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도 저를 지켜주지 못하는 당에 대해 ‘내 당’이라고 말 할 자신이 없어져 탈당하려고 합니다.

by 민경 posted Apr 1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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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도 저를 지켜주지 못하는 당에 대해 내 당이라고 말 할 자신이 없어져 탈당하려고 합니다.

 

제가 처음 이 당에 입당한 것은 구 진보신당 시절인 2011817일이었습니다. 지금이 2016417일이니 햇수로 6년차가 됩니다. 저는 입당 직후부터 진보신당 청년학생위원회 활동을 하며 집행부로 일했고, 그 뒤에는 동작 당협의 대의원을 했으며, 당원들과 함께 여러 세미나를 하거나 안녕들하십니까활동 등 여러 활동을 해왔습니다. 꾸준히 활동을 열심히 한 당원은 아니지만 당 행사가 있으면 참석하려고 노력해왔고 집회에서는 늘 당 깃발 아래에서 당원들과 울고 웃고 함께해왔습니다. 그만큼 저는 이 당과 당원에 대한 애정이 큰 당원이었습니다.

 

현재 저는 강남서초 당협 당원이자 청년학생위원회와 성정치위원회의 회원이며, 서울시당 당기위원과 재입당 심사위원회 위원 직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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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당 활동을 하는 58개월 동안, 제게는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청년학생위원회로 활동하던 2012년 중 같은 활동을 하던 당원으로부터 수차례의 언어적, 신체적 성폭력을 당하고 더 이상 참지 못한 저는 사건 공론화를 하는 동시에 당기위원회에 해당 당원을 제소했습니다. 당시 저와 가해자 당원이 속한 지역은 서울시당이었으나 서울시당 당기위가 구성되지 않아 지방의 모 당기위로 사건이 이첩되었고, 가해자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문까지 쓰며 기다렸으나 몇 달이 지나도록 제소되었다는 연락조차 받지 못했습니다. 저는 당시 절차가 늦어지는 것에 제 대신 불만을 토로하시는 분들에게 절차가 늦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고 불만 없이 기다릴 생각이다.”라고 말하며 당기위의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당기위 결과는 해당 당원의 탈당으로 결론이 났고, 그 이후 저는 당과 당기위의 결정에 감사하며 당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 당시 사건을 맡았던 모 당기위 위원에게서 충격적인 사실을 전해들었습니다. 해당 당기위에서 어떤 당기위원이 제가 성폭력을 당한 장소 중 하나가 DVD 방이었다는 이유로 둘이 연애한 거 아니냐는 식의 발언을 했다는 거였습니다. 그 사건은 가해자조차 인정한 명백한 성폭력이었으며 제가 성폭력을 당하는 현장을 직접 목격한 증인까지 있는 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당기위원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는 점이 저는 너무나도 충격적이었습니다.

 

저는 현재 서울시당의 당기위원 제안을 수락하여 당기위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이 결심을 하게 된 데에는 저 사건의 충격이 큰 것이 이유가 되었습니다. 제가 일하는 당기위에서 결코 저런 말을 듣는 피해자가 없게 하겠다는 것이 제가 당기위원 직을 수락한 동기였습니다.

 

저는 저 말을 듣고 이 당의 당기위에 대한 신뢰를 접었습니다. 이후 당 내에서 수 차례의 폭력적인 언행을 겪었지만 당기위 제소를 결심하지 않게 된 데에는 이 이유가 컸습니다.

 

2. 그리고 몇 해가 지나 2015년 작년, 저는 또 한 번의 공론화를 했습니다. 2012년 당시 청년학생위원회 활동을 할 때 연애했던 상대가 제게 데이트 폭력을 저질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데이트 폭력이 있었던 당시는 제가 당기위에 대한 신뢰가 사라진 시점이었기 때문에 제소를 하지 못했고, 또한 당시 해당 활동가가 조직 내에서 중요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저는 저만 참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정말로 참았고, 당시에는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작년, 그러한 일들을 참아왔던 제 어리석음을 깨닫고 늦게나마 공론화를 통해 문제제기를 하였습니다. 당기위 처리는 규정 상 불가능한 시점이었습니다.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가 저만이 아니었고 당원들의 공론화가 이어졌기 때문에 당에서는 대표단 명의의 입장문이 나왔습니다. 당 차원에서 진상조사위를 구성하여 데이트 폭력 문제를 책임 있게 해결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믿었고 진상조사위 구성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진상조사위 구성이 되었다는 연락은 오지 않았고, 제가 먼저 요청한 뒤에야 진상조사위가 구성되었습니다. 저는 해당 진상조사위에 20158월 경 출석하여 필요한 자료들을 제출했습니다. 그리고 2015114일 진상조사위 보고서 초안을 받았습니다. 보고서 초안을 받은 뒤 저는 당이 처할 위험을 고려하여 검찰 송치 이후에 진상조사위 보고서 결과를 정해서 공개하자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진상조사위는 20164월인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습니다. 방금 담당자와 통화한 바로는 제가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기 때문에 연락을 하기 쉽지 않았다고 말씀하셨지만 그렇게만 생각하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 동안을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한 채 지나갔습니다. 114일로부터 5달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 진상조사위를 구성한 위원들 중 단 한 차례도 제게 연락을 취해 제 상태나 상황에 대해 묻거나 보고서를 확정짓는 일에 대해 이야기한 바가 없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책임 있게 해결하겠다는 말이 허공 위로 사라진 듯 했습니다.

 

3. 거의 1년 전 쯤의 일입니다. 신입당원이자 당원 동지였던 제 친구가 다른 당원으로부터 불쾌한 신체접촉 및 성희롱을 겪었고 이를 모 지방 당기위에 제소했습니다. 하지만 피제소인 당원이 잠적했다는 이유로 당기위의 처리는 늦어지기만 했고 제소한 당원 동지는 피제소인 당원에게 연락이 닿지 않아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들어야만 했습니다. 이러한 당기위의 처리를 보면서 해당 신입 당원은 더 이상 당기위를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저는 당기위원으로서 변명 한 마디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도 비슷한 일을 이미 겪고 당기위에 대한 신뢰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4. 지금으로부터 약 4달 전인 12월 초, 10년지기이자 베프인 친구가 자살로 자기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그녀는 노동당 동작 당협의 오랜 당원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 일로 많은 상처를 받았고 몇 달간을 괴로워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이 일은 제게 당에 대한 실망을 안겨주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비록 활동을 열성적으로 하는 당원은 아니었지만 당원 동지가 자살로 자기 생을 마감했는데, 동작 당협 당원들을 비롯하여 당 내 어느 누구 하나 그녀의 죽음에 대한 조의를 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강남서초로 당협을 옮기기 전 오랜 기간 동작 당협의 당원이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저를 믿고 당에 가입을 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녀가 죽었을 때, 그녀의 죽음을 당원 동지의 죽음으로 여기는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5. 그리고 며칠 전, 저는 제가 속한 당협 위원장이 20152월 경 당시 가입한 지 한 달도 안 된 신입 당원을 대상으로 제 전 연애사를 거론하며 가까이 지내지 말라는 말을 했다는 이야기를 해당 당원으로부터 직접 들었습니다. 게다가 저만이 아닌 다른 당원들에 대해서도 험담을 하고 다녔다고 들었습니다. 심지어 그는 자기 당협 여성 당원의 외모를 거론하며 성형 티가 너무 나서 별로라는 식의 이야기까지 했습니다. 당협 위원장이 저런 말들을 하던 당시는 제가 갓 세워진 강남서초 당협을 돕겠다며 당협까지 옮겨가며 강남서초의 현장에 연대하고 있던 시점이었습니다. 더구나 저는 다른 당원에게까지 강남서초가 갓 세워졌는데 도와야 하지 않겠냐며 당협을 같이 옮길 것을 설득했었습니다. 저는 저와 같이 당협을 옮긴 당원에게 우리 당협 위원장이 참 좋은 사람이며 친해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었습니다. 저는 그 당원을 볼 면목이 없습니다.

 

당협 위원장이 자기 당협 당원을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신입 당원을 대상으로 누구랑은 친해지면 안 되고 누구는 연애사가 어떻다는 식의 험담을 하고 이간질을 했다는 사실은 정말 충격적입니다. 이 사안이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저는 당협 위원장을 당기위에 제소할까 고민하였으나, 다른 피해자 분께서 당기위의 처리를 신뢰할 수 없다고 말씀하셨고 저 또한 당기위의 처리를 신뢰할 수 없었기에 당협 부위원장에게 사실을 전달하여 당협 차원에서의 처리를 해 줄 것을 부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 이런 방식을 택해야만 하는지 아직도 납득이 되지 않지만, 당기위의 처리가 얼마나 느리고 많은 문제를 낳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입장에서 이외의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당협 운영위원회의 논의 결과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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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적었다시피 당에 적을 둔 지가 햇수로 6년이 되었습니다. 그간 좋은 일도 많았고, 괴로운 일도 많았습니다. 저는 여전히 이 당에 애정이 남아있으며 사랑하는 당원 동지들도 많습니다. 그들을 더 이상 같은 당에서 마주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하지만 이 모든 일들을 겪으며 저는 더 이상 당이 저를 지켜줄 거라는 믿음을 가지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당에 적을 두기 전에도 저는 활동을 해왔습니다. 제가 활동을 한 지가 햇수로 이제 9년이 되었습니다. 당에 적을 두면서도 다른 단체 활동들을 병행하기도 했습니다. 경험한 바에 따르면 모든 활동하는 공간에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문제가 일어납니다. 그리고 그 문제를 주로 겪는 이들은 적어도 활동에 애정을 가지고 활동하는 활동가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을 지켜주지 못하는 당이 좋은 활동가를 낳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느 단체가 되었든 문제가 일어나는 것보다 그것을 처리하는 방식이 어떠한가가 그곳이 꾸준히 활동할 수 있는 곳인지 판단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점에서 노동당은 제게 더 이상 안심하고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저 자신을 돌아볼 때, 제가 당에 있어 좋은 활동가였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꾸준히 열심히 활동하지도 못했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직책에 걸 맞는 활동을 보이지 못한 적도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적어도 당에 대한 애정이 깊게 있었으며 그만큼 무언가를 해보려 했던 당원이었습니다. 저 외에도 당에 실망해서 떠나간 저 같은 당원이 많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며칠 전에도 이러한 당에 실망하여 떠나간 친한 당원 동지가 있었습니다.

 

제게 있어 선거 결과는 아무런 실망거리가 되지 않습니다. 선거에서 득표를 얼마나 하느냐는 제가 당을 사랑하는 것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저는 당이 열심히 해왔다는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를 지켜주지 못하고 제 활동을 지켜주지 못하는 당에서 더 이상 활동할 자신이 없습니다. 이에 이제 그만 당에 대한 애정과 미련을 내려놓고 탈당하려 합니다. 그동안 배운 것도 많았고 사랑하는 동지들도 많았고 좋은 추억도 많았기에 떠나는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모든 당원 동지들, 이제 마지막으로 당원 동지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은데, 모두가 행복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서울시당 당기위원과 재입당 심사위원이라는 직을 끝까지 수행하지 못하고 떠나는 것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간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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