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지역의료, 공공의료의 기반은 간호사 노동자가 안전하게, 존중받으며 일하는 의료현장에 있다

작성자
노동당
작성일
2026-05-12 11:37
조회
1977


진짜 지역의료, 공공의료의 기반은 

간호사 노동자가 안전하게, 존중받으며 일하는 의료현장에 있다

- 국제 간호사의 날에 부쳐


오늘은 국제 간호사의 날이다. 

국제 간호사의 날은 현대 간호학의 개척이자 사회 전체의 위생과 보건 환경을 공공의 책임으로 바꾸는 것을 비롯해 억압적인 사회 체제를 바꾸고자 한 간호사이자 사회운동가인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의 탄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1974년에 공식 제정되었다. 이날은 간호사의 사회적 공헌과 노고를 기리고, 의료현장에서 간호사의 역할과 중요성을 사회에 알리며, 간호사의 권익을 증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한국에서도 국제 간호사의 날은 단순히 기념일을 넘어 간호사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고 보편적 기본서비스로서 공공의료의 중요성과 강화를 되새기는 날이어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신규 간호사의 높은 퇴사율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신규 간호사 교육에 투입되는 시간은 고작 평균 2.8개월. 폐쇄적인 공간에서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긴급한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는 데 필요한 술기와 의료현장 특유의 조직 문화를 익히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2024년 6월, 전체 면허 간호사 52만7천여 명 중 활동 간호사 수는 26만9천여 명(51.04%)으로 집계됐다. 이는 OECD 평균 간호사 활동률 68.2%와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치이다. 간호사가 의료현장을 떠나는 것은 간호사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버틸 수 없는 노동조건이 간호사를 낭떠러지로 밀어낸 결과다. 밤낮없이 이어지는 교대근무, 감당 불가능한 환자 수, 보호 장치는 없고 문제 발생시 과도하게 책임져야 하는 업무 구조 속에서 무너지는 간호사들의 건강은 결코 개인의 문제일 수 없다. 

간호사은 전공의보다 더 ‘값싼 인력’, 상대적으로 더 쉽게 구할 수 있는 인력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병원은 간호사 고용을 쉽게 늘리려 하지 않는다. 이윤 추구가 본질인 민간병원 중심 의료현장에서 이는 필연적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간호사가 안전하게, 존중받으며 일하는 병원, 그래서 환자 안전이 함께 보장되는 병원현장을 만들기란 요원한 일이다. 그래서 간호계는 오랫동안 간호사 대 환자 수 법제화를 요구해왔다. 물론 간호사 대 환자 수를 법으로 정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무엇 하나 근본적인 변화를 바라기 어려운 한국 사회에서 법제화는 변화의 출발점이다. 지난 4월 29일, 해당 내용을 담기 위한 간호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것은 다행이나, 실제 변화를 만들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  

이재명 정부는 초기부터 일명 ‘지필공’, 즉 지역필수공공의료를 강화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러나 의대 정원 확대, 지역의사제 등 의사 중심 대책에 비해 간호사의 현장 문제는 여전히 부차적으로 다뤄지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 지역필수공공의료를 떠받치는 노동을 외면한 것이다. 연 1조 1천억 원 규모의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가 신설, 투입될 예정이지만, 그 돈 역시 결국 민간병원의 수익 구조로 흡수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무엇보다도 공공병원, 공공병상의 비율을 OECD 수준으로 늘려 인력과 자원이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투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무리 의사와 간호사를 늘리고 재정을 투입한들, 그 인력과 자원을 책임 있게 운영할 공공병원이 부족한 현실 속에서 지역의료는 결코 살아날 수 없다. 지역 간 의료 불평등을 줄이고 시장화된 의료산업을 공공 중심으로 변화시킬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AI산업 투자와 비대면 진료 확대 이전에 1차 의료·공공병원 중심의 보건의료 공급체계를 짜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의료는 상품이 아니다. 어디에 살든 어떤 조건을 가졌든 누구나 평등하게 치료받을 권리가 우리에겐 있다. 

"천사는 아름다운 꽃을 퍼뜨리는 사람이 아니라 고뇌하는 사람을 위해 싸우는 사람일 것이다.“

나이팅게일이 크림전쟁 당시 전장을 누비며 위생 체계와 간호 시스템 개선을 위해 현장 중심 공공의료를 강조한 말이다. 노동당은 오늘, 이 말을 다시 새기며 한국 사회 의료 현실을 바꾸고자 하는 보건의료 노동자의 헌신과 투쟁에 연대하고자 한다. 간호사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의료현장, 그리고 누구나 차별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공공의료 체계를 만들어 의료와 요양, 돌봄을 공적으로 통합・연결하고 공공의료-공공돌봄을 실현하기 위해 노동당은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2026년 5월 12일

노동당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