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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우체국에서 얼마나 더 죽어야 하며, 
왜 사람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것인가
- 삼가 故 이길연 집배노동자의 명복을 빕니다 -
 

"두렵다. 이 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네. 사람 취급 안하네. 가족들 미안해."

지난 9월 5일 서광주우체국 故 이길연 집배원이 자신의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남긴 짧은 유서 내용이다. 고인은 한달 전 일을 하다 교통사고를 당한 뒤, 완쾌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우체국으로부터 출근하라는 강요를 받았고 극도의 스트레스 끝에 결국 저 짧은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올해에만 벌써 15명의 우정노동자들이 과로, 자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연간근무시간이 2,900여 시간에 달하는 살인적인 노동시간에 시달리는데다, 사고를 경험한 적이 있는 집배노동자들이 절반 이상이라고 한다. 이게 2017년 오늘 우리에게 매일 우편물을 전해주는 집배노동자들이 처해있는 열악한 현실이다. 여기에 고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집배노동자들을 목숨보다 전시행정과 실적에만 주력하는 우정사업본부와 우체국 관리자들의 태도였다. 이 사건의 진상을 들여다보면 우체국이 사람목숨을 얼마나 하찮게 여기는지 분노가 치밀게 된다.

서광주우체국은 올해 12월까지 사고가 나지 않으면 무사고 1,000일을 달성하게 되었다. 무사고 1,000일을 달성하면 우체국 평가에서 가점이 주어지고 보너스로 돈을 내려준다고 한다. 이 때문에 고인이 한 달 전에 교통사고를 당했는데도 서광주우체국에서는 무사고 1,000일이 깨질까봐 전전긍긍하며 산재처리하지 않고 고인에게 병가 3주와 연차 2일을 쓰도록 종용했으며, 오르막길을 제대로 오르지 못할 정도로 아픈 고인에게 우체국 인력부족을 이유로, 특히 이제 곧 1년 중 가장 바쁜 추석명절 직전이라는 이유로 다 낫기도 전에 매일 고인에게 출근하라는 독촉을 했고 이것이 고인이 자살을 선택하게 된 원인이 되었다. 안전사고에 경각심을 갖자는 목표로 출발했을 무사고 1,000일 운동이 역설적으로 한 집배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간 것이다. 

같이 일하던 집배노동자의 죽음 앞에서 우체국 관리자들의 행태는 뻔뻔스럽기 이를 데 없었다. 기자들에게 전화를 걸면서 "우리는 많이 봐줬다." "개인의 기량 문제가 아니겠냐" "고인은 고령이고 평소 업무처리가 빠르지 않아 같은 팀에서도 배달여건이 가장 수월한 배달구역을 배정했다" 등의 언론플레이를 일삼으면서 고인을 모독하고 유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으며, 고인의 죽음에 슬퍼하지 못할망정 외부로 퍼질 논란을 잠재우는데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집배원 282명이 아니라 2천명을 증원해도 우정사업본부에 사람 목숨을 쓰다 버리는 일회용품처럼 여기는 이들 관리자들과 우정사업본부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죽음의 우체국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렇기에 노동당 광주시당은 죽음의 우체국을 바꾸고 고인의 죽음에 사죄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으로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1. 우정사업본부장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그동안 희생된 집배노동자 유족들 앞에서 사죄하고 순직 인정과 재발방지를 약속하라. 
2. 희생된 집배노동자를 모독하는 언론플레이를 중단하고, 그동안의 집배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부당노동행위 책임자를 일벌백계로 처벌하라.
3. 무사고 1,000일 운동같은 보여주기식 전시행정 말고 실질적으로 집배노동자들의 안전한 노동환경을 만들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라. 특히 이제 곧 다가오는 추석 명절기간 집배노동자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특별대책을 즉각 발표하라.

끝으로, 고인의 유가족 분들이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고인의 명예회복을 위해 발인을 무기한 연기했다고 한다. 유가족 분들과, 함께 싸우고 있는 집배노동자들에게 많은 지지와 응원 부탁드린다. 노동시간단축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노동당 광주시당은, 죽음의 우체국을 바꿔나가기 위해 투쟁하는 집배노동자들과 끝까지 함께할 것이다.


2017년 9월 7일
노동당 광주광역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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