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투표권을 가로막는 구조에서 민주주의는 아직 멀었다

장애인 투표권을 가로막는 구조에서 민주주의는 아직 멀었다
선관위가 유권자의 투표권을 박탈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기간 중이던 지난 5월 29일, 파주시 금촌2동 행정복지센터와 운정다누림복지관 사전투표소에서 중증 시각장애인 유권자가 본인이 지명한 활동지원사 및 지인의 투표 보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선관위 관계자는 차별과 혐오, 모욕성 발언을 동원하며 투표권을 침해했다. 이것은 선관위가 스스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7조(참정권)과 '공직선거법' 제157조 제6항(시각 또는 신체장애로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의 투표 보조인 동반 규정)을 위반한 처사다.
이에 파주자유로장애인자립생활센터(파주자유로IL센터) 등 시민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강력히 규탄하였다. 노동당 소경준 파주시의원 후보(나선거구/교하,운동2,운정5)도 규탄 논평을 발표했다. 파주시선관위는 이후 간담회를 통해 공식 사과하고 개선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비단 파주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 경화초등학교 사전투표소에서도 지난 5월 29일 매우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 발달장애인 유권자가 가족인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투표하고자 하였으나 선관위는 기표소 진입을 막아섰다. 선관위 관계자는 장애 정도를 캐묻는 등 투표를 가로막고 10분간 실랑이를 벌였다. 결국 상급 선관위와 전화 통화까지 거친 후에야 겨우 투표를 마칠 수 있었다. 장애인 유권자의 어머니는 장애인 투표를 방해하는 선관위의 처사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울분을 토했다.
투표 과정뿐만이 아니다. 사전투표소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장애인의 이동권, 접근권, 안전권까지 모두 침해하는 심각한 구조적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포천 나눔의집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3층에 마련된 한 사전투표소를 점검한 결과 장애인 화장실 내부에는 청소도구와 빈 박스 등이 쌓여 있어 정상적인 이용이 불가능했으며, 출입문 폭이 좁아 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진입 또한 쉽지 않은 상태였다고 밝혔다. 제주 조천읍, 계단밖에 없는 인천의 13곳의 사전투표소 사례 외에도 전국 곳곳에서 접근 차체를 가로막았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11일, 유권자의 날을 맞아 장애인단체들은 청와대 앞에서 발달장애인의 투표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기자회견에서 현장에서 10년째 발달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발달장애인 당사자단체인 한국피플퍼스트는 2016년 결성 이후 10년째 같은 요구를 이어오고 있다. 그림투표용지 및 투표 보조 도입을 위해 국가인권위원회 진정과 차별구제 청구소송 등을 제기하였고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결정 결정이 내려졌음에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수용하지 않고 있다. 발달장애인에게도 투표보조를 제공할 수 있도록 선관위 매뉴얼을 수정하라는 법원의 판결에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불복해 상고했고 해당 사건은 1년 넘게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현재는 발달장애인이더라도 ‘손 떨림’ 등 신체적 제약이 증명될 때만 투표보조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장애인 투표 보조 범위를 확대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거대 양당이 독점한 국회에서 잠만 자고 있을 뿐이다.
파주에서 발생한 장애인 투표 방해 잔혹극은 단지 현장 투표 요원의 일탈이나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차별을 조장하는 선관위와 관련법 개정을 외면하는 양당 독점정치가 만들어 낸 구조적인 차별이자 권리 박탈이다.
흔히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부른다. 양당 독점 정치로 권력을 누리는 자들에겐 꽃일지 모르지만, 기본적인 권리조차 빼앗긴 이들에겐 절대 꽃일 수 없다. 이들에겐 온전히 참정권을 누리지 못한 채 지배만 당하는 '독'일 뿐이다. 노동당은 투표가 어려운 모든 시민에게 정당한 권리가 보장되도록 싸워나갈 것이다.
“투표 하고 싶다”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라!
2026. 6. 2
노동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