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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위원회 논평]
우리의 광장에 여성혐오를 위한 자리는 없다
: DJ DOC 공연취소 사태를 읽는 안내서
 
 2016년 11월 25일, 촛불 집회 하루 전날 DJ DOC가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신곡 '수취인 분명'을 공개한다는 발표가 났다. '현 정권에 대한 날 선 비판'을 담고 있다는 평가와 기대가 있었지만 정작 가사는 여성혐오로 점철되어 있었다. 많은 여성주의자들이 DJ DOC가 무대에 서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주최측은 ‘더 많은 촛불들과 만나’기 위해서 이를 수용했고, DJ DOC도 이를 받아들여 무대에 서지 않았다.
 그러나 이 상황을 두고 많은 이들은 '그 노래가 왜 여성 혐오적이냐', '과도한 검열이다' '왜 쓸데없이 문제제기를 하냐'는 식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취인 분명’의 여성혐오
 
다음은 '수취인 분명'의 가사 일부다
 
(Hook)
역대급 삥땅, 멘붕 쎄뇨리땅^^
하도 찔러대서 얼굴이 빵빵
빽차 뽑았다 널 데리러가 빵빵
다왔어요 잘들어가요 깜빵
이 잔당 몽땅 쓸어담아 깜빵
잘가요 miss(take) 박 쎄뇨리땅~^^
 
 이 가사에서는 새누리당을 세뇨리타 señorita 와 합성한 '쎄뇨리땅' 으로, 박근혜를 ‘미스 박’으로 호명하고 있다. 스페인어로 아가씨를 뜻하는 세뇨리타나 '미혼' 여성을 지칭하는 ‘미스 박’ 모두 여성성을 부각하는 호칭이다. 한국 사회에서 두 호칭 모두 용례에 의해 부정적인 의미로 자리 잡혔는데, 세뇨리따는 미디어 속에서 젊은 여성을 희롱할 때 많이 사용되어 왔으며, ‘미스-‘ 는 발화자보다 권력관계의 밑에 있는 '처녀'를 얕잡아 부를 때 사용된다. 두 호칭 모두 새누리당과 박근혜의 행위를 비판하기보다는 두 주체를 여성화시킴으로써 손쉽게 비난하고 있다. 누군가를 비난하기 위해 소수자성을 이용하는 것은 의도하든 하지 않았든, 사회적 소수자들을 배제시킨다.
 
더욱이 이어지는 가사 '하도 찔러대서 빵빵'과 '빽차 뽑았다. 널 데리러가 빵빵'은 혐오의 대상이 되는 여성의 이미지에 기대고 있다. (보톡스를) 하도 (얼굴에) 찔러대서 빵빵' 은 미용시술을 받은 여성을, '빽차 뽑았다. 널 데리러 가 빵빵'은 원 가사가 '오빠 차 뽑았다 널 데리러가'라는 점에서 차로 대표되는 남성의 재물만을 보는 여성을 연상시킨다. 대통령이 세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 특히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던 7시간 동안 시술이 이뤄졌음이 의혹으로 제기된 것은 명백한 비판의 대상이다. 그러나 여기서의 비판은 그의 공적인 능력의 부재와 지도자로서의 책임을 지지 못했다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304명의 생명을 구하지 못한 행태가 '결혼도 안했는데 얼굴이나 꾸미는 사치스러운' 여성의 이미지를 구현해내고 이로 소비되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은 DJ DOC의 공연이 취소된 것을 아쉬워하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누군가를 조롱하고 희화화하는 표현을 지적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요구다. 누구나 자기 생각, 의견, 이념이나 사상을 ‘자유롭게’ 표현할 ‘표현의 자유’의 유효함은 그것이 위를 향할 때 있다. 사회적으로 대변되지 않는 목소리가, 권력에 의해 탄압받는 목소리에 표현의 자유가 필요하다.
 
 
우리는 여기서 세상을 바꾼다.
 
 DJ DOC 공연 취소를 두고 일부는 '여성단체들의 소행'이라며 특정 단체를 매도하고 있다. 이 ‘여성단체들’은 DJ DOC 의 공연 소식 훨씬 이전부터 함께 광장에서 박근혜 퇴진을 외쳐온 여성주의자들이다. 왜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 함께 목소리를 내왔고 정당한 요구를 했음에도 이렇게 쉽게 비난의 표적이 되는가? 여성혐오를 보거나 듣지 않을 권리가 ‘여성’ 시민에게는 없는 것인가?
 
DJ DOC 외에도 산이, 개그프로그램, 다수의 언론매체, 그리고 광장에 선 이들 중 다수는 무능력하고 부정의 한 대통령과 비선 실세를 비판하면서 여성혐오를 자행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를 ‘나쁜 년’이라고, 최순실을 ‘쳐죽일 년’이라고 욕하는 목소리는 청와대를 넘기 전에 광장에 선 시민 여성들을 향한다. 서울에서만 150만 명이 모였다, '함께' 힘을 내서 부패한 정권을 퇴진시키자고 외치면서도 옆에 선 여성의 존재를 무시하고, 여성들의 목소리를 사소한 것으로 치부하는 것, 여성을 동등한 정치적 주체로 보지 않는 것, 여성을 손쉬운 비난과 조롱거리로 소비하는 것은 결국 여성의 정치 참여를 방해하고, 한국사회의 젠더규범을 강화시키고, 재확인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많은 인파 속에서 성추행마저 빈번하게 일어나는 상황에서 여성들은 광장에 나오기까지 더 많은 각오를 다지고, 더 많은 용기를 내야 한다. 애써 나간 집회에서 여성혐오적인 발언을 들을 이유는 없다.
 
지난 11월 19일부터 노동당여성위원회를 비롯한 20여개의 단체는 ‘우리는 여기서 세상을 바꾼다’라는 이름의 ‘페미존’[1]을 진행해왔다. 페미존은 ‘범汎국민’ 촛불집회에서 사회적 약자들이 배제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 속에서 꾸려졌다. 참여한 청소년,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은 함께 목소리를 내도 ‘기특한 존재로’, ‘얼굴도 예쁜’ 존재로, ‘보이지 않는’ 존재로 여겨진다. 그러나 우리는 시국의 비상함을 알려주는 예외적인 존재가 아니라 같은 공간에서 함께 싸우고 투쟁해온 시민들이다. 계속해서 청소년을 예외적인 존재로, 여성과 성소수자를 조롱의 대상으로, 장애인을 보이지 않는 존재로만 인식한다면 박근혜가 구속되어도 진정한 민주주의는 이뤄지지 않는다. 
 
 광장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정치를 상상하는 공간이다. 페미존을 처음 꾸리던 날, 반나절만에 10개가 넘는 단체에서 참여 의사를 밝혔다. ‘깃발이 없어서 어디에 가야할지 모르’겠다던, ‘혼자 집회에 가는게 무서워’ 참여를 주저하던 개인들이 페미존이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더 많은 단체가, 더 많은 개인들이 연대의 뜻을 밝히고 있다. 우리는 광장에서 ‘서로의 용기’[2]가 되었다. 앞으로도 노동당 여성위원회는 여성주의자들과 함께하면서 정권과, 여성혐오와 싸워나갈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세상을 바꾼다’.  
 
[1] 페미니스트 그룹 '페미당당'에서 처음 제안했다. 별도의 홍보 없이 SNS에 포스터를 올리자 수 많은 시민단체들이 응답했고 이후 매주 열린 촛불집회에서 진행되고 있다. 
[2] ‘우리는 서로의 용기당’은 ‘용기당’의 구호다. ‘용기당’은 사회적 약자의 안전한 집회 참여를 위한 ‘우리는 여기서 세상을 바꾼다’라는 이름의 페미존을 꾸린 단체 중 하나다.
 
2016년 11월 29일
노동당 여성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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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아이정아 2016.11.30 13:16:40
    구구절절 맞는 말이네요.
    근데 박근혜에 의해 여혐이 부각된건 사실인듯. 공교롭게도 최초여성대통령이 최악의 대통령이니..."여자가 그렇지뭐..란 인식을 되새김질 시켜 여성운동을 후퇴시킨 책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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