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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9년 2월 24일 민주노총은 정기 대의원대회를 열고 

노사정위원회 탈퇴를 만장일치로 공식 결의했다.



이 글은 이갑용 노동당 대표가 오마이뉴스에 같은 제목으로 기고한 글을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원래 글의 주소는 http://omn.kr/ph1g입니다.



민주노총은 왜 노사정위원회 탈퇴를 결정했을까?



민주노총 조합원 동지 여러분 반갑습니다

민주노총 2대 위원장 이갑용입니다. 지금은 민주노총의 지도위원이고 노동당의 대표이면서 현대중공업노동조합의 해고자로 살고 있습니다. 저는 1998년 3월 30일 당선되어 1999년 9월에 민주노총의 위원장 임기를 마쳤습니다. 

당시는 IMF로 경제가 혼란했던 시기이고, 1997년 당선된 김대중 대통령이 국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노사정 대타협을 강조하며 노사정위원회를 꾸려 정리해고와 파견근로제를 도입한 직후입니다. 1998년 초 노사정위원회에서 정리해고를 받아들인 민주노총 1기 집행부 임원들이 대의원대회에서 사퇴한 후에 꾸려진 2기 민주노총의 위원장이었기에 노사정위원회의 결정과 추진이 참으로 곤혹스러운 상황이었습니다. 또한, 당시 산별 위원장들 대부분이 노사정위원회 참여를 꾸준히 거론하여 참여와 불참을 반복하며 민주노총이 사회의 이목을 집중하던 시기였습니다. 

2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대통령이 주도하여 노사정위원회가 부활하고, 민주노총의 가장 강력한 조직인 금속연맹의 전 위원장을 노사정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 민주노총 내의 혼란이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박근혜, 이명박 시절에는 탄압만 했는데 대화의 상대로 인정해 준 것이 얼마나 가슴 벅차고 좋은 시절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노사정위원회는 2018년 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지난날을 잊어버리고 지금의 상황을 무조건 좋다고만 말할 수 없는 과거사가 있습니다. 1998년 민주노총 위원장시절 투쟁을 하다 한 해를 넘기기 전에 투쟁만으로 돌파가 되지 않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결국 국회 앞에서 단식 투쟁을 진행했습니다. 천막도 못 치게 하고 경찰이 탄압한 1998년은 민주당의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하던 시절입니다.

여러 가지 사안을 걸고 투쟁을 하였지만 지금 노사정위원회와 관련된 이야기만 하자면 당시의 요구안 중에는 지금도 문제가 되고 있는 전교조 합법화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단식이 진행되는 동안 당시 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이었던 김원기 위원장과 여야 국회의원들이 노사정위원회에서 전교조의 합법화와 노동 2권에 대해 합의했고, 저는 24일 만에 단식을 마무리했습니다. 

 1998년에는 국회 앞에서 24일간 단식을, 2016년에는 박근혜 퇴진과 구속을 외치며 광화문에서 24일간 단식을 했습니다.

  1998년에는 국회 앞에서 24일간 단식을, 2016년에는 박근혜 퇴진과 구속을 외치며 광화문에서 24일간 단식을 했습니다.




그러나 1999년 노사정위원회의 결정사항이 국회의 처리 과정에서 애초의 약속대로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전교조 합법화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열린 1999년의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 만장일치로 노사정위원회의 탈퇴를 결정해 지금까지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 들어가지 않고 있습니다.

그때 노사정위원회의 탈퇴 사유는 "노사정 대타협의 어떤 결과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노사정위원회는 다를까요? 많은 이들이 "대통령이 바뀌었으니" 다르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1999년 그때와 지금의 사정이 다르다고 판단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민주노총의 지도부가 잘 살피고 원하는 것과 챙길 것을 신중하게 선택하기를 바랍니다.

지난 세월 민주노총은 지지받지 못했습니다

민주노총을 지지하고 함께 투쟁하자는 동지들에게 듣기 싫은 소리 하나 할까 합니다. 1987년 민주노조의 등장은 야당과 민주시민, 많은 국민들에게는 든든한 지원군이었습니다. 1987년 이전에는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사회를 끌어왔다면 1987년 이후에는 학생운동으로 단련된 인물들과 조직된 노동자들의 결합으로 독재와 권력에 저항하는 시기였습니다. 노태우의 등장과 김영삼의 변절을 거치며 투쟁하는 모든 조직과 개인에게 민주노총의 조직력이 당당하고 든든했음을 자타가 공인하는 세월이었습니다. 

그러다 IMF 외환 위기로 경제 혼란의 주범들은 '지금 이대로'를 외치고, 아무런 책임이 없던 노동자는 허리띠를 졸라매라던 김대중 정권의 등장은 시련이었습니다. 역사상 처음으로 야당이 집권한 것에 취해 시민사회 단체들이 정부의 보조금을 받고 시민사회 단체의 대표들이 청와대로, 국회의원으로, 장관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바로 전까지 민주노총의 투쟁을 지지하던 시민사회 단체가 갑자기 돌아서서 투쟁을 멈추라고 하였습니다. 그사이 민주노총은 투쟁의 근육을 잃어버렸습니다. 노동자들의 투쟁이 사회 한구석의 불만 세력처럼 만들어진 세월을 보내야 했습니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집권 10년의 세월이 흘러 이명박근혜가 집권하자 그동안 민주노총에 투쟁을 멈추라던 시민사회 단체와 소위 운동권 인사들은 이제 민주노총이 투쟁하지 않는다며 욕했습니다. 이런 어려운 시절에 투쟁하지 않는 민주노총에게 "기득권이다", "귀족이다" 말하며 채찍을 들었습니다. 그나마 이명박 집권 시절 광우병 투쟁에서 화물연대 파업이 칭찬을 받고 박근혜 정권 시절 철도 투쟁이 격려를 받았습니다. 그 사람들은 왜 이명박근혜 시절에만 민주노총에 투쟁을 요구하는 걸까요?

박근혜 정권이 권력의 온갖 패악을 저지르고 국민들과 세상을 농단할 때 국회에서 논쟁만 하던 사람들과 달리 자신의 조직원이 아니지만 백남기 농민의 살인에 분노해 총파업을 외치고 박근혜 정권을 타도하자던 조직이 민주노총이었습니다. 그 대가로 민주노총의 위원장은 감옥에 갇히고, 수천의 조합원이 검찰에 소환되었고, 수십억 원의 벌금과 구속자가 생겼습니다. 최근에는 민주노총의 사무총장은 2년간 수배를 받다 구속이 되었습니다. 

 박근혜 퇴진을 위해 투쟁한 민주노총에게 기다리라고 말만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닙니다. 적폐청산을 위해 희생한 한상균과 이영주는 돌아와야 합니다.

  박근혜 퇴진을 위해 투쟁한 민주노총에게 기다리라고 말만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닙니다. 적폐청산을 위해 희생한 한상균과 이영주는 돌아와야 합니다. 


그런데 촛불 혁명 덕분에 집권한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이런 민주노총의 투쟁에 어떻게 화답했습니까? "민주노총의 요구에 1년을 더 기다려라", "노사정위원회에 들어와서 말해라", 이렇게 말합니다.

1987년 민주화 투쟁은 박종철이 씨앗이 되고 이한열이 불을 피웠다고 말합니다. 4.19 이후 1987년과 버금가는 투쟁을 했던 2017년, 위원장도 구속되고 조직도 깨지고 수십 수백억의 돈도 들이며 투쟁한 민주노총에 기다리라는 것은 예의가 아닙니다. 묻지 말고 박근혜 퇴진의 최대 공신 한상균을 풀어주고 민주화의 주역 민주노총에 대한 합당한 대접을 해주어야 합니다. 민주노총이 말하는 비정규직 철폐와 불공정한 사회를 바로잡자는 요구는 노사정위원회에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사안이 아니라 문재인 정권이 국민을 위해 해결해야 할 의무이자 사명입니다. 

민주노총의 조합원 동지 여러분!!  

박근혜 퇴진에 온몸을 바쳐 투쟁한 민주노총의 조합원 여러분, 자랑스럽습니다. 다른 어떤 조직보다 희생하며 투쟁한 민주노총의 역사가 바로 써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민주노총의 지도위원으로 글을 적고 있습니다. 물론 여러 조직이 박근혜 투쟁에 함께하고 고생했다는 말도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민주노총 정도는 안 됩니다. 이명박근혜 시절에도 민주노총의 간부가 노동부의 고위직으로 옮기기도 했습니다만, 유독 민주당이 집권하는 시절에 민주노총의 지도위원을 장관급인 노사정위원장으로 모십니다. 민주노총 위원장의 친구에게 노동부 장관 자리를 주기도 했지요. 전직 금속연맹위원장을 노사정위원장으로, 전직 활동가에게는 시의 1급 부시장 직급을 줍니다. 왜 이럴까요? 

민주노총의 활동가 여러분, 여러분에게도 출세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그러니 대통령 선거에 당선될 사람 밀어주고 그 자리 가면 됩니까? 정권에 불려간 당사자들에게 물어보면 노동자들에게 좀 더 많은 역할을 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앞에서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건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입니다. 정권의 부름을 받은 분들은 민주노총이 투쟁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조직을 꾸려 노동조합 선거에 자기사람 당선시켜 조직력을 깨는 행위는 멈추어야 합니다. 권력의 떡고물을 나눠주는 중간관리자처럼 하지 마시고 처음 노동운동을 할 때처럼 민주노총의 간부였을 때의 생각과 소신대로 밀고 가면 민주노총의 조합원들이 지지할 것입니다. 

지금은 과거의 적폐를 청산하는 시기입니다. 민주노총의 투쟁이 멈추었더니 이명박근혜가 탄생하지 않았습니까. 민주노총은 어떤 경우에도 투쟁을 멈출 수 없습니다. 

타협과 협상은 힘이 있을 때 가능합니다. 민주노총의 활동가라면, 전현직 간부라면 이런 기준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민주노총의 임원 대의원 동지 여러분, 지난날의 경험이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글을 적습니다. 간부로서 민주노총의 조합원들에게는 자부심과 자랑의 결정을 해주시고 언제나 존경받고 사랑받는 민주노총 만들어 주시길 부탁합니다.

어음 받지 말고 현금 받읍시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노동자에게, 특히 민주노총에 어음을 발행했습니다. 하지만 정권이 민주노총과 노동자에게 발행한 어음은 언제나 부도처리가 되었습니다. 노동자와 민주노총은 권력으로부터 언제 부도날지 모르는 어음을 더는 받아서는 안 됩니다.

적폐청산을 위해 희생한 한상균과 이영주는 돌아와야 하고, 세상을 바로잡는 일은 우리 노동자의 몫입니다. 민주노총은 어떤 권력과도 투쟁하며, 노동자 서민을 위해 나서는 힘을 키우고 준비를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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