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이란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후보가 되기 위해, 선거준비를 중단합니다.

by 참쑥 posted Feb 1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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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지방선거에서 노동당 은평구의원 후보로 출마해서 낙선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부터 지지를 호소하던 곳들을 돌며 낙선 인사를 했습니다. 그때 출근하던 당원이 찍어준 사진입니다.


비록 낙선을 했지만 시민들 앞에서 웃으며 인사할 수 있었던 것은 선거 공약과 정책을 구의원이 되지 않더라도 노력하며 실천하겠다는 결의와, 4년 뒤에 또 출마하겠다는 다짐 때문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진보정당 후보들은 낙선을 하면 지역을 떠나거나 활동을 접었습니다. 그래서 시민들에게 진보정당 후보들은 선거 때만 보이고 그마저도 매번 낯선 인물이었습니다. 저는 그러지 않으리라 다짐했습니다.


지난 4년 동안 은평에서 평등·생태·평화 공화국이라는 노동당의 가치를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구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은평당협은 중앙의 이슈를 주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아침 캠페인을 꾸준히 지속했고 작은 노동영화제를 개최하는 등 은평민중의집 랄랄라를 거점으로 노동당이 지향하는 가치를 공감하는 사람들과 이웃이 되고 연대할 수 있는 실험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낙선 후 의정감시 활동과 협동조합 운동에 참여하며 지역 속에 뿌리내리기 위한 노력을 해왔습니다. 특히 여성주의를 지향하는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아하 '살림의료사협')  활동을 통해서는 협동조합이 자본의 협동에 머물지않고 '노동의 협동', '생각의 협동'을 만들어가는 길임을 배웠습니다. 살림의료사협의 활동은 지금까지의 저의 운동을 성찰하게끔 해주었습니다. 살림의료사협 이사와 건강마을위원 활동을 위한 교육과 회의 그리고 만남은, 여성주의자로서 저를 성장시켜 온 소중한 과정이었습니다. 


제가 아는 조직 중 가장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조직문화 갖춘 살림의료사협에서 한 번 더 이사직을 수행하면서, 배우고 익힌 것을 조합을 위해 쓰고 저도 협동하는 인간으로, 민주적 리더십으로, 여성주의자로 스스로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노동당의 후보가 되기위해 기꺼이 접었습니다. 


임기를 마무리하며 두 번째 은평구의원 출마를 위해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에 이가현 알바노조 위원장의 폭로로 시작된 언더 및 비선 조직에 의한 "조직적 노동당 해당행위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 사건 이후 함께 활동하는 동네 활동가들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회의를 가고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 부끄럽고 힘들었습니다. 특히 살림의료사협의 여성주의자 친구들을 볼 때는 눈물이 났습니다. 


전 당대표가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되고 또 다른 가해자는 은평당협 운영위원이었습니다. 이번 폭로가 있기 전에도 평화캠프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비슷한 폭로가 있었더군요. 그때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도 은평당협 운영위원입니다. 


이 마당에 제가 정치개혁 은평행동 운영위원으로 민주당 의원들한테 ‘더 넓은 민주주의’를 위해 정치개혁 해야 한다고 어떻게 압박할 수 있습니까. ‘혼전순결’과 ‘낙태금지’라는 행동지침을 강요한 사람들이 같은 당 동료인데, 노동당이 여성주의 정당이라고 어떻게 고개를 들 수 있을까요? ‘대학 안 나왔으니 이거 말고는 할 게 없지 않냐’라는 발언을 후배 활동가에게 버젓이 하는 사람이 당 대의원인데 제가 무슨 낯으로 ‘학벌 없는 사회’를 외칠 수 있습니까? 


노동당의 상황을 잘 알지 못하는 동네 주민들이 손은숙도 채훈병도 조성연도 '비선에 의해 움직이는 사람들'이라 여기는 상황에서 무슨 선거를 치를 수 있겠습니까? 지난 선거 때 혼자 명함 나눠주다 '미친 빨갱이 *'이란 욕설을 듣고도 그 상대에게 웃으며 '네 좋은 하루 되세요'라고 되칠 수 있었던 것은 노동당에 대한 자부심이었기 때문입니다. 


혼전순결, 낙태금지의 행동지침. 학벌에 따른 차별. 동지에 대한 감시와 보고. 문제제기자에 대한 조직적 배제.. ‘그렇게 한 자들이 노동당의 핵심 당직자들은 맞는데, 저는 그들과 다릅니다'라고 하면 끝나는 문제가 아니기에.. 저는 선거 준비를 중단합니다.


이번에 출마하지 않는다면 4년뒤 많은 주민들에게 손은숙이란 사람은 더 낯설 것이고, 노동당 또한 뭐하는 정당인지 더 모르게 될 것입니다. 저도 아깝고 두렵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그대로 둔다면 우리가 진보정당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없습니다.


노동당의 명예를 훼손하고 노동당의 가치를 기만한 자들에 대한 강력한 징계가 이뤄질 때까지, 이 사건을 은폐하고 방조한 사람들이 당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당원들과 함께 싸우겠습니다. 노동당이 스스로의 잘못을 성찰할 수 있는 건강하게 살아있는 정당임을, 노동당의 평등·평화·생태의 가치가 도구가 아닌, 우리의 삶의 모습이고 조직이 구현하는 가치임을 증명하겠습니다. 그 다음에, 노동당이란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당당한 지방선거 노동당 후보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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