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타고 흐르는 전기’를 멈추어야 한다

작성자
노동당
작성일
2024-06-10 16:37
조회
811


‘눈물을 타고 흐르는 전기’를 멈추어야 한다

- 밀양송전탑 행정대집행 10주년을 되새기며


내일(6월 11일)은 밀양송전탑 반대투쟁에 대한 행정대집행이 폭력적으로 진행된 지 딱 10년이 되는 날이다. 울산 신고리 핵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 과정에서 밀양주민들이 분신과 음독자살 등 반대투쟁을 오랫동안 진행하였으나, 정부와 한전은 차별적 보상 등으로 주민을 갈라치기하면서 경찰 2천여명을 투입하여 반대투쟁 농성장을 강제철거하였고 공사를 강행했다.

밀양송전탑 사건의 핵심은 수도권과 지역의 전력불균형이다. 전기를 많이 쓰는 반도체나 데이터센터 등 주요산업체나 각종 대형상업시설 등이 갈수록 수도권에 집중됨으로써 수도권의 전력 소비량은 계속 늘었다. 반면 전력의 생산은 가스발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충남, 경북, 전남 등 지역에서 생산된다. 지역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 등 멀리까지 보내려다 보니 초고압송전탑 등 장거리 송전망이 대규모로 건설된 것이다.

장거리 송전망 건설에 따른 각종 비용이나 기간 등 부담도 매우 크다. 핵발전이든 해상풍력을 비롯한 재생에너지든 발전소 건설보다 장거리 송전망 구축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많고 지중화 등으로 비용도 대폭 증가했다. 건설 과정에서의 각종 갈등과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 또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른 막대한 투자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송전망 사업을 민간에 개방하는 것이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서해안 초고압 직류송전사업 등을 기업이 투자하는 민자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송전사업 그 자체를 민간에 개방하는 것은 아니라지만, 민간기업의 투자 비용과 이윤 회수를 보장해주기 위한 정부와 한전의 부담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미 그간 진행된 많은 민자사업 사례로 증명된다. 또한 이를 명분으로 결국에는 송전사업을 비롯한 전력망 그 자체를 민영화할 가능성도 충분하며, 이는 결국 모두에게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다. 밀양송전탑 반대투쟁 때의 구호처럼, 전기는 또다시 눈물을 타고 흐르게 된다.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금처럼 수도권에 기형적으로 집중된 전력 수요 특히 기업의 전력 수요를 지방으로 분산시켜야 한다.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각종 대규모 전력 소비처를 생산지 인근으로 분산시키지 않고 지금처럼 수도권에 계속 집중시키는 한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는다. 2022년 12월 기준으로 수도권에 예정된 데이터센터의 필요전력만 해도 무려 39.8GW로 현재 핵발전소 총발전용량인 24.6GW의 두 배 가까이 될 정도이다. 이런 상황을 그대로 놓아두고서는 어떤 방안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일정 용량 이상의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는 기업이나 시설은 수도권 신설을 불허하고 지방에 소재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이미 존재하는 수도권의 기업 전력수요에 대해서도 그에 합당한 책임을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 송전망 구축 관련 비용을 해당 기업에게 부과하는 것을 비롯해서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 반면 전력을 주로 생산하는 지역에게는 인상된 전기요금의 일정 부분을 지원하는 등 전력요금을 지역별로 차등화해야 한다. 생산은 지방에서 주로 하고 소비는 수도권에서 주로 하면서, 이 정도의 방안도 추진하지 않는다는 것은 지방을 계속 수도권의 내부 식민지로 활용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눈물을 타고 흐르는 전기’는 이제 멈추어야 한다.


2024. 6. 10

노동당 대변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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