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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회를 앞두고 당명개정과 당의 전망에 관한 여러 글을 읽었습니다. 

찬성이든 반대든 이런저런 이유로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들이었고 

실망하기도 상처받기도 혹은 힘을 얻기도 했고 응원을 전하고 싶어지기도 했습니다. 

(특히나 당에서) 말을 보태는 일은 늘 조심스러워서 미루어왔으나, 

이럴 때일수록 어떤 의견이든 보태어지고 논쟁되어야 한다는 고민 끝에

20대 청년당원으로서 당을 둘러싼 저의 생각을 부족한 몇 글자로나마 전하고자합니다. 



노동당 입당제안하다가 잡혀갈 뻔했습니다.


2015년이었던가요? 학교에서 같이 활동했던 후배가 당원 가입을 하고 싶다고 해서 광화문 근처의 식당에서 만났습니다. 밥을 먹고나서 당에 대한 안내서도 주고, 당의 강령이나 이제까지의 역사 등을 나름 열심히 준비해서 이야기해주었지요.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가입서도 받고나서 계산을 하고 기분좋게 식당을 나서려던 길이었습니다. 갑자기 경찰 두 명이 식당으로 들어오더니 저희 일행을 붙잡더군요. 그리고 ‘노동당’이야기를 한 게 맞냐, 무슨 이야기를 했냐 꼬치꼬치 캐물었습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 황당해서 왜 이러냐고 물었더니 글쎄, 저희 뒤에서 밥을 먹으면서 저희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 시민 두 분이 저를 신고했다고 하더군요. 아마도 추측하기를 ‘북한노동당’으로 오해해서 신고했던 듯합니다. 경찰은 저와 함께 있던 저의 후배 두 명에게 임의동행을 요구했습니다. 그날 갓 가입서를 작성했던 제 후배는 놀라고 긴장해서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었죠. 저도 놀라고 황당한 가운데, 후배들이 너무 당황하지 않도록 ‘괜찮다’라고 안심시키며 두 사람는 죄가 없으니(?) 먼저 보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경찰들과 함께 길거리에 혼자 남았습니다. 그리고 경찰들에게 붙잡힌 상태로 계속 언쟁하며, 노동당이 실제로 남한에 정식 등록된 정당이고 임의동행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며 임의동행을 거부했습니다. 가지고 있었던 팜플릿들도 모두 보여주었죠. 그날 제 후배한테 한 설명보다 더 열심히 설명했던 것 같은 우스운 기억도 납니다. 한 30분에 가까운 실랑이 끝에 저는 경찰서에 가지 않을 수 있었지만, 아마 그날 가입한 제 후배에게는 이게 노동당의 ‘첫 인상’ 이었을 겁니다. 전 여전히 그 후배의 하얗게 질린 얼굴을 오래오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리고 이 장면이 노동당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노동당이라는 당명에 대한 많은 분들의 애정을 압니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에게 노동당은 여전히 북한 노동당을 떠올리게 하거나 이름만 들어도 별로 가입하고 싶은 매력이 없는 정당입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노동당에 대해 물어도, 열에 여덟은 북한 노동당을 이야기하지, 우리 당이나 영국노동당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퇴사각, 워라밸, 욜로라는 말들이 유행하고 일터에서의 나와 퇴근 후의 나를 분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요즈음의 시대입니다. 일하고 싶지 않은, 혹은 일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더이상 사람들을 노동조합으로 조직하기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정규직이더라도 이 회사에 평생을 바치는 게 아니라 바짝 돈 벌고 퇴사하는 게 목표이거든요. 이런 시대에 노동당이라는 당명이 얼마나 와닿을 수 있겠습니까? 이것이 현실입니다. 북한 노동당의 이미지가 아니더라도, 노동이라는 것 자체가 사람들에게 가지는 이미지는 부정적입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하다보면 활동으로서의 노동과 임금노동으로서의 노동은 다르고 노동은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며 노동자가 세상을 바꿀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노동당'이라는 당명이 우리의 정체성을 담고 있다는 이야기들을 듣습니다. 저도 모르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노동당의 '노동'에 대해서 임노동의 해방과 무산계급의 승리를 이야기하는 거고 너는 어떻게 착취되고 있고 등등을 줄줄이 설명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공보물이나 선거 등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하며 '우리'를 말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우리끼리 우리의 당명에 자부심을 느끼면 뭐합니까. 세상의 사람들이 그렇게 알아주질 않는데. 우리는 동아리가 아니라 정당이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서야 하는데, 당을 이야기하다가 당명때문에 경찰까지 오는 우스운 상황이 생깁니다. 아래 나도원 동지의 글에서 기본소득당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의 우스운 반응을 사례로 꾸며두셨는데, 사실 충분히 노동당이라는 당명도 다르지않습니다. 저 역시 우리 당을 소개하며 '북조선 노동당이 아니다'라는 말을 십중 팔구는 했었거든요. 왜 하필 노동당이냐는 질문들도 참 많이 들었고요.


우리의 정체성을 우리의 당명으로 대중들에게 전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제까지의 노동당 노선의 실패를 말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좌파당이니 평등당이니 하는 당명개정도 별로 효과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가치를 담은 당명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더 다가설 수 있는 선명하고 전술적인 당명이 필요합니다.


그 날 광화문에서 당에 가입했던 제 후배도 그렇지만 저 역시도 ‘노동당’이라는 당명에 매료되어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에 ‘기본소득당’이어도 가입했을 겁니다. 단지 노동당이 한국사회의 가장 왼쪽에서 뾰족하게 현실을 직시하는 정당이었고, 제 주변의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헌신해서 살아가는 동료들이 몸을 담그고 있는 정당이기에, 함께했을 뿐입니다. 지금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노동당이라는 당명이 우리를 좌파정당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아닙니다. 당가의 가사처럼 우리가 끊임없이 세상에 파열음을 내며 한발 한발 당당히 길을 이어가는 사람들이었을 뿐입니다.



고여있는 정치는 생명력이 없습니다.

변화에 조응해야 합니다.


어떤 분은 기본소득당으로서의 당명개정이 어려운 길(노동당)을 포기하고 쉬운 길로 가려는 경솔한 수작이라고 표현하시기도 했습니다. 시대 분석에 대해 '시대가 그러하다'라는 장벽을 뛰어넘어야 하며 (기본소득당으로서의 당명개정은) 좌파의 길을 포기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보았습니다. 저는 오히려 노동당이 쉬운 길이며, 기본소득당이 어렵지만 가야할 좌파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격동의 시기에 가장 커다란 위험은 격동이 아니다, 그것은 어제의 논리를 가지고 대응하는 것이다'라는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우리를 위기에 처하게 만든 것은 위기 앞에서도 변화하지 않았던 우리의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당명개정과 전망토론의 과정은 당의 현실을 직시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당이 위기라는 이야기는 입당이래로 귀가 아프도록 들어왔던 이야기였지만, 당의 혁신을 위해 제대로된 변화가 추진된 적은 이제까지 없었습니다. 변화하는 시대에 어떻게 조응할지, 어떻게 세상의 가장자리로 밀려난 사람들의 삶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을지 실천적으로 토론되고 변화를 꾀하지 못한 것이 우리 당의 위기였습니다. 더 많은 시민들에게, 혹은 시민권을 얻지 못한 사람들에게 어떤 설득도, 어떤 정치기획이나 대안, 전망도 제출하지 못한 채 집회 현장에서, 술자리에서, 우리끼리의 공간에서 맑스니 노동이니 이야기해왔던 것이 스스로 점점 더 협소하게 만들어왔던 과정이었습니다. 노동당 당명을 사수해야 한다는 분들 중에 당의 위기를 극복할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고 전망으로 토론하는 분들은 별로 보지 못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당 노선은 어려운 길이 아닙니다. 이제껏 해왔던 대로 기존의 질서를 답습하는 것이, 사실 뭐가 어렵겠습니까.


저 역시도 우리 당에서 '노동자투쟁'의 무게를 배우기도 하고 '노동개악'을 막기위한 전국순회에 참여하며 적극적으로 연대했지만, 정작 저의 이야기를 하는 정치를 찾아내고 연대하는 건 어려웠습니다. 어느 순간에는 노동당이 나의 정당이 아니라고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최근 노동자정치행동의 입장에서 접한 '세상을 바꾸는 주인은 노동자다'라는 선언에서도 비슷한 소외감을 느꼈습니다. 노동당에서 '노동자'는 있었지만, 여성의 삶은, 발달장애인의 삶은, 노인의 삶은, 청소년의 삶은 끊임없이 밀려났습니다. 당의 선배들은 자본의 임노동에 대한 착취가 사라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맑스와 노동자주의에 대해서만 주구장창 이야기했습니다.


노동자운동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제껏 해왔던 노동당의 운동이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다만, 노동만이 중요하지는 않다는 겁니다. 이제 새로운 세상의 변화에 조응하고 새로운 주체들의 목소리에 응답해야 한다는 겁니다. 많은 분들이 지적해주셨듯,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사회변혁의 주체입니다. 시민권을 얻지 못한 이들이 시민권을 얻어내기 위한 투쟁들이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장애인의 투쟁이, 성소수자의 투쟁이, 여성의 투쟁이 그렇습니다. 이 목소리들을 엮어내는 정당이 필요합니다.


가출해서 홀로 살아가고 있는 여성이자 청년이고 저임금노동자인 '나'의 이야기를 하는 정당이 필요합니다. 아토피를 앓고 있어서 정기적인 임금노동을 하기 어렵고 폭염과 미세먼지에 일상이 흔들리는 제 친구의 삶을 기댈 수 있는 정당이 필요합니다. 스무살이 넘는 발달장애인 자녀를 돌보느라 자신의 일상을 뒤로 제쳐놓으며 살아가는 발달장애인 보호자, 일하지 못하고 시설에 갇혀 시간을 보내는 발달장애인의 삶을 이야기할 수 있는 정당이 필요합니다. 취업을 하면 기초수급 복지가 끊어지기 때문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사업장에서 알바를 하며 근근히 삶을 연명하는 제 친구의 삶에 변화를 제시하는 정당이 우리당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와 시댁과의 갈등에도 이혼을 선택하지 못하는 나의 어머니에게 기본소득을 이야기하며 해방을 꾀할 수 있는 정당이 필요합니다. 이제껏 '노동해방'만이 전부라던 기존의 협소한 운동이 담아내지 못했던 사람들의 해방을 함께 꿈꾸고 싶습니다. 저는 우리가 충분히 해낼 수 있고, 또 지금 우리가 가장 잘 해낼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기본소득당으로서의 당명개정과 당의 전망에 대해 지지하고 당대회에서 당명개정에 찬성표를 들고자 합니다. 이 길이 쉬운 길이라서가 아니라, 오히려 어렵지만 우리가 가야할 변화의 지점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왼쪽에 서있다는 것이 이제까지 우리 당의 자부심이라면, 가장 왼쪽에서 길을 제시하는 정당이 되어야 합니다. '기본소득당 실패하면 어쩔래'라는 염세적인 비판과 '당명 바뀌면 탈당할 거다'라는 협박의 정치부터 당이 해산되어야 한다는 무기력의 언어들까지 쏟아져나오는 지금, 저는 당의 변화와 반등을 이야기하는 쪽에 희망을 걸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길에 따뜻한 격려와 응원으로 함께하고 싶습니다.


 

  • 별마루 2019.07.06 09:15
    노동당의 어감이 문제라면 님께서 말씀하시는 더 포괄적이고 정체성있는 당명을 찾아야지요.
    기본소득이 님의 글에서 열거된 많은 문제적 상황을 해결하기에 우리 사회는 꾀 복잡합니다.
    모두의 것을 모두에게...모두의 것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자본가의 생각은 우리와 다를진데 그렁 그 차이를 어찌 해결하실껀가요? 우리가 자본가의 저항을 이길 유일한 방법은 노동에서 시작하는 것 뿐입니다.
    노동당의 어감이 문제라서 당명을 바꾼다면 백번양보해서 이해할 수 있을것같은데
    변화와 시대적 이유로의 당명개정은 당의 정체성을 협소하게 하는 것이므로 찬성하기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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