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과 개발’의 경로에서 이탈이 필요하다

‘성장과 개발’의 경로에서 이탈이 필요하다
- 기후악당국가에서 기후정의국가로의 대전환, 더 이상 늦춰서는 안된다
2024년에 이어 2025년 지금까지 지구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시대와 비교하여 1.5도를 넘어섰다는 지구과학자들의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파리기후협정에서 목표로 했었던 이번 세기 말이 아니라, 금세기 중반을 넘어서기 전에 2도 상승을 돌파할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도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인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는 여름철이 오기도 전에 50도를 넘나드는 폭염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지구촌 곳곳이 홍수와 가뭄, 산불 등의 기후재난을 겪고 있다. 기후위기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바로 지금 현실의 문제임을 우리는 온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전 세계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고 천명하지만. 그레타 툰베리가 ‘blah, blah, blah’라고 비판했듯이, 여전히 말의 성찬을 벗어나고 있지 못하며, 매년 열리는 기후변화협약에서도 의미있는 성과와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기후변화협약 탈퇴, 기후위기 대응정책을 ‘비현실적’이라며 후퇴시키는 ‘기후 백래쉬’의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후연구기관과 기후운동단체가 각국의 기후대응을 평가하여 2005년이후 매년 발표하는 기후변화대응지수에서 대한민국은 비교가능한 60여개 국가에서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기후악당국가’이다. 2024년에는 기후대응의 근간이 되는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 8조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선고가 내려지기도 하였다. 2031년부터 2049년까지 온실가스감축목표를 정량적 수준을 제시하지 않아서 국민의 환경권을 침해한다고 결정한 것이다.
따라서 21대 대선은 기존 기후정책의 방향전환을 통해 ‘기후악당국가’를 탈피하고, 광장의 대중을 포함하여, 국민의 기본권인 환경권을 보장하는 ‘기후정의국가’로의 대전환을 이뤄내는 계기점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주류정당인 민주당과 국민의 힘이 제출한 기후관련 정책과 공약은 지금까지의 정부 기후정책방향과 다르지 않거나, 아예 없는 것과 마찬가지의 내용을 제출하고 있을 뿐이다.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는 10대 정책공약 중 마지막 10순위로 ‘기후위기 대응 및 탈탄소전환’을 목표로 하는 공약을 제출하였다. 가장 대표적이고 주목받는 공약은 ‘경제성장의 대동맥, 에너지고속도로 구축’이라고 할 수 있다. 2030년까지 서해안, 2040년까지 한반도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에너지고속도로는 전기 소비는 서울과 수도권, 전기 생산은 지방에서 주로 이뤄졌던 그간의 에너지 생태계를 그대로 유지·온존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단지 에너지 형태만 석탄화력발전에서 재생에너지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에너지고속도로 공약의 또 다른 목표인 지역균형발전과도 맞지 않는다. 단적으로, 용인 삼성과 하이닉스 반도체 산업단지의 RE100을 위한 것이 에너지 고속도로이지, 태양광과 풍력발전이 세워진 전라남도와 충청남도 지역을 위한 것이 아니다. ‘햇빛연금’등의 공약은 이를 위한 포장에 불과하다. 또한 ‘에너지고속도로’로 이름붙여진 전력망을 구축하기 위하여 송전선과 송전탑을 세우는 과정에서 예측되는 환경의 파괴와 지역주민에게 끼치는 피해는 다시 한번 ‘밀양’을 떠올리게 된다. 재생에너지시대에 걸맞은 전력망은 ‘고속도로’가 아니라, 지역분산적인 ‘촘촘한 그물망’이다. ‘지능형 전력망’이 필요한 이유이다.
‘에너지고속도로’를 내세우며, ‘성장’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 주력하는 반면에 다른 기후정책은 추상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선진국에 걸맞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수립’ ‘과학적 근거에 따른 2035년 이후 감축 로드맵 수립’을 말하나 구체적인 수치는 제시하지 않아서 의미부여가 힘들다. 2040년까지 석탄화력발전 폐쇄를 말하지만, 석탄화력발전 폐쇄로 실업위기에 처해질 노동자나 무너질 위험에 처해질 지역사회 공동체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에 대해서는 ‘정의로운 전환특구 지정’ ‘고용전환’ 등의 실효성이 없는 기존 정책을 반복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직접구매(PPA) 개선’공약은 재생에너지발전이 90%가 민영화되어 있는 현실에 더하여, 전력 송, 배전(판매와 소비)까지 민영화를 확대하는 결과를 낳지 않을지 우려된다.
또한 원자력발전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고 있지 않고 있다. 윤석열정부의 원자력확대정책을 그대로 이어받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생물다양성 복원을 공약하면서, 바다와 육지의 생태계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는 가덕도신공항, 제주 2공항 등 신공항 건설 재검토의 내용도 없다.
한편 국민의 힘 김문수 후보는 기후에너지관련 공약이 거의 없다. 유일한 공약이 ‘환경부를 기후환경부로 개편하여 기후재난에 선제 대응’이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에너지전환을 포함하여 다른 내용은 전혀 없이 단지 알맹이 없는 ‘기후재난 대응’을 표명하고 있을 뿐이라서, 기후위기에 대한 태도나 사고가 없음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는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가 내세우고 있는 ‘지구 한계 내에서의 성장과 소비 조정으로 탈탄소사회 전환’ ‘기후불평등을 해소하고 기후정의를 확립하여 생태평등사회로 전환’이라는 목표가 지구의 생명체 및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올바른 방향이며, 대한민국이 기후정의국가로 대전환하기 위한 나침반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공재생에너지’ ‘정의로운 전환’ ‘기후정의세 도입’은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수단이다. 이제 한국사회는 그동안 걸어왔던 ‘성장과 개발’의 경로가 아니라, ‘생태와 평등’의 기후정의 경로를 밟아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기후악당국가를 만들고 다져온 보수양당체제를 끝장내고, 기후정의, 생태평등세력의 탄탄한 정치적 자리매김이 21대 대선을 계기로 시작되어야 한다.
2025. 5. 21
노동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