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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당의 명칭은 기본소득당으로 할 수 없다”
: 좌파정당 견지인가, 청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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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왔을 때는 당황했지만, 이 정도 늦어버리면 새삼 서둘러봤자 소용없다고 생각해 천천히 걷고 있다.” 
- 만화 <슬램덩크>에서

- 1. 이러한 태도가 노동당이 걸어온 모습은 아닌가?
- 2. 이러한 태도가 노동당에 필요한 덕목은 아닌가?



“내가 이렇게 다 바쳤거든요? 그렇게들 할 자신 있어요?”
“당을 지키겠다면 그 정도 각오는 있어야죠.”
“그렇다면 인정할게요.”
“두고 보시죠.”
 
안녕하십니까. 노동당 경기도당 위원장으로 복귀한 나도원입니다. 언제였더라, 노동당-정의당 통합을 위한 안건을 다룰 2015년 당대회를 앞두고 당시 당 주요 활동가들과 어느 호프집에서, 어느 모텔방에서 각각 단 둘이 나눈 대화 한 토막입니다. 젊음을 송두리째 헌신했는데 이대로는 안 되겠다, 반대하겠다면 그 정도 각오는 하라는 말에 선뜻 답했고, 그렇게 살고자 노력했습니다. 많은 동지들이 함께 그렇게 했습니다. 그런 동지들이 없었으면 지금 이런 논쟁을 할 기회조차 없었을 겁니다. 노동당은 이미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요.

‘단절이 아닌 연결’을 말해야 할 때

‘지하철역 도보 5분 거리’, 방 구할 때 자주 보는 문구입니다. 실제론 ‘지하철역 전력질주 5분 거리(에 성공하면 당신은 육상스타!)’인 경우가 태반입니다. 정당의 전략은 대개 이와 비슷합니다. 좌파정당의 당원은 애초에 그런 허위과장광고를 하지도 않거니와, 설령 그런 문구를 보더라도 알아서 이해합니다. 그런데 근래에 이와 비슷한 문구와 기대를 봅니다. 

죄송하지만 새로운 시도와 노력 중인 현 집행부 취임 이후 탈당자가 늘고 있습니다. 이상 징후를 당명개정안의 영향으로 해석합니다. 기본소득당(안) 가시화 이후부터는 모세가 지팡이로 홍해를 가르듯 당원들이 갈라지고 있습니다. 소통과 토론을 강조했지만 수정과 반영은 없는 고지와 설득 과정이었습니다. 당의 근간, 열성적인 지지자이자 후원자는 당원입니다. 현 당명을 결정한 2013년 당대회에는 모든 당원들의 참여가 보장되었고, 2017년 재논의 시에도 여론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정의당도 당명을 당원총투표로 결정했습니다. 지금 우리는 그러지 않습니다. 지난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므로 그 과정 또한 무의미한 걸로 치부해선 안 됩니다. 

상입집행위회의 제안문이 ‘노동’당 전략 실패를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내용상 노동‘당’ 운동의 저하로 해석해야 합니다. 가치평가가 아닌 중립적 용법으로, 욕심 때문입니다. ‘기본소득당(안)’도, ‘당해산(안)’도 그렇습니다. 자기 시대에 결과를 보려는 마음, 자기가 책임져야하겠다는 마음, 그런 선의의 욕심 때문입니다. 당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언론인, 활동가, 지지자의 반응은 우려와 안타까움 일색입니다. 먼저 되짚어봅시다.


1. 노동당은 왜 여기에 머물러 있는가


한국정치는 보수독점구도입니다. 유권자도, 운동진영도 상황과 단계에 따라 선택하고 있다며 자기합리화합니다. 진보대안정당은 다수가 공존하여 표를 나눠 갖습니다. 대대적 변혁을 위한 동력은 부족할 뿐더러 분산되어 있습니다. 당의 어려움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지난한 역사를 거친 우리 당의 이미지는 고집스럽고 정치(?)를 모르고 분란을 거듭하는 당처럼 보입니다. 사회당과 진보신당은 각각 통합론의 홍역을 거쳐 만남에 이르렀지만 이후에도 또 다른 그룹 간 대립이 심했습니다. 중앙과 지역, 지역과 부문, 지도부가 바뀌어도 연속성을 보장해야 할 중앙당 구성까지 단절을 겪고 있습니다. 단절은 네트워크, 조직과 재정, 경험과 정치력의 축소를 의미합니다. ‘단절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무능해서’라는 자학과 ‘시대가 그러하다’는 합리화는 넘어서야 합니다. 대립과 갈등이 없는 정당, 부침을 겪지 않는 당이 몇이나 됩니까. 있기는 합니까. 자신들은 쏙 빼놓고 말하는 ‘노동당이 실패해서’라는 자기부정, ‘노동당은 끝났으니’라는 자기파괴는 답이 아닙니다. 우리는 의제를 선도하고 선명성과 자부심을 갖는 당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당원동지들의 일상적 연대와 헌신으로 존중받는 당입니다. ‘노동당’ 이후 6년 동안 입당자도 1000명이 넘습니다. 21세기 좌파정당의 가능성이 여기에 있습니다. 

‘노동당’이란 당명을 지지했던 당원들의 이유는 다양했습니다. 특정 구상도 일부 있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각자 자기이해와 경험을 더해왔습니다. 제 지론은 언제나 ‘노동이 모든 것은 아니다’였습니다. 기본소득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항변을 되풀이할 필요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노동 강조가 ‘노동당’ 정당성으로 직결되지 않듯 기본소득 강조가 ‘기본소득당’으로 귀결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여러 찬성 글들은 기본소득을 설명할 뿐 왜 기본소득‘당’인가는 설득하지 못합니다. 노동-해방은 임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을, '원하는 노동, 즉 활동'을 할 수 있는 사회를, 결국 노동자-무산계급 승리를 의미합니다. 이 기초인식과 연관성을 결여하면 헛바퀴 논쟁에 빠집니다. 

냉정하게 당의 오늘을 ‘에너지 고갈, 지도력 후퇴, 지속가능성 위기’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해결을 위해선 ‘정책의제에 대한 재평가’, ‘재생산을 전제로 한 자기반성’, ‘각 의제기구와 지역조직의 평가’가 필요합니다. 그 대안이 일점돌파는 아닙니다. 오히려 ‘다양성 회복’과 ‘연대와 투쟁의 재인식’으로 향합니다. 선결 없는 상황에서 당명 변경은 2년 전처럼 재창당과 전면 재편성을 함께 제시하는 경우, 아니면 새로운 조직과 결합 시에나 합의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 시점에 ‘당명개정 기본소득당 단일원안’이 제출되었습니다.


2. 기본소득당(안)의 문제와 한계


반성부터 하겠습니다. 저는 당대회준비위원회에서,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전국위원회에서 기본소득당 단일원안 제출의 문제와 파장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우려, 만류, 호소했습니다. 당원여론조사도 제안했습니다.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답정너’라고 판단했기에 다른 안을 제시하지도 않았습니다. 양자택일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과 노선이 경합하는 장, 그래서 당대회를 승복과 협력의 계기로 삼는 데에 역할을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하여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이제라도 이 안에 찬성할 수 없는 이유를 말씀드려야겠습니다. 
 
① 기본소득당은 사회운동정당의 좋은 모델이 아닙니다

기본소득당 제안 취지에는 2년 전에 채택한 강령 중 사회운동정당을 제시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때 적극 찬성하자고 발언했습니다. 저로선 우리에게 독일 좌파당과 스페인 포데모스를 가능한 수준에서 결합해보는 시도가 필요하다 여겼고, 사회운동정당론도 그렇게 이해했습니다. 사회주의자와 급진 사민주의자가 모인 독일 좌파당과 유럽의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등장한 포데모스는 공히 기본소득을 내걸었거나 내걸기도 했습니다. 동시에 다양한 운동을 포괄했습니다. 또한 정체성을 드러냈습니다. 박근혜 퇴진투쟁에 누구 못지않게 앞장섰지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노동당이기에 충분한 대비가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사회운동정당이 발전하기 위해선 ‘노동 + 기본소득 + 생태 - (변수, 즉 우파기본소득)’이라는 수식을 기본으로 해야 합니다. 일점돌파를 위한 기본소득‘당’은 이와 거리가 멉니다. 기본소득정치연대가 가능성을 증명하고, 문화예술위원회의 영향력이 더 커지고, 노동자정치행동이 활발해지고, 장애인위원회가 흩어진 운동을 당으로 끌어 모으고, 새롭게 제안한 비정규노동위원회가 새로운 주체를 만들어 세우는 활동이 결합해야 합니다. 일차적 골간조직이자 실제 선거수행조직인 지역당부가 다시 힘을 쌓아야 합니다. 총합이 시너지를 발휘하는 것이 사회운동정당입니다. 특정의제를 당명으로 내세우며 공통분모를 강요하는 건 나쁜 모델입니다.
 
② 특정의제형 당명에는 장기전망이 없습니다 

이 의제형 당명은 당을 임시상태로 되돌립니다. 기본소득당은 당을 중단기 과정으로 설정합니다. 포괄정당인지, 과정정당인지 모호합니다. 토론회에서 답을 들었습니다. 기본소득당 이후에도 당명을 또 바꿀 수 있다 합니다. 당명은 고정불변이 아니지만, 시류에 따라 언제든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전략이 아니라 전술, 그것도 단기전술입니다. 사회운동단체와 정당은 성격부터, 역사부터 다르기 때문입니다. 노동당 조직인 기본소득정치연대는 당명까지 바꾸지 않으면 기본소득운동을 할 수 없는지, 그렇다면 다른 조직들 역시 그러한지 물어봅시다. 질문을 바꿔 다시 물어봐도, 기본소득당(안)은 다른 의제와 조직에게 희생과 후퇴를 요구합니다.  

이처럼 이념과 지향이 뒤로 빠진 정책의제는 시기에 따라 언제든 휘발합니다. 우리가 ‘최저임금1만원당’이었다면, 물론 그런 당은 이미 공중분해 되었겠지만, 참 난처한 상황에 처해있을 겁니다. 기본소득 역시 사회변혁, 사회주의와 결합하는 퍼즐일 때에 우리에게, 이 사회에 의미가 있습니다. 분명한 좌파정당일 때에 의제기구의 활동도 정당합니다. 그래서 다양한 조직과 사람이 노동당에 모여 있습니다. 더구나 의제형 당명은 특정 인물들에 의존하거나 후원하는 가설정당화의 위험까지 내포합니다. 우리가 여러 번 겪은 오류입니다. 실패의 원인이었습니다.

③ 변별점 확보는 어렵고 연대마저 위험합니다

아시다시피 여러 인물들이 기본소득을 말하고 있습니다. 불과 몇 해 전 선거에서 노동당 후보의 기본소득을 비판하던 심상정 등 정의당 정치인들이 기본소득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일찌감치 나선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비롯하여 보수정치인들도 기본소득을 말합니다. 반가운 상황이 아닙니다.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기본소득부속강령(안)처럼 긴 문서와 긴 대화가 필요해졌습니다. 시민은, 유권자는 그럴만한 여유가 없습니다. 기본소득은 누가 주장하는가 하는 주체가 아닌 누가 확대 실현시킬 수 있는가 하는 주동의 차원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기본소득당이 되어 당의 명운을 건다면 기본소득 대중화와 진짜 기본소득 설파 중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옵니다. 기본소득을 통한 정치연대의 해외사례는 어떠한지, 한국에서 형성한다면 지속성은 어느 정도일지에 대한 정보와 판단이 우선입니다. 토론회에서 사견을 전제로 기본소득선거연대의 범위를 넓게 생각해보자는 의견을 들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정치인과 정치세력까지 염두에 둔다면 매우 복잡해집니다. 그런데 노동당이 기본소득 전술로서 유연해지는 것과 달리 기본소득당이 누구와 연대하는가는 당의 성격 자체를 규정합니다. 그에 따라 기본소득당은 좌파정당이 아닌 중도정당으로 인식될 테고, 어쩌면 그것이 실체가 될 것입니다. 대중성이란 단어는 언제나 오해의 대상이자 자루 없는 칼과 같았습니다.

④ 조직 확장과 조직 건강 사이 딜레마에 빠질 수 있습니다

<실화> 
이 이야기들은 실화를 재구성하지 않은 그냥 실화입니다.

(당원A 열변)
지인 : 기본소득당? 푸하하하.
당원 : -_-

(당원B 푸념)
지인 : 음, 기본소득당.. 너네 왜  그래?
당원 : ㅡ_-

(당원C 수다)
기자 : 기본소득당이요? 아니, 어쩌다?
당원 : ㅜ_ㅜ

(당원D 입장)
친구 : 와, 기본소득당 왔다! 깔깔깔.
당원 : ㅠ_ㅠ

노동당보다 대중성이 있을 것이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는 그렇게 오인할 수도 있습니다. 누구 못지않게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경청하는 타입이라 자부합니다. 그런데 직접 듣거나 전해들은 반응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기본소득과 기본소득당의 인지도, 지지도는 완전히 다른 차원입니다. 기본소득운동 관련단체 회원들의 집단입당을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좌파정당에는 거리감을 갖지만 기본소득에는 공감하는 사람들 말입니다. 그런데 좌우뿐만 아니라 인식의 편차도 아울러야 합니다. 인식의 편차는 성차별, 장애차별, 연령주의, 언어폭력 증폭으로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단적인 사례로 요즘말로 ‘깨시민’이 상당수 입당한 진보신당 흥행기 이후에 벌어진 ‘낙태찬반논쟁’의 여파는 상당했습니다.

물론 교육과 자정을 도모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념의 차이, 세계관의 근본적 차이까지 더해지면 결말은 예측가능 합니다. 기본소득 지지자라면 누구든 환영합니까(그래야 확장효과가 있습니다), 기본소득은 지지하지 않되 사회변혁을 바라는 좌파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기본소득운동 지지자들의 입당 기대는 노동당으로는 불가하다는 뜻이고, 의제기구가 제 역할을 아직 시작하지 못했다는 뜻이고, 무엇보다 당명이 바뀌어야 입당하겠다는 사람들이라면 우리가 좌파정당의 색깔을 탈색하길 기다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정당은 특정운동의 도구가 아닙니다. 

⑤ 연대, 정책, 지역활동이 축소됩니다
 
그렇다고 기본소득당이 그것만 중시하는 정당일 리는 없습니다. 7월 3일부터 역사적인 ‘비정규직 철폐, 공공부문 총파업 투쟁’이 시작되었습니다. 광장을 가득 메운 비정규직 노동자와 연대단위 속에 노동당의 대표깃발은 없었습니다. 당대회를 준비하고, 기본소득당(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느라 바쁘겠지만, 올 들어 당의 외부활동과 연대활동이 축소된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당이 그간 해온 것은 연대뿐이다, 깃발 들고 앉아 있을 때에 자괴감을 느꼈다’는 당직자들의 푸념들을 보았습니다. 연대는 기본입니다. 그 외에 플러스알파가 부족했던 것이지 연대의 의미를 잘못 생각하면 안 됩니다.  

송파 세모녀에게 기본소득이 지급되었다면 비극을 막았을까요. 인간과 사회의 문제를 지극히 단순화합니다. 그와 같은 이들-바로 우리에게는 안정된 일거리, 주거비 부담 없는 주택, 보편적인 의료와 통신을 비롯한 사회체계가 절실했습니다. 기본소득은 이와 병행할 때 소용이 있으며, 좌파정당은 이를 통합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또한 지역정치를 해온 활동가들도 난감해집니다. ‘기본소득당이지만 그전엔 노동당이었고, 그러니 이런 문제에도 우리는 이렇게 함께 하고자..’ 이런 설명을 붙여야 합니다. 특정 지역사안에, 특정 의제사안에 ‘기본소득이 되면 이 문제도 풀립니다’라고 말할 순 없는 노릇입니다. 기본소득과 충돌하거나 기본소득과 무관한 사안, 시민과는 어떻게 연결할 수 있습니까. 

⑥ 심한 단절, 더 깊어집니다 

당 약체화 원인이자 결과가 단절입니다. 기본소득당은 단절을 가중시킵니다. 기본소득당(안)은 이미 단절을 가시화하고 있습니다. 확장전략의 기본 관건은 기존 조직과 지지를 유지하며 추가적인 조직과 지지를 확보하는 데에 있습니다. 그러나 기본소득당(안)은 기존 지지자들, 심지어 열혈당원들조차 포기하며 지지를 확장하자는 형국입니다. 차이를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시도보다는 분열을 감수하겠다는 태도에 당원들은 실망하고 있습니다. 확장은커녕 유실부터 초래하고 있습니다. 

한 번 더 연대를 강조합니다. ‘모두가 또 다른 나’입니다. 우리 당은 어느 투쟁현장에서든 여당이었습니다. 당세는 작지만 자기일처럼 함께 투쟁하고 고생하는 문화가 당의 기본이었습니다. 노동당이 세는 약해도 존중받는 이유는 바로 그렇게 살아온 당원동지들 때문입니다. 지역활동도 연대를 기본으로 했고, 플러스알파를 만들어내는 숙제가 있는 것입니다. 연대는 과제이자 목적입니다. 연대를 중시하지 않는 정당은 세상으로부터 끊어집니다.

⑦ 기본소득 지지와 기본소득당 찬성은 명백히 다릅니다

맞습니다. 세상은 탈노동사회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사회로 접어들고 있으며, 기본소득은 주요한 의제입니다. 청년현실, 청년노동은 전과 다른 새로운 현실이며 매우 절박합니다. 경기도당은 제가 위원장을 맡은 이후 매 선거마다 기본소득을 제1공약으로 삼아 선거운동을 했습니다. 그러나 기본소득의 가능성을 과장하진 않았습니다. 사회구조, 한국정치의 한계와 맞물려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회적 불만이 세대적 불신으로 증폭되는 한국사회 현실이 당 안에서 재현되는 것 같습니다. 답이 아닙니다. 정서를 공유하고, 각각 역할과 한계와 책임을 지고 있다는 공유 연대 협력의 정신을 가다듬는 것이 필요합니다.

각각 개별 처지가 의지를 낳습니다. 오늘날 청년현실은 분명 현실이지만, 투쟁과 정치 현장에서 유리된 예언적, 소망적 공론에 대한 추종은 탈이념과 세대론, 그 기묘한 조립품을 배출합니다. 포괄하자며 배제하고, “낡은 것”을 비판하다 “없는 것”을 내민다면 그야말로 “불장난이거나 도박”에 그칠 “희비극”입니다(따옴표 안은 대부분 인용임을 밝힙니다). 기본소득 지지와 기본소득당 찬성, 그 사이에는 영등포 노동당사와 철원 노동당사, 그 이상의 거리가 있습니다. 많은 이들에겐 인터스텔라호를 타지 않고선 통과할 수 없는 블랙홀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기본소득당은 아래와 같은 지지선언을 이끌어낼 수 없습니다. 기본소득 지지선언이라면 몰라도 기본소득당 지지선언은 불가능합니다. 그 이유를 글과 함께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 2014년 지방선거 문화예술인 271인 노동당 지지선언 
: http://www.laborparty.kr/bd_news_comment/1339181

⑧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선거, 사실상 포기로 갑니다

우여곡절 끝에 이벤트호라이즌 너머에 도착했다 칩시다. 선거를 마주합니다. 그런데 기본소득당은 노동당으로 일구며 버텨온 당의 주요 득표지역에 가장 먼저 타격을 줄 것입니다. 또한 6년 동안 노동당으로 활동해온 정치인에게 절대 불리합니다. 노동당보다 대중적이고 포괄적인 이름으로 변경한다면 몰라도 특정의제형 당명인 기본소득당으로의 변화는 거의 워프에 가깝습니다. 이러면 지역선거는 사실상 포기해야 합니다. 전면비례대표제를 주장하는 정당이니 지역을 포기하고 비례중심으로 선거를 한다? 여러 차례 선거를 준비하고 수행해본 경험이 없어야만 가능한 공상입니다. 정의당의 비례득표는 전국에 후보들을 대량으로 출마시킨 ‘인해전술’ 덕이었습니다. 선거운동이나 재정마련이 어떤 경우에 가능한지 상세히 쓰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한 마디로, 그러면 지방선거는요? 
 
기본소득당(안)은 총선을 경유하여 대선에서 성과를 만들어내자는 데에 방점이 찍힙니다. 그러나 야당, 그것도 군소정당 후보의 득표가능성은 집권여당 평가 성격인 총선/지선과 찬반 집중선거인 대선 중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습니까. 이러한데 2020 총선을 신생무명정당으로 대비하자는 구상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습니다. 또, 이번에 반드시 기본소득당으로 개정하지 않아도 기본소득총선방침까지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답변을 전국위원회에서 들었습니다. 득을 얻기도 전에 실이 가시화 중인 기본소득당에 몰입하지 말고 기본소득총선으로, 대안좌파연대기획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⑨ 과연 기본소득당, 좌파정당입니까

좌파정당에 대한 정의는 저마다 다를 수 있으나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계급정당’은 최소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강령에는 우리 당이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정당이라고 명확히 기술되어 있습니다. 2년 전 당대회에서 ‘노동당이 사회주의를 버렸다, 삭제했다’는 공격은 근거 없는 비난이었습니다. 그 근거 없는 비난을 인정해줄 수 없습니다. 또한 ‘녹색 좌파’(나도원, 2014)도, ‘기본소득 정치운동’(금민, 2015)도, ‘좌파 포퓰리즘’(샹탈 무페, 2018)도 정치지형을 다수 대 소수 구도로 전환하자는 소견이지만 노동과 계급의 중요성까지 부정하진 않았습니다. 노동중심성을 재고하며 시대에 적응하는 전략으로 재구성하자는 의견들이었습니다. 노동은 의제를 넘어 역사적 현실이자 보편성을 갖기 때문입니다. 

당원들 간 이념과 정체성 충돌은 당을 와해시킵니다. 그래서 전당적 합의가 중요합니다. 어떤 조직체든 그 연속의 조건은, 정치결사체이든 종교집단이든 공히 신념입니다. 정당은 당파성을 갖는 이념 중심 결사체입니다. 다른 사회단체, 운동단체와 다른 지점입니다. 당명개정론이 노동정치, 계급정당 청산 차원으로 간다면 위험하며, 좌파정당의 근간을 흔듭니다. 사회운동정당론을 계급정당 청산론으로까지 확대한다면 비약이고 뒤늦은 자기부정입니다. 그렇다면 기본소득당은 좌파정당이 아닙니다. 무수한 사람들이 생명과 인생을 바쳤고, 이어받아 지켜왔고, 다음세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우리가, 당신이 무엇을 위해 여기에 있었습니까!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들이 고속도로 위에 올라 농성 중입니다. 연이은 법원판결 무시와 자회사전환 강요, 대량해고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위한 사전단계일 겁니다. 노동자의 현실은 악화일로, 우회로로 우경화하는 진보정치, 여기 노동당마저 가담하진 않을 것이며 또한 그래야 합니다. 현 시기에는 어두운 길을 밝히며 전진을 모색해가는 것이 진정 사는 길입니다. 우리 당은 한국사회 우경화를 저지하는, 진정한 연대의 정신을 아는 사람과 생각에게 자석의 극과 같은 역할을 해왔습니다. 노동당은 유일한 합법 사회주의 계급정당입니다. 극 주위에 철가루는 적을지라도 극이 존재하기에 정치지형이 만들어집니다. 길게 보지 못하고 조급해하면 당과 당원들은 유랑집단 신세가 될 것이 자명합니다. 역사가 증명해왔습니다.


3. 우리는 – ‘신노동당 녹색사회주의’로


혁신은 단절이 아닙니다. 혁신은 연결을 이룹니다

당 운동 성찰은 시야를 넓혀가며 우리가 원하는 사회로 가는 길을 찾는 것입니다. 먼저 ‘전 지구적 변화’를 봅시다. 신자유주의 극단화와 함께 세계 각지에서 21세기 사회주의가 대두하고 있습니다. 사회주의 스타들이 등장하고 심지어 유행까지 일고 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새로운 사회주의를 맞아들일 항구는 노동당입니다. ‘동북아 지형’은 어떻습니까. 살아있는 제국주의와 함께 평화구축 시도가 이어집니다. ‘남한사회 정치현실’을 봅시다. 중도보수정당은 실패 중이고, 진보정당은 우경화합니다. ‘좌파+평화+생태’를 아울러 담아낼 그릇이 절실합니다. 

우리 정치는 고립이 아닌 독자, 의제는 축소가 아닌 확장을 도모해야 합니다. 상당기간 없다시피 해진 대외정치를 되살리고 국내 뿐 아니라 세계 좌파정당들 간 국제교류협력을 추진해야 합니다. 특정의제정당으로는 할 수 없습니다. 21세기 사회주의 정책을 개발하고 제시합시다. 의제들의 총합을 통하여 이념과 사회상을 제시합시다. 노동을 비정규 불안정노동으로 새로 정의하고 프레카리아트의 신노동당을, 토니 블레어의 신노동당이 아닌, 우리의 새로운 노동당을 건설할 때입니다. 누구는 녹색이나 정의나 청년을 내세워도 각각 사회주의를 말할 수 없고, 녹색을 말할 수 없습니다. 산업성장의 빙점이자 생태전환의 임계점을 앞둔 시대에 우리만이 녹색사회주의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선거를 민주/반민주에서 상/하 교체구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야 합니다. 온갖 이슈와 정책이 등장하는 총선은 이념/정체성 전면화로 돌파할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적 흐름을 한국에 도입하여 새로운 사회주의를, 기본소득을 통한 좌파 포퓰리즘 제시가 필요합니다. 전략의제와 전략지역/인물 집중 방안 마련이 집행부의 역할입니다. 당을 축소, 약화, 와해시키는 당명 변경 대신 우리를 대표하는 슬로건을 당의 모든 홍보물, 인쇄/온라인 매체에 전면화하고 활동하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제안합니다.  

“기본소득이라는 떨림, 노동당”
“모두에게 기본소득, 노동당”
“그래 사회주의 하자, 노동당” 

역사적 좌파계급정당 노선을 견지하며 모색할 것인가, 청산하고 유랑할 것인가

많은 분들이 그간 당을 바라보며 답답했을 겁니다. 현 집행부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다른 길 마다하고 투신했는데 당은 분열하고 내부정치에 몰두하는 것처럼 보였을 겁니다. 이제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는 사정을 체감하고 있으리라 봅니다. 그런데 지금 좌파정당 독자노선으로 의기투합했던 동지들마저 분열하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조급하면 무리수를 두고, 무리수를 두면 고립됩니다. 당을 분열시켰던 사람들의 전철이 매번 그러했습니다.

그러니 당면과제는 내부적으로 단절 극복과 리더십 회복입니다. 새로운 활동방식 제시입니다. 적극적인 대외활동과 효과적인 언론기획을 통한 당원의 자부심 고취입니다. 고립을 탈피하여 대안좌파세력과 공동사업을 추진하고 그 결과로 정치연대를 도출해내는 것입니다. 실질적인 기본소득연대전략 실현에 의한 정치력 증명이 우선되었어야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단절이 아니라 연결, 배제가 아니라 포용을 전제하는 혁신이 진정한 혁신입니다.

어디가 비등점일지 아직 알 수 없지만 거기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과 역할이 우리가 여기에 있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가난합니다. 실패의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허나 이로써 많은 것을 얻고 배웠습니다. 확신도 없이, 또 다른 의미의 관성에 따라 움직이지 말고 계속 시야를 넓히며, 가난과 실패를 감수해온 가슴을 되살리기 바랍니다. 이러한 고통의 순간들이 없으면, 가난과 실패를 이겨내는 사람들이 없으면, 그 누구도 비등점을 보지 못할 것입니다. ‘꽃다지’가 만든 노동당가의 노랫말 첫 구절에 이 물음에 대한 답이 이미 담겨 있습니다. 


IMG_20190705_150923.jpg

(사진 : 2016년 국회의원총선거 발대식에서 많은 당원들이 함께 모여 팔을 뻗으며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 꿈꾸는 아나키 2019.07.05 23:04
    당명 변경이 당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또는 당원 총투표 없이)
    당대회 대의원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은 굉장히 비민주적이고 폭력적입니다.

    입당 하자마자 탈당을 고려하게 되어 너무 슬픕니다.

    경기 수오화 신입당원 올림.
  • 나도원 2019.07.06 11:19
    귀한 결심해주셨는데 작금의 상황이 송구하고 안타깝습니다. 부디 그런 일은 없어서 함께 역사를 만들어가길 바랍니다. 수오화 당협에 좋은 분들이 여럿 계시니 소통과 인연이 계속 이어질 기회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고요. 대의원동지들께서 당원동지들 각각의 얼굴을 떠올리며 결정해주시리라 믿습니다.
  • rhyme 2019.07.06 23:53
    비당원인 지인들, 당원인 가족들(가족만 5명이네요;) 모두 공통적인 의견을 내네요. 포괄적이지 않다, 어렵다, 한 가지만 하는 당 같다..라구요. 저도 물론 공감하구요. 긴 글 쓰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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