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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최저임금법으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민낯

- 6월 2일 故 권문석 5주기 추모제에 부쳐



권문석.JPG



이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진 한 장이 있다. 두 손으로 깃대를 잡고 무표정한 모습으로 먼 곳도 아니고 가까운 곳도 아닌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는 알바연대 대변인 권문석의 사진이다. 그리고 이 사진을 이용한 그의 2주기 추모제 리플렛에는 "권문석의 이름으로 최저임금 1만원"이라고 글자가 박혀 있다. 지금 다시 이 리플렛을 바라보면 드뷔시의 <꿈> 같은 묘한 불안을 느낄 수 있다. 이룰 수 있는 꿈이지만, 다시 멀어질 것 같은 그런 불안.



누구나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로 기억하는 그때 우리는 그의 이름으로 최저임금 1만원을 외쳤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그 고통과 희생도 흘러 거대한 힘이 되었던 것도 이제는 하나의 기억이 되었다. 이 기억에는 지난 대선 때 거의 모든 후보가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으로 내놓았던 것도 들어 있다. 신자유주의가 서서히 떠오르기 직전 닉슨 대통령이 "우리는 모두 케인스주의자이다"라고 했던 말이 역설적으로 떠오르는 정세였다. 다행인지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 주도 성장을 '진실한 마음'으로 주장했던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고, 최저임금은 7,530원이 되었고, 몇 년 내에 1만원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도 품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며칠 전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된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최저임금 인상의 취지 자체를 무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다양한 꼼수와 갑질이 자행될 여지마저 주었다. 그러니 '노동계'의 반발은 당연한 일이고, 이 법안을 주도했던 여당의 주요 인사들이 (잘못) 생각한 것보다 파장은 훨씬 클 것이다.


사건은 일어난 이후에 가치와 의미를 획득하며, 최저임금법 통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금방 눈에 띄는 것은 임금 구조의 복잡성과 숨은 의도이다. 온갖 명목의 수당이 많으며, 이에 따라 대공장 생산직 노동자의 경우 기본급과 변동 급여의 비율이 대략 4:6이다. 게다가 기본급이 기본적으로 장시간 노동을 전제로 계산되고 있다. 이는 장시간 노동에 기초한 '높은' 임금을 매개로 일부 노동자를 관리하고 통제하는 기업의 전략과 행태를 보여줌과 동시에 이런 임금 구조 내에서만 임금을 인상하는 방향성을 견지해 온 일부 노동자의 과오를 드러낸다. 또한 다양한 수당과 기업 복지는 한국 복지국가의 현주소를 드러낸다. 한국인은 아직까지도 공적 기구로서의 국가를 가지지 못했고, 여전히 기업 지배의 사회에서 살고 있다.


이런 구조 속에서 이번 최저임금법을 통과시킨 사람들이 염두에 둔 것은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인상할 때 나타날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는 것이었다. 그 부작용이란 이른바 기업 부담이다. 당연한 말이다. 노동 소득이 늘어나면 기업 소득이 줄어든다. 그래서? 최저임금 인상은 그동안 너무 적었던 노동 소득을 올리자는 것이다. 그런데 기업 부담을 줄여준다는 것은 결국 그렇게 하지 말자는 것이다. 여기서도 우리는 이 사회가 기업 지배 사회이며, 이번 사태의 주동자들도 거기서 한 치도 벗어나 있지 못하다는 것을 알려줄 뿐이다.


매년 무심하게 하지만 아프게, 죽어간 사람들의 기일이 돌아온다. 우리는 매년 그들을 떠나보내려 하지만 일상을 깨우는 사건은 유령처럼 그들이 돌아오게 만든다. 한 시대의 사회운동가 권문석도 최저임금법의 통과라는 사건 속에서 우리에게 다가와 그 불안을 전한다. 그는 이렇게 될 것을 알았을까? 그래서 그런 표정을 지은 것일까? 물론 그 답은 우리가 만들어갈 사건 속에서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최저임금법으로 드러난 이 사회의 민낯을 바꾸는 사건 속에서만. 그때 권문석은 '별들의 도시'에서 빛날 것이다.


(2018.6.2.토, 평등 생태 평화를 지향하는 노동당 대변인 안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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