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대책본부 성명] 강대강 대치만으로 해결되는 일은 없다

작성자
노동당
작성일
2024-04-01 18:31
조회
517


강대강 대치만으로 해결되는 일은 없다

-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개혁 관련 대국민담화에 대하여


윤석열 대통령이 오늘 오전 11시에 의료개혁과 관련한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우리 노동당은 기존의 입장만을 고수할 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어떤 진지한 고민도 보이지 않는 이번 대국민담화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게 생각한다.

물론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은 이루어져야 하며 기본 방향 그 자체는 타당하다. 하지만 방향이 옳다는 것만으로, 그에 동반되어야 할 각종 조치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이나 의사들의 나름 타당한 요구에 대한 수렴도 없이, 무조건 2천명이라는 숫자에만 집착하는 것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대통령은 의사들이 돈만 밝히는 일종의 카르텔 집단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의사는 하나의 동일한 집단이 전혀 아니다. 증원에 대한 찬반도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르다. 수도권 분원 등 대규모 병상 증설을 꾀하고 있는 민간대형병원은 증원을 적극 찬성할 것이다. 반면 지역의료와 필수의료 및 공공의료 강화를 바라면서 평소 증원을 찬성했던 의사들 중에서도, 지금처럼 지역의료와 필수의료 및 공공의료 강화 대책은 제대로 없고 단지 숫자만 늘릴 경우 수도권 집중과 비필수 민간상업의료에의 쏠림 현상이 더 심화될 것을 걱정하면서 반대하는 사람도 많다.

또한 현재 정부가 강경대처를 외치고 있는 사직 전공의들도 마찬가지다. 전공의들은 수련 중이라는 이유로,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등 의사 중에서는 가장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전공의들이야말로 앞으로 필수의료를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다. 진료과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전문의 자격 따지 않고 일반의로 개원해서 피부미용 등 비급여 진료를 하면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음에도 바이탈과 등 필수의료의 전문의 자격을 따고자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필수의료를 포기하고 그냥 개원해버리면 상당기간 한국의 필수의료는 지금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10년 뒤에나 그 효과가 나타날 의대 증원을 위해서 당장의 필수의료를 더 약화시켜도 좋다는 말인가?

그렇다고 의협 등 의사단체의 태도가 옳다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고령화에 따라 당분간 의료수요가 대폭 증가하는 것도 사실이며, 필수의료와 지역의료가 붕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및 공공의료에 의사를 배치할 수 있는 대책과 함께 이루어진다면, 의대 증원은 꼭 필요한 일인데도 단 한 명도 증원할 수 없다는 식의 태도는 일종의 집단이기주의일 뿐이다. 현행 의료체계가 지니는 많은 문제점이 있지만 이것 또한 의대 증원과는 별도로 해결할 문제이지, 의대 증원 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집단행동의 명분이 전혀 되지 못한다.

즉 정부와 의사 간의 강대강 대치만으로는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양쪽 다 자신의 입장만을 강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의사만이 아니라 환자를 비롯한 일반 국민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사회적 협의체가 구성되고, 여기에서 정말 제대로 된 의료개혁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 정부 내에서도 보건복지부만이 아니라 기재부 등도 참여해야 하며 의사들도 의협만이 아니라 전공의단체도 참여하는 등 실효성있는 논의가 가능한 테이블을 구성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의대 증원 그 자체에 반대하는 의협의 주장은 정부와 민간이 함께 설득하고, 현행 수가체계나 의료전달체계의 문제점 등은 의협과 민간이 함께 정부를 설득하는 식으로 종합적인 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가령 필수의료나 지역의료 및 공공의료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 투입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건강보험료를 올리는 것은 이번에는 국민들이 반대할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이 또한 논의과정에서 대책을 찾을 수 있다. 가령 피부미용 등 비필수의료에 대해 특별소비세를 부과하고, 의료전달체계를 거치지 않는 상급종합병원 직행에 대해서는 전액 본인부담인 별도의 분담금을 부과하는 식으로, 건보 재정에 부담을 덜 주는 방안도 얼마든지 논의 가능하다.

서로 자신의 입장만을 강변하는 두 집단끼리 이야기한다고 올바른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 서로 상대방이 자기보다 더 나쁘다는 것만 강변할 뿐, 제대로 된 정책은 제시하지도 않는 보수 양당 체제가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없는 것과 똑같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비합리적인 집착을 버리고, 의대 증원 숫자를 포함한 모든 문제를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체에서 논의하겠으니 의사들은 본연의 임무로 돌아오라고 호소해야 한다. 범죄자 때려잡듯이 밀어붙이기만 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을 지금이라도 버려야 할 것이다.


2024. 04. 01.

노동당 중앙선거대책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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