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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페이스북 노동당 그룹에 「노동당 당명 개정 논의에 부쳐 : “차라리 공산당은 어때요?”」라는 글을 작성했던 대전시당 당원 정우재(김로자)입니다. 유용현 당원님께서는 제 허락 하에 위 글을 당게로 가져오신 걸로 알고 있고, 이후에 '나무를심는사람' 님께서 그동안 있었던 "노동" 개념 관련 논쟁 글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제 글의 일부를 발췌하셨더군요.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제 논거가 피상적으로 받아들여질 것 같아, 노동당 페이스북 그룹을 이용하지 않는 분들께서도 논의를 고루 검토해보실 수 있도록 그동안 작성했던 글들을 모두 당게에 정리하여 재공유해봅니다. 보잘 것 없는 글이고, 또한 여기저기에 달았던 댓글들을 정리하여 붙인 것이다보니 읽으시기에 난삽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이후의 논의를 위한 거름으로 사용해주실 수 있다면 감사하겠습니다.

 

1. 「노동당 당명 개정 논의에 부쳐 : “차라리 공산당은 어때요?”

 

 사실 이제 와서는 내가 당원이라는 생각도 별로 없고, 당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신경을 쓰고 싶지도 않다. 당의 의사결정방식과 실천이 내게 별다른 효능감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될 대로 되라지 뭐. 내가 이 글을 제안의 성격으로 당게나 그룹에 쓰지 않고 개인 계정에 끄적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금은 당 내에 건강한 공론장이 구성될 수도 없고, 내가 어떤 것을 제안한다고 당 내 운동이 진전되리라는 것을 기대할 수도 없다.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피로한 논쟁 속에서 서로의 감정만 상하고 동력만 소진될 뿐이다. 비판은 같은 지향을 가진동지들에게나 하는 것이다. 우리가 더 나은 실천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물론 나는 무의미한 미사여구로 동지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여기에 딱히동지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이 글은 비판도 제안도 아니다. 그저 개인적·공상적 잡설일 뿐이다. 그러므로 반드시 흘려 들으시라.

 

 어쨌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대표단은 이번 당명 개정 논의에 앞서 이것의 근거와 토대가 될 여러 문건들을 제출했다. 이후 당명 개정에 반대하는 여러 당원들의 의견이 여기저기서 제기되었다. 그런데 이를 통해 형성된 논쟁에서, 많은 사람들이 <노동당 당명 사수파들은 대표단이 제출한 문건을 읽지 않았음>을 전제로왜 문건도 안 읽고 반대를 하냐며 답답함을 느낀 것으로 안다. 개인적으로는 (당 내) 대중을 계몽의 대상으로 보고, 왜 내 말을 듣지 않느냐고 짜증을 내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실 그럴 수는 있다. 많은 좌파들이 줄곧 이러한 감정에 빠지고, 기실 나도 종종 그러니까. (물론우리의 주장이 담긴 문건 등을 읽더라도, 이에 동의하지 않는 당원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깜빡 잊은 것 같지만.)

 

하지만 대표단과 당명 개정을 바라는 당원들은, ‘정말로 당명을 개정하고 싶어서일련의 과정들을 감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건 정치의 문제다. 대표단이 바라는 대로 당명을 바꾸려면, 그들은 당 내 헤게모니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명 개정을 추진하는 대표단의 권력은 의문과 도전에 직면하다가 결국 좌초될 테니까. 그런데 헤게모니는 물리적 힘이나 제도, 혹은 절차만으로 유지될 수 없다. 헤게모니 구성체는, 조직을 이데올로기적으로 장악하고 이를 토대로 구성원들의 자발적 동의를 얻어내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어떤 조직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고자 하는 사람은 마키아벨리가 되어야 한다. ‘내 주장이 옳은 것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이를 남들에게 관철시키기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지막지한 프로파간다를 하건, 반대파들에게 아부를 하건, 혹은 숙청을 하건, 그건 당 내 헤게모니 장악에 관한 전술을 고민하는 이들이 판단할 일이다. 어쨌거나우리와 우리가 쓴 문건의 내용이 맞으니까 당명 개정 반대파들이 문건을 안 읽는 건 잘못이라며 고고하게 뒷짐만 지고 있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왜 당원들이 우리가 생산한 문건을 읽지 않느냐는 데에서 누군가가 느낄 답답함은, 결국 당명 개정 지지자들이 당 내 정치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증명할 뿐이다. 어떻게 문건을 읽게 만들 것인가, 아니면 이를 읽지 않더라도 어떻게 우리의 주장을 받아들이게 만들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게 이들에게는 더 이득일 테다.

 

그리고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볼 거리를 포착할 수 있다. ‘기본소득당이라는 이름이 가진 전망을 당원들에게도 이해시키기가 힘든데, 이를 어떻게 대중에게 관철시킬 수 있냐는 것이다. 그나마 당원들에게는대표단이 제출한 문건을 읽어보라고 할 명분이 있겠지만, 당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이들에게 그걸 시시콜콜히 읽어보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기에 당의 얼굴인 당명은 그것 만으로 (문건의 내용과 같은) 당의 전망과 지향을 상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기본소득당이라는 이름이 그런 기능을 수행할 수 있나? 기본소득당이라는 이름으로부터 좌파적 인간해방이라는 결론을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 지구상에 몇이나 될지 잘 모르겠다. 당명 개정 지지자들이기본소득당이라는 이름은 퀴어 의제와 기타등등을 아우를 수 있어요라고 주장하는 것도 보았는데, 대중이 그걸 이해할 수 있을지 역시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기본소득 개념이 총체적 세계관으로 받아들여진 적이 없고, 이를 구축하기 위한 논거 역시 부족하기 때문이다. 당명 개정 지지자들은기본소득이라는 개념을 총체적 정치 기획으로 재구성할 것이다, 좌파적 담론으로 만들어갈 것이다라고 이야기하겠지만, 그걸 지금의 조직으로 수행해내겠다는 건 지나친 자신감에 불과하다는 걸 잘 알지 않나.

 

, 그리고 당명 개정 논의를 지켜보면서 한 가지 흥미로웠던 것이 또 있다. ‘노동당 당명 사수파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노동당 당명을 지키자고 하는 사람들은, 노동 의제만 중요하고 다른 의제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는 주장이 등장한 것이다. 기실 이러한 주장은 그 자체로 이들이 가진 운동에 대한 관점과 사회운동기구 모델, 그리고 지금의 노동당 운동이 가진 한계를 드러낸다. 운동을 의제별로 분류하고, 그것을 기계적·병렬적으로 결합하기만 하면 된다고 보는 것이다.

 

노동 문제(정확히는 노동계급문제)와 그 밖의 사회적 모순들을 하나의의제로 정의한 뒤에, 의제별 사회운동기구에서 각자 열심히 운동하다가 서로 연대해주는 것만으로는 전진할 수 없다. 여러 사회적 모순들의 원인이 어떻게 얽히고 설켰는지를 파고 내려가다보면 무엇이 나오나. 자본주의적 생산관계, 자본주의 체제를 토대로 한 권력이 기획한 경계다. 여러 피억압자들의 존재는 이러한 경계로부터 규정된다. 그리고 이건 결국 계급 문제다. 의제 운동들만 평생 한다고, 여러의제에 직면한 피억압자들이 완전히 해방될 수는 없다. (그 피억압자가 퀴어든, 여성이든, 노동조합 조합원이든 모조리 마찬가지로 자유로워질 수 없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정치경제적 결정을 매개하는 것은 자본이라서, ‘의제화된 담론 역시도 물화되어 상품으로서만 유통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상품들에 대한 수요가 없으면 의제는 시장에서 고사한다. 이런 이유에서, 우리의 정치 운동은 세계관으로서의 자본주의 체제를 대체하는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되어야 한다. 강령에 따르면 노동당은 사회주의 정당이라니까(그런가?), 노동당이 제시하는 자본주의 체제 너머의 세계는 사회주의적 세계다. 그것은 피억압자들의 다극화된 수요를 총체적 계급 전선으로 재구축하고 전쟁에 뛰어드는 것으로 이루어지지, 의제 운동들을 열심히 한다고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회주의를 강령으로 채택한 정당에서노동 의제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촌극이다!

 

꽤나 역설적인 이야기기는 하지만, 위와 같은 이유에서 노동당이라는 당명은 노동으로부터 배제된 이들마저 포괄할 수 있는 최선의 이름 중 하나다. ‘노동이라는 기표는 계급적 관점에서 사회적 생산 관계를 바라보는 정치 기획을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체제는 노동이 불가능하여 자본주의적 생산에 참여할 수 없는 이들을 낙오자로 만든다. 그러므로 이들의 해방 역시도 자본주의 체제를 극복하는 것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기본소득당이라는 이름으로도 할 수는 있다. 그리고 당명 개정 지지자들 역시도 그러고 싶어하는 것 같다(그렇다고 믿고 싶다). 하지만 남한 사회에서(심지어 운동 사회 내에서조차도) ‘기본소득이라는 기표가 지금껏 가리켜오던 것은 협소한 정책적 의미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사람들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상상하게 할 수는 없다. 물론 기본소득을 대중에게 관철시킬 수 있는 하나의 정합적 세계관으로 정립해가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은 숱한 이데올로그들의 노력, 여러 정치 기획, 그리고 선전가들의 동력을 갈아 넣는 지난한 과정일 테다. 이미 우리에게는 당장 써먹을 수 있는 훌륭한 이름(노동)이 있는데, 왜 굳이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노동이라는 이름표가 가진 협소함을 비판하고 싶다면, 좋다. 노동당이라는 당명을 버리자. 노동당이라는 이름으로부터 노동이라는 의제에만 집중하는 정당의 모습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노동당 운동이 노동을 의제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주의적 노동계급투쟁이라는 총체적 기획에 다다를 수 없음에 있다. 의제로서의 노동은 노동자(노동조합 조합원)의 권익 개선이라는 틀을 벗어날 수 없다. 결국은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더 나은 노동 조건 만들기’에 불과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노동을 하나의 의제로 규정하는 일은 노동계급운동을 조합주의적 운동으로 전락시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노동당 운동에서노동의 의미가 이렇게 쪼그라들었다면, 노동당이라는 이름을 버릴 수밖에!

 

, 방금 우리는우리 운동의 내용을 오롯이 담아내지 못하는불편한 이름을 버렸다. 남한 대중들에게조선로동당을 연상케 하는 불쾌한 이름을 버렸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당원들은 기본소득당이라는 이름 역시도 우리 운동을 대표할 수 없다고 생각할 테다. 이들을 설득할 수도 있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공산당이라는 이름을 쓰는 건 어떨까?

 

노동이라는 기표의 의미가 노동조합주의적인 것으로 후퇴할 수는 있어도, 공산당이라는 이름이 그렇게 후퇴할 수는 없다. 노동은 그저 사회적 생산에 참여하는 행위를 비롯한 다양한 것들을 지칭할 수 있으나, 공산주의라는 이름이 가리키는 것은 너무나도 명확하기 때문이다. 사적·변증법적 유물론이라는 도구를 사용하여, 사회구성체를 인식하는 세계관 말이다. 또한 기본소득을 좌파적 세계관으로 구축해나과는 과정은, 결국 기본소득이라는 도구를 통해 공산 사회로의 이행 과정을 설계하는 데로 환원될 터이다. 당명 개정 지지자들이 정말로 좌파고 인간 해방을 꿈꾸고 기본소득으로 해방지향적 정치 기획을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들이 꿈꾸는 세계는 맑스와 레닌과 기타등등의과학자들이 이미 한참 전에 규명해놓은 것이고, 이들이 하는 건 거기로 가는 방법을 재구성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공산당을 하려 들지 않지? (심지어 공산당이라는 이름은 노동당이라는 당명과 달리 조선노동당과 겹치지도 않는다, 이건 물론 농담이다.)

 

예나 지금이나 내가 확신하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자본주의 체제가 안정적으로 영속할 수는 없다는 것, 다른 하나는 자본주의의 위기로부터 사회주의적 체제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사회는 지옥도가 되리라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나를 공산주의자라 부를 수 있다면, 공산주의자로서의 실천이란 것을 해보고 싶다. 내 공산당을 가져보고 싶다. 그래서 운을 띄워보는 것이다. 공산당은 어떻냐고.

 

2. 김영길 당원님의 글, 「논쟁의 핵심은 '당명을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전략을 바꾸는 문제'입니다」 에 드리는 답변

 

사실 몸글에서 밝혔던 것처럼, 당명 개정 문제와 관련해서 별 논쟁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는데요. 어차피 당원 동지들이 바라는 대로 될 테고 그게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총체성에 천착하는 경향이 다양화된 현실로의 개입을 지체시킨다는 반론에는 뭔가 추가적인 코멘트를 드리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는 그런 반론이 오히려 여러 현장 운동들의 실현을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생각하는지라.

 

어려운 근거를 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미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지 않습니까? 파편화된 여러 운동 단위들이 어쨌든 급변하는 정세에 대응은 해야 하니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결국 소진되어버리는 사이클을요. 저는 이미 지쳤는데, 이걸 언제까지 반복하다가 해방될 수 있죠? 제게는 당장의 현실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눈 앞에 당장 바위가 있으니 그걸 계란으로라도 쳐야 한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사회운동정당 모델이 다극화된 주체들의 저항을 접합하여 등가 사슬을 구성하는 급진민주주의적 전략임도 이야기를 하시던데, 저는 이것이 소위 포스트모던 시대에도 총체성이라는 기획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었던 무페와 라클라우의 절충안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왜 이들이 여전히 이런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나를 고민하다보면, 다시 제 본문의 논지로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 다극화된 요구들이 존재함에도 그것들은 공통의 방해물 때문에 위협받고 있으므로, 이걸 치워버리기 위해 피억압자를 아우르는 전선을 구축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겁니다. 생각해보면 제가 이야기하는 총체성과 저를 언급하신 분의 등가 사슬 논의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우리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그렇다면 대체 뭐가 문제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텐데요. 이들-급진민주주의자들은 그러한 등가 사슬의 구체적 상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받고 있습니다. 어떤 당원 분의 말씀처럼급진민주주의적 기획일 사회운동정당 모델 역시도 여전히 추상적입니다. 이런 추상성 때문에, 사회운동정당 모델이 여러 운동 주체들 사이의 등가 사슬을 구성하는 기획이라 주장하시면서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말씀해주시지 못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미 남한 운동 사회에서 연대에 대한 상상력은 고갈되었습니다. 나가서 깃발이나 종종 들어주고 종종 사업이나 한 두개 같이 꾸리는 게등가 사슬을 구성하는 건 아니겠죠. 사회운동정당 모델이 이를 극복하는 구체적 실천과 전망을 제공해주지는 않았습니다. 그러한 작업에 성공했으면, 노동당의 사회운동정당 모델을 기획한 이가 제 2의 무페니 라클라우니 같은 소리를 들었겠죠.

 

, 그리고 저는 당명 개정 찬성입니다. 위에 올린 글을 읽으셨으니 아시겠지만, 혹시라도 헷갈리신 분이 계실까봐요. 사회운동기구 모델 속에서노동이라는 기표는 필연적으로 협소해질 수밖에 없고, 그렇게 협소해진 의미의 노동은 우리의 목적도 될 수 없을 뿐더러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렇게 잘 팔리지도 않죠.

 

그래서 공산당을 해보자고 제안드린 겁니다. 우리는 절박하잖아요. 잘 팔릴 무언가가 당장이라도 필요하지 않습니까. 이런 벼랑까지 온 거 최대한 선정적인 이름으로 반등을 노려보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이보다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길 이름이 어디 있으며, 이토록 우리 운동의 내용을 직관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이름이 어디 있습니까.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우리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3.  위의 논의, 그리고 1번 글에 대하여 덧붙인 보론

 

 다른 당원 분이 주신 피드백에 다시 답을 드리는 과정에서 달았던 댓글인데요. 이 글을 좀 더 명확히 읽으시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여기에도 올립니다.

 

- 답변 감사합니다. 사실 제가차라리 공산당은 어떨까라는 질문으로부터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당명 개정 논의가노동당기본소득당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분법적 구도 하의 인정 투쟁으로만 그려지는 상황이 답답했기 때문인데요. “공산당은 어떻냐는 어딘가 위악적인 질문이, “A 아니면 B”로 비춰지는 지금의 논의 구도를 조금이나마 환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더군요. 물론 이 속에서 유효한 논점들도 여럿 제시되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개중에는 노동당이라는 이름을 본질주의적·물신적으로 인식하며이것 아니면 안 돼와 같은 태도로 임하신 분들, 또 기존 당명에 대한 안티테제로 기본소득당이라는 이름을 꺼내 들었다가 역시나 이것을 본질주의적·물신적으로 인식하게 되어, “기본소득당 아니면 안 돼같은 태도로 임하신 분들이 있었죠. 물론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저는 여전히 전자를 고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나는 왜 이 당명을 지지하는가에 대한 결론에 당원 개인들이 다다르는 방식은 좀 달라질 필요가 있죠. 그리고 두 개의 당명 중 하나만을 골라야 할 것 같은 상황에, “그것들 말고 다른 상상을 해볼 수도 있지 않느냐라는 문제제기도 해보고 싶었고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제 본문은 노동당 운동 속에서 유통되는노동이라는 기표, 그리고 그와 동시에기본소득이라는 기표를 망치질하는 작업이기도 했습니다. 별 생각이 없었다가 어떤 글에 버튼이 눌려서(…) 수업시간에 급하게 완성한 글이거니와, 원래는 당원들에게 공유할 생각도 없었기에 꽤나 거칠게 쓰이기는 했지만요. 그래서 이 쪽이나 저 쪽이나 다들 제 글을 조금씩은 오독하셨던 것 같기는 합니다.

 

하여튼차라리 공산당이 어떨까라는 발상은 이런 지점으로부터 출발했던 하나의망치에 불과했는데요또 막상 쓰다 보니 소위 포퓰리즘 시대에공산당이라는 이름이 선전 전략의 도구로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에 관한 고민이 생기더군요. 틈새로부터 반공 이데올로기를 전복하는 과정 속에서 이 이름이 대중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지, 무엇을 상상하게 할 수 있을지, 그런 것들 말입니다. 가령 반공주의 이데올로기의 산실이었던 미국에서는, 대중과 그 적들을 명확히 구분하고 후자를 공격하는 정치/정책 기조에 매력적인 소비재로서 사회주의라는 상징이 가지는 성격을 접합한 기획이 성과를 거두는 중이니까요(DSA). 그러나 이에 대한 고민은 아직 추상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고 구체화된 전략으로 다듬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니까 아직까지는 그저 단순한 고민일 뿐이기에 나이브하게 읽힐 수밖에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애초에 저는 본문의 말머리에서 이 글이 공상적 잡설에 불과함을 밝히기도 했고…) 다만, “공산당은 왜 안 돼?”라는 질문이공산당은 안 돼!”라는 결론으로 바로 이어지기보다는, 우리가 지금 공산당이라는 이름을 채택했을 때에 벌어질 일들, 우리가 채택하게 될 전술, 그것이 적용될 정세와 적용된 뒤의 결과를 상상해보는 데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정확히는 공상이 아니라 구체적·현실적 분석으로서의 상상이겠죠. 이를 통해 도출한 결론이 영 아니겠다 싶으면, 그 때에는 정말로공산당이라는 이름은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겠죠. 어쨌거나노동당이 좋은 것만큼 공산당이 좋다!”라는 본질주의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고, 오히려 여러 가정의 가능성을 조망해보길 바랐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사실은 제가 이야기한협소해진 노동의 의미를 궁금해하시는 것 같아 이 댓글을 달기 시작한 건데어쩌다보니 사족이 길어졌네요. 저는 본문에서 노동당 속 노동운동의 조합주의화를 비판하였었는데요. 이러한 조합주의화는, 노동당 내에서 노동이라는 기표가 가리키던 어떠한 계급적 성격이 개별 노동자의 노동 조건 정도를 가리키는 것으로 축소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므로 정확히는노동계급에 대한 상이 조합적인 성격의 것으로 협소해졌다라 정정하는 게 좋겠군요. 그러나 이것이 어떠한 계급 정치와 다른 내용을 가진 정치 사이의 위계를 구분하자는 함의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성정치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당의 다른 문제보다 성정치 문제를 우선시한다는 비판을 받은 적도 있는 걸요.) 다만 저는 여러부문운동사이에 벌어지는 위계가, 운동의 내용을 의제별로(각각의 장을 만들어) 분류·배치하는 상황에서부터 발생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그러한 위계와 이를 야기하는 구분을 해체하는 기획으로서 총체성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던 것이죠.

 

어쩌다보니 댓글이 무진장 길어졌지만 사실 어떠한 반론을 덧붙이고 싶었던 것은 아니고제 글에 대해 궁금하셨을 것들에 대하여, 이해를 돕기 위한 보론을 덧붙였다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저는 당명 개정 논의에 뛰어들고 싶었던 것은 아니고, 당원 동지들께 새로운 상상의 여지와 논거들을 제공해드리고 싶었던 것이니까요. 제 글이나 당원님의 글을 포함하여, 논쟁 과정에서 등장했던 여러 의미 있는 주장들이정치하고 정치적인토론의 토대가 되어 주길 바랄 뿐입니다. 좋은 밤 보내시길 바랍니다.

 

- 그리고 여기에 한가지를 더 덧붙이자면, 저는 지금의 구도가 그저 기표 간의 투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에게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의 기의, 그러니까 그러한 당명을 도출해내는 정치 기획 사이의 대결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일이라 생각하거든요. (이는, "논쟁의 핵심은 '당명을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전략을 바꾸는 문제'입니다" 라는 김영길 당원님의 문제제기와도 일맥상통한 것 같습니다) 두 개의 이름이 피상적으로 대치하는 지금의 상황을 인상비평하자면… ‘기본소득당으로의 당명 개정 지지자들의 경우,

 

1.     노동당 운동을 현실적으로 검토하는 측면에서 거대담론적 기획을 수행할 수 없음을 인지하고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기본소득당이라는 이름표도 달자는 논거.

 

2.     기본소득을 하나의 거대담론으로 구축해보자는 의도.

 

이 두 가지를기본소득당이라는 이름의 정당성을 주장하거나, 혹은 이러한 주장에 대한 반박에 재반박하는 과정에서 산발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모순이 벌어지는 셈인데요. 이것을 명확히 정립하는 과정이 이후의 논의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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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206 기본소득당 창당에 함께 하겠습니다. 박유호 2019.08.13 646
76205 ■■ 앞으로도 열심히 걸어가겠습니다 : 2019년 봄, 여름 <이-음>은 이렇게 걸어왔습니다. ■■ 2 file rhyme 2019.08.13 363
76204 노동당 녹색위원회 활동 같이 하실 분들 손들어 주세요! ~ 1 file 이근선 2019.08.13 363
76203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전 이 당의 굴레와 속박을 벗어던지고 제 행복을 찾아 떠납니다 가영이 2019.08.13 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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