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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패배하지 않았습니다.

 


오세한 (서울 마포 기본소득정치연대)

 


우리 당이 추구하는 새로운 경제는 지금 여기의 문제를 풀고 위기를 해소하려는 노력 속에서 등장하게 될 것이다우리 당은 주요 생산수단사회인프라지식과 정보 자원토지와 자연환경 등에 대한 다양한 방식의 사회적 소유와 사회구성원 모두의 자주적 결정과 협력이 실현되는 사회적 운영을 수립하기 위해 싸운다우리 당의 전진과 함께 신자유주의와 재벌체제를 넘어서는 탈자본주의 대안사회의 상이 드러날 것이다.”


- 노동당 강령 

 



안녕하세요, 저는 지난 가을에 입당한 서울시당 마포당협 소속 당원 오세한이라고 합니다지난 5월 당대회 대의원으로 당선되었고현재 당에서는 <기본소득정치연대> 사무처 성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당원이 되고 머지않아 시작된 대표단 경선당명 개정과 당의 전면적 혁신을 둘러싼 논쟁그리고 심지어는 당의 해산에 대한 논의까지 오가는 것을 보며 설레기도 했지만 참 착잡한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많이 부족한 글이지만 단 한 분의 마음이라도 조금이나마 움직일 수 있기를 바라며 제 고민들을 적어내려 봅니다.

 


'노동'당이 아닌, 노동'당'이기에 입당했습니다.


제가 우리 당을 처음 만나게 된 계기는 기본소득 당원모임이 <기본소득정치연대>라는 이름의 사회운동기구로 확장되면서였습니다. <기본소득정치연대>가 창립된 2017년 12월 당시 저는 다른 정당의 당원이었습니다만공유부 배당과 기본소득활동사회를 주장하는 독자적인 정치조직이 없다고 느껴왔기에 <노동당>의 의제조직이라는 사실이 크게 걸리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기본소득정치연대>에서 저는 모두의 것을 모두에게 돌려주자고, 기술 발전의 이익과 풍요가 모두에게 돌아가게 하자고, 노동이 아니라 바로 인간이 존엄한 것이라고 말하는 캠페인에 함께했습니다사실 많지 않은 비당원 회원 중 한 명이었고, 제 기억상으로는 거의 유일한 타 정당 소속 회원이었기에 회원 분들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에게 질문도 여러 번 받았습니다. 왜 노동당의 당원으로서 함께하지는 않는 것인지에 대해서요.

 

지난 총선을 경험한 많은 분들이 더 잘 아시겠지만, 신문과 방송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는 노동당을 전혀 비중 있게 다루어주지 않습니다. 원외정당이고 진보정당이니 당연한 것 아니냐고 물으실 수 있겠지만, 제가 외부에서 바라보면서 느낀 건 의석이 하나인 민중당, 그리고 원외정당인 미래당과 녹색당보다도 홀대받는 것이 노동당이었습니다. 바로 얼마 전에는 정의당과 미래당, 녹색당 청년들이 패널로 참여했다는 한 행사의 소식을 접하며 과연 이 사회에서 노동당의 존재감은 어느 정도인가, 0.385%라는 수치보다도 내려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위기감마저 들었습니다.


가장 엄혹했던 시절에도 사회주의자로 살았던 분들, 남한의 척박한 정치지형에서 노동운동에 평생을 바친 열사들에 대한 존경과 더불어 몇십년간 진보정당을 지켜온 선배 당원들과 그 역사에 대한 자부심은 언제나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요즘 가장 많이 드는 감정은 자부심보다도 공포라고 해야 맞겠습니다. 그저 당이 위기에 놓여있는 것 정도가 아니라 진보정당운동의 역사에 대한 자부심마저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공포. 반등의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초조함.


다시 입당 전으로 돌아가자면, 유일한 좌파정당임에도 그 입지는 계속해서 축소되고 있는 당, 대중에게 그 무엇으로도 어필하지 못하고 '기자회견 정당'으로까지 불리는 당에 흔쾌히 함께하겠다고 말하기 어려웠습니다. 저는 <노동당>으로 당명이 개정된 이후에, 그리고 이 당이 가장 어려웠던 2018년에 입당했지만 그것은 이 당이 <'노동'당>이기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노동의 편에 서겠다는 허울뿐인 선언을 넘어 보편적 인간해방의 전망을 만들어내려는 유일한 정치세력이기에, 그리고 무엇보다 다시 한 번 혁신과 반등을 기획하려는 시도들이 보이기에 저는 당원이 되었습니다.


<기본소득당>으로의 당명 개정이 시도되는 것에 실망하여 탈당하는 분들이 많다는 주장도 많이 보입니다. 과연 정말 당명 개정 때문인지, 아니면 끊임없이 반복되는 위기 국면에 지치셨기 때문인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탈당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당 밖에 있는 (잠재적) 지지자들입니다. 무엇이 그들을 망설이게 하는지, <노동당>이 노동자를 비롯하여 스스로를 노동자로 정체화하지 않는 다양한 주체들을 담아내는 데 성공했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우리 당은 강령이 말하듯 노동자·농민, 여성과 성소수자, 장애인과 이주노동자 등 모든 피억압 대중의 당이지만 아직까는 선언에 불과한 것이 아니었을까요? 


 

패배했다는 평가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패배했다는 평가는 모든 것을 시도해보았는데 그 어떤 변화도 없었을 때에야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나 정말 모든 것을 시도해보았는지요? 그 어떤 변화도 일구어내지 못했나요?


제가 사회운동을 처음 만난 순간들을 떠올려봅니다. 아직도 강렬하게 기억나는 철도 민영화 반대 투쟁과 <안녕들하십니까> 운동, 그리고 세월호 참사 직후 수많은 청년들이 함께했던 <가만히 있으라>를 통해 저는 사회운동을 접했고 <노동당>이라는 곳이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알바들이 무려 노동조합 씩이나(!) 만들어 투쟁하는 소식들을 접하고,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구호를 보며 충격을 받은 순간들도 생각납니다. 모두 제가 대학에 입학하기 전이었고, 사회운동에 큰 관심을 가지기 전의 일이라 이 운동들을 지켜보며 느낀 감흥은 다른 많은 청년들에게도 비슷했을 것입니다. 


위의 기획들은 바로 우리 당원들이 만들고 이끌어온 것임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이 운동들의 성과를 당으로 모아내 수 있었는지 생각해보면 그렇지만은 않았다고 봅니다만, 한편으로 우리 당과 당원들이 가진 역량과 잠재력은 그 어떤 정치세력과 견주어봐도 크게 뒤쳐지지 않는다고 믿습니다. 아직까지 시도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사회운동정당으로서 다양한 의제운동과 당운동의 결합을 시도하고 당원들의 투쟁들이 당으로 모일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아닐까요?


그렇기에 당 해산 의견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당연히 당원들의 자발적인 안건 발의는 자유롭게 보장되어야 하겠지만, 침묵을 깨고 다시 한 번 반등을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논쟁하는 당원들을 두고 여긴 더 이상 희망이 없으니 해산하자는 의견은 너무도 유감스럽습니다. <기본소득당>이라는 이름을 부끄러워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개인적으로 제가 당 밖에 있는 이들에게 가장 부끄러운 건 정기당대회 안건으로 무려 해산 결의의 건이 발의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문화예술위원회 운영위원들의 입장> 중, '연명하다가 자연소멸하는 게 아니라, 마지막 발악 후 장렬하게 소멸하자'는 한 당원 분의 의견을 읽었습니다. 제 부족한 식견으로는 5년 후의 당이, 10년 후의 당이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습니다. 결국에는 소멸될 것이라고 생각치는 않고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도 않지만, 어떠한 변화도 없이 0.385%라는 지지율에 안주하다가 소멸하는 수순을 원하지는 않습니다. 


'당명 바꾼다고 뭐가 되겠냐'고 물으신다면, 바로 '뭐가 안 되고 있기에 당명이라도 바꿔보자'고 제안드리고 싶습니다.

 


모두의 것은 모두에게, <기본소득당>에 찬성합니다.


<기본소득당>을 고민하며, 강령을 정말 여러 번 읽었습니다. 오늘도 이 글을 쓰기 위해 강령을 다시 한 번 펼쳐보게 되었고 어김 없이 든 생각은, 그 어디에서도 우리 당이 특정한 투쟁과 특정한 계급에 중심성이나 우선성을 부여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입니다. 강령은 우리 당이 '노동자 정당'에 그치지 않고 '자본주의 체제로부터 고통 받으며 이를 극복하고자 투쟁하는 모든 이들의 정당'이라고 선언합니다. 그리고 자본주의 체제를 뒤엎기 위한 이행 경로로서 '주요 생산수단, 사회인프라, 지식과 정보 자원, 토지와 자연환경 등에 대한 다양한 방식의 사회적 소유'와 '사회구성원 모두의 자주적 결정과 협력이 실현되는 사회적 운영'을 제시합니다.


어떻게 사람들에게 매달 고작 30만원을 주는 것이 해방적이냐는 물음 대신, 저는 그 30만원을 주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가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국가나 사회에게 돈을 받을 권리가 있다면, 그것은 돈 받는 사람들에게 돈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그 돈이 나오는 출처가 모두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땅과 물과 바람과 빅데이터가 그 누구의 것도 아니라면, 거대 플랫폼기업과 금융자본이 차지하는 막대한 이윤은 그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시정부는 2016년 <디지털 아젠다>를 발표했는데, 데이터 공유지를 통해 데이터를 사적 소유가 아닌 사회적 소유 하에 두고, 데이터를 공공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고 무조건적 기본소득을 도입하자는 내용입니다. 데이터 공유지나 공공 플랫폼을 조직해 데이터의 집적과 분석, 활용을 독립된 구조 하에 둘 것인지, 모든 플랫폼기업에 대한 지분권을 설정하여 이를 기본소득의 기금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있을 것이고 정치적으로 결정될 문제입니다. 중요한 것은 과연 인공지능과 자동화 기술은, 빅데이터는 누구의 것인가? 하는 물음입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도지사를 떠올리시겠지만, 국토보유세-지역화폐와 공유지분권-활동사회 사이의 거리는 어쩌면 현재의 정의당과 노동당 사이의 거리 그 이상일 것입니다. 이윤의 원천, 이 시대의 생산수단이고 사회인프라인 플랫폼을 공공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기본소득이야말로 이 시대의 사회주의 전략입니다.


기본소득을 가장 처음으로, 그리고 가장 열심히 주장한 정치세력은 우리 당입니다. 비정규불안정노동 정치운동과 연계된 기본소득, 장애인투쟁과 페미니즘 운동이 결합된 기본소득 사회운동이야말로 '노동자 계급의 자기 해방'을 이룩하고, '자유롭고 평등한 공동체'를 실현하려 했던 좌파정당운동의 역사를 견지하고 계승한다고 믿습니다.


여러 분들께서 지적하시듯, <기본소득당>은 완벽하기만 한 기획일 수는 없습니다. 광주의 한 당원분께서 쓰신 글처럼 수도권중심성을 극복할 계획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며,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위한 방안 또한 더 구체적이어야 하겠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완벽하지 않은 기획이기에 당명 개정에 찬성해주실 것을 호소합니다. 대표단과 소수의 활동가를 넘어, 다양한 공간에서 온 다양한 입장을 가진 당원들이 모여 함께 보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지역에서의 <기본소득당> 운동은 어떻게 가능할지, 기본소득과 노동정치가 어떻게 잘 만날 수 있을지 더 많은 의견과 논쟁을 보고 싶습니다.



0.375%가 아닌 3.75%를

 

얼마전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대량해고와 고공농성을 보며, 바로 이들의 삶과 투쟁이야말로 우리가 직면해야 할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당이 '노동자의 당'이라고 했을 때, 우리 당의 목표는 그저 이들을 존중해줄 것을 외치는 게 아니라 자동화와 플랫폼경제의 흐름 속 이들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정치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정치는, 한국사회에 끊임없이 주요한 균열지점을 만들어온 당원들이 함께할 때에야 비로소 가능할 것입니다.



우리는 아직 패배하지 않았습니다.

아직 모든 것을 시도해보지 않았을 뿐입니다.


곧 다가올 다음 총선, 제가 당원이 되고 처음 맞는 선거에서는 0.375%가 아닌 3.75%의 지지율이라도 보고 싶습니다. 

아주 조금이라도 반등을 만들기 위해서는 변화와 혁신이 필요합니다.


그 변화와 혁신의 길에 함께해주실 것을 호소하며, 

대의원 분들을 비롯한 당원 분들께 '당 해산 결의의 건' 반대와 '당헌 개정의 건' 찬성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별마루 2019.07.06 09:35
    세대차이로 이해를 해야하는걸까요?
    정당이 주체를 중심에 두지않고 구조에 중심을 두고
    어떻게 정권을 만들 수 있다는건지...
    목적이 분명한 시민사회단체를 얘기하는 것 같아
    갑갑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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