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_ 민중후보 백기완 선생 나의 한살매

작성자
홍조 정
작성일
2021-08-31 19:52
조회
72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백기완 지음 | 한겨레출판사 | 2009년 09월 25일 출간



책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정치/사회 > 정치/외교 > 정치가

시/에세이 > 인물/자전적에세이 > 정치가/법조인

이 책의 주제어

#정치가 #한국현대사

백기완이 노래하는 민중의 분노와 희망의 삶!


백기완이 증언하는 한국 현대사와 그의 삶을 담은 자서전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일제 치하에서 배고픔과 싸워야 했던 어린 시절, 6.25와 피난살이, 독재정권 타파와 민주화투쟁, 이산의 아픔과 통일운동, 노동자 해방운동과 최근의 엠비 대투쟁까지, 대한민국 현대사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는 그 삶이 한 편의 서사시처럼 드라마틱하게 전개된다.


이 책에서 그는 자신의 한평생이 좌절과 실패로 점철된 나날이었다고 회고한다. 남북통일과 노동자해방을 위해 싸우는 데 일생을 바쳤지만, 경제지상주의에 빠진 사람들과 악화하는 남북관계 등 작금의 세태는 단편적으로 볼 때 그의 삶이 완전한 실패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사는 그의 인생이 숭고하고 가치 있는 패배의 연속이었음을 증언한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영어단어 하나, 한자어 하나 섞지 않고 순우리말만 썼다는 것이다. 직접 달동네, 동아리, 새내기 등의 우리말을 만들어낸 저자의 역량이 집대성된 이 책 속에는 순우리말을 만들게 된 에피소드들이 소개되어 있다. 그 외에도 저자가 직접 지은 영화대본과 시, 연설문,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구전신화 등도 함께 실려 있다.



목차

1장 새벽은 한살매 어둠 속을 걷는 이의 발끝에서 열린다

내 한살매(일생)를 매겨온 새김말

아주마루로(영원히) 잊을 수 없는 내 소꿉동무

내가 맨 처음 배운 노래는

나를 키운 것은 글묵(책)이 아니라 한 가닥 옛이야기였다

내가 겪은 8.15


2장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서울서 내가 바구(필요)한 거, 그건 주먹이었다

‘네놈들이 나가야지’ 그랬어야지

아, 해방된 역마차

내 눈을 틔워준 스승, 가대기 언니

아, 썽풀이 춤

눈물의 주먹

내가 일으킨 세딱(세 가지)싸움

릴케를 찾아 헤맨 한 해

나에게 한숨을 가르쳐준 어린 알맥이(노동자)

내가 뵌 백범 선생


3장 너도 젊은 한때가 있었던가

내가 겪은 6.25

누가 떵이(천재)일까

내가 처음으로 해치운 못된 미따꾼(미군)

찢어진 집안, 찢어진 살덩이

달동네라는 말 한마디 썼다고 매다는 나라

우리가 반드시 읽어야할 바발(작품)이란

백기완이, 너도 젊은 한때가 있었던가

젊어 한때 내가 치켜든 말뜸

아, 그 가시나 어딘가 살아만 있다면

이 강산 봄 새뜸(소식)을 글월(편지)로 쓰자

달거지


4장 저 들녘의 이름 없는 풀잎으로

내가 저치(장가) 가던 이야기

저치도 못 가보고 죽을 뻔했던 이야기

첫딸

우리 세 언애(형제)

내가 겪은 4달 불쌈(4월 혁명)

갈매기 바다 위에 날지 말아요

널마(대륙)의 술꾼 이야기

얼마나 눈물 바닥을 바싹 더 말려야

흘떼(강물)는 뛰어드는 데가 아니라 저어가는 데라니까

찬굿(영화)으로 꾸미려던 어린 엿장수 이야기


5장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통일문제연구소의 맨 처음 집데(주소)

마흔다섯 해 앞서와 똑같은 목소리로

젊은이들이여! 어디선가 그대들 부르는 소리 안 들리는가

쇳소리

굴대솔(방송인)이 될 뻔했던 이야기

꽁치통조림

아, 참말로 사람이 없구나


6장 길을 잃더라도 발길을 돌리지 마라

목숨을 건 싸움, 유신 깨트리기

항일민족 글나(문학)의 밤

찬굿(영화) 〈포도의 계절〉

장준하, 그는 누구던가

나와 문익환 목사

쩨쩨한 짜나리가 거머쥔 나라

파리새끼한테 띄운 글월

때속(감옥)에서 만난 김지하

녹슬은 기찻길

이 개망나니 새끼들아


7장 딱 한술 깨져 천해를 산다는 것

러시아 어느 찰니(시인)한테 띄우던 글월

딸들의 일어남

벗이여 일어나라

살다보니 만났다 멀어져간 사람들

아, 천해 만에 온 때활(기회)을 잃었구나

남북정치협상회의, 거기서 나는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가

목꽂이와 곧은목지


8장 나는 늙지 않겠다

노녘(북쪽) 누님께 띄우는 글월

돌빔 이야기

죽어서도 사는 삶

퉁차기(축구) 온골(세계) 큰잔치와 나

내 찬굿글묵(영화극본) 쾌지나 칭칭 나네

이 딱선이를 어찌 한단 말인가

한나(통일), 그날 노래마당(음악회)이야기

하얀 종이배

나 혼자 웅질 대는 안간 소리, ‘비나리’



책 속으로

“야 부심아, 배고픈 것쯤은 참아야 돼. 모두가 주리고 있는 이참에 제 배지만 부르고 제 등만 따스고자 하면 너, 어더렇게 되는 줄 알아. 키가 안 커. 너, 어서 커서 어른이 되고 싶잖아. 그러니까 배나 고프다고 허리를 꺾으면 안 되는 거야.”

“배가 고프다고 울면 키가 안 큰다”는 바람에 쭉박(겁)이 나 눌데(방) 윗목에서 쿨적이자 난딱 안아다가 아랫목에 뉘어주시던 아, 우리 어머니. 달구름(세월)은 흘러 어느덧 일흔두 해, 그런 어머니와 열세 살에 헤어지고 나서 여든을 바로 눈앞에 둔 입때까지 한술(한 번)도 찾아뵙지를 못했을 뿐더러 업어드리지도 못했다. 그렇게도 좋아하시던 구수한 팥밥에 감은 내 한술 물씬한 우거짓국 한 그릇 못 올려드린 채 얄궂은 밤은 덧없이 깊어만 간다. -16쪽


맨바닥만 기고 살아 서럽기 그지없는 사람들, 그들을 일으키는 건 무엇일까.

따끔한 한 모금? 아니다.

그러면 늦은 밤 가마솥에서 펄펄 끓은 밑(순)두부 한 바가지? 아니라니까.

그러면 무엇이드냐. 맨바닥을 기고 사는 사람들보다 더 서러운 모습을 보여주었을 때 그때 무언가가 비로소 벌떡 일어난다는 걸 나는 몸으로 겪어본 사람이다. -76쪽


“백기완이 너도 젊은 날이 있었드냐”고 물으면 나는 서슴없이 맞대한다.

“그렇다. 나도 내 뼈를 갉아 애나무로 삼고, 내 피땀을 뽑아 거름으로 삼으며 온통 불을 지른 젊은 한때가 있었다. 그렇다, 나는 그런 젊은 날에 마주해 요만큼도 뉘우침 따위는 안한다. 도리어 모이면 으르고 뽑아대고 뜨거운 것이 빛나던 그런 젊은 날의 눈물이 있었다, 이 새끼들아”라고 맞대하기를 머뭇대질 않는다. -142쪽


여보게 젊은이들!

이 썩어문드러진 모랏돈빼꼴(독점자본주의)에 살고는 있다고 하더라도 그 속에 낑길 생각일랑은 아예 하질 말게. 아니 모랏돈빼꼴을 믿고 따르고 함께 살 생각일랑은 아예 가짓(시늉)도 말게. 그보다는 이 썩어문드러진 모랏돈빼꼴을 왕창 부림(변혁)하려는 어기찬 물살에 한 방울 맑은 이슬로 뛰어들어야 하질 않겠는가. -250쪽


사람의 마지막이란 삶의 들락(문)이 ‘꽈당’ 하고 닫히는 게 아니다. 죽음이라는 그 마지막이 바로 새로운 삶을 열어가는 첫발임을 알아야 한다. 내 한살매란 갖은 꺾임(좌절)과 온갖 깜떼(절망)로 내몰리는 썰품(비극)의 거퍼(연속)였다. 여기서 그 꺾임과 깜떼를 도리어 먹거리로 삼질 않으면 살 수가 없었던 것이니, 죽어서도 다시 사는 삶, 그거이 참짜 사람답게 사는 한살매라. -415쪽


살아보니 생각은 고요한 척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마음은 조용할 수가 없더라. 날마다 썩어문드러진 톡(독) 꼬챙이가 덤터기처럼 날아드는데 어찌 가만히 앉았겠는가.

보라, 바다가 저리 일렁이는 건

밑물이 윗물을 뒤집는 물살이지

깨비(신)의 노름(조화)이 아니고야

보라, 가랑닢들이 저리 곤두박질치는 건

물위에 떠 있는 것들의 끝장이지

바다가 꺼지는 게 아니라니까

-457쪽 닫기

출판사 서평

일생을 해방통일 운동에 바친 영원한 재야인

'달동네', '동아리', '새내기' 등 수많은 우리말들의 원작자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온몸으로 투쟁했던 민중대표


백기완이 증언하는 한국 현대사와 그의 삶


영원한 거리의 싸움꾼, 백기완 선생의 한살매(일생)를 정리한 자서전이 나왔다. 민주화의 여명이 움트기 전 대한민국의 가장 어두웠던 시절을 온몸으로 살아낸 기록이다. 일제 치하에서 배고픔과 싸워야 했던 어린 시절, 6.25와 피난살이, 독재정권 타파와 민주화투쟁, 이산의 아픔과 통일운동, 노동자 해방운동과 최근의 엠비 대투쟁까지, 대한민국 현대사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는 그 삶이 한 편의 서사시처럼 드라마틱하게 전개된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싸우겠다고 맹세했던 자신의 시처럼, 굴곡진 현대사의 무대 한켠에는 항상 스포트라이트와 상관없이 굳건히 버티고 선 ‘민중대표’ 백기완이 있었다. 미련할 정도로 타협과 한숨을 모르는 그 성정은 어떤 고비에도 휘어지지 않았고, 그 결과 그의 삶은 평생 옥살이와 가택연금, 고문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오늘 우리가 누비는 이 땅의 거리 곳곳에는 그의 한숨과 절망과 피와 땀이 멍에처럼 새겨져 있다.

직접 ‘재야’라는 말을 만들고, 들녘의 이름 없는 풀잎으로 서서 비바람, 눈보라를 맨몸으로 맞으며 고집스럽게 ‘해방통일’을 위한 싸움꾼으로서 외길을 걸어온 그의 회고록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을 똑바로 보라고 내리치는 죽비와 같다.


숭고하고 가치 있는 패배의 연속들


그는 자신의 한평생이 좌절과 실패로 점철된 나날이었다고 회고한다. 남북통일과 노동자해방을 위해 싸우는 데 일생을 바쳤지만, 경제지상주의에 빠진 사람들과 악화하는 남북관계 등 작금의 세태는 단편적으로 볼 때 그의 삶이 완전한 실패였다는 증거일 수 있다.

그러나 한평생 어두운 곳에서 투쟁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저자와 같은 이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역사는 반 발짝씩이나마 진일보하고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그 인생은 한마디로 숭고하고 가치 있는 패배의 연속이었음을 우리 시대는 증언한다. 그리고 2009년, 거침없이 뒷걸음질하는 역사의 흐름을 되돌리기 위해 이 시대는 또다시 누군가의 ‘실패와 희생’을 필요로 한다.

그를 살게 하는 것은 바로 절망과 좌절과 패배의 기억들이다. 어미를 찾아 기꺼이 어둠 속을 찾아드는 반딧불이처럼, 그는 여생도 기꺼이 실패의 어둠 속으로 뛰어들겠노라 다짐한다. “백술(백 번)을 달구름(세월)에 깎여도 기완아 너는 늙을 수가 없구나”라는 자신의 시처럼, ‘철들 줄 모르는’ 거리의 싸움꾼은 오늘도 용산참사 현장으로, 쌍용차 투쟁현장으로 발길을 돌린다.


순우리말로 쓴 최초의 자서전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영어단어 하나, 한자어 하나 섞지 않고 순우리말만 썼다는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늙기를 거부하는’ 그다운 시도라고 할 만하다. 그 결과 시인이면서 직접 달동네, 동아리, 새내기 등의 우리말을 만들어낸 작가의 역량이 집대성된 자서전이 탄생했다.

혹자는 직접 만들어낸 낱말과 어린 시절 들었던 사투리로 구성된 리드미컬한 구어체 문장들로 이어지는 어린 시절 이야기 등이 이문구의 <관촌수필>을 연상시킨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책 속에는 순우리말을 만들게 된 에피소드들도 소개돼 있다. 한 예로 달동네라는 단어는 육이오 때 관악산 사당동 산자락에 천막을 치고 아이들을 모아 ‘달동네 학교’라고 썼던 데서 연유한다. “비록 다 타버린 잿더미이지만 그 위에 눈이 하얗게 쌓이고 마침 달이 뜨니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어서 ‘달동네’라고 부르게 됐다”고 한다.

그 외에 본인이 직접 지은 영화대본과 시, 연설문,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구전신화 등이 섞여 있어 문학사적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추천의 글>


민주화운동과 통일운동에 크게 공헌한 백기완 선생은 그에 못지않게 우리 문화예술에도 많은 영향을 끼쳐, 가령 이 분야에서 바른 길잡이로서 그가 한 몫은 아무리 높이 쳐도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그의 회고록은 제국주의와 외래문명이 우리의 삶과 문화를 얼마나 심하게 일그러트리고 더럽혔는가를 새삼스럽게 알게 한다. 이 회고록에 담긴 메시지를 오늘을 사는 우리들 모두 엄숙하게 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신경림(시인)


백기완 선생의 삶은 책 제목 그대로 ‘사랑도 이름도 명예도 남김없이’ 산 민중의 삶, 민중 속의 삶, 민중의 분노와 희망을 노래한 삶이다. 세상에 눈뜨기 시작한 어린 시절, 들녘의 이름 없는 풀잎처럼 산 젊은 시절, “산 자여 따르라”고 외친 장년 시절, 길을 잃더라도 발길을 돌리지 않고 다시 어두움 속으로 반딧불이를 찾아 나서고 있는 노년 시절까지, 그 삶의 전모가 한 편의 감동적인 서사시처럼 펼쳐진다.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지닌 의미를 일깨우는 들불 같은 얘기들이다. -김세균(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떠올리기만 해도 정신 번쩍 든다고 하는 백 선생. 그러나 이 책으로 만나보니 선생은 한 방울 이슬 같았다. 그러다가 그 이슬 한 구석에 쭈그린 짐승의 생명력 같은 패기, 쪽빛처럼 맑은 생각들, 들이대는 해방의 정서, 그 희망에 놀라 나는 소릴 질렀다. 이건 찬비다.

착하게 살고자 해도 좌절과 절망만 강요받고 있는 서민들, 분노의 노동자, 농민, 일천만 비정규직이 함께 젖어야 할 찬비라, 비키다니 한 방울인들 놓칠세라, 우리 팔을 벌리자. -단병호(전 민주노총 위원장)



[노동자 해방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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