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돌봄은 가족의 짐이 아니라 사회의 책무다

작성자
노동당
작성일
2026-05-15 13:23
조회
1664


돌봄은 가족의 짐이 아니라 사회의 책무다

— 세계 가정의 날에 부쳐, 노동당의 약속


가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가정에 모든 짐을 지우지 않는 것이다.

5월 15일, 오늘은 세계 가정의 날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날을 '화목한 가정'을 칭송하는 의례적 기념일로 흘려보낼 수 없다. 한국 사회에서 '가정'이라는 이름 뒤에는 너무 오랫동안 한 사람의 그림자 노동이 가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 그림자의 이름은 '여성'이었고, 그 노동의 이름은 '돌봄'이었다.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서 생을 마칠 때까지 대부분의 삶을 누군가를 돌보거나 누군가의 돌봄을 받으며 살아간다. 아이를 키우는 일, 아픈 가족을 간병하는 일, 노쇠한 부모를 모시는 일, 장애가 있는 가족의 일상을 지탱하는 일 등 모든 돌봄은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노동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 노동을 여성에게 떠넘겨 왔다. 가정이 무너지면 돌봄이 무너지고, 돌봄이 무너지면 한 사람의 인생이 무너지는 낡은 구조와 질서를 끝내야 한다. 

저출생과 초고령사회, 1인 가구의 급증, 가족 형태의 다양화 앞에서 '가족의 몫으로 떠넘겨지는 돌봄‘은 이미 작동하지 않는다. 시장에 내맡겨진 돌봄은 돌봄받는 사람의 존엄도, 돌봄노동자의 권리도 함께 무너뜨렸다. 

그래서 돌봄의 공적 책임은 누구나 말하기 시작했으나 윤석열 정부였던 2024년 3월 통과되고 올해 3월 27일 전국 모든 지자체에서 시행된 돌봄통합지원법으로는 정부의 국가 돌봄 책임 강화라는 말을 어디 내놓기도 민망함을 넘어 국가도, 책임도, 강화도, 공공도 없는 처참한 수준이다. 

2026년 통합돌봄 총예산은 914억이지만 전담 인력 및 인프라를 제외하고 서비스 제공 예산은 620억 원으로 지자체당 평균 2억 7천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2024년부터 2025년까지 시범사업에 시군구당 평균 10억 원이 들어간 것에 비해서도 대폭 줄어들어 현장에서는 “고사 위기”라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결국 법은 만들었으나 노인과 장애인 돌봄을 모두 포괄하는 통합돌봄을 이 돈으로 하기엔 턱없이 부족해 법 집행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예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법은 지자체에 포괄적인 돌봄 책임을 부여했지만, 정작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집행할 수 있는 재정적·행정적 권한은 턱없이 부족하다. 돌봄 대상의 범위도 65세 이상 고령자와 장애 정도가 심한 등록장애인으로 한정돼 있어, 그 사이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돌봄의 차별지대에 놓여 있다. 보편적 권리로서의 돌봄이 아닌 배제와 차별이 난무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래서 법 이름에 책임은 없고 지원을 가져다 붙였나보다. 물론 그 지원도 미약하기 그지없다.

노동당은 묻는다. 돌봄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우리의 답은 분명하다. 돌봄은 가정의 의무나 여성의 희생이 아니라 국가의 책임이자 공동체의 책무이다. 돌봄은 시장에서 사고파는 상품이 아니라, 국가와 지역사회가 책임지는 기본권이다. 돌봄은 보편적 기본서비스이자 누구에게도 배제되지 않고 보장되어야 하는 권리이다. 

노동당이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돌봄'을 핵심 의제로 내세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민간이 아닌 공공이 책임지는 돌봄으로 전환하기 위해 읍·면·동 공공돌봄센터 설립과 통합돌봄조례 제개정을 시작할 것이다. 의료와 돌봄을 분리하지 않고 통합돌봄센터로 연결하여, 아플 때 병원만 찾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돌봄과 회복이 함께 이루어지는 구조를 만들겠다. 생활임금과 안정된 고용을 바탕으로 돌봄노동자의 노동과 권리를 보장할 것이다. 

세계 가정의 날에 우리가 새겨야 할 진실은 자명하다. 다시 말한다.

“가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가정에 모든 짐을 지우지 않는 것이다.”

돌봄을 사회가 함께 책임질 때, 비로소 가족은 사랑하는 관계로 회복될 수 있다. 어머니, 딸, 며느리가 홀로 짊어진 돌봄의 무게를 내려놓을 때, 비로소 여성도 한 사람의 시민으로 설 수 있다.

노동당은 선언하고 실천한다.

돌봄은 권리다. 돌봄은 노동이다. 돌봄은 정치다. 


2026. 5. 15

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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