한다. ‘노동이 우리를 자유케 하리라는 구호가 아우슈비츠에 걸려있었다는 사실을 다시 기억해야 한다.

 

결국 노동당의 이름이 갖는 정치성 속에서 인민의 보편적 이해에 대한 기획보다는, 현재 노동하는 이들의 노동권 이외의 다양한 기획을 사실상 스스로 차단하게 되었다. 사회주의 정치조직, 한국사회 유일의 좌파정당, 체제전환을 기획하는 정당과 노동권찾기 운동 사이의 거리를 메꿀 기획은 부차적인 것이 되었으며, 노동자 투쟁에 연대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실천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노동자정당은 왜 실패했는가? 가장 먼저, 다원화된 진보정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매번의 선거에서 우리당의 당원들은 노동자의 정당, 노동당입니다를 수도 없이 외쳤을 것이다. 그러나 민중당의 노동, 정의당의 노동과 우리당의 노동의 차별성은 무엇이었는지 정확하게 설명되지 않았다. 단지 노동자의 편에 서겠다는 것이 노동자들의 지지를 획득할 수 있다는 순수한 혹은 왜곡된 믿음은 비현실적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한다. 독자적인 정치성으로서 사회적으로 인지될 수 있는 기획을 구성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였을 것이다. 그러나 기획은 뒷전이었고, 연대는 손쉬운 방식이었다.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다원화된 진보정치를 이미 이해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단지 노동자의 정당이라는 것만으로는 승부수가 될 수 없다. 보다 뚜렷한 기획으로 우리당은 자리매김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집중적 실천의 부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노동자운동에 참여하는 수많은 당원들을 당의 기획으로 모아내는 것에서도 실패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여기에는 당이 노동자운동을 하는 당원들을 불러내는 데에 힘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과 동시에 제1기 진보정당운동의 관성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1기 진보정당운동, 정확히는 우리당에 여전히 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민주노동당의 경험 속에서 정당이란 대중운동의 요구를 받아안는 틀거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양날개론의 현실적 양태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렇기에 독자적인 당의 기획을 중심으로 노동자운동의 활동이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대중운동의 필요에 당이 연대하는 형식이 강화될 수 밖에 없었던 의식적 기반이 바로 민주노동당의 기억, 양날개론에 대한 향수라고 말할 수 있다. 노동자정당으로의 성장을 도모했으나, 민주노동당의 경험이 다시 그 노동자정당으로의 성장에 발목을 잡고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사회운동 전반에서 노동자운동의 입지 자체가 약화된 것 또한 노동당 실험의 실패의 원인 중 하나이다. 세월호 참사, 박근혜 퇴진 투쟁, 미투운동 등 다양한 사회적 투쟁의 현장에서 노동자운동은 주도적인 역할을 더 이상 담당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다원화된 사회에서 노동자 정체성은 노동자 대중에게도 절대적이지 않으며, 상대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정당이라는 이미지는 노동자계급 구성원 다수에게도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예각화되어 논의되진 않았으나, 필자는 위와 같은 평가가 이미 지난 2017년 당대회에서 채택한 사회운동정당 노선에 스며있다고 판단한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분명하게 소위 현실적인 고려 즉, 조직논리에 입각한 5년의 노동자정당이라는 실험이 주체 역량의 한계, 기획의 부재 등으로 실패했음을 선언해야 한다.

 

 

2. 2017년 당대회의 사회운동정당 노선 채택의 의미와 한계

 

2017년 당대회에서는 사회운동정당 노선이 채택되었다. 그리고 당대회준비위원회에서 몇 달 동안 논의되었던 당명개정안은 안건으로조차 상정되지 않고 폐기되었다. 사회운동정당 노선이 뜻하는 바가 무엇이었는지 다시금 살펴보며, 노동자정당으로의 성장 전략과의 차이를 분명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동시에 사회운동정당의 성장전략을 구성함에 있어서 당명 개정의 위치를 다시금 토론해야 한다.

 

1) 사회운동정당 노선은 정확히 전통적 계급정당 노선의 폐기를 뜻한다.

 

전통적 계급정당은 공장 노동자의 조합주의운동이라는 일종의 사회운동 배후지를 가지고 있었다. 계급정당이 개별적 시민을 정치주체로 불러내는 방식은 노동조합을 매개로 했으며, 구체적으로는 파업을 동원양식으로 하였다.

2008년 이후 유럽의 급진적 광장정치는 계급을 호명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 시민을 보편적 주권자, 곧 인민으로 불러내는 방식을 택했고, 그 주요 수단은 소셜미디어였다. - 2017년 정기당대회 부속문서 노동당의 사회운동정당으로의 전환.

 

위와 같이 사회운동정당 노선은 신자유주의의 노동시장 분할과 불안정 노동의 확산, 공장 단위로 조직된 산업노동자층의 약화와 노조 조직률의 저하, 이에 따른 노동자운동의 영향력의 저하, 동원 방식의 변화 등의 조건에 대응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선 전환을 뜻하는 것이었다. 2008년 촛불 이후 등장한 새로운 사회운동의 양상, 소위 촛불정부를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의 등장, 기성의 노동자운동에의 영향력이 크지 않은 우리당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새로운 시도였다.

 

또한 사회운동정당 노선은 기존의 주체 호명 방식의 운동을 벗어나, 신자유주의 종식을 목표로 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기하는 의제 중심의 사회운동을 형성하자는 결의이기도 했다. 당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논쟁이 의외의 영역 즉 지역정치의 폐기, 사회주의 폐기 등에서 등장했기에 심도깊게 다뤄지진 않았으나 사회운동정당 노선은 전통적 의미의 계급정당 모델의 폐기와 개별적 사회운동의 등가성의 승인이 핵심적 논지였다. 그렇기에 역사적으로는 주로 사회민주주의 정당과 노동조합과의 결합으로 현실화되었던 계급정당 노선을 현실화하고자 했던 노동자정당으로서의 성장을 목표한 노동당이라는 이름의 수정의 필요성까지 제시되었던 것이다.

 

2) 사회운동전략의 부재


하지만 지난 당대회의 준비 과정과 결과에 한계도 분명했다. 가장 먼저, 사회운동정당 노선을 채택했으나 당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이 이를 현실화할 주체들을 조직해내는데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더불어 조직 체계의 개편, 이와 연동된 지역정치 폐기 등의 실효성없는 논쟁 때문에 사회운동 형성 전략에 대한 토론이 진지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이 결과 사회운동을 형성하는 것은 개별 사회운동의 구성에 의지가 있는 소수의 당원들의 몫으로 남겨지게 되었으며, 이전 부문위원회와 마찬가지로 당을 통한 사회운동의 연쇄를 구성해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1년 반의 시간은 조직 체계를 개편하는 것만으로는 사회운동의 형성과 사회운동정당으로의 전환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제는 사회운동 형성전략에 대한 토론과 합의, 이 과정에서 등장할 새로운 주체의 구성 등에 힘을 쏟아야 할 시기이다. 또한 사회운동 형성전략, 곧 다가올 선거에 대한 전략에 따라 이미 실패한 노동자정당을 목표로했던 노동당당명 또한 바꾸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2017년 당대회에서는 사회운동 형성의 준거점으로 신자유주의 종식이 제시된 바 있으나, 정세의 변화에 따라 사회운동 형성의 준거점이 보다 명확하게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혁신적 포용국가’, ‘소득주도성장등의 개념을 통해 이전 정부들과 다른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하고 있으나, 진보진영에서는 여전히 저항권적 투쟁을 기획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의 소위 개혁 방향의 오류와 한계에 대한 지적을 넘어서, 새로운 체제로의 전환에 대한 분명한 기획을 제시하며 대안 사회에 대한 논투의 장을 열어야 한다. 신자유주의 종식은 여전히 우리의 과제이나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한 걸음 더 나아간 곳에 전선을 형성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3. 10년의 사회운동전략을 구성하자

 

현재 우리당은 노동자정당으로의 성장전략이 실패한 이후, 독자적인 정치성을 내포하는 다양한 사회운동의 형성을 통한 새로운 지지기반의 형성이라는 새로운 전략을 과감하게 펼치지 못하는 국면을 경과하고 있다. 즉 제1기 진보정당운동에 대한 비판적 평가는 지난 6년간의 노동당 운동에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하며, 수사뿐인 제2기 진보정당운동이 아닌 실제적인 제2기 진보정당운동을 이제는 시작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기적으로는 10여년, 구체적으로는 2027년 대통령선거정도까지의 성장 전략을 이번 당대회를 통하여 확정해야 하며, 단기적으로는 2020년 총선, 2022년 대선/지선을 목표로 한 실천을 하루 빨리 시작해야 한다. 추후 문서 등에서 상세하게 기술할 몇 가지 사회운동전략 구성의 준거점을 나열하면 아래와 같다.

 

1) 사회 전반의 급격한 변화에 조응하는 사회운동의 방법론을 구축해야 한다.

- ‘2기 진보정당운동혹은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좌파의 구성을 주도할 새로운 주체의 구성은 전략의 실현에 핵심적 고려 사항이다.


2) 주체 역량에 대한 분석, 과감한 중단기적 목표 설정을 토대로 공문구로 남지 않을 구체적인 전략을 구성해야 한다.

- 단기과제로 3년의 전략을 결의하고, 이에 따라 당의 자원을 집중적으로 사용하여야 한다.


3) 선언으로서의 사회주의, 실천으로서의 현실주의를 배격해야 한다.

- 안티테제-저항권의 운동을 넘어서, 새로운 체제의 구성원리에 대한 기획에 기반한 주권적 운동을 구성해야 한다.

- 역사적 국가사회주의, 사회민주주의의 한계를 지양한 현실적 사회주의에 대한 모색, 이를 위한 운동의 기획을 미루어서는 안 된다.


4) 무기력에 기반한 대기주의, 점진주의를 극복하고, 반등과 도약을 목표로 한 혁신을 과감하게 실행해야 한다.

- 당명, 전략 등에 대한 초역사화, 지나온 시간에 대한 온정주의를 지양해야 한다.

 

  

* 보론. 최저임금1만원-노동시간단축-기본소득의 정치성

 

1) 위기의 시대, 전환의 정치학

- 위 정책은 신자유주의 정책이 구성한 노동체제 즉, 비정규, 불안정 노동체제의 전면화에 맞서 연대적 노동사회로의 전환의 기획으로 제시된 것이었다. 급진적 전환의 정치는 이와 같은 구체적인 기획으로 제시되어야 하는 것이지, ‘사회주의 선언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 간혹 세 가지의 정책이 따로 떼어져 사용되긴 했으나, 세 가지 정책은 따로 분리되어서는 안되는 연결된 정책꾸러미였다. 즉 개별적인 정책의 하나하나의 실현이 목표라기보다는 정책의 동시 실현을 통한 노동체제의 전환을 목표로 한 것이었다.

 

2) 편협한 조합주의와의 결별

- 당원들이 세 가지 정책 중, 최저임금 1만원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 이슈를 형성하였을 때, 당의 공식적인 정책라인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의 근거는 민주노총의 요구와 상이하다는 것이었다.

- 민주노총 위원장에 한상균이 당선된 이후, 당대표로 선출된 나경채 대표단에서 최초로 최저임금 1만원을 수용했다. 이 또한 최저임금 1만원을 먼저 수용한 정의당과의 공동 행동을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존의 조직 노동의 요구를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이야 말로 편협한 조합주의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다시 등장하고 있는, 노동시간 단축-기본소득 도입이 노동자의 이해가 아니라는 입장 또한 이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3) 트로이카의 핵심 추 : 기본소득

- 비록 세 가지 정책이 동일선상으로 제시되었으나, 핵심 추는 기본소득에 놓여있었다. 노동시간의 급격한 단축과 기본소득의 전면적 도입 및 확대가 꾀하는 방향은 결국 임금노동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시간의 확보를 향하고 있으며, 당시의 한국 경제의 상황에서 가능한 현실적인 안을 고안한 것이었다. 노동시간의 급격한 단축과 기본소득의 도입은 노동하지 않을 자유의 확보 및 이를 통한 노동의 성격의 변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4) 변화된 상황, 전환 정치의 기획

- 문재인 정부에 의해 일부분이지만 최저임금의 인상이 수용된 상황에서,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목표의 수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다. 더욱이 자동화의 진전에 따른 일자리 구성의 변화 및 일자리 자체의 감소가 예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급진적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공유 임금노동과 관계없는 전면적 기본소득에 대한 요구는 보다 강조되어야 할 국면이다.

- 최근 기본소득의 정당성의 근거로서 논의되고 있는 공유부에 대한 사회배당의 원리(모든 시민이 공유부의 공동소유자라는 개념)사회적 소유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제공하는 것이기에 보다 집중적으로 선전되어야 한다. 더욱이 이는 20세기 국가사회주의, 노동자자주관리 사회주의, 사회민주주의 등이 보여준 사회화 방안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기에 21세기 사회주의의 기획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연구과제가 되어야 한다.

 

 * 이 글은 당대회 준비위원회 2차 회의에 토론자료로 제출한 글이며, 당대회 준비위원회의 입장과 달리 당대회 준비위원으로서의 개인적인 입장입니다. 저 외에도 당대회 준비위원들이 제출한 각각의 입장은 <당원광장-자료실-당대회 준비위원회 2차 회의자료 - 토론문서집 파일>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나도원 2019.05.15 17:14
    당원동지들께 보충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보여 글을 조금 보탭니다.

    "‘노동당’ 이후의 각 부문운동의 활동을 살펴 볼 때 보다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노동당은 노동자의 당이어야 하기에, 임금노동에서 배제된 이들(예술인, 장애인, 청소년 등)은 노동자성을 인정받는 형식으로만 포섭해야 했으며"

    실제와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장애인 부문도 그러하겠습니다만 예술 부문만 말씀드리면,

    예술인의 노동자성 강조는 '노동당' 이전, 당에서는 진보신당 문화예술위원회 구성 시점부터로 중점화했습니다. 다종다양한 문화예술인들이 가장 폭넓게 공유하는, 피부에 절절히 와닿는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이는 당원들 중심으로 '예술인소셜유니온' 창립까지 이어졌고, 우리 활동과 예술인 노조운동이 2010년대 초중반에 많은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물론 당에서는 노동만이 아니라 문화적 의식적 공감대, 즉 사회변혁을 지향하는 예술인, 애호가로서 확대가 이루어졌습니다. '노동당' 이후도 마찬가지입니다. 근래 문화예술위원회의 경우는 예술인 블랙리스트 사태부터 박근혜 퇴진투쟁, 예술계 혁신활동 과정에서 많은 결합과 확장이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건강합시다.
  • 박기홍:) 2019.05.15 17:30
    글에서 당대회 준비위 입장과 다른 개인적 입장이라는 말을 올렸으나, 오해를 살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밝힙니다. 당대회 준비위 토론 자료로 당대회 준비위원 자격으로 제출했던 문서이며, 당대회 준비위의 <6년의 평가>에는 이와 같은 표현은 빠져있다는 사실을 말씀드립니다.

    나도원 위원장님의 의견이 분명 사실에 보다 부합할 것이라 생각하며, 예전과 지금의 문화예술위원회 그리고 문화예술인 당원들의 운동에 당연히 공감하며 많이 배우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조직화되지 않은 각 사회운동의 영역에서 조직화하는 것 자체는 당연히 소중한 일들이며, 문화예술인의 피부에 닿는 공통적인 문제의 해결이 중요하다는 것 또한 적극적으로 동의합니다. 우리 당의 활기 넘치는 문화예술위원회의 활동은 제가 다른 당의 사람들을 만날 때 꼭 언급하는 우리 당의 자랑이며, 개인적으로는 문화예술분야의 당원들이 우리 당의 정말 중요한 자산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글을 제출할 때에는 어느 시점에는 막대를 구부릴 필요도 있다고 판단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각 부문위원회의 활동 그리고 사회운동기구의 활동을 하나의 구심으로 형성하려는 전략과 노력 자체가 우리 당의 역사에서 부족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닿지 않을 장기적인 목표로서 그리고 자본주의 질서의 안티-테제로만 존재하는 사회주의적 '지향'이라는 공통성만으로는 구심력을 형성하기 어려운 것을 지난 당의 역사를 통해 확인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보다 중단기적인 전망 속에서 보다 뚜렷한 패러다임으로 각 사회운동을 형성하고 그리고 또 연결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본소득 사회운동전략이 제안드리는 답이기도 합니다.

    만약 글에 나온 특정한 표현으로 지난 시기 운동에 대한 왜곡과 폄훼가 이루어진 것처럼 느끼셨다면 위원장님을 비롯한 각 사회운동기구의 당원 분들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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