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태윤입니다.

by 의지로낙관하라 posted Jun 0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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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망설였습니다. 당활동을 당직자로 시작했던지라 정치적인 입장이나 사안에 대한 의견을 개인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조심스러워 저는 가능한 다른 방법을 찾으려 노력해 왔습니다. 인사발령 공지를 보고 몇몇 분들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어물쩍 넘겨버리긴 했습니다만, 대표단 회의에서 일부가 퇴장하고 의견을 밝히는 상황이 벌어졌고 제가 원인제공자가 되었네요. 마음은 무겁지만 당장 힘들다고 외면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라는 생각에 글을 쓰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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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초에 총선 이후 사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안식월을 다녀와 1월 초에 복귀한 이후 중앙당에서 내 역할이 무엇인지, 역할이 있다면 잘 수행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의심해야 했고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에 결론적으로 사직해야겠다는 마음을 굳혔습니다. 총선 이후 총장님과 면담이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조직체계 개편에 대한 이야길 들었습니다. 지금과는 좀 다른 개편안이긴 했습니다만, 조직실의 역할이 축소되는 것에 대해 의견과 함께 개인적인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조직체계 개편에 대해서는 별도의 자리가 마련될 때까지 생각을 정리해야겠다 싶었구요. 사직 여부와 무관하게 활동하면서 느꼈던 현행 체계의 문제, 개편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내고 또 듣고 싶었습니다. 제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며 활동해야 할 테니까요.

 

대표님 전국순회 일정으로 거제에 다녀왔습니다. 이야길 들으러 간 자리에서 오히려 힘을 받고 왔습니다. 사업 제안을 한 당원과 신나게 의견도 나눴는데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무겁더군요. 힘내라는 말에 웃으면서도 눈물이 나오려 했습니다. 조선산업 구조조정에 대해 이야길 하다 여기는 우리가 잘 지킬 테니 중앙당 잘 지켜달라는 말을 듣고선 대답도 못 하고 고개만 끄덕이고 말았습니다. 저도 당원들에게 힘이 돼야 할 텐데 도망치기만 급급했던 것 같아 죄책감도 들고 한편으론 스스로에게 하는 희망고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복잡한 마음이었지만 어떻게든 마음을 다잡아보려 했습니다. 사무실에 들어와 조직개편안이 통과되어 6월 1일부터 시행된다는 이야길 들었습니다. 처음엔 좀 당황스러웠고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엔 자괴감이 들었어요. 당직자로 활동을 하는 저에게 남겨진 건 주어진 역할을 받아들이느냐, 마느냐는 선택 외엔 없었습니다. 10년이 넘게 진보정당 당직자로 있으면서 조직개편안이 올라온 적은 한 두 번이겠습니까. 재정 문제로 월급을 반으로 깎는 결정도, 대표단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당직자 전원이 사표를 내는 결정도 해봤습니다. 이야길 들을 당시 논의도 없이 이런 결정을 내리냐고 전달하는 사람에게 화를 냈습니다. 어제 집행위가 있었고 참석할 사람은 다 참석하라 했는데 출장 중이라 못 들어오게 된 거라는 설명을 들었지만 이해할 수는 없었습니다.

 

대표단 회의에서 본인동의를 다 받았다는 보고가 되었다며 확인하는 통화를 하는데 저는 그런 적이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몇 일 후 사무총장님과 대표님과 다시 면담을 하자 하셔 본인동의를 안 거친 것에 대해 두 분에게 사과를 받았고 조직개편안에 대해 의견을 물으시길래 몇 가지 말씀을 드렸습니다. 총선이 끝나고 대표님은 당내부를 추스르기 위해 전국순회를 진행하는 마당에 조직실이 없어지는 것이 당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고민해 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조직실과 살림실의 업무연관성이 별로 없다는 이야기도 했고 실장없이 저와 박성훈 동지를 조직실로 발령내고 총장님이 총괄하시면 어떻겠냐는 의견도 드렸습니다. 안 그래도 야근에 주말까지 일하는 살림실에 업무가중이라는 말도 했구요. 총장님은 이미 결정된 상황이라 불가능하다고 하셨고 대표님은 개편이후 변경될 총무실의 이름을 조직실로 바꾸는 걸 고민해 보겠다고 하셨지요. 저는 이 상황 자체를 납득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이야길 나누어도 의견은 안 좁혀지고 바뀌는 것이 없겠다는 생각에 거듭된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직 의사를 밝히고 다음 대표단회의가 끝나고 나서 최종 결정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결정을 대표단회의 이후로 미룬 이유는 자신의 문제처럼 고민해주셨던 분들에게 예의를 지키고 싶어서였습니다. 결론이 바뀌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죠.

 

이번 인사로 업무가 바뀌는 사람은 저를 포함해 살림실과 홍보실, 대변인실입니다. 조직실과 홍보실이 살림실로 통합되고 기존의 조직실 업무는 살림실과 기조실, 비정규실로 나뉩니다. 고민이 되었던 건 두 가집니다. 어느 때보다 조직실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게 하나고 바뀐 조직개편이 효율적인 업무분담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판단이 두 번째였습니다. 재정문제로 시작되었지만 개편의 이유는 당이 현재 중심을 두고 있는 사업과 집행의지를 보여주고 나아가 일을 더 잘 하기 위해서일 겁니다. 조직체계 개편 자체가 조직실 사업을 이리저리 쪼개는 방식인데 이렇게 해서 조직사업이 원활할 거라는 판단을 내릴 수가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일이 확 줄었습니다. 제가 할 일은 입탈당과 명단 정리, 당기위 간사입니다. 정무적인 판단은 기조실이, 노동활동당원 조직화는 비정규실이 맡게 됩니다. 대표님은 업무분담 관련해 다시 논의하자고 하셨지만 말씀드렸다시피 개편안 자체가 이미 조직사업을 나누는 체계로 상정된 것인데 업무 분담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이고 그런 입장으로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사실 제가 이 일에 왜 필요한지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줄어 일을 더 해도 모자랄 판에 저만 일이 확 줄었습니다. 이걸 제가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요? 저에게 주어질 일이 없는데 어떻게 활동을 할 수 있을까요? 짧지 않은 시간 활동하면서 나름대로 가졌던 자부심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이제 필요없는 것으로 치부되는 듯 해 참담한 심정이 들어 거듭 사직의사만 밝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개편안 자체가 저에겐 당직을 그만두라는 강요처럼 느껴졌습니다. 10여년 당직자로 활동하면서 모든 것을 잘 했다는 말을 하진 못 하겠지만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습니다. 함께 일하는 동지들이 떠나니 남아있는 당원들이 더욱 소중했고 할 일이 늘어나도 힘들어도 어떻게든 힘을 내려 해 왔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 이런 글을 쓰고 있는 상황 자체가 저로선 그냥 억울하기만 합니다.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처음엔 대표님과 총장님 두 분의 만류로 난처했는데 나중엔 왜 그러시는지 궁금했습니다.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어제 대표단회의가 있었습니다. 인사 발령 관련해 논의하는 자리에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 하여 들어갔는데 집행위에서 각 부서별로 의견을 취합해 오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는 이야길 들었습니다. 이조차 처음 듣는 내용입니다.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던 간에 결과적으로 듣지 못한 이유로, 출장갔던 이유로 논의에는 참여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당직자 전원회의든 상근자협의회든 개편 논의가 있을 때마다 으레 열리던 것이라 안일하게 생각한 측면도 있습니다. 출장다녀온 후 개편 이야길 듣고 당직자 전원회의를 소집해 달라는 요청을 할 수 있었는데 다 부질없다는 생각에 그저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이 과정 자체가 저에게 어땠는지 이야길 하고 싶었고 사직하면서 인사도 드려야겠기에 시작한 글입니다. 쓰고 나면 좀 홀가분해지길 바랬는데 자괴감만 심해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당직자로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쓰는 글에 뭔가를 더 보태고 포장하고 싶진 않습니다. 당분간은 아무 생각없이 지내고 싶습니다. 지금 뭔가를 생각하고 정리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저에게 독이 될 것 같습니다.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나면 이런저런 고민을 시작할 것입니다. 이제 제대로 돌아보지 않고 제 자존감이 회복되지 않으면 앞으로 한발짝도 더 나갈 수 없을 것 같아서요. 다만, 이 시간이 조금 빨리 흘렀으면 싶습니다. 다들 내내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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