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람들에게

by 문성호 posted Jun 1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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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의 피해자가 자기로 인해서 주변 사람들이 피곤할까봐 자기 검열을 하고 있습디다. “나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피곤한 게 아닐까, 당이 어지러워지는 게 아닐까”. 그리고 주변에서는 걔가 원래 이런 애야, 그럴 만도 하지. 쑤근쑤근쑤근쑤근~~”. 그런 얘기 하지 말라고 하면 우리들끼리 하는 이야기야, 니가 무슨 상관이야?”. 사과를 한다고 하기는 했는데 도대체 무엇에 대해 사과하는지 알 수 없는 사과문. 그리고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서 덮어두고 가자고 하고 있는 분위기.

 

우리 너무 잘 알고 있는, 공동체적 문제 해결 방식의 가장악랄한 예의 전형 아닙니까? 이런 해결 방식의 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일방적인 피해자는 자신의 존재 자체가 공동체에 부담을 준다는 자기 검열 속에 서서히 사라져가고, 주변의 시선은 가해자를 향해 에이, 그 정도 일로... 그만큼 했으면 됐어, 이제 사과도 했으니 떳떳하게 다녀”. 가해자는 순식간에 머리 복잡한 일로 고생한 사람이 됩니다. 지긋지긋하게 싸워온 그 양태를 노동당에서, 그것도 너무나도 전형적인 형태로 보고 있습니다.

 

대표단 사과문의 제목을 보고 반가웠습니다. 그러나, 열어보고는 이게 무슨 사과문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다른 분들이 많은 문제 의식이 있겠으나, 저는 영등포당협 운영위원회에서 진행한 토론에 참여하였으며, 영등포당협 운영위 요구안에 포함된 비판지점에 "완전히" 동의합니다. 중복되는 내용은 다 생략하고 진짜 이상한 게 있어서 딱 하나만 다시 짚읍시다.

 

사건의 출발은 전원 동의라는 보고에 의한 조직개편안이 전원 동의에 기반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원하지 않는 인사이동을 당한 상근자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동의하지 않은 사람이 있었는데 전원 동의라는 보고가 올라갔다. 그런데, 허위보고는 없었다.“ 저만 이상한가요? 그냥 봐도 모순인 문장 아닌가요? 밑에 누군가들은 허위 보고 없었다잖아!!!”라고 버럭버럭 하고 있는 분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린지 설명 좀 해 주십시오. 백번 이해해서 허위 보고가 아니라고 하려면, “잘못된 보고가 있기는 했지만, 의도성은 없었음을 믿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잘못했습니다정도는 되어야 변명이 되는 것 아닌가요?

 

하나만 더 이야기합시다. “당원들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고라는 분석에 대해서입니다. 맞습니다. 저도 당원이고, 피로합니다. 사실, 3일 정도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입 안이 헐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 피로감의 원천이 과연 지금 대표단의 합의에 항의하는 사람들 때문인 것은 확실한가요?

 

제가 며칠 전에 만난 한 당원은 대표단 사과문을 보고 탈당을 결심한 상태였습니다. 이전에 직장에서 겪었던 왕따 과정을 노동당에서 그대로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분노한 상태였는데, 대표단의 사과문을 보고는 이렇게 이야기합디다. “우리 사장도 저렇게는 안했다.” 간신히 탈당을 말렸습니다. 말릴 수 있었던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같이 싸워야 되지 않겠냐”. 사실, 저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던 찰나이기도 했습니다. 피로감의 원인이 과연 문제제기하는 사람들 때문입니까, 아니면 부당인사와 말도 안 되는 사과 때문입니까. 혹시라도 저같은 사람도 당원의 범주에 들어간다면, 피로감의 원인은 비판이 아니라 부당인사와 말도 안되는 사과때문입니다. 비판조차 없다면, 포기하겠죠.

 

당이 어려우니 그만하자고 하는 분들, 대한민국 경제가 어려우니 세월호 시위 그만하라고 하는 것과 도대체 무엇이 다릅니까? 대표단이 합의했으니 그만하자는 분들, 새누리당과 더민당이 합의해서 정한 최저임금에 왜 왈가왈부하고 있습니까?

 

진짜로 논쟁 그만하면 당을 살릴 수 있기는 합니까? 아니, 백보 말고 일억보 쯤 양보해서, 이 국면에서 입을 다물면 노동당이 앞으로 잘 된다고 해도, 부당인사 과정조차 축소하기 위해 이렇게 애쓴 정당에서, 국회의원 100명이 배출된다고 제가 지금처럼 노동당을 자랑할 수 있을까요? 우리, “미래 사회의 선취자가 되고자 노동당을 하고 있었던 것 아닙니까?

 

당을 사랑하셔서 노동당의 지속을 염원하는, 착한 사람들에게 여쭙니다.

우리가 지금 부끄러운 것이 노동당에서 부당한 인사가 진행되었다는 것입니까, 아니면 부당인사에 항의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입니까?

우리가 해 나가야 할 것이 사건을 축소하여 넘어가는 것입니까, 아니면 해결하는 것입니까?

우리가 원하는 것이 조용한 정당입니까, 아니면 진보정당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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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공동체적 해결의 파산으로 인해 자기 검열만 하고 있는 두 동지에게 필요한 것은 니가 잘못한 게 아니야라는 것을 주변에서 끊임없이 확인해 주는 것일 겝니다. 무엇보다 먼저, 두 동지와 잘 아시는 분들, 두 동지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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