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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을 바꾸는 정치를 향하여

 

안녕하세요. 노동당 대표 신지혜입니다. 우리는 66일 전국위원회에서 77일 당대회에 제출할 안건을 의결했습니다. 당대회준비위원회에서 제출한 기본소득당으로의 당명개정을 담은 당헌개정의 건, 총선기본방침 등을 당대회에서 함께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안건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제출되고 있습니다. 이에 안건을 함께 제출했던 당 대표이자 우리당의 성장을 바라는 한 당원으로서 저 또한 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신자유주의는 우리의 삶 전반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서명운동이라는 것에 처음 참여해 보았습니다. IMF 경제위기가 우리사회를 덮친 지 채 몇 년이 되지 않았던 때였습니다. ‘경제위기를 이유로 6학년이면 가는 수학여행을 학교에서 취소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경제위기의 심각함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그 시절, 왜 우리는 수학여행을 가지 못하냐며 교장선생님께 수학여행을 가게 해달라고 친구들과 했던 서명운동이 제가 참여했던 첫 번째 서명운동이었습니다. 제 첫 서명운동의 기억은 IMF경제위기가 가져온 삶의 변화와 맞닿아 있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빈부격차는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낭떠러지로 떨어지지 않고 경쟁 속에 발버둥 쳐가며 생존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해야 했습니다. 안정적인 삶을 위해 비교적 정리해고 걱정이 없는 공무원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사회를 탓하기 보다는 각자 노력하는 것 밖에는 답이 없었습니다.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묻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각자도생을 당연히 여기는 사회, 능력에 따른 빈부격차는 물론 오히려 법을 어겨가며 부를 챙기는 것도 능력이라고 여기는 사회, 경쟁에서 낙오하는 사람들은 사회 유지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희생이고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 공정하지 못한 것으로 여기는 사회, 이것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이 시대에 저절로 체득하게 되는 감성, 바로 신자유주의의 이데올로기였습니다.

 

우리는 신자유주의 종식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입니다.

 

제 삶 속에서도 가난한 이들에 대한 수도 없는 낙인을 마주해야만 하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제게도, 제 주변에서도, 손닿지 않는 저 멀리 있는 이들에게도 낙인은 피해가지 않았습니다. 또한 갖은 이유로 벌어지는 차별과 부조리함이 너무도 싫었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한다 해도, 내 몸 하나 누울 집을 구하는 것 뿐 더러 자기몸 하나 건사하기 쉽지 않은 이 시대에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은 더욱 아득해져만 갔습니다. 저는 이런 생각들과 함께 사회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평생 사회를 바꾸는 운동을 하며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저를 비롯한 수많은 이들이 더 이상 장밋빛 미래를 꿈꾸지 못하는 것은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신자유주의적 질서라는 인식 속에 비롯되었습니다. 또한 적어도 신자유주의적 경쟁 속에 발버둥 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작은 희망이라도 품을 수 있기 위해서는 사회를 바꾸는 일이 최선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당이 참 좋았습니다. ‘신자유주의 종식을 목표로 내걸고 차별받는 모든 이들과 함께하고자 천명했던 우리당이, 어떻게 하면 자본이 수탈-착취 한 것을 모두에게 되돌려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며 대안을 제시하고자 하는 우리 당이 좋았습니다.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아득한 세상에서 우리 당의 대안은 제게도 또 다른 이들에게도 어둠 속에도 나아갈 수 있는 등불 같았습니다. ‘대의를 위한 헌신으로서의 운동보다 자신의 더 나은 삶의 변화를 위해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외치는 당원들이 있는 우리당이 더 성장하고 더 커지기를 언제나 바랐습니다.

 

우리당에서 배운 것, 그리고 느낀 것

 

87년의 투쟁들을 몸소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87년 전후의 투쟁들을 함께 했던 당원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악랄하고 억압적이었던 자본에 맞서 싸웠던 이야기, 그 당시 대학에서의 운동, 수많은 시민들의 염원을 담은 대통령선거 그리고 당 건설까지 이어졌던 경험들. 제가 직접 경험한 적은 없지만, 열망을 품고 열정을 가진 이들의 치열했던 삶의 이야기는 영원할 것 같은 신자유주의 경쟁 사회를 다시금 한번 뒤집어엎는 순간을 함께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갖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소망은 쉽게 이루어질 것 같지 않았습니다. 87년으로부터 20여년이 넘는 시간동안 우리가 살아온 세상은 신자유주의체제 속에서 더욱 강해진 자본의 힘과 그에 협조하는 정부로부터 운동이 저항이 승리하는 모습보다는 판판히 깨지는 모습이 더욱 익숙했기 때문입니다. 패배하는 와중에도 갈수록 투쟁의 현장은 늘어갔고, 모든 투쟁현장에 함께 할 수 없는 역량의 한계를 절감하며, 우리는 어떤 정치를 만들어가야 하는지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과거 운동의 경험으로 노동운동을 와해하는 자리에 가 있는 이들을 배신자라 부르며 개탄하는 일은 어쩌면 쉬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20여 년 째 반복되는 운동의 구호들을 되돌아보며, 운동의 요구가 실현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에 대해 모색하고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신자유주의적 질서는 국가제도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과 정서 속에도 촘촘하게 스며들어 어디서든 존재하는 이 시대에, ‘신자유주의의 종식을 내건 우리당의 목표와 실천이 활력 있게 작동하지 않는 것은 언제나 큰 아쉬움이었습니다. 그래서 혼자만의 고민과 실천에 그치지 않고, 신자유주의 종식의 구호를 넘어 다른 대안세상으로 바꾸어 낼 정치기획과 실천을 당에서 함께 만들어 가고자 당원여러분들 앞에 대표로 출마했습니다.

 

시대정신을 바꿔 낼 정치운동이 필요합니다.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인가.’ 비정규불안정 노동자들의 투쟁현안이 연일 보도되는 가운데 인터넷 속 댓글로 사람들의 반응들을 살펴보며 운동의 현주소를 실감하는 요즈음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요구당당히 시험 쳐서 정규직 되라. 시험 쳐 들어온 이들에게 불공평하다.’는 댓글이 가장 좋아요를 많이 받고 있는 것이 우리의 뼈아픈 현실입니다. 신자유주의적 질서 아래 노동의 분열과 위계는 정년을 연장하는 문제에서도, 임금피크제 도입에서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현장에서도 어디서든 빼곡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한 투쟁사업장에 연대하여 함께 투쟁에 승리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더 많은 투쟁의 현장이 승리할 수 있는 힘을 만드는 정치를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 정당운동을 하는 우리의 주요한 소명입니다. 이는 지금 이대로 버티며 주변을 다독여가며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더 넓고 더 많은 투쟁의 승리는,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신자유주의적 질서 속에서 내제화된 이데올로기를 바꾸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신자유주의적 질서는 하루아침에 형성된 것이 아닙니다.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을 구축하고 이 패러다임들이 실질적인 제도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내면화되기까지 수십년간의 정치운동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자본가와 정책전문가 그리고 정치인들을 설득하며 서서히, 하지만 탄탄하게 세력을 확장했습니다. 오일쇼크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완전고용에 기반한 자본주의의 황금기에 위기가 온지 불과 2-30년 만입니다. 체제경쟁의 대상이었던 현실사회주의 국가들이 사라진 이 시기에 신자유주의적 사회경제적질서는 그 어느 때보다 견고합니다. 신자유주의를 종식하겠다는 목표를 가진 우리 또한 내면화된 질서에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신자유주의 가치에 대항하는 급진적인 전환 담론을 논의하는 것을 시작으로 우리는 오랫동안 관성적으로 가져왔던 가치관에 물음표를 던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을 시작으로 변화된 시대에 맞춰진 새로운 패러다임과 함께 신자유주의적 질서 속에 어렵지만 다양한 결의 사회를 바꾸는 투쟁들을 다시금 만들어내며 결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모두의 것을 모두에게

 

2016년 고양시갑 지역구에서 총선후보로 출마했을 때, 한 게임의 캐릭터를 패러디하여 정당연설회를 진행했습니다. 화졍역 광장을 지나는 시민들에게 나의 삶에서 없어졌으면 하는 것을 포스트잇에 적어달라고 요청했었습니다. 그 중 한 시민의 답이 제겐 여전히 기억에 남습니다. 그 이는 자신의 삶에서 불안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답했습니다. 불안정한 사회안전망, 열심히 일해도 고용의 안정은 보장받기 힘들고 어려운 세상입니다. 가까운 미래도 계획할 수 없을 정도로 일상적으로 불안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기본소득이라는 새로운 정치기획은 큰 힘을 발휘 할 수 있습니다.

 

각자도생 속에 낙오하는 사람들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고, ‘실력이 있으면 더 많은 몫을 가져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해진 이 사회에서 우리는 사회의 부에 대한 우리의 몫을 요구하는 정치를 통하여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펼칠 새로운 정치를 관통하는 것은 모두의 몫을 모두에게분배하라는 요구입니다. 어떤 자본도 그 자본 자체만의 능력으로 수익을 얻지 못하며, 기술을 발전시켜 만들어지고 활용되는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공간은 수많은 사람들의 활동을 통해서만 유지되고, 이 활동들은 빅데이터가 되어 자본의 새로운 수익창출을 위한 원천이 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정당한 우리의 몫을 요구하는 것은 자본에 대항하는 새로운 계급을 폭넓게 형성하는 새로운 정치운동이 될 것입니다.

 

모두의 것을 모두에게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될 정치운동은 모든 수익을 기본소득으로 만들자는 운동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일부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통제하고 있는 수많은 것들에 대해 평범한 사람들의 몫과 역할을 늘려가는 운동으로 확장해나가야 합니다. 지역주민의 삶 속에서도, 노동자의 삶 속에서도, 수많은 관계들과 공동체 속에서도 우리사회를 구성하게 될 새로운 가치를 확장해나갈 수 있는 정치를 이제 시작합시다.

 

새로운 방식의 정당운동, 그 시작을 우리가 열어나갑시다.

 

모두의 것을 모두에게 분배해야 한다는 요구는 지금과 다른 방식의 정당운동을 시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몫을 되찾는 것과 동시에 공부하고 토론하며 정치기획을 하고, 정치기획에 함께 하는 대중들과의 만남을 이어가며 우리를 확장시켜 나가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단순히 당명을 개정하는 것이 아니다’. ‘재창당 수준의 당명개정이다라는 당원들의 의견에 공감합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단순히, 지금 우리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 아니라, 변화하는 시대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는 여정을 함께 시작하자고 제안 드리는 것입니다.


새로운 길은 과거와의 단절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우리가 단절해야 하는 과거는 오랫동안 우리를 짓눌러 왔던 절망, 정당에 대한 제한적인 사고, 그리고 변화하는 세상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변화에 함께 호흡하기 보다는 당 내부의 권력안배와 실천 없는 논쟁에만 집중했던 우리의 관성입니다. 우리가 이을 것은 자본의 억압 없는 대안 세상을 향한 열정과 상상력,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 이루었던 승리의 경험일 것입니다. 이제는, 우리의 꿈이 급진적인 구호에만 머무르지 않도록, 우리의 꿈을 향한 실천들을 이어나갑시다.

 

이는 당시 시대의 정세에 맞추어 수많은 동지들이 보수양당의 오랜 구도 속에 결기 있게 진보정당을 세웠듯이 오늘날의 시대변화에 맞춰 다시 진보좌파정당의 경계를 세우자는 제안입니다. 우리가 가진 진보좌파정당으로서의 소명은 자본의 억압과 착취를 없애고 해방세상을 만들겠다는 목표와 신념입니다. 변화하는 시대, 불안정한 삶 속에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내면화된 평범한 이들의 삶 가운데에서 어떤 정치기획 속에서 녹아내야 할 것인지 대항담론으로서의 정치기획을 구축하자는 것이며. ‘모두의 것을 모두에게라는 슬로건 속에 기본소득 패러다임은 플랫폼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위기 속에서 보다 선명한 전선으로 드러날 것입니다. 선명한 전선 아래 다양한 역사를 가진, 생의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새로운 정치적 힘을 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신자유주의 위기 그리고 불안정한 삶 속에서 분명하고도 간명하게 자본의 대척점에 설 수 있는 전선은 바로 기본소득으로의 패러다임 전환과 그 구심점으로서 기본소득당으로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스스로의 변화를 앞당겨야만 세상의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절박하지만 그리 새롭지 않은 이야기로부터, 당원 여러분들에게 우리의 변화를 시작으로 한국사회 변화를 확장해 나가자고 말씀드립니다. 대의를 위해서만이 아닌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정치를 시작합시다.

 

2019.7.3.

노동당 대표 신지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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