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사회당계’ 논란에 관한 소감

by 구형구 posted Feb 2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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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발생한 당 내외 현안에 관해 저에게 입장을 표명하라는 요구가 있었습니다. 진상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 임명직 당직자로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서 침묵해왔습니다. 그럼에도 거듭되는 논란과 호명에 더 이상 침묵하는 것도 도리가 아니겠다는 생각과 함께 가뜩이나 하고 싶은 말이 많기도 해서 약간의 소감을 적어봅니다.

 

이번 사건을 경과하면서 이른바 사회당계가 많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2012219일 진보신당 당대회에서 사회당과의 통합 안건이 재석 204명 찬성 189명으로 가결되었습니다.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사회당 당대회에서도 통합 안건이 압도적으로 가결되었습니다. 며칠 전이 그로부터 6주년 되는 날입니다.

하나의 정당이 된지 6년의 세월이 흐르고도 여전히 특정인들을 과거의 당적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명백히 후진적 정치문화이며 창피하고 서글픈 일입니다.

 

매우 서글프지만 이 논란에 관해 언급하자니 편의상 사회당계라는 이름을 그대로 쓰도록 하겠습니다. 저와 사회당계의 관계를 궁금해 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미 지인들에게는 얘기한 바 있고 경기도당 웹진에도 연재한 바 있기 때문에 새로운 사실도 아니며 별로 재미있는 얘기도 아닙니다. 그러나 아주 집요하게 궁금해 하는 분들이 있기에 간략히 말씀드립니다.

 

저와 사회당계의 인연은 길고도 깊습니다. 우선 사적으로 보자면 저의 절친한 후배들이 (청년진보당 시절부터) 사회당 활동을 했습니다. 사회당계의 50대 세대들은 저의 친구이며 동지이기도 합니다.

사회당 지도부와의 교류는 일찍이 민주노동당 분당 직전인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 당시 저는 정치조직인 평등사회로 전진하는 활동가연대’(이하 전진)에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노동당과 사회당의 합당 논의가 진행되던 시기였습니다. 전진 지도부가 사회당 중앙당사를 방문하여 사회당 지도부와 회담했습니다. 매우 우호적인 분위기였으며 양당의 합당을 지지하고 합당이 성사되면 통합된 정당에서 전진과 사회당계가 긴밀히 협력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아쉽게도 합당은 성사되지 못했지만 전진과 사회당의 우호적 관계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2011년에 진보신당에서 통합 논쟁이 벌어지면서 두 조직의 교류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전진은 진보신당 내에서 통합 반대 입장에 있었으며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두 조직은 통합 논쟁이 일단락되면 진보신당과 사회당의 합당을 추진한다는 데에 뜻을 같이했습니다. 그 약속은 지켜졌습니다. 20119월에 진보신당 당대회에서 통합이 부결되고 이후 20122월에 마침내 진보신당과 사회당의 합당이 실현된 것입니다.

 

돌이켜보자면 합당 초기에는 오히려 지금보다 당 내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양당 모두 압도적인 찬성으로 합당을 결정했습니다. 서로 다른 역사와 조직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정당에서 지내게 되었으니 다소 어색하고 불편할 수밖에 없겠으나 극단적인 대립과 배제는 없었습니다. 저 또한 사회당 지도부와 계속 교류하면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협력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사람이 모인 곳은 어디나 그렇듯이 서로 간에 의견이 일치하기도 하고 때로는 다르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아주 중대한 문제에서 결정적인 불일치가 발생했습니다. 2012년 대선 국면에서 벌어진 이른바 김순자 사태였습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36월 당대회에서 당명 개정안이 부결되는 사태도 벌어졌습니다. 이 같은 사건들 때문에 사회당계 동지들과의 관계는 극도로 악화했으며 저는 누구보다 격렬하게 그들을 비판했습니다. 지금 사회당계 동지들과 우호적인 관계에 있음에도 그 당시의 사건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잘못된 판단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습니다. 사회당계 동지들이 저의 말을 듣지 않은 데 대해 유감이며 저 또한 그들을 끝내 설득하지 못한 데 대해 무능함을 반성합니다. 그때의 사건이 오늘날의 반목과 불신을 초래한 하나의 원인이기도 하기에 더욱 안타깝습니다.

 

극도로 악화한 관계가 개선된 것은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둔 시기였습니다. 전국위가 결정한 (다소 무리일 수 있는) 후보전술에 있어서 사회당계 동지들의 협력이 필수였습니다. 그때까지 극도로 대립하던 입장에서 협력을 요청하는 것은 어찌 보면 염치없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사회당계 동지들은 당을 위한 대승적 취지에서 기꺼이 협력했습니다. 그로부터 관계가 회복되었고 교류와 협력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우리 당은 2015년에 또다시 통합 논쟁을 겪었고 그에 따른 분열을 겪었습니다. 두 차례에 결친 통합 논쟁으로 주요 대중정치인과 활동가들이 이탈했으며 당원과 재정이 감소했습니다. 인적으로든 물적으로든 사회당계의 상대적 비중과 그에 대한 의존은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사정은 더욱 심해지며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의 과정입니다.

 

최근에 벌어지는 사회당계를 둘러싼 논란을 보면서 심기가 복잡합니다. 사회당계에 대한 불신과 비판에는 일정한 근거가 있을 것입니다. 특히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사건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봅니다. 분명히 비판할 지점이 있고 반성할 지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난무하는 여러 발언들 중에는 정당하지 못한 것들도 발견됩니다. 객관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편견과 중상모략을 볼 수 있습니다. 폭력에 분노한다면서 정작 폭력성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발언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일부에서는 마녀사냥식의 광기마저 느껴집니다. 온당치 못합니다. 누구든 잘못을 저지르면 비판받거나 상응하는 벌을 받아야 합니다. 또한 누구든 자신의 행위 이외의 이유로 단죄되어서는 안 됩니다. 누구에게나 최소한의 인권과 당원으로서의 권리가 있습니다.

미국에서 KKK단의 폭력에 대해 어느 흑인이 했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나를 알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나를 미워할 수 있죠?’ 우리 당에서 사회 일반적 규범에도 미달하는 편견과 혐오가 난무한다면 슬픈 일입니다. 나치가 저지른 이른바 유대인 문제에 관한 최종 해결책이 연상됩니다.

 

누구든 마녀사냥을 당해서는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누구도 오류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성역일 수는 없습니다. 사회당계든 누구든 잘못한 일은 비판받아야 합니다. 비판이 정당하려면 그 행위로부터 자유로워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동반 반성이 뒤따라야 합니다. 한때 사회당계의 오류에 부화뇌동했던 분들이 반성 없이 지금의 마녀사냥에 동참하는 모습은 아름답지 못합니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사소하게 생각하며 넘어간 일 하나가 떠오릅니다. 양당이 합당했을 당시에 저는 생전 처음으로 중앙당 당직자가 되어 조직실장을 맡았습니다. 합당에 따라 어느 날 갑자기 당원 숫자가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업무상 분류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당원관리명단에 사회당계 당원들은 합당에 의한 입당이라 표시했습니다. 당원관리명단은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자료도 아니고 당원정보 접근권을 가진 사람만 볼 수 있기에 별다른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이후 사회당계 일부 당직자로부터 문제제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별다른 문제없다고 판단하여 무시했습니다. 결국 이 문제로 당기위에 제소되었습니다. 당기위에서는 실무적 필요 때문에 분류한 것이고 공개되는 자료가 아니기에 징계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결정했습니다. 그리고는 잊고 지냈습니다. 그로부터 몇 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사회당 출신 당원들이 느꼈을 심정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역설이게도 지금의 마녀사냥을 보면서야 말입니다. 감수성이 부족했음을 절감하며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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