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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당으로 더 낮은 곳을 향하는 희망의 정치를 이야기합시다.

 

당명 개정에 찬성하는 이유가 단순히 지금 당의 상황이 어렵고, 당의 전망도 어둡고, ‘노동이라는 말이 잘 안 팔리는 시대라서가 아닙니다. 노동당 당원들이 힘들고 어렵다고 포기했다면 지금의 논의도 없었을 것입니다. 입당 후 힘들었던 많은 상황들이 있었지만 정치활동을 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준 두 사례가 있습니다. 무상교육과 최저임금 1만원입니다. 무상교육 공약이 지금은 보수정당에서도 공약으로 내세우고 정책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국회의원을 배출하는 것 보다 우리의 공약과 정책을 만들어내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고, 우리의 자산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한 국회의원 1명 없는 노동당에서 최저임금이 4860원 일 때 최저임금 1만원 투쟁을 시작한 당원들이 있었고 이제는 대통령 공약이 되는 운동이 되었습니다. 당원인 제게 이런 성과는 정당운동에 있어 자부심을 주었고 정치 효능감을 상승시키는 사례입니다. 우리의 꿈이 국회의원 되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기에 가능했던 운동이었습니다. 이렇게 좌파정당으로 더 굳건히 우리의 길을 가기위해 더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때이고, 그 선택 후에 갈 길이 더 힘든 길이기에 같이 가자고 제안하고자 글을 씁니다.

 

신자유주의 하에서 정부는 기업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고, 가난한 시민들에게 쓰이는 돈을 비용으로 생각합니다. 여전히 사민주의자들은 복지국가를 지상의 과제로 이야기하며 일자리 정책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생각합니다. 다수의 시민들도 그것을 원합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등 기술의 진보는 일자리를 빠른 속도로 줄이고 있고, 불안정성이 더 커진 대기업들은 수백조의 사내보유금을 쌓아 두고도 채용은 늘리지 않기에 정부가 아무리 일자리 정책에 투자해도 뚜렷한 성과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플랫폼 노동처럼 고용구조가 다양해져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의 적용 대상조차 되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세금을 내야하는 임금노동자는 줄어들 것이고 오히려 더 많은 복지비용이 늘어나는 상황인데 실업자에 대한 복지정책 마저 조건부이고 공정하지 않습니다. 실업급여라도 받으려면 최소한 고용보험에 가입된 사업장에서 일해야 하고, 동시에 구직의 노력 또한 계속해야 합니다. 불안정 노동으로 4대 보험도 가입하지 못하거나 구직 의사가 없는 노동자에게는 문이 닫힌 지원 정책입니다. 일하지 않는 사람들, 일 할 수 없는 사람들은 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정책에서 배제돼 있습니다. 마지못해 창업이라도 해야 정부가 돈을 빌려줍니다. 또는 가난을 증명하여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어 죽지 않을 만큼 수급비를 받아 삽니다. 가장의 실직이나 사업부도, 생활고 등으로 일가족이 세상을 등지는 일은 이제 뉴스거리도 되지 못합니다. 정규직, 비정규직, 불안정 노동자 그 사이 어느 지위에도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 그리고 일을 하고 있어도 원하지 않는 일이기에 그만 두고 싶은 사람들, 돈을 덜 벌어도 보람되고 원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함께 하자고 제안할 수 있을까요? 무엇을 통해 정치를,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당명은 우리 스스로를 지칭함과 동시에 우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 우리가 함께 가고자 하는 사람들을 호명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임금 노동자를 포함하여 임금 노동에서 배제된 사람들, 위험하고 무가치한 임금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호명하는 방식으로의 기본소득당에 저는 찬성합니다. 임금 노동자를 기준으로 정책과 제도가 짜여진 세상에서 임금 노동으로부터 배제된 더 낮은 곳에서, 더 열악한 상황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당신 혼자가 아닙니다라는 메세지의 전달로 기본소득당입니다. 차별과 배제 없이, 조건없이, 선별없이 시민배당을 통한 시민적 대우를 하는 것이 실질적 시민권입니다. 개인들이 원하는 일을 하며 사는 세상, 노동해방이 구호에서 끝나지 않고 진정한 노동 해방을 구현할 과정으로 기본소득을 발판으로 삼아 가치 있는 노동, 가치 있는 삶의 시대를 열자고 외쳐야 합니다.

 

기본소득당 당명 개정 논의 중 당원들 사이에서 노동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큼을 느낍니다. 하지만 우리당 안에서만 그럴까요? 잠깐 우리집 얘기를 하면 일제 식민지시대에 태어난 할아버지, 군사독재 시대에 청년기를 보낸 박근혜 동갑인 아버지, 제대로 된 시민권 보장을 위해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저의 격차는 대하드라마를 방불케 합니다. 고등학교 때 돌아가신 할아버지는 근검절약의 정신으로 가족을 부양하셨고, 아버지는 끝없는 노동으로 학자금 대출 없이 사남매 대학 졸업을 시키셨습니다. 분명 저의 부모님과 조부모님의 노동은 더 없이 값졌고 그 땀의 결실로 사남매는 잘 살고 있습니다. 노동의 가치는 지금도 값지지만 여전히 노동을 바탕으로 하여 살아가는 우리의 풍속도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자식을 위해 무슨 일이든 낮이고 밤이고 일했던 부모님의 삶에 보답할 수 없을 만큼 감사하지만 우리가 꿈꾸는 삶은 아닙니다. 누구보다 부모님이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자식만을 위해 살던 부모 덕분에 잘 배운 자녀 세대는 자존감이 높아졌고 삶의 주요성이 다릅니다. 돈벌이가 아닌 자아실현을 위한 삶을 꿈꾸고 실제로 그러한 선택을 하고 실현해내며 살기도 합니다. 청년세대의 잦은 이직률은 높아진 노동인권에 기반합니다. 어떤 일이든 어떤 상황이든 참고 일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참고 버티다 산업재해로 돌아가신 많은 분들의 죽음을 목도해야했습니다. 백수는 아사, 직장인은 과로사. 한국사회의 비극적인 풍속도입니다. 물론 노동운동을 통해 계속 싸워야 합니다. 하지만 버티다 죽느니 거부할 줄도 알아야합니다. 생명을 위협하고 인격을 모독하는 나쁜 노동, 나쁜 조건, 나쁜 상사를 거부해야 사람답게 살 수 있습니다. 거부할 수 있는 용기 만큼 사회가 기본소득으로 보장해야 합니다. 고생고생한 부모세대의 귀한 자녀들은 그 모든 나쁨을 계속 거부할 것입니다. 일자리가 부족하고 그마저도 불안정하며 일을 하며 소모되고 자존감에 상처를 내는 노동을 거부할 수 있는 자녀세대의 노동에 대한 감각은 부모세대와 많이 다릅니다. 더 솔직하게 느껴지는 것을 말하면 지금 청년세대, 그리고 청소년들에게는 노동운동 조차 어느 정도 제 일이 있고 사회적 자리가 있는 사람들의 운동으로 보고 직업이 없는 또는 직업을 갖기 힘든 본인들과는 거리가 멀게 느낀다는 것입니다.

 

일자리가 없고, 미래에 대한 어떤 전망과 계획도 세울 수 없는 사람들, 우리가 늘 함께하자고 외치는 소외된 사람들, 차별받고 배제 당하는 사람들이 노동운동 중심의 당 활동에서 또 다시 배제되는 존재가 됩니다. 존재의 자존감은 개인의 강한 자아 하나로만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사회적 역할을 부여받고 그에 따른 대우를 받을 때 비로소 사회적 존재가 되고 자존감을 갖게 됩니다. 사회가 존재로 인정하지 않는 비존재적 시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당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당은 가장 낮은 자리에서 가장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표명해야합니다. 임금노동에서도 배제된 이들, 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이들, 존재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 미래에 대한 어떤 희망도 품지 못하는 이들, 사회가 방치하고 우리도 외면해왔던 수많은 비존재적 삶을 강요받으며 비시민으로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합니다. ‘기본소득당으로 우리가 있음을 알려야합니다. 분명 다른 의견을 가지신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논의는 이제 시작되었습니다. 우리가 어느 위치에서 누구의 곁에 있을지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되어 반가울 뿐입니다. 많이 늦었지만 생산적 논의가 이제라도 시작되었으니 당원 한 분, 한 분 정당운동의 이유와 각자가 원하는 세상에 대한 모습, 그 세상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본격적으로 생각을 나눕시다.

 

더 이상 좌파가 꿈을 꾸지 않고, 이상을 실현시킬 노력도 멈췄기에 세계의 좌파들은 몰락해가고 있습니다. 가만히 그 침몰을 겪을 수는 없습니다.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고, 우리이기에 이 지난한 논의의 과정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답이 없는 험난한 길이기에 함께 하자고 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시도를 위한 기회조차 나눌 수 없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이제 더 낮은 곳을 향하는 희망의 정치를 이야기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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