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대선 공약, 연대 없는 사회를 원하는가

작성자
노동당
작성일
2025-05-22 13:47
조회
9321


국민연금 대선 공약,

연대 없는 사회를 원하는가


지난 3월 20일, 국민연금 모수개혁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개혁안은 보험료율은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은 40%에서 43%로 증가시키고 군복무, 출산크레딧을 확장하는 등의 내용이다. 그러나 이는 2024년 연금개혁 공론화 500인 회의의 숙의에서 시민의 56%가 지지했던 ‘더 내고 더 받는’ 보험료율 13%와 소득대체율 50% 안을 적용하지 않은 개악이다.

극우세력은 이어서 청년들이 국민연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실체없는 공포를 앞세운 ‘국민연금 무용론’과 노인 세대를 위해 청년들이 희생당하고 있다는 ‘세대착취론’ 등을 주장하며 국민연금의 사회적 신뢰와 세대간 연대를 부정했다. 이들의 주장에서는 국민연금의 본래 목적이었던 소득보장과 빈곤예방, 그것을 위한 세대간 연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번 대선에서도 각 정당의 후보들이 국민연금과 관련하여 공약을 내걸었다. 민주당은 개혁 지속 추진-군복무 크레딧 확대, 국민의 힘은 자동조정장치 도입-연금개혁위원회 청년 참여 보장, 그리고 개혁신당은 신-구연금 완전 분리를 제시하고 있다. 

국민연금 자동조정장치는 인구구조의 변화, 경제 상황 등과 연동하여 연금액 또는 수급연령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장치이다. 재정 균형과 미래 세대의 부담을 완화 시켜줄 것이라 주장되곤 하지만, 이는 고령화에 따른 연금의 보장성 축소를 통한 재정 절감으로 활용되는 방안이며 공적 연금의 핵심인 사회적 부양 원리를 훼손하는 장치이다.

신-구 연금 분리 또한 ‘연금을 돌려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신을 이용한 공약일 뿐이다. 국민연금은 적금의 개념과는 달리 가입자들이 매달 보험료를 납부하면 국민연금공단에서 연금을 받는 노인에게 연금 급여를 지급한다. 저축이 아닌 세대간 재분배로 이해해야 한다. 노년기 소득 단절로 인한 빈곤을 사회가 함께 책임지기 위해 태어난 공적 연금을 분리함으로써 세대간 연대를 끊겠다는 것은 결국 연금의 존재를 부정하고 각자도생하자는 것이고 안그래도 OECD 국가 중 최악인 노인빈곤율을 더 심각하게 만들 뿐이다.


이처럼 세대 갈등을 부추기고 재정만을 논하는 동안 노후소득보장의 사회적 책임, 세대간 연대와 통합, 그리고 젠더와 계층에 대한 고민은 숨겨지고 청년들의 불안이라는 말 뒤에 숨어 연금을 축소하고자 하는 주장들만 보이게 되었다. 우리는 이 답답한 논의 속에서 어떤 길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

세대 갈등을 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이 소득 단절에 따른 책임을 사회가 함께 지기 위한 것임을 다시금 떠올리는 것이 필요하다. 재정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소득보장 중심으로 연금을 바라본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불안정 노동자들의 국민연금 가입 보장, 보험료 부과 대상에서 자본소득 및 자산소득의 확대, 연기금의 사회적 통제를 통한 공공성 강화, 부담 능력에 비례하는 재정 책임 분담, 국가의 역할 확대 등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기금을 금융투자라는 이름으로 자본시장에 투기하는 것이 아니라 저렴한 청년주택이나 공공재생에너지 등에 투입하고 그 수익을 연금으로 지급하는 방안도 충분히 가능하다.


보수정당들이 말하는 ‘청년’들은 국민연금을 부정하고 있지만, 국민연금 무용론과 세대착취론을 주장하는 극우세력이 모든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갈등을 넘어 연대의 관점에서 국민연금을 바라보는 청년들이 있다. 누구든 ‘무사히 할머니/할아버지가 되어서도’ 존엄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 모두의 공적 연금을 만들어가기 위해 가입자로서, 구성원으로서 민주적 대화의 장과 대안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2025.05.22.

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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