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정치위원회] 성정치위원회 대의원 강현주입니다. 언어성폭력 사건 경과 및 입장문 올립니다.

by 고라니 posted Apr 17, 201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순서대로, 


가해자교육 보고 -> 가해자 교육 후기 -> 성정치위원회 입장문 입니다.


-------------------------------------------------------------------------------------------------------------------------------------

가해자교육 보고

 

수신: 노동당 성정치위원회 및 사건 관련자 여러분

발신: 김희연(노동당 서울시당 당기위원)

 

- 경과 보고

 

1. 20151220일 발생한 언어를 통한 성적 괴롭힘 사건의 가해자에 대한 교육을 의뢰받아 수락하였고 가해자와 제가 함께하는 일대일 교육을 결정하였습니다.

2. 징계의 일환이자 교육의 교재로서 책을 선정하였습니다. 가해자의 문제의식을 점검한다는 의미에서 [여성혐오를 혐오한다], 일반적인 여성주의와 성적 자기결정권 논의를 위한 [빨래하는 페미니즘], 자아 성찰과 관계 맺음을 돌아보는 [사람, 장소, 환대] 세 권을 추천하였고 피해자가 [사람, 장소, 환대(김현경 지음, 문학과 지성사, 2015.)]를 선택하였습니다.

3. 피해자에게 사건의 경위와 요구 사항을 제출할 것을 요청하여 이메일로 전달받았습니다.

4. 41() 오후130~430분 서대문 레드북스에서 교육이 진행되었습니다.

5. 46()까지 가해자가 작성한 요약문과 감상문을 교육자가 받아 검토하고 약속 시한인 413() 전에 제출합니다.

 

- 사건의 성격

 

1. 교육의 계기가 된 사건은 피해자의 사과문에 적시되어 있는 바, “성적수치심이 들게 하는 내용의 성희롱 발언에 해당합니다.

2. 가해자가 사건의 성격을 인지하고 있고, 사과문을 발표했으며, 교육에 응했다는 점을 참고하였습니다.

3. 2.의 이유로 가해자교육에서 진상 규명과 사과를 제외하고, 가해자의 내면 응시와 재발 방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4. 이 사건뿐 아니라 그동안 공적인 장소(/오프라인 모두)에서 이뤄진 가해자의 발언들을 되돌아보았습니다.

 

- 교육 내용

 

1. 얼굴과 가면, 솔직하지 않은 자의 위선?

= 가해자의 발언들이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된 것인지부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성적 모욕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나는 솔직한 사람이고 다른 사람들은 위선을 떨거나 도덕적 엄숙주의에 갇혀 있는 것이라는 주장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성이나 배설물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이유는 더럽거나 나빠서가 아니라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 혹은 않아야 하는 신성한 부분이 있어서라는 점을 살펴보았습니다. 사람이 혼자 있을 때조차 벗을 수 없는 가면이 있는데, 그것은 나 아닌 나를 가장하는 위선이 아니라 내 몸에서 떨어뜨려 놓을 수 없는 인간됨이라는 점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얼굴을 개인이 맡은 역할이나 그 역할에 대한 그 사람 고유의 해석, 혹은 연기를 통해 그가 만들어내는 구체적인 자기 이미지와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얼굴은 그처럼 개별적이고 가시적인 것이 아니다. 얼굴은 결코 가면과 분리될 수 없으면서도 가면의 뒤에 있다고 상상되는 무엇이다. 어떤 사람의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리고 그가 만들어내는 것이 가면에 불과함을 알면서도 그 가면을 굳이 벗기려 하지 않을 때, 나아가 그의 연기에 호응하면서 그가 가면을 완성하도록 도와주고, 실수로 가면이 벗겨지더라도 못 본 체할 때, 한마디로 그의 가면 뒤에 있는 신성한 것에 대해 경의를 표할 때 그 사람은 얼굴을 갖게 된다.”(90)

 

2. 소극적 저항으로서의 자기 방어

= 가해자가 성적 소수자이므로, 일종의 방어 기제로서 냉소나 경멸을 드러내는 것은 아닌지 이야기해보았습니다. 주류 질서에 순응해야 하는 굴욕감을 떨어내기 위해 우리는 권력자 등 뒤에서 권력자를 조롱하거나 비난하는 말들을 하곤 합니다. 가해자의 발언에 이러한 심리가 깔려 있더라도 모욕적 발언을 들어야 하는 것은 권력자가 아니라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이므로 정제된 발언을 해야 한다는 점에 가해자도 동의하였습니다.

일상생활에서 개인은 자신이 스스로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생각과 모순되는 사건들이나 질서들을 따라야 할 때 자신의 거부감이나 경멸, 냉소 등을 표현함으로써 어느 정도 체면을 건질 수 있다. 상황의 힘은 표면적인 순종을 받아낼 수는 있지만, 그 이상으로 개인의 태도나 표현까지 통제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총체적 시설에서 이러한 방식의 자기 방어는 더 큰 굴욕을 가져온다.”(121, 어빙 고프먼 재인용)

 

3. 적극적 저항으로서 가시화

= 젠더 이분법과 이성애 중심주의가 공고한 우리 사회에서 성적 소수자의 발언은 그 자체로 주류 중심성에 충격을 던지는 행위일 수 있습니다. 여성이거나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드러낼 때 이 사회로부터 질타와 공격을 받게 되기 때문에 약자인 우리는 약자로서의 정체성을 최대한 감추게 됩니다. 허나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전략적 가시화라 하더라도 낯설고 새로운 언어로서 이뤄져야지, 타인을 모욕하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확인하였습니다. 파격(破格)도 격을 갖춰야 깨뜨릴 수 있는 것이지, 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하는 파격적인 행동은 그저 난봉꾼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낙인찍힌 속성을 감춘다는 의미에서의 혹은 낙인을 지닌 개인이 스스로를 되도록 눈에 띄지 않게 한다는 의미에서의 비가시화는 이러한 해방을 가져올 수 없다. 왜냐하면 이런 의미의 비가시화는 낙인찍힌 개인이 택할 수 있는 전략일 뿐 아니라, 사회가 그에게 강요하는 규범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낙인을 비가시화하라는 명령(백인 구역에 나타나지 말아라, 보기 흉한 신체 부위를 드러내지 말아라)은 낙인을 재생산하는 사회적 과정의 일부이다.”(21)

- 가해자에게 남은 과제

 

함께 나눈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나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건강한 자아 정체성을 바탕으로 나에게만 함몰되지 않고 타인과 관계 맺기를 훈련해야 합니다. “자기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뿐이니까요.

정체성에 대한 인정은 특정한 서사 내용(”나는 레즈비언이다“)에 대한 인정이 아니라, 서사의 편집권에 대한 인정이다. 우리는 정체성운동에 대해 많은 지식을 갖지 못했더라도(femme이나 부치butch 같은 단어를 모른다 해도) 그저 귀를 기울이고 고개를 끄덕이는 행위를 통해 그러한 인정을 표현할 수 있다(”네가 레즈비언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네가 오늘은 레즈비언이라고 고백하고 내일은 그것을 부인해도 상관없다. 나는 너에 대해서 가장 잘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너 자신임을 인정한다“).(215)

 

- 공동체에 남은 과제

 

1. 사건의 처리에 있어서 미흡했던 점이 보여 지적해 둡니다. 해당 사건은 발화되는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의 즉각적인 문제제기로 공론화된 것이 아니라,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 사람들의 전언으로 피해자에게 전달되어 표면에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만일 그 자리에 있던 청자가 문제제기를 하고 가해자의 발언을 멈추게 하여 사과를 받았다면 훨씬 더 바람직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했다면 이 사건의 피해자가 피해자가 될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인들끼리 모여 있는 자리에서 여성 연예인을 성적 대상화하는 발언을 했다면 피해자는 그 여성 연예인이 아니라 그 발언을 듣는 청자들의 성적 수치심을 자극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폭력을 멈추라고 하지 않을 때, 우리는 공모자가 됩니다.

 

2. 이 사건의 가해자뿐 아니라 우리 모두는 인정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외설적인 언어가 주는 쾌감도 있습니다. 그러한 욕구와 감정을 나쁘다고만 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일부니까요. 그러나 우리 서로가 쾌감을 자극받기 위해 나 대신 누군가 배설해 주기를 바라고, 인정욕을 채우기 위해 누군가 그러한 소망에 부응한다면 그때 악()이 발생합니다. 우리 안의 악을 서로 부추기지 않도록 노력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3. 이번 교육은 피해자가 사건을 드러내고 해결의 방향을 제시하고, 공동체는 피해자의 요청을 수용하고, 모두가 가해자를 공동체로 회복시키려는 노력에 가담해서 이뤄질 수 있었습니다.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깊이 감사드리고, 이러한 기풍을 계속해서 이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4. 조건 없는 절대적 환대는 우리에게 무척이나 두려운 일입니다. 우리의 환대에는 보상이 없습니다. 오히려 무시무시한 적대로 되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환대받을 만한 존재여서, 환대를 베풀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여서 타인을 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너무나 취약하기 때문에, 줄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타인을 만나기가 두렵기 때문에 바로 그 이유로 우리에게는 조건 없는 절대적 환대가 필요합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가해자의 교육 후기입니다.  (작성자 장길완, 성정치위 전국위원)


세계가 깨지는, 나의 서사를 다시 써가는 과정.

 

지난 12월 20일 제가 성희롱 발언을 한 것에 대한 반성과 처벌이 지난 4개월동안 있었습니다. 사과문은 당게시판에 올렸고 또한 처벌의 내용으로 교육 이수를 받고 감상문을 쓰게 되었습니다. 다음은 41<사람, 장소, 환대> 책을 읽고, 교육을 받고, 이것들의 내용을 토대로 제가 이번 사건의 일련의 과정들을 경험하며 든 생각들, 그리고 저 자신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저에게는 이번 사건이 꽤나 부끄러운 경험이었습니다. 그것은 기존에 제가 꽤나 믿고 의지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상처를 준 발화를 하였으며, 페미니즘 책 몇권 읽었다는 알량한 자신감 때문에 나는 가해자가 되지 않을꺼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 누구도 젠더 폭력에서, 다양한 사회 구조 속에서 가해자로서 위치될 수 있다는 것을, 거기서 저 자신도 언제든지 그럴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새기며 피해 당사자에게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서 장길완이라는 사람을 돌아보았습니다. 교육을 받으면서 김희연씨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재발방지 역시 가능하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일단 저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입니다. 노동의 공간에서나, 활동의 공간에서나, 집이라는 공간에서나 항상 말을 많이 하는 사람입니다. 특히 적인 내용의 발화를 굉장히 자주하며 제가 성적 주체임을 선언하고 어떤 섹슈얼리티를 갖고 있는지가 말의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근데 제가 유독 더 말을 많이하고, 성적인 말을 많이 할수록 이번 사건에서처럼 말실수가 늘어났습니다. 특히 제가  의지하고 많이 찾는 운동 공간에서 말실수를 항상 하게 됩니다. 말실수를 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생각해봤습니다

 

말실수가 많다는건 왜 그럴까요. 저라는 사람의 발화 속에서 왜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이 들게 하는 발언이나, 모욕적인 발언을 하게 되는 것일까요. 스스로에게 많이 질문해보았습니다. 일단 제가 적인 말들을 많이 한다는 것은 사회에서 장소를 받지 못한 사람, 성소수자, 으로서 모멸감으로부터 저 자신을 지켜내기 위한 소극적 저항일 수도 있고, ‘가면을 벗고 인정받고 싶다는 욕망일 수도 있고, 혹은 적인 말을 함으로서 가시화시키려는 운동적인 저의 가시화 전략일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말을 뱉기까지의 다양한 이유들이 있을 수 있지만, 제가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나 나 자신을 과시하고 싶은 욕망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말을 하게 만들고 그럼으로서 어처구니 없는 잘못을 저지르게 되고, 모멸적인 상황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의도와는 다르게 타인에게도 모멸적이게된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 자신이 얼굴가면이라는 이분법이 있다고 상정하고 A공간에서는 A가면, B공간에서는 B가면, C공간에서는 진실한나의 얼굴’, 이렇게 장소와 만나는 사람에 따라 가면을 벗고 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가면과 얼굴은 분리될 수 없다는 것, 오히려 가면과 얼굴을 분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가면뒤에 솔직한 의 모습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말실수를 하는 시작점이 아닌지 생각했습니다. 제가 말실수 하는 것이 급증한 것은 게이라고 커밍아웃한 이후였습니다. 내 자신이 내 삶에서 성적 주체임을 선언하는 것이 너무나도 기쁜 일이었으나, 커밍아웃을 하였기에, 커밍아웃을 한 나의 모습이 진실한 이고 진실한 얼굴이며, 그 이전에 성정체성을 숨기던 모습이 가면이었다고, 그래서 어떻게든 이 가면을 내 얼굴에서 벗겨내야 한다고. 하지만, 가면은 그림자같은, 나 자신도 아니고, 내 안에 담겨있다고 상상되는 어떤 고귀한 영혼도 아닌, 그냥 나를 나이게 만드는 무엇입니다. 우리는 나 혼자 있을 때도 얼굴을 볼 수 없지만, 신성한 것에 대해 경이를 표할 때 얼굴을 갖게 된다는 책의 구절이 저에게 와닿았습니다. 가면을 벗은 내가 솔직한 나인것이 아니라 애초에 가면과 얼굴은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가면 뒤에 있는 신성한 것에 경이를 표함으로서 얼굴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건이 다시 재발되지 않기 위해, 인정받기 위해 발버둥치지 않고 많이 어렵지만 고립될 용기 - 이 용기는 동시에 이 세계가 나를 적대해도 단 한사람이라도 내 편을 들어줄 것이라는 용기이며 절대적 환대에 대한 용기 - 를 삶의 태도로 가져가야한다는것(가져가야 더불어 이번과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을것입니다.), 그리고 가면에서 얼굴이라는 두 종착점이 있고 하나의 정체화에 도달하는 것을 삶의 과제로 삼는 것이 아니라 오늘과 내일의 내 정체는 다를 수 있다고, 이렇게 계속 고민하고 써가는 이 모든 것들이 나의 정체성이라는 것을 제가 앞으로 살아가며 가져야할 삶의 어떤 태도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두서없는 감상문을 끝내며, 저에게 공동체 성원으로서의 박탈이 아닌, 공동체로 다시 돌아올 수 있게 절대적 환대를 해준 피해 당사자, 성정치위원회 운영위원 모두, 그리고 교육을 맡아준 김희연씨에게 감사하다는 이야기 전하고 싶습니다. 무수히 많은 저의 서사를 만들어가고, 정체성을 세우고, 또 다시 무너뜨리며 절대적 환대가 이 사회를 풍성하게 만드는 조건이 아니라, 사회를 구성하는 초석임을 새깁니다. 감사합니다


------------------------------------------------------------------------------------------------------------------------------------

성정치위원회 입장문입니다.

성정치위원회 운영위원회 입장문 


수신: 해당 사건 관련자 (교육자, 피해자) 및 당원 여러분

발신: 강현주 (노동당 성정치위원회 대의원)

 

-      경과 보고

지난 해 1220, 성정치위원회 소속의 장길완 전국위원(이하 가해자)의 언행으로 인한 성적 괴롭힘 사건이있었습니다. 발언의 대상이 된 해당 당원은 가해자의 발언으로 인해 불쾌감과 성적 수치심을 느꼈고 이에 대한 징계로 1)가해자의 소속 위원회 내부 및 당원 게시판에 사과문을 공유 및 게시할 것과 2) 3개월 이내의 가해자 교육 이수를 요구하였습니다.

2016116일부로 가해자는 사과문을 게시하였습니다. 두 번째 요구 안인 교육 이수를 위해 현직 국가인권위 차원의 성폭력 가해자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전문가에게 문의한 결과, 현재 가해자 대상 교육 프로그램이 성폭력 사건 관련 단체에서 상시적으로 운영되고 있지 않으며 이 사건이 당직을 맡은 사람이 가해자라는 점에 기인하여 김희연 서울시당 당기위원에게 특별 교육을 요청하였습니다. 징계의 일환이자 교육의 교재로 피해 당사자가 지정한 책 한 권을 읽고 교육을 진행한 뒤, 가해자는 요약문과 감상문을 교육자와 피해자 및 성정치위 운영위에 제출하고 글에 대한 검토를 받았습니다.

 

이에 가해자의 소속 단위인 성정치위 운영위원으로서 해당 사건에 책임의식을 느끼고 본 입장문을 작성합니다.


-      가해자가 해당 발언을 할 당시에, 성정치위 소속 위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바로 제지를 하지 않았습니다. 해당 장소에 없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 하더라도 언행은 언제나 신중해야 합니다. 그 당시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즉시 제지시키지 못한 점에 대하여 사과 드립니다.


-      가해자는 성정치위원회의 선출직 당직자입니다. 당권이 있는 당원들의 지지를 통해 자신이 당선되었음을 마음 깊이 새기고, 자신이 그이들의 신뢰를 얻고 있음에 대해 책임감을 느껴야 합니다. 그러나 해당 발언은 선출직 당직자로서 경솔한 발언이었으며, 평소에 선출직 당직자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행동하는 문화를 만드는 데에 미숙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이 점에 대해 사과 드립니다.


-      가해자는 시스젠더 남성 동성애자로, 통상적으로 사회에서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드러내기가 힘든 성적 소수자에 속합니다. 출마선언문과 함께 커밍아웃을 하였지만 그것은 성적 소수자에게 하나의 완결이라기보다는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합니다. 아무리 소수자에 대한 평등을 강령에 내건 진보정당의 당원이라 할 지라도 주변에서는 커밍아웃을 한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며, 이러한 사람들을 대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서로 많이 미숙한 것이 사실입니다. 커밍아웃을 한 당사자도, 그를 아는 주변인들도 서로 관계를 맺는 데에 미숙하다 보니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전략으로써 성적인 발언을 오히려 더욱 자주 하게 될 수도 있고, 그 전략이 자신의 의도를 벗어난 범위에서 해석될 여지도 있습니다. 모든 성적 억압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 성적인 발언을 공공연하게 하고 다녀도 된다는 점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위원회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해 이런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하게 된 점에 대해서 사과 드립니다.


-      마지막으로 가해자의 재발방지 교육이 늦어져 예정한 기일을 지키기 어려웠던 점에 대하여 사과 드립니다.

 

글을 나가며

여성주의를 강령에 내건 정당의 당원으로써, 그리고 특히나 성적 소수자 문제만 다루는 것이 아닌 모든 성적 억압에 맞서 싸우는 것을 골자로 하는 성정치위원회의 운영위원으로서 소속 단위에서 성적 괴롭힘 사건이 일어난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합니다. 사회적으로 끊임없이 배제되는 사람들의 운동을 할 때 단순히 억압의 주체를 공격하는 것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보다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당직자라는 자리가 주는 무게를 다시 한 번 깨닫고, 이성애중심적이고 성별이분법적인 사회에 지속적으로 균열을 내는 작업을 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문제제기 해주신 당원님에게, 가해자의 사회적 위치를 고려하여 세밀한 교육을 진행해주신 교육자님에게 다시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Articles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