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서 온 편지 36호] 도서 : 마르셀 모스 [증여론]
■ 미래에서 온 편지 36호(2021.08.)
□ 도서 : 마르셀 모스 [증여론]
최종왕 / 대전시당 위원장
자연으로부터 인간의 노동을 통해 생산된 재화와 가치가 모든 인간에게 공유되는 질서를 과거에 실재했던 사회적 관습에서 찾아본다.
마르셀 모스는 (1872~1950)는 프랑스의 인류학과 민족학 방법을 연구하며 프랑스 인류학을 세계에 알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한 그는 프랑스 사회당 당원으로 활동하며 사회주의적 열정을 강하게 나타냈고, 이국적인 사회에 대한 관심도 많았다.
그는 사회주의적 열정으로 당대의 문화들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노력을 넘어 ‘공산주의적 열망’을 원시 사회의 풍습에서 찾으려는 노력을 계속하였고 [증여론]은 그 노력의 성과로 보기에 부족하지 않다.
원시 사회의 ‘선물’ 형태에 천착한 모스의 [증여론]은 자신의 아내나 딸을 손님과 동침하게 하는 이누이트의 풍습이나 신에게 자신의 장자를 바치는 아브라함의 인신공희 등 고대로부터 다양하게 드러나는 ‘선물’의 기원에 관하여 명확히 설명하지는 않지만 예물, 제물, 교환 등과 다른 증여, 기부 등의 자발적 선물에서도 “겉으로는 자유롭고 무상으로 보여 자발성을 띤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강제적이며 의무적인”성격을 발견함으로써 이러한 ‘선물’들의 총체적 성격을 엿보게 한다.
마르셀 모스가 원시 사회의 교환 체계를 “총체적 사회 현상”으로 보는 것은 그것이 단순한 ‘급부’ 체계 – 일정한 조건이 합치할 때 일어나는, 일반적으로 예측 가능한 – 가 아닌 그 사회의 종교적, 법적, 정치적, 도덕적 규범이 내포하면서 급부의 특수한 형식이 동시에 나타남을 나타낸다. 마르셀 모스는 이러한 총체적 급부 체계를 아메리카 지역 포족(혈연)의 동맹 관계에서 발견한다.
포틀래치란 ‘식사를 제공한다’는 알레스카 지역 원주민들의 방언인데, 이 포틀래치는 두 포족 간 존경의 표시로 음식을 후하게 제공하는 단계에서 때로는 부를 과시하거나 상대방을 압도하기 위해 ‘파괴’를 수반하는 과도한 소비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경쟁적 소비가 일상적이고 흔하지는 않지만 모스는 원시 공동체의 증여-교환 체계를 포틀래치라 부른다.
흔히 ‘선물(혹은 증여)’이라 할 때 무상으로 주어지는 것을 의미하나 총체적 급부 체계로서의 ‘포틀래치’는 주기-받기-답례의 과정이 권와 의무로 인식된다. 다시 말해 공통의 토템을 갖는 포족이나 동맹 관계 사이에서 포리틀래치를 주거나 받는 행위, 답례에까지 단순한 ‘호의’가 아니라 ‘의무적’으로 강제되는 행위로 보는 것이다. 교역이나 매매의 관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왜 전 과정이 ‘의무’로 간주되는가? ‘선물을 받을 권리’와 ‘주어진 선물을 받아야 하는 의무’가 동시에 성립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 인가?
원시 사회에서는 개인과 개인, 집단과 집단 사이에 영적 유대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모든 물건과 사람은 죽은 조상과 신들로부터 유래하여 그 모든 것에 ‘영’이 있다고 느낀다. 주거나 받은 선물 속에도 제공한 사람의 정신이나 영혼의 일부가 내재하여 선물을 받는 것은 그 사람이나 집단의 일부를 공유하는 것이며 증여자의 영향력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이 영향력은 증여자로부터 앙심을 살 때 자신의 재산이나 목숨을 잃을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주어진 선물은 기쁘게 받아야 하고 일방적 주술에 상응하는 ‘답례’를 통해 상대의 종속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나의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것이 ‘답례’라 할 수 있다.
주어진 선물에는 증여자의 영혼이 깃들어 거부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불신으로 비치고 이는 곧 적대적 관계의 선언으로 인식된다. 또한 받은 것보다 과도한 ‘답례’는 답례자의 권위와 명성을 표현하기도 하고 상대방에 대한 ‘영향력’으로 인식되어 ‘의무’임과 동시에 ‘권리’로 작동하기도 한다.
이렇게 의무와 권리의 양면을 갖는 포틀래치는 일방의 이익보다는 명예를 중시하는 행위이고 두 당사자들 사이에 우호적 감정을 나타내는 증표로 인식된다.
분배와 재분배의 과정이 급부와 반대 급부가 결합된 ‘거래’ 관계가 아니라 사회 일반을 관통하는 ‘총체적 관계’로 인식될 때 법과 강제 규범을 넘어서는 고도의 ‘계약 관계’, 공동체의 결속을 강화하는 원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원시 사회에서는 모든 물건(혹은 영혼)이 죽은 조상으로부터 왔음으로 인해 모두에게 공유(증여)된다. 모든 재화가 인간의 ‘노동’을 통해 자연으로부터 온 것이라면 그로부터 생산된 재화와 가치가 모든 인간에 의해 공유되는 질서를 ‘포틀래치’에서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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