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끝나고 [2] - ‘선입선출’의 선출직인가?

by 숭이 posted May 2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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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끝나고 열흘 정도 지났을까요.

탈당해서 지금은 정의당으로 간 사람을 만났습니다.

우리당의 한 때 귀중한 자산이었던 아무개씨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이번 총선 때 더민당 후보와 단일화 경선에서 패해 사퇴했더라죠.

 

술이 좀 들어가자 그 아무개씨 이야기를 전하면서 한 때 같은 당원이었던 그 사람이 이런 말을 하더란 말이죠.

이번에 아무개형이 얼마나 열심히 뛰었는지 알아? 우리는 정말 페어플레이를 했고 경선에서 지고나서 깨끗하게 승복했고 최선을 다해 야권승리를 위해 뛰었어. 자기의 선거보다 더 열심히. 이거야 말로 아름다운 승복이라고 생각해. 오죽하면 선거가 끝나고 아무개형의 형수가 그런 말을 하더라고. 당신 정말 열심히 했다고. 이번만큼은 인정한다고.”

 

술기운이 슬슬 오르던 차에 갑자기 뚜껑이 열리더라고요.

"야이 XX놈아. 그럼 왜 진작에 이 당에선 그렇게 못 했는데? 이 당에서 당원들이 몸 대주고 돈 대줄 때는 대충 하다가 이제 비맞은 장닭 꼴이 되니 절박해졌는갑다? 미친 듯이 더민당 선거운동 해준 건 그야말로 미친 거지. 이것들이 정말 보자보자하니 무슨 노동당이 정치인 직업훈련원이냐? 경력은 여기서 쌓고 출세는 딴 데 가서 하겠다고 죄다 지랄들이야.“

한바탕 난동을 부리고 집에 와서 생각하니까.. 이게 남 일인가 싶더라고요.

이 당 안에서 절박하지 않은 게 과연 당을 떠난 사람들 뿐인가.

 

재작년 입당한 당원이 있어요.

저희 지역에 있는 대학교에 다니는 청년이죠.

작년 가을 동시 당직 선거 때 대의원을 발굴해야 하는데..

여성할당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어요.

활동당원들은 거의 다 탈당했고.. 그나마 남은 여성당원들은 죄다 손사래를 치고..

그래서 애걸복걸해서 겨우 출마를 시켰죠.

저는 자격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사양하는 걸, 당원이고 당비내고 당원모임 나왔으면 충분한 자격이 있는 거지 무슨 소리냐고 엄청 꼬드겼네요.

 

그리고 얼마 후 입당자가 생겼어요.

20대 청년당원이길래, 마침 비슷한 또래기도 해서 같이 만나자고 연락을 했죠.

그랬더니 이 신참 대의원이 그러는 거에요.

.. 그 신입당원 제 친구에요. 제가 입당하라고 졸랐어요.”

 

이번 총선 때 말이죠.

이 대의원이 수업 끝나면 교수님들을 그렇게 쫓아다녔다네요.

정당투표는 노동당을 꼭 찍어달라고.

너는 공부는 안 하고 무슨 그런 당(!) 선거운동을 하냐고 지청구도 먹었더라죠.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참 착잡하더라고요.

명색이 당협위원장이고 전국위원인데.. 난 뭘 했지 싶어서요.

고작 가족들, 친한 친구들..

그것도 스마트폰 연락처를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고.. 내가 노동당을 찍어달라고 하면 이 사람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엄청 갈등하면서 재고 계산하고 머리 굴리고..

그나마도 몇 명 보내지도 못 했어요.

 

탈당자가 속출하면 으레껏 당원배가운동 합시다 이런 말이 나오죠.

그런데 말로만 그러지, 실상 그 몫은 당원들에게 떠넘겨요.

이건 뭐 당이 보습학원인가.

친구 데리고 오면 문화상품권 줄게이런 것도 아니고.

사실 영업은 선출직들이 뛰어야 하는 건데 말이죠.

 

가만히 들여다보니까..

선출직이란 걸..

적당히 연식되면 주어지는, 그저 당에 무슨 일이 생기면 뭔가 주장할 수 있는 발언권을 획득하는 권한 정도로만 생각하지 해야할 책무에 대해선 절박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너무나 많은 것 같단 말이죠.

 

당원 수를 늘리자면서요.

그럼 선출직들이 자기 임기 동안 3명의 당원만 입당시켜도 당권자가 1000명이 넘게 늘어요.

근데 이상하잖아요.

뼈를 깎는 반성이 필요하다는 둥 온갖 비장한 척은 다 하면서.

어째 그런 결의를 하자는 말은 한 번도 안 나올까.

 

선출직들 출마선언문 쓴 거 보면..

아무리 뻐꾸기를 날리는 게 정치라 한다지만, 뭐 이쯤되면 당대표 감이 한 둘이 아니죠.

엄혹한 현실에 우리당이 나아가야 할 길도 제시하고 온갖 전망과 교시를 내리잖아요.

근데 사실 우리당에 필요한 건 복붙한 것 같이 주구장창 비슷한 말만 하는 출마선언문이 아니라, ‘임기 내에 몇 명을 입당시키겠습니다.’ 이런 거 아닌가.

 

지금까지 가만 들여다보니.

좌파라는 사람들. 참 자신감이 없더라고요.

제일 잘 하는 건 나불나불 썰이나 풀어대는 거지.

이 당에 이론가는 아마 수백명일 걸.

페북에 트위터에, 온갖 sns 상에 올리는 게시물 수가 이 당의 역량을 재는 척도라면.

아마 우리당은 집권을 하고도 남을 거에요.

 

그리고 그 다음으로 그나마 할 만 하다 싶은 건 집회나가는 거죠.

그야말로 의무방어전

집회 나가서 몸 대주고 시간 때워주는 거.

근데 그렇게 죽어라 연대해줘봤자 거진 대부분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돼요.

왜냐하면 우리 사람으로 못 만드니까.

 

정작 중요한 걸 못 하는 거에요.

사람 만나는 거. 사람 끌어들이는 거.

난 이걸 왜 안 하지. 정말 이해가 안 갔는데.

몇 년 동안 지켜보니까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더라고요.

그러니 일년에 대부분은 썰이나 풀다가, 뭐 큰 집회 있으면 나가서 눈도장이나 찍고..

사람 만나는 건 그야말로 끼리끼리, ‘안전한사람들만 만나는 거죠.

당연히 외연의 확장이 될 리가 있나.

 

같은 당을 하면서 조금만 의견이 달라도 정파, ‘의견그룹이네 만들어서 텔레그램방이나 페북 그룹 만들어놓고 다른 정파 디립다 씹어대고.

그러다 뭔 일 생겨서 지들끼리마저 쌈박질하면 페북에 알 듯 모를 듯 선문답 같은 글 올리고.

이건 대중을 만날 자신이 없어서 그러는 거죠.

나랑 비슷한 사람이 아니면 만나기가 두려우니까.

 

이제 이런 못난 정치 그만 하고, 우리도 이런 기풍 한 번 만들어 보자구요.

기여한 게 없으면 발언권도 없다.’

선출직이라면 당원들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위치인데.

자기 자신부터 당의 일에 보이콧하고 사보타지 하는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한다고.

평가도 우습고 전망도 우습죠.

 

뭐 이건 일하는 놈 따로 있고 썰푸는 놈 따로 있어.

이 당엔 참 고급인력 많아서 좋아요.

어떻게 죄다 지식노동만 하려고들 하시는지.

다 농서만 집필하고 있으면 소는 누가 키우나.

. 머리에 든 것 없는 당원들이나 꼴 베고 여물 썰어 쇠죽 쑤란 말이구나.

 

. 이제 우리도 이런 결의 해봅시다.

자기를 찍어준 당원수 대로 할당해서.

대의원과 당협위원원장은 3, 전국위원은 5, 시도당위원장은 10.

일 년 안에 이만큼 입당시키고, 안 되면 사퇴까지는 못 해도 시말서, 경위서 정도는 내자고.

그래야 대중을 만나는 시늉이라도 할 거 아니에요.

그렇게 위기라면 이 정도는 선출직부터 나서야 하는 거 아닌가 싶네요.

 

이런 결의, 한 번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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