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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문화예술 당원 찾기


“언제 유명해지고 싶냐면요… ”
노동문제를 세상에 알리는 르포작가 이선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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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미 급한 더위가 아스팔트와 시멘트에 뒤덮인 도시를 달구고 있었다. 2015년 6월 2일,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앞에 모인 사람들의 이마와 콧잔등에도 땀이 맺혔다. 노동당이 경총에게 ‘최저임금 국민투표’를 제안하는 기자회견 자리에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이선옥 작가도 참석했다. 좀처럼 외부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지만 “노동당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도려고” 홍보대사를 수락하고 기자회견에도 함께 한 것이다.
  그냥 병풍처럼 둘러서 있으면 되는 줄 알고 왔다며 앞줄에 서기를 끝끝내 마다했다. 하지만 홍보대사를 호명하는 사회자 덕분에 갑자기 마이크를 잡고 발언해야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순서는 투표 퍼포먼스였다. 기표소에 들어가 도장을 찍고, 투표함 앞에선 포즈까지 취해야 했다. 기자들이 들고 있는 사진기에서 플래시가 정신없이 터지고 있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잘 대처한 이선옥 작가의 모습은 곧 수십 장의 사진들에 담겨 인터넷 언론에 등장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잘 대처한 건 아니라고 한다. 선글라스를 쓴 채 찍은 이유도 실은 선글라스를 벗을 생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당황해서였다는 것이다.


기록노동의 가치와 ‘의자놀이 논란’


  스스로 ‘기록노동자’라 칭하는 이선옥 작가는 2010년 제18회 전태일문학상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야기 <그대 혼자가 아니랍니다>로 기록문 부문 장면에 당선되었다. 용산참사 이야기를 담은 《여기 사람이 있다》, 장애인의 권리 이야기인 《나를 위한다고 말하지마》를 여러 사람들과 함께 썼다. 2014년에 주목받은, 이른바 ‘섬섬프로젝트’의 결과물인 《섬과 섬을 잇다》도 그렇게 세상에 내놓았다. 활동에도 나서고 있다. 노동자 탄압수단이 되어버린 손배가압류에 대한 연대운동으로 2014년에 출범한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에도 적극 참여했다.
  2015년 5월 1일에는 예술인소셜유니온 공동위원장으로 취임하여 예술노동자들을 위한 활동에도 동참 중이다. 2012년 1월부터 예술노동자와 문화산업구조 개혁을 위하여 활동하고 있는 예술인소셜유니온이 2015년에 공식 출범하면서 공동위원장을 맡기로 한 것이다. 아직 ‘위원장’이라는 호칭이 어색하다면서도 해야 할 일은 마다하지 않기로 작정했다. 그런데 이선옥 작가가 공동위원장으로 나선다는 소식을 들은 만화가 최규석 작가는 “한국에 존재하는 노동조합들 가운데 최강의 외모를 자랑하는 위원장들”이라 평했다고 한다(참고로 다른 한 명의 공동위원장은 나도원이다).
  노동문제를 꾸준히 기록해온 이선옥 작가의 이름이 장안에 회자된 사건이 있었다. 공지영 씨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을 돕기 위하여 낸 책이 《의자놀이》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책 안에는 다른 이가 작업한 르포와 인터뷰 등을 무단으로 가져다 쓴 내용이 많았다. 그 당사자였던 이선옥 작가와 뜻 있는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기록노동의 가치를 폄하하는 인사들이 나타나 논쟁이 벌어졌다. 이렇게 저작물의 활용 혹은 도용에 관한 논쟁이 벌어지던 중에 문제를 지적하는 이들을 놀랍게도 ‘내부의 적’으로 힐난하는 이들까지 있었다. 좋은 목적을 위해 한 일에 대한 문제제기가 우리를 불리하게 만든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내부의 적’이 아니라 ‘내부착취’의 문제였다. 우리는 ‘선의의 내부착취’에 너무 관대했다. 어떤 방송은 좋은 취지를 위해 현장 다큐멘터리를 훔쳐갔고, 어떤 기획자는 좋은 행사를 위해서라며 예술인 착취를 당연시하고, 어떤 동네는 대의를 위한 헌신을 요구하고, 누구는 숭고한 목적을 위해 남의 산물을 그냥 가져다 썼다. 남의 의자를 뺏는 세상을 고발하기 위해 남의 의자를 뺏는 놀이는 ‘선의의 목적을 위한 나쁜 착취 수단’이다. 남의 의자를 뺏는 의자놀이 말고 서로 의자를 챙겨주는 의자놀이가 필요하지 않을까.


알려지는 것과 진실은 다르다


  이선옥 작가는 10여 년 전에 《작은 책》 글쓰기 모임에 나가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물론 그 전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는데, 이 모임과 《작은 책》이 계기가 되었다. 현대자동차 하청노동자노동조합 준비위원을 만나면서 인터뷰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다양한 글쓰기를 하면서도 노동문제 관련한 르포가 중심부에 서게 된 시작점이다. 사실 읽는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지만 르포와 같은 기록물은 품과 힘이 많이 드는 작업이다. 칼럼 등과 같은 글과 달리 인터뷰와 현장취재를 기본으로 하는 르포를 쓰기 위해선 공부와 준비 그리고 비용과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합당한 대가를 받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어려운 작업을 이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2003년, 한진중공업의 김주익과 곽재규 열사의 장례식에 갔어요. 당시에 투쟁과 죽음 끝에 노동조합의 요구안대로 타결되었다고 언론들이, 심지어 진보 성향이라는 언론들조차 ‘노조의 완승’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기사를 내더라고요. 그런데 그것이 어떻게 완승이에요? 장례식장에 갔는데 40~50대의 경상도 아저씨들이 너무 많이 울었어요. 소리 내서 통곡하는 게 아니라 다들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울고 있었어요. 만장을 들고 있는데… 눈물을 닦는데… 작업복 소매가 다 헤져 있었고…. 깊은 슬픔이 가득했어요. 그것을 ‘완승’이라고 표현하다니….”


  그 광경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여러 번 이야기한 사연인데도 그때 이야기만 하면 눈물이 나온다고 한다. 알려지는 것과 진실이 너무 다르다고 생각했고, 자기라도 그 광경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서 글을 썼다. 그에게 잊히지 않는 장면은 또 있다.


  “2012년에 대법원에서 콜트콜텍 마지막 판결이 나왔잖아요. 많은 기자들이 법원에 왔는데, 콜트콜텍 때문이 아니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불법파견 판결이 나는 날이어서 왔던 거였어요. 콜트콜텍 노동자들은 졌고,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은 이겼어요. 이긴 쪽에는 사람도 많고 언론도 있고 풍선도 날리는데, 콜트콜텍 쪽은 몇 사람만 모여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죠. 그러면서도 콜트콜텍 사람들이 이긴 쪽에도 참석을 해줘야 하고요. 온전히 슬퍼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어요. 기쁨과 슬픔이 같이 있는데, 슬픔이 소수였고, 그 광경이 서럽고 슬프더라고요.”


약자 대 강자의 구도? 아니라고 봅니다


  슬픔을 보고, 슬픔 속에 깃든 진실을 발견하고 전달해온 이선옥 작가는 노동문제에 관하여 계속 글을 쓰고 활동하면서 새로운 목표를 세운 것이 있다. 바로 사법부이다. 사법부 판결에 따라 이기면 정의가 살아있다고 하고, 지면 정의가 죽었다고 말한다. 이상한 일이지 않은가. 노동자들, 특히 해고노동자들은 사법부의 판결에 따라 가느다란 희망의 끊을 잡기도 하고, 절망하기도 한다. 이선옥 작가는 긴 호흡으로 사법부에 대한 글을 장기 취재하여 쓸 생각이다. ‘노동문제와 사법 트라우마’에 대한 글이다.
  이렇게 노동자들을 주인공으로 종종 삼는 이선옥 작가이지만 개인의 감정과 판단에만 빠져선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설득해야 할 대상은 같은 편이 아니라 다른 편에 있는 사람들,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진실을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의미 있는 말을 던졌다. 


  “약자 대 강자의 구도로 보는 건 쉬워요. 박근혜가 불쌍하다고 말하는 할머니에게는 박근혜가 기구한 운명을 가진 약자로 보이는 거예요. 하지만 우리는 그 할머니가 빈곤하다면 그런 분들을 위해야 하지요. 약자 대 강자의 구도가 꼭 옳지만은 않아요. 약자에 편에 서는 것이 정의라고 말하지만, 정의의 편에 서야 합니다.”


  그의 말을 들으며 동지(同志)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단어 자체는 ‘같이함’으로 성립한다. 그러나 전제는 ‘뜻’이다. 뜻을 주체로서 갖지 않고 같음에 집착하면 대오에 나란히 서지 않는 자를 모두 동지가 아닌 자로 간주하고 만다. 틀린 것 아닌가? 어떤 명제, 어떤 지침, 어떤 사안에 대한 태도에 있어 자신과 남을 뜻으로 설득하지 못한다면 단지 지침 순응이고 대세 편승이 될 것이다. 그런 상태로 ‘같지 않음’을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먼저 뜻이 있은 후에 같음을 논함으로써 동지란 말이 성립한다.
  그래서 곡절 끝에 같은 깃발 아래 모였다면 뜻을 두고 판단할 일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똑같지 않으면 뜻조차 간단히 폄훼해버리거나, 심지어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 문화는 없는지 생각해보곤 한다. 뜻이 아니라 같음에 집착하는 문화에 우리도 젖어있는 건 아닐까. 우리가 염원하는 사회상을, 그리고 정치상을 각각의 조직과 정당 안에서 구현해볼 용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약자와 강자, 정의, 그리고 동지처럼 아직 우리에겐 제대로 던져보지 못한 질문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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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의 이름으로


  이선옥 작가는 민주노동당 당원이었다. 옛 진보신당에 입당한 계기는 홍세화 전 대표가 제공했다. 당시 홍세화 당원이 쓴 일종의 출사표 <오르고 싶지 않은 무대에 오르며>가 화제가 되었는데, 이선옥 작가도 그 글을 읽고 입당했다. 이어진 2012년 총선에는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홍보대사를 맡아 나름대로 열심히 힘을 보탰다. 하지만 선거의 결과는 패배였다. 선거가 끝난 후 홍세화 전 대표를 만났을 때에 감정이 북받쳐 울어버렸고, 홍세화 전 대표가 그를 다독여주었다. 사진가 이상엽 작가가 그 장면을 사진기로 찍었고, 그 사진이 널리 알려지게 된다.
  지금은 가족 간첩단 사건으로 희생된 정해룡 선생 평전과 세월호 학생 전기 등 여러 권의 책들을 준비하고 있다. 어떤 원고는 이미 마쳤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노동당에 기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미래에서 온 편지》에 <노동르포 : 콜트콜텍을 읽는 두 개의 시선>을 연재할 때에는 평소 받는 고료의 절반 수준만 받았고, 다른 일들까지 모두 끊고 그 작업에만 집중했을 정도이다. 사생활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임에도 노동당을 위해서라면 사람들 앞에 나섰고, 팟캐스트 녹음에도 응했다.
  이선옥 작가는 유독 ‘노동’이라는 이름을 가진 당에 각별한 애착을 보였다. 그도 지난 수개월 동안 이런저런 상황을 전해 들으면서 노동당이 없어지는 건 아닌지 심란해 하고 있었다.


  “유명해지고 싶을 때가 있어요. 노동당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노동당이 서러울 때, 내가 유명하면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죠.” 


  그리고 묻지 않았음에도 노동당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겠다고 입술을 뗐다. 이렇게 말하는 순간, 그의 목소리가 살짝 그리고 간절하게 떨리고 있었다.


  “노동당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라지지 말아요, 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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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정리 : 나도원 문화예술위원장
사진 : 박성훈 홍보실장




노동당 팟캐스트 듣기

iTunes : http://goo.gl/GF9upt

팟빵 : http://www.podbbang.com/ch/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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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눔의 삶 2019.06.15 09:38
    이선옥자가님을 최근에 알게되어 관심있게 보고 있는 데, 노동당 당원이라니 놀랍네요..왜냐면? 아직 정당가입을 안하고 있는 데, 원래 오랫동안 민주당 지지자였는 데, 노통때 삼성과 결탁하는 거 보고 돌아선 뒤 노회찬 심상정이 있는 정당을 쭈욱 지지해옴...허나 정당 강비은 안함...올해나 내년쯤에 할까 고민중...헌데 50후반이어서 노동당엔 젊은 사람이 많은 것 같아 어울리기가 쉽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헌데 이선옥작가님이 당원이라니 가입을 깊이 생각해봐야겠네요....대통령이라는 큰 머슴은 이재명지사를 염두에 두고 있어 그 양반에게 도움을 줄려면 민주당원 가입을 해야한다는 권고도 있으나, 민주당엔 도저히 가입하기가 싫어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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