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티잔 주제토론회 후기 : 개고기, 메갈리아, 도로사회당

by 오창엽 posted Aug 2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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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티잔 주제토론회 후기 : 개고기, 메갈리아, 도로사회당


2016년 8월 27일 토요일 19시부터 21시까지 노동당 중앙당 회의실에서 적록혁신당원모임 파르티잔 두 번째 준비모임을 했다. 이번에는 주제 토론회였다. ‘개고기와 당론’, ‘메갈리아와 진보정당’, ‘도로사회당’이라는 주제로 차분하게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외출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지하철이 만원이었다. 노동하고 또 서서 가니 좀 힘들었다. 모임 시작 한 시간 전 영등포에 도착했고 전국위가 조금 전에 끝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중앙당 부근의 모 중국집에서 식사들을 한다기에 들러서 인사 나누고 밥도 먹었다.


중앙당에 도착하니 현재 당원은 아니지만 전에 진보정당 당원이었던 후배가 기다리고 있었다. 둘이서 이러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전국위 식사를 마친 분들이 토론회 참관하러 왔다. 참석하나 참관하나 별 차이가 없다. 어차피 모두 말하고 질문 받게 되니까. 회원과 그날 처음 구경 온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 책상 네 개를 네모로 배치하고 의자를 놓았다. 몇 명이 오는지 모르니 - 파르티잔은 동원하지 않고 전화로 독려하지 않는다 - 여유 있게 두었는데 나중에 의자가 다 찼다.


19시 20분쯤 파르티잔 두 번째 준비모임 주제토론회를 시작했다. 내가 사회를 보고 참석자들 가운데 처음 보는 분들 인사를 나누었다. 조금 늦게 오는 분들이 생길 때마다 적당한 시점에 인사를 또 나누었다. 하는 일과 소속과 더불어 특정인과의 친분관계 등이 소개말에 들어갔다. 첫 모임에 참석했다가 사정상 못 온 분들이 많은데 새로운 분들이 참석했고 특히 여성 동지들이 많아져서 토론과 이야기가 훨씬 풍성(?)해졌다. 당내에서 이 주제들을 가지고 당원들이 모여서 토론하는 건 유일무이하고 최초일 것이다. 파르티잔이 없었다면 그저 말싸움만하고 지나갔을 것이다.


1. 개고기와 당론


최근 노동당 당게와 페북그룹에서 개고기 문제로 조금 시끄러웠다. 개고기를 먹을 수도 있다, 먹어서는 안 된다, 뭐 그런 것 가지고 논쟁하냐, 당론이 무엇인가, 시정하지 않으면 탈당하겠다 등등 논쟁이 복잡했다. 파르티잔에서 이 주제를 선택한 것은 일부든 다수든 당원들이 관심 갖고 토론 중인 이슈나 주제를 얼굴 맞대고 이야기 해보자는 뜻이었다. 글로 댓글로 하는 논쟁은 지나치게 격렬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당내 어디선가 어떤 모임에서 그 주제를 갖고 토론을 하고 결론을 내든 이견을 확인하든 별 충돌 없이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우선 개고기를 먹어본 경험이 있는지 전부 확인했다. 그때의 느낌과 먹을 때 어떤 부담이 있었는지 평소 그 문제를 어떻게 생각해왔는지 모두에게서 들었다. 돈이 없어서 못 먹는 사람부터 한번도 안 먹어본 사람까지 다양했다. 개고기 문제는 육식을 줄이자는 의견과 채식을 하자는 입장과 유전자변형식품 등의 먹을거리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반려동물과 ‘개중심주의 비판’도 거론되었다. 일단 파르티잔 토론회에서는 특정 참석자가 다른 이들을 그 문제로 구박하거나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지나치게 공격하는 일은 없었다.


문제는 당이 다른 단체와 연대사업이나 활동을 할 때, 선거공약으로 넣을 때, 성명논평을 발표할 때 생긴다. 개고기 먹는 것을 반대하는 단체의 사업에 당명을 넣는 것은 적절한가? 절대 그러면 안 되는가? 중앙당 당직자는 어떤 사업을 할 때 동료들과 사무총장, 집행위원장과 의논할 것이고 중요한 사안은 대표단에서 검토할 것이다. 그러면 당론인가? 관료주의적으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사소한(?) 일도 중집, 전국위, 당대회를 열어서 다수 의견을 확인해야 하는가? 즉 그 많은 일들을 전부 당론인가 아닌가로 따지면 엄청 피곤해진다.


진보정당은 주요한 노선이나 이념을 강령으로 만들고 그것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당원이 되는 것이다. 개고기를 먹느냐 마느냐를 강령이나 당의 행동수칙에 넣지 않는다. 그런데 선거공약에 넣게 되면 분명 당론이 될 것이다. 어려운 문제다. 어려운 문제를 서로 인정한다면 차분하게 토론해야 할 것이다. 당신이 나갈래 내가 나갈까 식으로 한다면 당원이 계속 줄게 될 것이다. 또한 중앙당 당직자는 소신이 있더라도 정치적으로 유연해야 한다. 녹색당은 빠졌는데 노동당은 참여했고 담당자의 소신과 항의에 대한 대처도 문제가 있었다는 평가가 있었다.


예를 들면 노동당 대표단이 회의를 마치고 단체로 개고기를 먹으러 갔다면 엄청난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당론에 어긋나는 건 아니지만 진보정당의 대표단이 별 생각 없이 그렇게 언행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진보정당의 당원이라면 개고기와 더불어 음식문화 및 환경 문제에 대해 좀더 민감하고 교양 있고 진보적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정당은 지나치게 일상의 기호나 문화까지도 획일화 하려는 경향이 있다. 당원들은 다양한데 당론이라는 것으로 묶으려는 욕구가 존재한다. 그런 게 너무 없어도 문제겠지만 너무 많아도 답답할 것이다. 사회주의나 기본소득 등에 대한 차이가 아니라 먹을거리 문제로 싸우고 탈당협박을 하게 되다니. 차분하게 서로의 의견과 입장을 존중하면서 의논하고 최선의 정책을 찾는 토론문화가 필요하다. 또한 당론은 어디까지이며, 어떻게 형성되며, 사후적으로 어떻게 승인되는가, 사전에 어떻게 위임받는가 등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2. 메갈리아와 진보정당


메갈리아 문제는 너무나 뜨겁고 방대하여 짧은 시간에 깊고 풍성하게 다룰 수 없었다. 성우 교체 사건 이전에 메갈리아라는 말이나 모임을 못 들어본 사람들도 많았다. 한 참석자가 전체 역사를 죽 개괄하여 모두에게 도움이 되었다. 메갈리아와 미러링에 대해 참석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밝혔다. 민감한 문제이므로 발언들을 그대로 글로 옮기지 않는다.


정의당에서 그 문제로 양쪽 탈당파나 항의자들이 수백 명이라는 것과 당론 발표로 논란이 이어진 사태의 경과를 공유했다. 과거 진보신당에는 여성운동가들이 꽤 많았고 그 가운데 일부가 재편파로 집단탈당하여 정의당으로 갔다. 그 당에서는 그들을 ‘노동당탈당파’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 싸움의 중심에 있는가 보다. 노동당에는 성정치위원회와 여성위원회의 성향이 좀 다르다. 즉 과거 진보신당은 그 어느 진보정당보다 여성주의세력이 많고 강력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일부 남성들의 경우 다른 당에 비해 언행을 좀더 신중하게 해야 했을 것이다. 실제로 징계도 받고 당권을 박탈당하기도 하고 제명당하기도 하고.


정의당에서는 크게 점화된 대립과 갈등이 노동당에서는 비교적 무난(?)하게 넘어가고 있다. 당원이 적어서일까, 당내 토론문화가 약해서일까, 당론이 없어서일까. 정의당은 좀더 한국사회의 보편적인 상식이나 정서나 이데올로기에 친화적일 것이다. 노동당은 좀더 진보적일 것이다. 정파나 세력들의 연합당과 달리 가능하면 단일한 정체성을 바라는 당이라서 그럴까. 이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논쟁이 생기면 당이 쪼개질까 염려해서 모두 참고 있는 것일까.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아울러 메갈리아식 운동과 미러링에 대해서도 의견들이 있었다. 모든 초기의 소수자 운동은 과격한 면모가 있고 그게 필요하기도 하다. 러다이트 운동도 여성참정권도 흑인해방운동도 그랬다. 역사를 안다면 좀 느긋하게 대하고 그들이 왜 그렇게 하는지 헤아리면 안 될까. 주먹을 쥐고 있다가 독립운동가나 노동운동가의 사진에 장난을 쳤다고 이때가 기회다 싶어서 이것들을 가만 나두면 안되겠다고 일어서야 하는 것일까. 프랑스가 이슬람의 무고한 인민을 폭격할 때는 가만있다가 무고한 파리시민이 테러로 죽자 페이스북에서 삼색기로 도배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일베가 노무현이나 전라도를 능욕할 때는 가만있다가 말이다.


한 참석자가 “내가 십년만 젊었어도 메갈리아 했을 것이다”라는 말에 모두 웃었다. 갑자기 그 선배가 더욱 멋있게 보였다. 십년 전이라도 그리 젊은 나이는 아니지만 바로 지금 그런 마음을 갖고 표현하는 게 좋았다.


나중에 파르티잔의 토론회 참석자가 15명만 되어도 전문가를 초청하여 강의와 질의응답과 토론을 해보고 싶다. 여성주의 운동의 흐름과 역사를 개괄하고 메갈리아란 무엇인가에 대해 충분히 공유하는 시간을 갖고 그와 관련된 모든 문제들을 의논해 보는 자리를 만들어 보고 싶다. 이 주제로 한 시간이나 토론했다.


3. 도로사회당


얼마 전에 이용길 전 고문이 “도로사회당”이라는 말로 사퇴이유를 대신했다. 그걸 본 많은 당원들이 분개하고 슬퍼하고 그런 비아냥을 궁금해했다. 심지어 전국위에서 “저는 사회당 출신입니다”로 시작하곤 했다. 그 표현을 처음 만났을 때 각자 어떤 느낌이고, 그 뜻이 무엇이라고 생각했으며, 왜 그 표현으로 비판(?), 공격, 비아냥을 한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두에게 물었다. 도로사회당에서 도로는 중요하지 않고 ‘사회당’이 지닌 함의와 상징과 인식이 무엇인가를 공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진보신당, 노동당에서는 단 한번도 그것에 대해 짚고 넘어간 적이 없다. 


참석자들의 이야기는 다채로웠다. 안 좋은 느낌만 있었고 뜻에 대해 생각해본 적 없다는 사람도 있었다. 총선과 관련하여 득표율이 심각하게 저조하다, 당대표가 사회당출신이다, 당운영에서 패권적이다, 당내 운영방식이 사회당스럽다, 엔엘스럽다 등의 의견들이 있었다. 이용길 당원 “많이 삐지셨군요?”라는 촌평도 있었다.


도대체 사회당이란 무엇인가? 재편파든 당의미래든 그 누구든 사회당스러운 게 무엇인지 나보다 잘 아는 사람이 이 당에 있을까? 그 당이 어떻게 운영되고 어떤 성격을 가졌고 당원들이 어떻게 활동하거나 참여하거나 지쳐갔는지. 그것에 대해 잘 모르면 물어보면 될 텐데, 잘 알지도 못하는 이들이 무언가를 많이 아는 척 그렇게 야유를 해야 하는 것인지.


더 심각한 것은 구체적인 의미를 알 수 없도록 그냥 던지는 어떤 수사에 아무도 진지하게 그 내용과 맥락을 묻지 않고 토론의 장으로 이끌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치적 참주선동이 등장했는데 그냥 울고불고 신앙고백을 하고 불쾌하다는 심경만을 털어놓고 말이다. 그런 일이 생기면 그 말을 하는 사람에게 물으면 된다. 도로사회당에서 사회당은 무슨 뜻인가요? 그냥 인종차별인가, 성차별인가, 출신에 따른 불쾌감의 표현인가? 문제의 발언을 하는 사람에게 그 뜻을 설명하게 하여 쓸데없는 비아냥이면 그의 인격을 안쓰러워하면 된다.


만일 어떤 비판 내용을 담고 있다면 그 주제를 같이 토론해 보자고 하면 된다. 사회당을 더 잘 아는 이들이 잘 모르면서 지껄이는 이들을 계몽시키면 된다. 그런 정상적이고 올바른 토론과 소통문화가 약하니까 그런 치졸한 비아냥도 정치적 효과를 충분히 발휘하는 것이다. 말한 사람도 들은 이들도 부끄러워해야 한다.


파르티잔에서 ‘도로사회당’을 주제로 토론을 한 것은 앞으로도 그런 모호한 정치적 표현들이 출몰할 경우 그것을 비판적으로 대응하여 바로잡는데 기여하는 모임이 되고자 하기 때문이다. 어떤 대의원이 그 장면을 보고 자기들끼리 웃고 우는 것을 보며 ‘모욕감’을 느꼈다고 공개적으로 썼다. 비웃는 자들과 슬퍼하는 자들이 이심전심으로 당원들을 소외시킨 것이다. 이 주제를 첫 준비모임에서 다루고 싶었는데 못하여 이번에 다루었다.


이렇게 정의롭고 정직하게 문제들을 짚어가며 진보정당의 토론문화를 선도하는 파르티잔의 두 번째 준비모임 주제토론회를 마쳤다.


뒤풀이와 향후 계획


적록혁신당원모임 파르티잔은 치열한 토론과 더불어 유쾌한 뒤풀이로 회자되고 있다. 술집 타임호프에 있는 전국위원과 중앙당 당직자들에게 전화로 물어보니 우리가 따로 앉을 자리가 마침 있다고 했다. 처음 만나는 참석자들 끼리 이러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전국위원 몇 명이 합석했다. 비대위원장도 당원모임에 인사를 하러 오셨다. 밖에서 담배 피울 때는 너나없이 환담을 나누었다.


뒤풀이에서는 너무 진지하거나 치열하게 토론하면 안 되는데 그만 어려운 주제로 열띤 논쟁이 전개되었다. 장애인차별 및 혐오, 여성할당제 및 혐오 등의 주제가 논의되었다. 내가 토론을 너무 격하게 하지 말자고 했는데, 재밌는데 왜 그러냐는 핀잔도 들었다. 음, 이 사람들이 토론이 고팠구나, 정치사회 문제로 진지하게 편하게 토론할 사람이 그리웠구나, 파르티잔을 통해 좋은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구나. 노래는 합창하지 않았으나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고 그렇게 밤이 깊어 갔다.


9월에는 추석명절이 있어서 좀 쉬었다가 중하순에 거점지역 게릴라식 당원모임을 갖는 것을 도모하고 있다. 서울북부지역과 경기중부지역에 회원들이 모여 있는 편이다. 중간에서 다 모여도 되지만 일단 가까운 지역 회원과 멤버들이 그 지역의 다른 당원 및 시민들과 어울리는 것도 좋은 일이다. 야유회나 준비팀 중심의 엠티도 의논 중이다.


앞으로 다양한 형식과 주제로 준비모임을 이어갈 것이다. 회원과 참석자가 조금만 더 늘면 탄력을 받을 텐데 아쉽다. 하지만 이제 겨우 두 번 모인 것이니 그리 걱정하지 않는다. 날이 선선해지고 있으니 파르티잔 내에 책읽기모임을 제안하고 시작해야겠다. 학습공동체를 희망하므로.


오창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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