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서 온 편지 36호] 특집 : 한국 정치 무엇이 문제인가?

36호 202108
작성자
미래에서 온 편지
작성일
2021-08-30 18:27
조회
866


■ 미래에서 온 편지 36호(2021.08.)

□ 특집 : 한국 정치 무엇이 문제인가?

강연 : 김누리 중앙대학교 교수
정리 : 이용규 편집위원


 불러주셔서 감사하다. 여의도 맞은편에 마르크스 사진이 걸린 건물이 있다는 것 자체가 상징성이 크다. 한국처럼 이렇게 이념이 통제 및 억압 당하는 경험을 가진 나라가 없다. 몇 년 전 마르크스가 태어난 독일 트리어에 방문한 적이 있다. 연구소 차원에서 매년 <아카데미 유로파>에 참가한다. EU가 주관하는 행사로, 유럽에 대해 여러가지를 배우는 2주간의 아카데미다. 맑스 생가를 방문하는 것이 아카데미 프로그램 가운데의 하나다. 매우 상징적인 것이다. 유럽에서는 맑스는 유럽의 정체성을 만들어 낸 인물 가운데 하나로 인식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맑스라면 아직 금기의 영역이다. 한국사회가 얼마나 세계적 흐름에 뒤쳐져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노동당에서 맑스 사진을 걸고 있다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오늘날 한국에서 맑스를 혐오하는 일이 생기는 것은, 우리 사회의 사상적 후진성, 퇴행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당사 외벽의 빨간 걸개를 보면서 노동당이 한국 사회를 계몽시키는 사상적, 문화적 의미가 있다고 느꼈다.

 지금 코로나 때문에 어떤가. 답답하고 우울하다.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나오고 있을 정도. 코로나는 우리에게 굉장히 많은 우울함을 던졌지만 중요한 경고이기도 하다. 그것을 코로나 옐로우라고 부르고 싶다. 우리가 정상이라 알고 살아온 이 모든 것이 대단히 잘못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체제가 근본적으로 비정상적인 체제일지도 모른다. 이게 바뀌지 않으면 우리에게 미래가 없다. 정권이 아니라 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슬로건은 그래서 매우 시의적절하다.


코로나의 첫 번째 경고: 사회 없는 사회

 어떤 경고를 코로나가 우리에게 주고 있나. 우리가 가장 코로나를 통해 분명하게 인식한 것이 뭔가. 내가 건강하기 위해서라도 모두가 건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행복하려면 모두가 다 행복해야 한다. 모든 사람의 행복, 모든 사람의 안전, 모든 사람의 건강이 나의 행복, 나의 안전, 나의 건강의 전제라는 걸 배웠다. 이게 가장 중요한 경고이다. 한국 사회에는 그러한 가치가 너무 결여돼 있다. ‘더 소셜The Social’, 함께 살아야 한다는 사회적 가치가 한국처럼 결여된 나라가 없다.

 한국 사회를 ‘소사이어티 윗아웃 더 소셜Society without the Social’이라고 부르고 싶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란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 있다. 그러나 사실 한국인은 사회적 동물이 아니다. 각자도생하는 극단적 개인주의자들의 무리다. 거의 모든 지표가 보여주고 있다. OECD의 사회관계지수라는 것이 있다. 한 개인이 사회 안에서 다른 사람과 얼마나 깊은 결속을 맺고 사는가를 측정한다. 한국이 계속 꼴찌다. 평가항목 가운데 ‘타인에 대한 신뢰’는 압도적으로 꼴찌. 한국은 ‘사회’라는 말을 붙이기도 어려운 사회다. ‘더 소셜’이라는 가치가 불온시되는 사회라고 봐야 한다. 한국사회에서 진보정당이라는 어떤 곳에서는 ‘social’이란 말을 당명에 붙일까 말까를 놓고 1년 동안 고민했다. 정말 이상한 사회다. 어떤 사회가 이런가. 이를테면 독일은 이와 정 반대다. 독일에서는 ‘소셜’하지 않다는 말이 가장 심한 욕이다. 독일 말로 ‘Asozialität’. 상대방에게 이러면 싸움난다! ‘인간 이하다, 미쳤다’는 의미에 가깝다.

 이런 사회는 오래갈 수 없다. 프랑코 벨라르디라는 이탈리아 철학자가 한국을 방문하고 이렇게 얘기했다. “한국사회는 이해하기 어렵다. 끝없는 경쟁, 극단적 개인주의, 일상의 사막화, 생활리듬의 초가속화라는 네 가지 특징이 한국인들을 지배하고 있다.” 외국 철학자가 한국 사회를 이다지도 잘 볼 수 있을까 놀랐다. 한국사회의 끔찍한 측면이 그정도로 보인다는 것이겠지. 코로나가 우리에게 준 가장 강력한 경고는 그것이다. 그런 사회적이라는 가치, 함께 살아야 한다는 가치를 알려줬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다 안전하지 않으면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


코로나의 두 번째 경고: 공공 없는 공화국

 두 번째는 이 한국이라는 나라는 나라가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서울과 부산에서 선거를 했다. 선거가 무엇인가. 그 국가가 가지고 있는 중요하고 치명적인 문제를 논의하고 개선하는 일종의 과정이다. 한국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나.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는 코로나로 인한 양극화와 저소득층의 위기다.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생존의 벼랑 끝에 매달려 있다. 그런데 선거 과정에서 이 문제가 다루어진 적이 있나? 없었다. 세상에 이런 나라가 어디 있었나? 민주당이라는 정당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기본적인 관심도 없다. 이 정당을 견제하는 정당은 더 없다. 이것이 쟁점이 될 리가 없는 것이다. 한국 사회 안에서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정당의 존재가 없고 취약하기에 이런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대한민국은 나라 구실을 못하는 나라다.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 세월호를 두고 ‘이게 나라냐’라고 했다. 지금은 더하다. 국가는 무엇을 하고 있나.

 ‘리퍼블릭 윗아웃 더 퍼블릭republic without the public’. 공화국은 공적인 가치를 중심으로 모인 공동체. 그런데 공적인 가치가 없다. 이게 무슨 공화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조항은 임시정부를 만들었던 선각자들이 건국강령 1조로 넣은 것이다. 그들이 꿈꾸던 국가는 이런 게 아니었다. 위기 상황에서 국민을 구하지 못했다. 한국사회는 공적인 가치가 부재한 나라다. 코로나가 이걸 너무나 분명하게 폭로해 준 것이다.

 국민들이 이번에 처음 알았다. 한국에 공공병원이 10%밖에 없다. 전세계에서 공공병원 비율이 가장 적은 나라다. 심지어 미국도 공공병상이 20%다. 초기에 대구에서 수없이 많은 사람이 죽었다. 병상이 없어서였다. 어떻게 된 것인가? 공공병상이 없었다. 대구 사태가 터졌을 때, 한국에 있는 빅5 병원(삼성, 아산, 세브란스, 카톨릭, 서울대) 가운데, 국립인 서울대병원을 제외하고 빅4에서 내놓은 병상은 단 7개였다. 이것이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국가가 해야 할 기본적인 일들을 해내지 않고 완전히 시장에 내맡긴 것이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전세계에서 고등교육의 공교육 비중이 제일 낮다. 우리 대학의 87%가 사립대학이다. 이런 나라가 없다. 실제로 국가가 국가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코로나가 터지자 독일에서 가장 먼저 한 것은 코로나 대응 자금을 재정 편성한 것인다. 국가 재정의 3분의 1을 편성했다. 1조 유로, 우리 돈 1350조였다. 이를 위해 독일 정부가 약 20% 이상의 부채를 졌다. 코로나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와 손해, 부담의 90%까지 국가가 감당했다. 임대료, 인건비 따위의 90%를 감당해줬다. 우리는 4차 긴급 재난지원금으로 20조를 편성했다.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그래놓고 착한 임대료 운동을 하자고 한다. 그리고 9시 뉴스 끝나고 이웃돕기 성금을 모은다. 군사독재 시절에 하던 일들이다. 신파극으로 국민들의 정서를 잡아대는 퇴행적 행동. 돌아다니며 계속 비판했는데 지금 없어졌다. 이건 무능인가 직무유기인가. 그러다 보니 재경부 장관이라는 자가, 국가부채가 45% 수준이라며 ’재정이 건실하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다. 선진국 평균 국가부채는 135%다. 그 대신 우리의 가계부채가 108%다. 국가부채는 가장 낮고 개인부채는 가장 높은 게 대한민국이다. 이 위기에서 국가는 아무것도 안하고 개인이 은행빚으로 살아남고 있다. 이것은 나라가 아니다. 공적 가치가 아니라 사적 이해밖에 없는 공동체다. 공공의 책임, 공공의 가치를 국가가 인식하지 못하는 한 이러한 공동체는 지속될 수 없다.


코로나의 세 번째 경고: 생태 없는 경제

 세 번째는 ‘이코노미 윗아웃 이콜로지economy without ecology’. 우리가 왜 이런 고통을 겪나. 경제가 생태를 완전히 지배하고 있다. 생태적인 상상력이 완전히 없다. 전세계에서 가장 생태적 의식이 결여되어 있다. 연구소 연구원이 재작년 베를린을 다녀와서 이런 얘기를 들려주었다. 취리히에 있는 친구를 베를린에서 만났다는 거다. 취리히에서 베를린에 오는데 기차로 8시간, 요금은 150유로가 든다. 비행기를 타면 1시간이고 50유로밖에 안 된다고 했다. 그런데 취리히에 사는 친구가 기차를 타고 왔다는 것이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한국 사람들은 모든 것을 경제적 관점에서 본다. 이해가 안 된다, 시간도 요금도 더한데. 그런데 그 취리히 친구는 베를린으로 간 친구가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이다. 생태적 상상력이 없다는 것이다.

 비행기는 유럽에서 환경파괴의 주범이다. 유럽에서 이미 ‘플라이트 쉐임Flight Shame’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비행기 타는데 대한 부끄러움이다. 기본적인 생태적 관점을 갖지 않으면 인류의 미래가 없다는 게 유럽은 상식이다. 유럽은 그러한 인식 때문에 독일인의 82%가 생태 보호를 위해 소비를 포기할 수 있다, 는 명제에 동의한다. 소비할 때마다 죄책감을 느낀다는 것. 소비는 지금의 욕망 때문에 미래 생태를 포기하는 것이니까.

 한국은 어떤가. 독일 아이들의 대다수가 소비할 때 죄책감을 느낀다는데, 한국은 ‘소비하는데 일자리가 생긴다, 경제가 돌아간다, 국가가 부강하다’고 한다. 경제논리의 전일적 지배다. 이렇게 되면 우리의 미래가 없다. 유럽에서는 ‘21세기는 오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 지 오래되었다. 지금 살고 있는 인류가 최후의 인류가 될 것이란 것. 나는 살만큼 살았지만 내 자식, 손주는 어쩌면 마지막 인류가 될 수도 있다. 혹은 다행히 마지막 인류가 아니더라도, 이 파괴 속에서 대단히 고통스러운 삶은 살다가 갈 것은 확실하다.

 한국은 국제적으로 ‘기후깡패’라고 불린다. 이번(2021년 4월 세계기후정상회의)에도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내놓지 못했다. 투표장에 가서 보니 ‘녹색당’이 아예 없었다. 독일에서는 9월 총선이 있을 것이다. 문명사적 사건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인간이 살아온 것과는 정반대로 세상이 구성되는 것과는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다. 녹색당이 제1당으로 집권할 것이란 예측이 우세하다. 지금까지의 성장을 저지하자는 정당이 녹색당이다. 지금까지의 성장과 발전은 죽음으로의 성장이라고 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저 녹색당은 ‘항의정당Protest Party’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지금 수권을 논할 정도가 됐다. 놀라운 이야기다. 이번 선거에서는 녹색당, 사민당, 좌파당 3개 좌파정당이 연합정부를 구성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재작년 유럽의회선거를 보면, 유럽 전역에서 녹색당이 득표 2위를 했다. 작년에 있던 프랑스 지역 선거에서도 녹색당이 돌풍을 일으켰다. 이제는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한국에서는 생태적 상상력이 도착하지 못했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 녹색당이 1%도 득표를 못했다. 지금의 정치지형이 매우 세계적 흐름과 유리되어 있다. (엮은이 주: ‘9월 총선’은 2021년 9월 26일 시행되는 독일 연방하원 선거를 말한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 선거를 끝으로 총리직에서 은퇴할 예정이다. 2021년 8월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대체로 기민련/기사연(여당)이 25%, 녹색당과 사회민주당이 각각 18~20% 가량 득표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제 한국 사회는 함께 사는, 사회적 가치를 중시해야 한다. 공적 가치를 중시하는 책임있는 국가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생태국가로 거듭나지 않으면 안 된다. 사회적 가치, 공공적 가치, 생태적 가치를 복원하지 않으면 공동체의 미래가 없다.


한국 정치, 무엇이 문제인가

 지금 한국이란 사회에 대해 객관적으로 알 필요가 있다. 한국은 외부에 있는 외부인들, 외국 학자들에 의하면 매우 놀랍고 경탄할 만한 사회다. 본인 연구소에서 전체 컨퍼런스를 한다. 우리가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배울 기회다. 한국은 많은 외국 학자들이 존경하는 나라다. 우리가 가진 존경할만한 점을 인식해야 한다. 왜 그런가? 가장 큰 까닭은 ‘민주주의’. 특히 중국, 일본 학자들에게서 그렇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출에 항의하는 시위 규모를 보면 정말 얼마 안 된다. 일본은 봉건, 하류 민주주의다. 역동성을 상실한 미래가 없는 나라. 중국은 어떤가. 베이징대학 교수들이 어느 순간부터 말을 조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도 양심적 학자들이 많다. 그런 이들이 정말 한국 민주주의를 부러워한다. 시진핑 이후 중국 민주주의는 완전히 퇴행 중이다. 그러면서 가장 부러워하는 것이 한국 민주주의다.

 유럽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유럽 국가들은? 유럽 민주주의도 위기다. 시리아 사태로 난민들이 몰려들자 극우 정치인들이 이를 포퓰리즘적으로 활용했고 이게 먹혀들었다. 영국은 브렉시트를 겪었고 프랑스에선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이 결선투표까지 올라갔었다. 미국도 트럼프에 의해 준파시즘 국가가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2016년 광화문에서 촛불을 통해 대통령을 탄핵하고 이를 통해 새 정부가 들어섰다. 외국의 많은 학자들이 놀라워했다. 전세계가 민주주의의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한국이란 나라의 민주주의가 새로운 길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독일의 <Die Zeit>(옮긴이 주: 독일의 진보 성향 주간지)의 칼럼에서 이르길, “이제 유럽과 미국은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배워야 한다.” 민주주의의 시대는 저무는가 하는 상황에서 유라시아대륙 끝의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다시 타올랐다는 것이다. 한국 민주주의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외부에서 크게 인정한다. 오히려 우리들이 우리 민주주의를 그렇게 정확하게 이해하고 필요한만큼 평가하지 못한다.

 우리는 아시아 민주주의의 수출국가다. 오늘날 아시아 독재국가가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를 공부한다. 본인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를 모두 대학에서 겪었다. 주로 일본 책을 가지고 민주주의를 공부했다. 우리가 지금 그런 모델이 되어 있다. 우리가 우리 민주주의를 충분히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4.19혁명은 ‘20세기의 제3세계 가장 위대한 민주혁명’이라고 평가된다. 그런데 지금 한국인들은 그정도로 평가 못한다. 4.19는 1960년 일어나서 그 다음해 육군 소장 박정희의 군사쿠데타에 의해 부정당했다.

 1979년의 부마항쟁, 1980년의 광주항쟁, 87년 6월 민주항쟁, 그리고 촛불까지 이어지는데, 나는 일련의 반독재 연속혁명이라고 부른다. 군사독재의 후예까지 완전히 청산하는 과정이었다. 부마와 광주항쟁은 육군 소장 전두환에 의해 짓밟혔다. 87년 역시 노태우가 대통령이 되며 의미를 상실해버렸다. 2016년 촛불 항쟁에서도, 육군 소장 조현천이라는 자가 쿠데타 계획을 세웠다. 왜 이 자를 잡아들이지 않나. 이해하지 못하겠다. 단호하게 응징할 필요가 있다. 한국 민주주의의 위대한 역사는 육군 소장들의 반란의 역사다. 문재인 대통령이 역사의식이 있다면 육군 소장이라는 직위를 ‘파 버릴 줄’ 알았다. (엮은이 주: 조현천 예비역 소장은 박근혜 탄핵 정국 당시 국군기무사령관이었다. 그가 탄핵 기각 상황을 상정하고 계엄령을 공포하고 시민들을 무력 진압하려고 했다는 기무사령부 문건이 공개된 바 있다. 체포영장이 발부되었으나 외국에서 도피중이다.)

 우리의 경제성장 역시 놀랍다. 외국에 나가보면 우리가 얼마나 부유한지 느낀다. 매년 다르다. GDP가 작년 7위다. 그건 맞다. 한국은 엄청난 부자나라. 3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5천만 명을 달성한 국가)이라고 하는데, 우리를 포함해 일곱 국가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상당한 경제성장을 한 것도 사실이다.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

 그러나 이면은 어떤가. 18년 째 자살률이 세계 1위다. 두 번 2위 했다. 자살의 내용도 안 좋다. 노인 자살률이 너무 높다. 어떤 해는 평균의 10배까지 나올 정도. 자연사를 앞둔 노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노인 빈곤률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대체로 매년 48~52% 수준이다. 유럽은 3~5% 사이다. 이런 나라가 없다. 부산, 광주 등지에 강연을 하러 가는 일이 잦다. 오전 10시에 강연하러 가면 오전 6시에 집을 나서는데, 그 시간에 폐지 줍는 노인들이 정말 많다. 있을 수 없는 이야기다. 전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잘 산다는 나라에서 노인들이 폐지를 주울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다가 힘이 처지면 목숨을 끊는 것이다. 어린 아이들의 우울증 발병도 전세계에서 가장 높다. 아이들은 온 세상이 궁금하고 즐거워야 한다. 한국 아이들은 기적적으로 우울해. 우리가 다 아는 바이다. 그 어린 나이부터 경쟁을 시키고 지식을 주입한다. 그리고 우리는 전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하다. 자산, 부동산 불평등이 상상을 초월한다. 상위 1%가 50.5%를 가지고 있다. 상위 10%가 96.4%를 가지고 있다. 하위 90%가 3퍼센트를 가지고 있다.

 정태인 씨는 “한국은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불평등한 공동체다.”라고 했다. 그 말에 상당한 근거가 있다. 그정도로 불평등한 나라가 됐다. 노동시간을 보면 어떤가. 작년 독일의 노동시간이 1,300시간이다. 지금 한국 노동자들은 2,000~2,100시간이다. 5개월 더 일한다. 노동 기계라고 봐야 한다. 노동자들의 죽음은 어떤가. 가장 심각한 주제다. 소위 산업재해 사망률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건 산업재해가 아니라 기업살인이다. 전세계에서 가장 높고 24년째 1위다. 2000년부터 2020년까지 4만 명이 넘게 죽었다. 일 년에 2,000명 이상의 노동자가 일하다 죽는다. 작년에 2,400명 죽었다. 이 정부 들어서 더 늘고 있다. 이를 뭐라고 불러야 하나. 이것이 정상 상태인가. 이것은 내전이다. 자본과 노동의 내전이 일상화된 것이다.

 영국이 유럽에서 기업살인으로 가장 악명이 높다. 영국은 계속 유럽 1위였다. 이것이 너무 크게 사회적 문제가 되어 2008년에 법을 개정했는데, 산업재해법이 아니라 기업살인법(엮은이 주: 기업과실치사 및 기업살인법Corporate Manslaughter and Corporate Homicide Act)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살인에 준하는 단죄를 하면 되는 것이다. 지금 중대재해처벌법을 누더기 법으로 만들고, 오히려 노동자가 더 많이 죽어가고 있다. 이것이 현실이다. 이러다 보니 자식을 낳지 않는다. 출산율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가. 인류 역사상 합계출산율 ‘1’이하가 2년 연속 지속된 적이 없는데 우리는 4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가르치는 여학생들에게 ‘아이들을 안 낳을 생각이냐’고 물으면, 전원이 그렇다고 대답한다. 이것은 하나의 현상이다. 이유를 물으면, 이 지옥 속에 내 아이를 넣을 자신이 없다고 한다. 너무 처절한 말이다. 다른 학생들이 다 공감한다. 이게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한국 사회에 묻는다. 이렇게 훌륭한 민주주의를 하고 아시아 민주주의의 상징까지 된 나라가, 모든 국민들이 존엄하게 살 수 있는 물적 토대를 마련해놓고 있는 나라가, 지옥같은 일상을 만들어냈는가? 미래가 보이지 않는, 그래서 주식과 가상화폐에 의존하는 카지노 자본주의에 빠져 있다. 왜 이런 사회가 되었나. 정권이 바뀌고 민주화도 되었는데 한국사회는 왜 이런가? 우리 일상은 왜 지옥으로 가나. 잘못된 정치에 그 원인이 있다.


수구-보수 과두제

 우리 삶을 규정하는 법을 만드는 이들이 여의도에 있다. 그들이 어떤 자들인가. 국회의원 300명 중 294명이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한다. 이런 나라는 전세계에 없다. 자유시장경제는 인간과 같이 못 간다. 이 점에 대해 성찰해야 한다. 시장경제가 좋은 걸로 한국인들은 안다. 놀라운 오해다. 시장경제라는 것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물론 있다. 그걸 이미 봤다. 지난 세기 내내 사회주의 계획경제와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경쟁했고 자본주의가 승리했다.

 왜, 어떻게 이겼나?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사회주의 계획경제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주었다. 인간은 사회주의를 할 수 없는 동물이다. 사회주의라고 하는 것은 계몽주의 이래 근대의 선각자들이 꿈꾸었던 이성의 기획이다. 모든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고 그 인간들이 이상적인 세계를 만들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인간의 탐욕에 기대서 생겨난 체제가 자본주의, 이성에 기반해 구성된 체제가 사회주의다. 그런데 인간이 이러한 이성의 기획을 수행할 정도의 존재가 아니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가 동유럽을 중심으로 붕괴했다. 우리 예상보다 훨씬 비효율적으로 작동한 것이다. 효율성 경쟁에서 자본주의가 이겼다. 다시 말하면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효율적이다. 그런데 자본주의는 자유롭게 놓아두면 인간을 잡아먹는다. 그래서 독일에서는 ‘야수 자본주의’라고 부른다. 사자, 호랑이, 표범… 야수들은 멋있고 매혹적이지 않은가. 그러나 인간을 잡아먹는다. 자본주의는 인간을 어떻게 지배하는가.

 테오도르 아도르노의 말이 가장 정곡을 찌른다. 자본주의가 인간을 지배하는 방식은 ‘현혹’이다. 눈을 부시 게 해서 정체를 못 보게 한다. 자본주의의 본질을 그처럼 꿰뚫는 말이 없다. 자본주의의 효율성과 야수성을 어떻게 조화시키면 자본주의를 유용하게 쓸 것인가. 효율성을 살리되 야수성은 통제해야 한다. 이 야수에게 재갈을 물리고 고삐를 채워서 통제해야 한다. 이것이 ‘사회적 시장경제’. 독일은 메르켈의 보수당이 그렇게 하고 있다. 자본주의는 체제 내에 필연적으로 두 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실업과 불평등이다. 자본주의를 잘 활용하려면 실업과 불평등 문제, 그에 따르는 불안과 빈곤을 국가가 책임지고 풀어야 한다. 사회적 시장경제란 국가가 개입해서 자본주의의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어떤 수단으로 하는가. 당연히 조세다. 사회복지국가는 조세국가다. 정의로운 조세를 통해서 조정하는 것이다. 사회적 시장경제에서 실업은 어떤 문제인가. 자본주의를 운영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라고 본다. 우리처럼 실업 문제를 개인에게 전가하지 않는다. 시스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난 독일 연방의원 가운데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하는 의원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우리는 300명 가운데 294명이다. 이것이 완전히 다른 사회를 만든 것이다. 지난 선거에서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하는 자유민주당은 국회에 입성하지 못했다. 보수 정당인 기민당/기민련이 사회적(social) 시장경제를 지지한다. 독일의 사민당은 사회주의적(socialistic) 시장경제를 지지한다. 시장경제를 인정하지만 인간이 존엄한 존재로 사는데 조건이 되는 영역은 시장에 맡기면 안 된다는 것이다. 교육, 주거, 의료. 독일에서는 대체로 의료체제의 70% 이상이 공공병원이고 대학은 96%가 국립대학이다. 이보다 더 왼쪽에 있는 녹색당 역시 시장경제를 인정하나 자연 생태계를 파괴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또 한 당은 좌파당이다. 좌파당만은 시장경제에 반대한다. 시장경제에 대한 사회주의적 대안을 모색한다. 그런 정당도 8% 가량 득표했다. 지난번 의회에는 이런 4개의 정당이 있었다. 이런 의회에서 어떤 정책을 만들까?

 그러나 한국 국회는 전부 인간을 잡아먹는 법을 만들게 될 것이다. 이것이 한국 사회의 근본 문제다. 민주주의, 정권 교체도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정치 지형과 체제가 잘못되었다. 아무리 선거를 해도 우리의 불행은 해결되지 않는다. 민주당이 진보고 국민의힘이 보수라는 인식은 당연히 잘못이다. 한국 정치지형은 보수와 진보의 경쟁 구도가 아니다. 수구와 보수의 70년 과두 지배 체제라고 보아야 한다. 수구와 보수가 4대 6, 6대 4로 구도를 형성하는 체제다.

 이것이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비극이다. 한국 정치의 비극은 좋은 보수가 없다는데 있다. 보수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공동체다. 여기서 개인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자유주의다. 보수는 그래서 가장 근원적인 공동체, 민족을 중시한다. 이런 공동체의 과거, 현재, 곧 문화와 역사를 중시하는 것이다. 나름대로의 한 공동체가 유지되기 위한 가치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공동체’를 주장하면 빨갱이라고 지탄받는다. 민족은 친북이라고 공격받는다. 역사 이야기를 하면 도망가거나 축소하거나 왜곡한다. 이런 보수는 세계에 없다. 이런 자들은 보수가 아니다. 수구라고 불러야 한다.

 문재인 정부 정도가 그저 보수와 유사한 정도인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역사적 사명은 좋은 보수가 되는 것이라고 항상 말해왔다. 그래야 보수를 참칭하는 자들이 사라진다. 그런데 진보를 자칭하니 수구가 보수를 참칭하고,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진보를 갉아먹는 것이다. 좋은 진보가 등장할 공간을 열어주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사명인데 끊임없이 진보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체제 변화를 염원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구조를 먼저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진보세력의 잠재력만은 매우 크다. 정치지형의 불리함과 국민 인식을 넘어선다면 한국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다. 지금 한국 정치의 근본적 문제는, 우리가 잘못 이해하는 정치지형이다. 김종인씨가 한국 정치 전면에 등장해 있다. 그것은 그가 계몽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한국 국민들이 자꾸 헛갈린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다른 정당이라고 생각하기 때문. 김종인씨가 몇 번을 왔다갔다 했나? 두 당이 같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것이다.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폭로하기 위해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두 정당의 차이는 하나다. 김정은에 대한 시각 뿐이다. 그러나 이재용을 어떻게, 한국 자본주의를 어떻게 볼 것인가는 똑같다. 대북정책이 조금 바뀌는 것 뿐이 유일한 차이점이다. 이제는 정발 대안적인 정당을 찾아야 한다. 이것이 핵심적인 문제다.

 가장 중요한 해법은 선거법 개정이다. 민주당의 작년 선거법 개정은 추한 일이었다. 민주당의 자기부정이며 기회주의적인 행태라고 칼럼을 쓴 뒤 공격을 당했었다. 독일처럼 사표가 발생하지 않는 선거법, 민심이 표심으로 그대로 드러나는 선거법이 만들어진다면 한국에서 진보를 표방하는 정치세력이 20% 이상 득표할 것이라 본다. 환경, 생태 문제를 집중 제기하는 정당도 5% 이상 얻어서 여의도가 다양한 정치세력이 있는 곳이 될 것이다. 지금 두 개의 정당이 야합하는 수구-보수 과두 체제가 한국 사회의 정상적 발전을 가로막고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 우리의 과제가 될 것이다. 강연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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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서 온 편지 37호] 편지를 띄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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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서 온 편지 | 2021.09.30 | 추천 0 | 조회 712
■ 미래에서 온 편지 37호(2021.09.) □ 편지를 띄우며 모두가 어디인가를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경로나 속도는 제 각각이지만, 심지어 목적지가 정확히 어디인지를 모르면서도, 여하튼 우리는 달립니다. 어쩌면 어디로 가야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열심히 달리는 것인지 모릅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가 달리고 있고, 여하간 뒤처지면 안 된다 싶거든요.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대선경주는 일견 달라 보입니다. 적어도 당선과 집권이라는 목표가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미 목적을 알 수 없는 경쟁에 지칠 대로 지쳐 있는 많은 이들에게, 지금의 대선경주는 무의미합니다. 결과가 드러날수록, 우리 대부분의 삶은 나아질 것 없이 오히려 더 나빠질 것이 분명해질 뿐입니다. 이 의미 없는 모든 경쟁을 종료시키고, 인간을 위한 목적과 인간다운 경로와 속도를 제안하고 안내할 수 있는 이는 과연 누구일까요?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가, 지배계급만의 축제가 아니라 우리들 삶을 바꾸는 노동자·민중을 위한 체제전환의 축제로 바뀌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또 다른 영웅의 출현이나 정권교체는 분명 아닐 것입니다. 해답은, 부당한 해고에 맞서 500일을 넘게 길에서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 그 길에 밥으로 연대하는 시민들, 이 모든 투쟁과 연대를 집결시키는 총파업, 그리고 이 투쟁을 정당정치로 조직화하는 데에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목적과 우리의 길을 재탐색하는 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서른일곱 번째 미래에서 온 편지를 띄웁니다. [미래에서 온 편지] 편집위원회 김석정 나도원 안보영 이용규 적야 정상천 현린 [제목을 누르면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 편지를 띄우며 □ 기획 : 1020 총파업의 의미와 과제 □ 기획 : 2021 정기당대회를 다녀와서 □ 특집 : 코로나 이후 세계체제 □ 정세 : 생태사회주의의 과제 □ 현장 : 500일 길거리 농성의 대답 □ 사람 : 밥연대술사 - 현은희 □ 역사 : 경성의 재발견 03 □ 도서 : 19호실로 가다 □ 영화 : 피비린내 나는, 하지만 통쾌하지는 않은 남미 서부극 □ 사진 : 2021 노동당 정기당대회 현장

Date 2021.09.30  | 

By 미래에서 온 편지

[미래에서 온 편지 37호] 기획 : 1020 총파업의 의미와 과제
[미래에서 온 편지 37호] 기획 : 1020 총파업의 의미와 과제
[미래에서 온 편지 37호] 기획 : 1020 총파업의 의미와 과제
미래에서 온 편지 | 2021.09.30 | 추천 2 | 조회 569
■ 미래에서 온 편지 37호(2021.09.) □ 기획 : 1020 총파업의 의미와 과제 1020총파업 자본주의 체제를 향한 투쟁의 신호탄이 되길...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  추석 명절이 지났다. 가족들이 모여 앉아 두런두런 덕담을 나누며 송편을 빚는 그림은 동화책에나 나올 이야기 같다. 보름달은 저렇게 환한데, 노동자들의 삶은 밝지가 않다. 손으로 꼽을 수도 없는 수많은 투쟁 사업장 노동자들에게는 서러운 추석이다. 박근혜가 내려오고 삼성 이재용이 구속되면 세상이 조금 바뀌려나 했다. 노동 존중을 외치는 대통령으로 바뀌었지만 노동 존중은 온데간데 없다. 비정규직과 해고자, 탄압받는 노동자, 처참히 짓밟힌 민주노총, 구속된 민주노총 위원장이 있을 뿐이다. 코로나19 펜데믹 상황이 겹쳐 노동자들의 삶은 더더욱 힘들어졌다.  2년 가까이 지속된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것이 변했다.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달려 있는 일자리는 기하급수적으로 축소되었다, 작년 기준 전세계적으로는 2억3천만 개의 일자리가 축소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부자들은 더더욱 부자가 되었다. 자산 10억달러(약 1조1천4백억 원)이상의 억만장자들은 평균 27.5%이상의 자산 가치를 늘렸다. 세계 억만장자 10명의 재산은 전 세계 모두를 위한 코로나 백신 비용을 지불하기에 충분한 금액이다.  한국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작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실질 실업자 수가 310만 명을 넘어섰고 노점상이 사라졌다. 이주 노동자는 공적 마스크 한 장 지급 받지 못하고, 자영업자들은 가게 문을 닫았다. 가계 부채가 1,800조를 넘어섰다. 반대로 재벌 총수들의 급여는 상승했다. 30대 재벌 사내 유보금은 1,000조를 넘어섰다. 소득 상위 0.1%가 하위 10%의 120만 배에 달한다. 코로나19 상황도 재벌에겐 천국, 노동자-민중에게는 지옥이다.  촛불항쟁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반노동, 친자본의 길을 어김없이 걸어왔다. 노동 존중도 비정규직 제로, 최저임금 1만원, 노조할 권리 보장에 대한 약속도 모두 폐기되었다. 이런 상황에 대통령 선거 시계는 빨라지고 있고 권력 쟁탈전은 아귀다툼으로 치닫는다. 노동자의 삶을 들여다보는 이는 없다. 오히려 주 120시간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둥, 주 52시간을 철폐와 자율 계약을 말한다. 불평등을 공고히 하는 반노동 사회로, 자본주의의 영속성을 강조하는 후보만 넘쳐난다. 더 이상 권력 교체는 노동자 민중의 삶을 바꾸지 못한다. 이젠 체제 교체를 이야기할 때다. 조직된 노동자들이 앞장서야 한다. 이러한 정세적 판단 속에 민주노총은 지난 2월 대의원대회를 통해 불평등 사회를 바꾸는 거침없는 총파업을 결의했고, 3월 중앙위원회에서 총파업 5대 핵심 의제와 15대 투쟁 요구를 확정했다.  하나, 비정규직 철폐, 노동법 전면 개정 요구다. 청년, 여성, 고령, 이주 노동자들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착취 구조를 바꾸기 위한 요구다. 자본의 이윤을 보장하기 위해 무권리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노조법 2조 개정을 비롯한 교원·공무원 노동 기본권 보장이 포함되어 있다.  두울, 정의로운 산업 전환과 일자리 국가 책임이다. 기후 위기 대응, 산업 전환 등은 노동자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지속 가능한 미래를 공유할 수 있다. 해고 금지와 재벌 특혜성 기간 산업 매각을 중단하고 공적 자금이 투입된 기간 산업은 국유화 해야 한다. 독일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루프트한자 항공사가 파산 위기를 겪자 긴급 지원을 통해 국유화됐다. 스페인은 모든 민간 병원의 한시적 국유화 조치를 단행한 바도 있다.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 한국판 뉴딜 정책 운운하지만 속내는 삼성과 현대 등 재벌 기업을 지원하기 위함임을 누구나 안다. 데이터 3법 도입과 BIG3 산업 집중 육성은 자본을 위한 규제 완화용 포장지일 뿐이다.  세엣, 주택, 의료, 교육, 교통, 돌봄 공공성 강화에 대한 요구다. LH 부동산 투기 사건을 보면서 평생을 일해도 집 한 채 마련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절망했다. 코로나 상황은 교육, 의료, 돌봄 등 사회 구조 자체가 흙수저, 금수저로 대물림 되는 불평등 상황을 더욱 분명히 드러냈다. 부동산 투기 세력의 불로소득을 환수하고, 재벌 대기업의 법인세 인상하고 사회 공공성은 강화해야 한다.  민주노총의 요구는 단 하루 총파업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불평등한 자본주의 체제를 바꾸기 위해 지속적으로 싸워야 할 과제이다. 다만 자본주의 구조에서 노동자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무기가 총파업임은 분명하다. 생산과 물류, 소비를 멈추고 또 다른 투쟁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전국 현장 순회를 비롯해 각 지역 본부와 산별 연맹을 중심으로 총파업 조직화에 나서고 있다. 11월 전국노동자대회를 거쳐 12월 전국동시다발 민중대회, 그리고 내년 1월 민중총궐기에 이어 대선 투쟁으로 이어질 계획도 체제 변혁을 위한 과정이 되어야 한다.  10월 20일. 민주노총은 총파업에 돌입한다. 한날 한시 일손을 멈추고 거리로 모이자. 민주노총에 대한 정부, 정치권, 수구보수 언론들의 맹공격이 이미 시작됐다. 귀족 노조, 노조 이기주의 프레임도 여전하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는 좀처럼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총파업이라니. 맞다. 지속되는 코로나 상황으로 총파업 조직에 어려움도 존재한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자본의 심장부를 겨냥하고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민주노총의 이런 요구가 과연 귀족 노조, 노조 이기주의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위원장을 강제 연행하고 구속시킬 사유가 되는지 묻고 싶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짓밟고, 민주노총을 탄압하더라도, 110만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굴하지 않는다. 우리의 요구가 옳기 때문이다. 절박하기 때문이다. 정당하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조직된 힘만이 불평등 세상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늦출 수 없기 때문이다.  변이 바이러스가 지속적 출현으로 코로나의 완전 종식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치명률을 낮추고 방역 체계를 갖추는 방식으로 코로나와의 공존을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기후 위기와 디지털 산업, 4차 산업의 가속화는 노동자들에게 또 다른 공포로 다가온다. 생명과 안전보다 돈을 우선하는 자본주의에서는 더 이상 희망을 이야기할 수 없다. 자본의 탐욕을 위해 차별이 정당화되고 불평등을 공고히 하는 체제를 바꾸어야 한다. 민주노총의 총파업이 체제 변혁의 신호탄이 되길 기대한다. 10월 20일 총파업 투쟁 선봉에서 말합니다. 기간산업 국유화,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 철폐 세상을 바꾸고 행복하게 살아 봅시다. 권수정 금속노조 부위원장  금속노조는 인더스트리올(국제제조노련) 가입 사업장이다. 작년 이맘때 인더스트리올 화상회의를 했다. 각국의 코로나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논의를 하는데 유럽 국가 동지들이 우리에게 질문을 했다.  “코로나라는 전염병이 돌아서 우리는 파업을 하는데 한국은 왜 라인이 계속 도니? 조합원들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았는데 니네는 왜 파업을 안하니?”  맞다. 우리는 코로나 이후에도 라인이 멈춘 적이 없다. 생산을 위해 코로나 이전처럼 코로나 이후에도 날마다 날마다 노동자들이 죽어나가고 있다. 전국이 3단계 혹은 4단계로 2인 이상 모임을 금지해서 집회를 못해도 수천 명이 모여서 일하는 공장은 사람을 잡아먹으며 팽팽 돌아간다. 이미 전문가들이 실외 집회는 실내 감염 확률의 1/17 정도고, 실외 전파 발생 비율은 1%보다 낮다는 보고가 공개되었다. 라인은 돌고, 노동자들은 죽으며 일하고, 집회는 못한다. 그런데 왜 경제는 어려운가? 생산이 중단된 적이 없는데 왜 경제는 어려운가?  실제로 어려운 산업이 있다. 비행기가 날지 않으니 항공사는 어렵다. 그래서 아시아나가 망했다. 2020년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무자본 인수한다는 계획이 발표되었다. 무자본 인수? 돈 없이 어떻게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인수할 수 있는 걸까? 계획이 발표될 당시 대한항공은 이미 부채가 23조 원에 달했다. 이미 빚더미에 있는 대한항공이 무슨 수로 아시아나를 거저 먹는다는 말일까? 정부가 산업은행에 있는 국민 세금 8천 억을 투자해 아시아나를 대한항공에 거저 준다는 것이다. 대한한공과 아시아나를 합치면 한진그룹 조씨 일가는 세계 10위의 항공사를 거느리게 되고 그 수익은 모두 대한항공이 가져간다는 것이다. 이런 식이니까 조씨 일가가 인간에 대한 예의 없이 갑질하고 다닌다. 뭐가 무섭겠는가.  대한민국 돈 많다. 작년 한해만 기업이 어렵다고 정부가 퍼준 돈이 240조가 넘는다. 그 돈이 다 어디로 갔길래 경제는 계속 어려운가? 그 돈이 경제를 살린 것이 아니라 사장들 아가리로 들어가니 그놈들만 배부르고 경제는 여전히 어렵고 노동자들은 거리로 내몰려 대책없이 생계를 걱정해야 한다. 기업이 어려워서 세금으로 살린다면 국유화해야 한다는 것이 공식이 되어야 한다.  당장 먹고살 돈이 없어 자살하는 일가족이 있는 나라에서 정부가 세금 8천억을 23조의 빚쟁이 기업에 주면서 투자라고 말하는 걸 공정하다고 할 수도, 정의롭다고 할 수도 없다.  공적 자금, 국민의 세금 8천 억을 투자할 거면, 그 결과의 이익도 공적으로 환수되어야 한다. 기간 산업 국유화는 세금 내는 국민으로서 납세자의 요구다.  국유화한 기업은 어떻게 운영해야 할까? 우리 돈으로 기업을 샀으니, 당연히 우리 손으로 운영해봐야 한다. 모두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하루 8시간 주 4일 근무제를 제안한다. 국유화한 기간 산업 먼저 그렇게 운영해 보면 된다. 기업 하기 좋은 나라의 이윤을 위해 일하지 말고, 노동하기 좋은 나라의 평등한 가치를 위해 일하면 된다.  스웨덴은 하루 6시간 주 30시간 노동제를 설계하고 있다. 독일은 하루 8시간 주 4일 근무제로 32시간 노동제를 계획하고 있다. 핀란드는 작년부터 주 28시간 노동제를 목표로 가고 있다. 동지들은 어느 나라가 마음에 드는지 궁금하다. 나는 독일 정도면 좋을 것 같다. 하루 8시간 씩 4일만 일하자. 비정규직을 없애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일자리를 나누어 주 32시간 노동제로 일자리를 나누자.  경제가 어렵다는 핑계로 사람을 짜르니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몰린 노동자들은 굶어 죽을 걱정이고, 코로나 때문에 잘나가는 기업은 더 고용하지 않으니, 죽을 때까지 일을 하는 꼴이다. 쿠팡에서, 현대중공업에서, 현대제철에서, 포스코에서, 화력발전소에서, 집배원 노동자들이, 건설 노동자들이, 이주노동자들이 허구헌 날 죽고 있다. 한 사람이 일하던 거 두 사람이 일하면 이렇게 노동자들이 죽어나가지 않는다. 교통 정리를 하자. 사회적으로 노동 시간을 단축해서 일자리를 나누고,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것은 불법으로 만들어서 안정적인 고용을 확보해서 맘 편하게 안전하게 일하면서 살아보자.  민주노총이 10월 20일 110만 총파업을 하자는 것은 이런 말이다. 더 이상 짤리지 말고, 더 이상 죽지 말고, 안전한 일터에서 하루 8시간, 주 4일만 일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총파업이다. 그 투쟁의 선봉에 서겠다. 세상을 바꾸는 총파업, 민주노총 답게 힘차게 투쟁하고 행복하게 살아보자. 내가 낸 세금이다, 기간산업 국유화하라! 노동시간단축 안전한 일터 총파업으로 쟁취하자! 21세기 자본주의 파열 투쟁에 나서자! 정운교 공공운수노조 서울본부장  어느 청년들은 하루에 2~3개의 알바를 하며 살고 있고, 어떤 놈은 6년 근무하고 퇴직금 50억을 받아가는 사회. 코로나에도 떼 돈 번다는 놈들이 있는가 하면, 무대에 서야 하는 노동자들은 배달 전선에서 하루를 이어가고 있고, 지옥과 같은 노동 현장이라는 쿠팡의 통근 버스 정류장에는 오늘도 수많은 청년들이 줄을 서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 주소다.  이러함에도 수구-보수 양 당은 내년 대선과 지방 선거 준비로 자신들만의 축제를 즐기고 있다. 대통령 자리가 눈앞에 보이고 새로운 권좌들이 펼쳐지는데 어찌 흥분되지 않겠는가?  2021년 10월-11월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 총파업 총궐기 투쟁이 결의 되었다. 그 사전 투쟁이라도 되듯, 새해 벽두부터 반자본 반정부 투쟁의 전야가 공공운수노조 각 단위 사업장에서 전개되어 왔다.  비참하리 만큼 억압 받아 온 LG트윈타워 청소여성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끈기 있는 투쟁 승리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은 물론, 대한항공에 이어 LG그룹 친족 재벌 경영의 민낯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었다. 또한 정치 권력과 결탁된 금호아시아나 총수를 겨냥한 아시아나 케이오 해고 청소 노동자들의 500일이 넘는 투쟁은 멈출 기세를 찾기 어렵다. 코로나 이후 공공 부문의 1000인 해고자 복직 투쟁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전국 곳곳에서 해고자들이 발생하였다. 그러나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책무가 있는 정부는 자신들의 책임은 회피한 채, 코로나 정치만 하고 있다. 오히려 노동자 민중들의 최소 요구 투쟁들을 묵살하다 못해 이제는 공권력을 동원한 탄압과 구속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월 3일, ‘더 이상 죽이지 말라’ ‘불평등 사회, 비정규직을 철폐하라’는 기층 노동자의 목소리를 원천 봉쇄한 총리 김부겸 행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민주노총을 코로나 전파의 원흉으로 매도 시켰다. 그리고 이재용은 사면 시키면서도 노동자들의 대표 양경수 위원장은 구속 시켰다. 또한 지금도 약자들의 목소리를 차단하기 위해 허위 사실들을 만들어 내는 공작 정치를 벌이고 있다. SPC를 보라! 기본적인 노동권을 요구하는 화물 노동자 100여명을 연행하고 구속과 구속영장 발부를 거침없이 하면서 자본의 선봉장이 되어가고 있다. 과히 코로나 파시즘 정치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그러나 자신의 삶을 스스로 바꾸려는 기층 노동자들의 투쟁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건보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3차에 걸친 장기 파업 투쟁에 이어, 매일 같이 죽어 나가는 건설현장의 노동자들, 아직도 여성 차별의 아성이라 할 수 있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 그리고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함께 10월 총파업으로 나아가고 있다. 대략 30만 대오가 예상된다. 또한 공공 병원 확대, 공공 병상, 간호 인력 확대를 요구하는 의료 노동자들의 총력 투쟁을 시작으로 공공 부문의 공공성 강화와 노동권 확대를 위한 11월 총파업 총궐기 투쟁이 준비되고 있다.  그런데 올해의 노동자 투쟁은 아직은 무엇인가 양적으로는 부족해 보이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그 투쟁들이 향하는 곳이 하나로 모아지고 있다. 그것은 저들만 싸우게 해서는 아니 된다는 연대와 우리만 바뀌어서는 아니 된다는 사회 변혁의 지향점을 향하고 있다. 질적으로는 고무적이다.  변혁기다!  이제 더 이상 정권이 바뀌거나 재창출 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기층에 전파되고 있다. 이미 한국 뿐 아니라 21세기 자본주의의 파열이 세계 곳곳에서 시작되고 있다. 칠레 등 남미에서, 홍콩, 미얀마, 태국, 필리핀 등 아시아에서, 유럽 각지에서, 아프리카에서 그 계는 조금씩 다르지만 지배 계급을 향한 투쟁, 민중들의 반 자본, 반 권력 투쟁이 이어지고 있다. 오히려 한국은 지난 문재인 정부 동안 파열의 시계가 잠시 멈추었고 조금은 뒤쳐짐이 있다. 그러나 자유 부르주아의 길을 가는 문재인 정권은 우리 노동자 민중의 대안이 될 수 없다. 수구 세력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1990년 건설된 다음 해인 91년, 전노협은 적어도 자본의 흐름을 마비 시키겠다는 산별 노조 건설과 함께 노동자가 직접 세상을 바꾼다는 노동자 정치 세력화의 조직 목표를 가졌다. 올해로 30년이 지났으나, 딱 잘라 말해 부르주아 의회 정치를 좇은 결과 진보 정치는 정체 내지는 후퇴 되어 민주노동당 이전의 상태 돌아갔고 현재의 양당 정치를 낳았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목표를 분명히 했으면 한다. 우리의 목표는 새로운 권좌에 앉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위해 그 권좌들을 없애는 것이다. 앞으로 있을 대선과 지방자치단체 선거는 노동 현장의 요구와 사회 곳곳의 반 자본 투쟁을 기반으로 한 체제 변혁 운동에 다수 민중들이 동참하게 하는 공동 투쟁의 장이 되어야 한다. 10월 민주노총 총파업은 그 시작이고, 그 투쟁의 끝은 사회 대전환의 시작의 될 것이다. 그리고 자본의 종말을 앞당기게 될 것이다. 투쟁!

Date 2021.09.30  | 

By 미래에서 온 편지

[미래에서 온 편지 37호] 기획 : 2021 정기당대회를 다녀와서
[미래에서 온 편지 37호] 기획 : 2021 정기당대회를 다녀와서
[미래에서 온 편지 37호] 기획 : 2021 정기당대회를 다녀와서
미래에서 온 편지 | 2021.09.30 | 추천 0 | 조회 431
■ 미래에서 온 편지 37호(2021.09.) □ 기획 : 2021 정기당대회를 다녀와서 고미경 광주시당 대의원  노동당 가입 이후 대의원의 역할로 처음으로 참석해본 정기 당대회였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후기를 쓰라는 부탁을 받고 이런 글을 쓸 거였으면 좀 더 세밀하고 촘촘하게 기억해둘 걸 하는 아쉬움을 가져본다.  전국에 노동당 동지들을 보니 뿌듯했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살아가고 있을 열정이 내게도 전달되어왔다. 정권이 아니라 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슬로건도 멋지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준비팀과 영상팀 모두의 눈빛에서 동지적 애정이 느껴진다. 선물 주신 조창익 동지 언제 봐도 겸손하시고 가끔 투쟁의 현장에서 뵙게 되는데 존경하는 선배 동지인데 반갑게 인사 나누었다. 이갑용 위원장 동지와 홍세화 지도위원 동지 내가 가까이하기엔 멀리 있는 유명인이었지만 당원으로 함께 만나니 새로웠다. 노래하는 이혜규 동지의 노래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내가 동영상으로 촬영하였다. 열성팬이다. 오늘도 출근길에 이어폰으로 노래를 흥얼거리며 바로 지금이 혁명을 시작할 때, 바로 지금이 해방을 노래할 때 흥얼흥얼~~ 사전 프로그램에서 혁명의 기운을 듬뿍 받았다.  사회주의 대중정당 건설을 위한 준비위원회 구성 안건에서 열띤 토론들이 진행되면서 사람들 앞에서 본인의 주장이나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어쩌면 저리도 주장이나 의견을 잘 펼치는지. 대중정당이라는 슬로건답게 사회주의의 외연을 확대하고 다양한 생각과 고정관념 나름의 소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민중들에게 대안세력으로 노동당이 우뚝 서려면 작은 차이는 극복하고 함께 가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좌파 단위의 통일 대오로, 우리가 흩어져 고립될 것이 아니라 극복하고 단결의 기운을 높여내는 흐름들이 만들어지고 더욱 활발한 논의들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준비위원회 구성이라는 첫발을 띠었지만 앞으로도 여러 난관 들을 잘 극복해 나갔으면 한다. 내가 노동당에 주인으로 노동당이 더욱 번성하여 체제를 바꾸는 그 투쟁의 삶에 작은 주춧돌이고 싶다. 김민호 인천시당 대의원  인천시당은 2019년 당대회 이후, 안건 의결 결과에 불복한 전임 위원장과 많은 당원들이 탈당하면서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었다. 하지만 새로운 지도부 구성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2020년 공식적인 모임이나 활동 없이 한해가 지나가 버렸다.  현재 상황은 힘들지만 작은 부분부터라도 어려움을 극복해 보고자 하는 당원들이 2021년 4월 당직 선거를 통해 (비록 시당위원장은 선출하지 못하였으나) 3개 당협 위원장과 전국위원 2인, 대의원 2인을 선출하여 이번 정기 당대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그동안 주요 당대회가 당 진로와 관련된 안건이었기에, 의결 결과에 불복한 당원들의 탈당으로 당대회 이후 어려움이 반복되어 왔지만, 이번 당대회에 상정된 안건들은 당의 직접적인 진로에 대한 결정은 아니라고 판단되어 큰 부담을 가지지 않고 당대회에 임했었다.  대의원 정원이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지만 회의에 임하는 대의원들의 진지한 토의는 어느 당대회 때와 다름없었고,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대의원이 발언을 할 때도 경청해 주었으며, 의견의 차이가 있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음을 느끼게 했다.  코로나 장기화로 당장 당대회 장소를 구하기도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당대회가 제대로 개최하게 될지 걱정하였는데, 당직자를 비롯해 당대회를 준비한 당원들과 각자 바쁜 일정에서도 적극 참석한 대의원들로 무사히 당대회를 마칠 수 있었다.  내년에 개최하게 될 당대회는 우리당의 희망을 발견하는 자리가 되어, 많은 당원들과 함께 흥겨운 대의원 대회가 되길 희망해 본다. 윤정현 서울시당 대의원  당대회 투표권을 가지고 참석한 첫 번째 당대회였다. 전국위원회부터 논란이 되었던 안건들에 대해 역시나 당대회에서는 더 많은 토론이 진행되었다. 사실 전국위원회부터 계속 봐도 종이에 적힌 안건 내용 이면의 의도들을 다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지나고 보니 당대회 찬반 토론을 하는 분들도 엄청 함의가 많은 토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중간에 안건 철회 의견이 그나마 가장 솔직하고 다른 의도 없는 주장이었던 것 같다.  어떤 잘못이나 실수가 있었다고 해도, 그 자리에서 다수를 설득하지 못한 의견들은 사라지고 이제 다수가 찬성한 의견들이 그다음 일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는 왜 그 의견에 찬성했는지 혹은 반대했는지는 접어 두고 다음을 어떻게 잘할지 고민해야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1권역 전국위원으로 1권역 당원들의 의견을 어떻게 대의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반성해본다. 이건 코로나 시대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이주영 서울시당 대의원, 검표원  나는 당대의원으로서 당대회 의결과정을 즐기고 싶었으나, 재정 부족으로 검표 알바를 고용하지 못해서 자원 검표 3인 중 한 명으로 참석하였다. 두 개 구역으로, 구역 당 검표 2인, 총 4인을 배정해야 하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한 명이 검산을 맡고 3인 체제로 운영하게 되었다. 다들 당대회 검표는 처음이었다. 당시에는 모두 검표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지나고 보니 첫 과업을 모두 잘 수행하였음을 알게 되었다. 검표 요원들에게 크게 감사한다.  나도 예전에는 당대회 검표 시간이 길어 좀 의아하게 생각했었는데 직접 해보니 이해가 되었다. 거수한 표찰 수만 세는 것이 아니고 대의원 표찰 번호도 함께 기재해야 하며 배정된 검표 2인의 결과치가 서로 맞아야 한다. 안 맞으면 다시 검표를 해야 한다. 나중에 표결표는 공개되기에 한 표라도 실수하면 안 되는 중요한 작업이다. 그래서 검표는 신중하고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무슨 일이든 내가 해 보지 않은 영역은 이해가 부족하기 마련인데 이번에도 새삼 같은 걸 느낀다. 그래서 검표 중에 한 대의원이 왜 이리 늦냐고 호통을 치셨는데, 당대회를 느긋이 앉아서 즐기지 못하고, 수고하는 자원 검표원들은 순간 사기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 검표원들 전부 각기 일인 이역을 했다. 대의원 겸 검표원, 영상 촬영 겸 검표원.  검표 검산이 안 맞아 두 번째 요청할 때는 대의원들이 표찰을 높이 번쩍 들어 협조를 해주셔서 고마웠다. 최평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노동당 당대회 참관하고 나서. 안녕하십니까?노동당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최평지입니다.  먼저,추석 연휴에 가족과 이웃들과 즐겁게 지내셨는지 안부를 묻습니다. 언제 힘들지 않은 해가 있었겠습니까 마는 올 한해는 유독 힘들고 어려운 한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자본주의 위기를 노동자 계급에게 떠넘기려는 자본과 권력의 폭력적 탄압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한해였습니다. 코로나 위기로 불안정 고용 노동자는 훨씬 힘든 한해였고 방역을 명분 삼아 자본과 권력은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폭력적 탄압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권리인 집회와 시위를 범죄시 하는 악마적 본성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중소자영업자들은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 받아서 절벽으로 굴러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자본가 계급 정당들은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재화를 누가 주도적으로 빼앗을 것인가를 두고 보기에도 구역질 나는 쟁투에 갇혀 노동자 서민의 삶과는 무관한 이전투구를 벌이고 기득권자들의 대변 기관인 언론은 매일 도배를 하듯 전파와 지면을 독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노동당은 “정권이 아니라 체제를 교체해야 한다”는 명제를 전면화 하기 위한 나름의 노력을 다해 왔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사회주의 대중정당 건설을 위한 다양한 논의를 진행 해왔습니다.  우리당은 지난 9월 11일 2021년 정기 당대회를 열어 2가지 안건을 형식적 토론(내용에 대한 충분한 소통 과정이 부족한)을 거쳐 의결하였습니다.  물론 당대회 전 중앙당은 3회에 걸친 안건 설명회를 온라인으로 열었고, 문화예술위원회도 안건 설명회를 온라인으로 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안건 설명회는 중앙당 관계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당원들의 낮은 참여도로 인해 안건 설명회를 열었다는 자기 위안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물론 코로나19 상황의 특수성이 많은 제약을 불러온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당의 앞으로의 진로를 결정하는 매우 중대한 당대회 의제를 당원들에게 온라인으로만 당대회가 열린다는 사실과 안건 설명을 하고 말아야 했는지, 당원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다가갈 방법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할 수 없었는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 부족이 당대회에서 일부 안건에 대한 '안건 철회'를 주장하는 대의원 까지 나오게 하였던 것이 아니겠습니까?  특히 두 번째 안건에 대한 당원들의 광범위한 의견 수렴 없이 대의원대회에서 형식적 결의가 불러올 부작용은 우리당의 앞날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지 걱정을 떨쳐 버릴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걱정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에 평소에 생각했던 내용을 의견으로 안건 별로 말씀 드려 보겠습니다.(당대회 당시 참관인이어서 발언권이 없었던 점.)  1.지금까지 2년마다 열었던 정기 당대회를 매년 열기로 당헌을 개정하였습니다. 이 항의 당헌 개정은 그나마 당활동에 적극적인 당대의원들의 당활동에 활력을 불어넣고 정치 정세에 맞는 당의 정치 사업을 전개하고자 하는 당헌 개정 뜻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 사무총국의 성원들조차도 당헌 개정의 의의와 현실 사이의 간극이 해소되지 않은 당위성 중심의 당헌 개정으로 보여집니다. 따라서 이 항의 당헌 개정에는 몇 가지 동시에 추진되어야 할 전제가 필요해 보입니다.  1)당의 정치적 방침이 모든 당원에게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마련되어야 합니다.(우리 당원 중에 이번 당대회 개최 사실조차 모르는 당원이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2)중앙당 지도부의 위상과 역할이 규정되어 당 대표단은 정치적 구심으로서 역할에 집중해야 하고 실무 집행 부서는 당 지도부의 정치적 방침을 실제적으로 현실화 해내서 집행하는데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양자 간의 유기적 결합도는 매우 중요한 전제적 조건입니다.  3)당원들의 당 사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참여를 끌어 내기 위한 당 내부의 사업이 준비되어야 합니다.  4)이러한 사업들이 가능할 수 있는 조건들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대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5)현재의 사무총국의 조건으로는 당면 현안을 처리 하는데도 어려울 수밖에 없는 사정임을 감안하여 사무총국 강화가 실제적으로 검토 되어야 합니다.  6)현재 사고 광역당부의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 계획과 당부가 구성되어 있으나 당 활동이 정체되어 있는 부분을 해소하기 위한 사업이 적극적으로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외에도 보다 많은 내용이 검토되고 준비가 필요 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이러한 내용을 채울 때, 많은 것이 동원되는 당대회를 매년 여는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2.두 번째 안건으로 사회주의 대중정당 건설을 위한 준비위원회 구성에 대한 안건입니다.  이 안건은 상당한 토론이 진행되었으나, 문제의 본질에 대한 토론이 몇몇 대의원에 의해 제기 되었지만 본격적인 토론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그저 그런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정리되고 방법론적인 문제만 부분적인 수정을 거쳐 ‘준비위원회’를 구성 하는 것으로 의결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안건에 대한 노동당 당원 동지들의 우려는 여전히 상당한 수준이었습니다.  노동당 당원 동지들의 조직 통폐합에 대한 우려는 그간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오히려 당연한 반응입니다.  특히 당대회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중앙당 몇 사람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하향식 사업 방식은 재고되어야 합니다. 다소 속도가 늦더라도 많지 않은 당원들마저 소외 시켜 가면서(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추진하는 당 건설 작업이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당대회를 거쳤지만 우리 당이 당원 동지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성원 속에 '사회주의'정당으로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의 문제를 깊이 있게 고민하면서 구성될 ‘준비위원회’가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1)무엇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추상적으로 ‘사회주의 대중정당’ 건설이라는 말만으로는  안될 것입니다.)  2)누구와 함께 할 것인가가 명확해야 합니다.(통합의 대상이 명확해야 하고 그들의 내용이 당원들에게 정확하게 설명되어야 합니다.)  3)무엇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가 분명해야 합니다.(다가올 대통령 선거와 지방 선거에 대응 하기 위해서 라는 또는 이러한 선거를 통해서 라는 구름 잡는 방식이 아닌 구체적으로 무엇을 통해서 이어야 합니다,)  4)‘준비위원회’ 구성과 준비위원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내용에 대해서 당원들에게 소상하게 밝혀 당원들의 의견을 듣는 온,오프라인의 공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5)당의 공식적인 논의 기구(상임집행위원회, 중앙집행위원회, 전국위원회, 대의원대회)만의 의결로 문제를 풀 것이 아니라 사전에 평당원들과의 공감대를 만들기 위한 장치를 만들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 당 내의 이해와 공감대가 형성된 후 공식적인 회의 기구에서 의결 절차를 밟는다면 훨씬 힘 있는 결의가 될 것입니다. *이상에서 말씀드린 것은 중앙당의 요청으로 당대회 참관 후기를 정리해본 개인의 의견입니다. 부족한 소견에 당원 동지들의 고견이 더해저 우리 당이 한걸음 더 발전 하는데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노동당 만세 !!! 사회주의 만세!!! 감사합니다. 2021년 9월 말 노동당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최평지 드림

Date 2021.09.30  | 

By 미래에서 온 편지

[미래에서 온 편지 37호] 특집 : 코로나 이후 세계 체제
[미래에서 온 편지 37호] 특집 : 코로나 이후 세계 체제
[미래에서 온 편지 37호] 특집 : 코로나 이후 세계 체제
미래에서 온 편지 | 2021.09.29 | 추천 0 | 조회 374
■ 미래에서 온 편지 37호(2021.09.) □ 특집 : 코로나 이후 세계 체제 코로나 이후 세계 체계 강연 : 박노자 교수 정리 : 이용규 편집위원  호주의 친구들에게 듣기로, 옛날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들이 일어난다고 한다. 호주는 현재 내가 태어난 소련과 똑같은 출국허가제를 운영한다. 입국도 마찬가지로, 호주 국민이라도 입국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가가 국경을 관리하고 인권이나 기본적인 시민권리를 무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조치들을 호주 국민의 대부분이 지지한다는 것이다.  호주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와 함께 상당히 새로운, 그러나 사실 새롭지도 않은 현상이 일어나는 것 같다. 국가 본위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코로나로 가시화되었지만 예전에도 그 지점이 보였다. 분수령은 2008년 자본주의의 전체적 위기 상황이었다. 그 뒤로는 세계 총생산에서 세계 무역의 비율이 꾸준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다시 한 번 국가나 지역 블록 위주의 경제 시대가 온 것이다. 현재 금융이 아닌 실물 경제에서 생산량이 가장 많은 나라는 이제 더이상 미국이 아닌 중국이다. 제조업과 농업 등 실물경제에서는 그렇다. 통계를 보면 중국도 역시 국민총생산에서 무역의 비율이 점점 내려가고 있다. 내수시장 위주 경제로 전환이 예고된다. 국가화 시대  국가화 시대의 도래 조짐이 13년 전부터 보이고 있었다. 리만 브라더스 사태 이후, 위기 상황에서는 국가가 얼마든지 시장 균형을 고려하지 않고 돈을 찍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태까지 미국 정부가 코로나 지원에 쏟아낸 돈이 4조 달러 정도이다. 한국 국민총생산의 세 배 정도 되는 돈. 한국도 재난지원금 등을 분배하지만, 한국의 재난지원금은 산업화된 나라 치고는 별로 크지 않다. 한국 재정 관료들이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더 철저하게 신자유주의적인 에토스를 내면화한 것이 아닌가 싶다. 유럽에서 가장 타격이 큰, 이탈리아 같은 경우 지원금의 볼륨이 국민총생산의 49%에 달한다. 한국의 추경예산이 사상 최대라고 하지만 이 정도에 못 미친다. 한국은 오히려 더 신자유주의 도그마에 더 얽매이는 것이다. 유럽이나 미국은 차라리 국가 채무를 키워가는데 대한민국에서는 코로나 국면에서 가계빚이 늘어나는 반면 국가채무는 여전히 40퍼센트 이하다. 국가 대신 개인이 빚지게 만드는 구조다. 한국 재정 관료들이 그런 구조를 좋아하는 듯 하다.  우리 시대 세계 체제 경향을 보면, 그것은 국가화라고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 앞으로 20-30년 동안 세계 자본주의는 분명 국가 위주의 자본주의일 것이고, 그것은 미국 블록이나 중국 블록이나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블록 이야기로 넘어가겠다. 1989년부터 1991년까지 동구권 국가들이 몰락하고 미국의 일극체제가 시작되었다. 사실 세계 자본주의 역사에서, 완전한 일극 체제는 예외적 상황에 속한다. 이토록 드문 상황이 1991년부터 가능해졌다. 20년 이상 가던 상황이 지금 양극 체제로 바뀌어가는 중이다. 금융은 여전히 미국이 제패하고 있지만 실물경제, 특히 제조업에서 중국이 미국의 거의 2배에 달하는 생산을 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본격적 양분이 시작된 것이다. 역시 실물 경제의 이야기인데, 이 부분에서 미국 대비 중국과 거래량이 더 많은 나라들이 더 많다. 일극 세계 체제에서 양극 체제로의 전환이 조금씩 이루어져 나가는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는 실물경제와 금융경제로 이루어지는데, 실물경제에 있어서는 미국의 위치가 대단히 추락했다. 과거의 패권을 되찾겠다는 식산흥업적 발상이 미국에서 나오는데 그 성패여부를 알 수는 없다. 금융업은 지금 달러를 기축으로 해서 아직 미국과 그 동맹, 즉 서유럽 전통 열강과 일본 중심의 경제가 장악하고 있다. 지금 결제통화 비중을 보면, 유로와 달러의 강세가 아직 두드러지고 중국 위안화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한데 여러가지 치명적 허점들 역시 노출되고 있다. ‘직장 복귀율’로 본 세계는 어떤가. 얼마나 많은 경제 활동 인구가 직장에 빨리 복귀해서 생산할 수 있었느냐, 하는 지표가 있다. 이것은 각국 행정 조직의 효율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직장복귀율과 행정력은 비례하는 경향이 있다. 구미권보다 동아시아들이 ‘모범적 방역’을 보였다. 일본이 아닌, 한국, 대만, 싱가폴이 그렇다. 구미권에서는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정도만이 비견될 만 하다. 전통 열강의 금융 지배는 여전하지만 그들의 약점이 또 노출되는 것도 재미있는 특징이다. 닫힌 국경의 시대  너무나 슬픈 특징도 하나 있다. 한때 상당히 열렸던 국경들이 다시 닫히기 시작한 것이다. ‘닫힌 국경의 시대’다. 대한민국의 출입국 정책은 비교적 온화한 편인데, 본인이 거주하는 노르웨이만 해도 정책이 잔혹하다. 노르웨이에서 무비자로 살아온 유럽 각국 시민 같은 경우에는 노르웨이를 떠나는 경우 다시 들어올 수 없다. 초강경 정책인 셈이다. 작년 트럼프의 미국은 미국으로의 모든 이민 완전 정지를 명했다. 코로나가 시작되자마자, 집권 정치인들이 배제주의, 배타주의적 정서를 자꾸 자극하면서 본인들의 연임을 시도했다. 트럼프 같은 경우 방역에 있어서 실패의 폭이 매우 커서 떨어진 것이지, 그것만 아니었다면 연임했을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배타주의적 정서가 그 정도로 크다.  한국의 경우 부분적 국경 봉쇄에 속하지만, 적어도 한때 완전 국경 봉쇄를 택한 나라도 절반에 가깝다. 그렇다 하여도 브라질 같은 나라들은 완전히 방역에 실패했다. 국경 봉쇄가 만병통치약이 아닌데도 정치적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더욱 그랬는데, 한국과 일본 자유주의 정권의 정책은 그에 비해 상당히 온건했다. 한국 경제의 외국 노동력 의존이 심하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중국이나 일본 경제가 그 정도 크지는 않다. 한국의 경우 출입국을 완전 봉쇄하면 제조업, 농업이 돌아가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을 포함하여 세계 관광객 수가 엄청나게 떨어졌고, 기본적으로 여행이 너무 어려워졌다. 가장 여행자의 수가 떨어진 곳은 동아시아다. 중국의 여행 시장이 잠정적 봉쇄된 효과다. 국제 이동 인구가 60-70% 정도 수준으로 떨어졌다. 문제는 이것이다. 자본주의 체제 유지에 필요한 소위 필수인력, 즉 외국인 노동자들은 그래도 올 수 있다. 한데 피난민, 과경 소수자, 이민자 등 이동인구에게는 배타주의적 폭력이 터져나오고 있다는 부분이 매우 큰 문제다.  작년 3월부터는 국가화, 국경 통제의 시대, 폭력, 혐오, 배제의 시대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지금 구미에서 아시아권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대단히 고역이다. 지역과 계급에 따라 다를 것이나 60-80%의 재미 아시아인들이 혐오 사건을 적어도 간헐적으로 경험한다. 한국은 어떤가. 대체로 드러나는 폭력은 없다고 봐도 좋다. 한국의 극우 보수는 타자 문제를 자기 손으로 해결하려고 들지는 않는다. 국가가 외국인을 쫓아내거나 입국을 억제하기를 바라는 것이지 본인들의 손으로 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한국의 정치인들도 보수이든 온건 자유주의자이든 배타주의적 민심을 이용하려는 부분이 있다. 이를테면 재난지원금에서 일부 외국인들이 제외되는 경우가 있다. 취업 비자로 들어온 조선족에게는 지급하지 않거나 차등지급하는 경우 등이 그렇다. 일본은 더한데, 이를테면 마스크를 배포하면서 조선 학교를 제외했다. 그야말로 잔혹함인지 유치함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믿어지지 않는 일이다.  동아시아 내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중국에서 제일 심하다. 중국 공산당이 1인 지도 체제로 전환되고, 중앙 집권화가 강화되고, 지정학적 긴장이 빈발하며 중국 공산당의 민족 정책이, 마오주의의 민족정책-민족문화 보존 및 정치적 통합-에서 일제 말기의 강경 동화책으로 전환되고 있다. 지금 시진핑 정부의 정책은 과거 국민당 정책에 가깝고 마오주의나 레닌주의적 정책과는 다르다. 서방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위구르족에 대한 강제노동수용. 따위가 있는가 하면 민족학교에서의 보통화도 문제다. 전체적으로 중국 공산당의 민족정책이 엄청나게 퇴보하고 있다. 네 가지 주요 경향  첫 번째는 ‘자본 권력 위에 국가 권력이 선다’는 것이다. 국가 본위 자본주의로의 귀환이 가장 큰 경향이다. 국가 본위의 자본주의는 1914년 1차대전부터 70년대 말까지 세계 체제의 기본 상태였다. 박정희 시대의 관치금융, 관치개발이 거기에 속했다. 그 이후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자본 권력이 국가보다 위에 섰고 지금은 그것이 다시 역전되었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경향 중의 하나다.  두 번째는 ‘세계화 대신 지역화’다. 큰 경제의 블록이 형성되는 것이다. 중국 같은 경우도, 실물경제의 패권을 기반으로 해서 지금 중국 본위의 유라시아 블록을 편성하고자 한다. 라오스, 북한, 네팔, 카자흐스탄은 물론 동유럽까지도 광의의 유라시아 블록에 들어갈 수 있다. 지금 실물 거래를 보면 지난 2년 간 헝가리, 폴란드, 체코의 대중 무역 비중이 매우 늘어났다. 계속해서 유라시아 경제 블록의 편성 과정이 척척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주요 경향 중 하나다.  세 번째는 중국, 베트남식 ‘국가관료자본주의의 각광’이다. 당-국가가 자본을 총괄하면서 잉여를 수취해서 적절히 재투자한다. 성장 자체 뿐 아니라 부가가치 체제에서의 자국 위치를 자꾸 올릴 수 있는 개발을 유도하는 것이다. 당-국가가 시장을 지배하는 체제다. 중국식 체제를 성공적으로 벤치마킹하는 나라는 카자흐스탄, 터키, 헝가리를 꼽을 수 있다. 이를 따라하려다 실패한 것이 버마(미얀마)의 군-국가이다. 버마 군부는 당-국가를 건설할 능력이 없다. 소수민족과 시민의 저항에 부딪혀 통치력을 국토의 상당부분에서 잃은 것이 아닌가 싶다.  네 번째는, 주권과 국경의 절대화다. 코로나 이전에는 국제적 인권 레짐(국제기구의 인권 감시 역할)이라는 것이 있었다. 국경 관리를 통제하려는 시도에도 한계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 레짐이 정지된 상태다. 호주의 극우 정부가 최근 채택한 법률-인도에 체류한 적이 있다면 호주 국민이라 하더라도, 제3국을 통해 귀국을 시도할 경우 5년 이하 징역을 부과한다는 법률-은 국제 인권 레짐 차원에서 대단히 부적절하고 기본권 침해이다. 유엔을 위시한 국제 단체들이 이 문제를 건드리지 못한다. 국경과 국가 주권의 절대화 속에서 국제적 인권 레짐이 무력해졌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조직력의 약화, 그러나 불안노동의 조직이 희망  우리의 투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최근 프랑스의 황색 조끼 투쟁 같은 것은 대단했다. 그러나 이런 투쟁들은 파편화된, 조직이 되지 않은 투쟁이었다. 강렬하고 치열했지만 지속성이 떨어졌다. 집권자로 하여금 일부의 악법을 철회하거나 약간의 양보를 하게끔 만들 수는 있었지만 그 이상은 어려웠다. 인민의 투쟁력은 여전히 크고 신자유주의 파산 이후로 오히려 더 강해졌으나, 조직력이 너무 약하다.  앞으로는 세계적인 반자본 운동의 큰 희망 중 하나는 불안노동의 조직화가 아닌가 싶다. 지금은 새로운 무산계급-불안노동계급-이 나타나 본격적인 투쟁 무대에 진입하고 있다. 만에 하나 이 계급의 투쟁력이 어느 정도 조직화되면 반자본주의 운동의 희망이 될 것이다.  한데, 새 시대의 가장 큰 위험도 있다. 양극화 속에서 궁핍화되는 대중들이 급진화될텐데, 그 방향이 오른쪽으로도 간다는 것이다. 프랑스만 하더라도 가장 궁핍한 노동자, 특히 실업자들이 가장 많이 투표하는 정당이 국민전선이다. 프랑스 같은 경우 정치적으로 육체노동자의 표 절반이 국민전선으로 간다. 좌파는 고학력 중간계급의 표에 기댄다. 매우 위험한 상황. 독일은 연립내각 위주의 중도정치가 되겠지만 프랑스는 극우화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유럽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클 것이다.  희망은 있다. 한국의 미얀마에 대한 연대에서 국제적 연대의 가능성을 본다. 미얀마 사태는 장기화될 것이고 실질적 도움을 주기 어렵겠지만 상징적, 심정적 연대의 정서가 돈다는 것이 희망적이다. 한국은 이미 국제연대가 일상이 될 수 있는 단계에 진입한 것 아닌가. SNS 시대의 긍정적 일면이다. 우리는 쉽지 않은 시대를 살아갈 것이다. 국가의 위치가 강력해지며 국가가 인민을 탄압할 여지도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한국민들의 애정을 보면 희망도 엿보인다. 감사하다.

Date 2021.09.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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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서 온 편지 37호] 정세 : 생태사회주의의 과제
[미래에서 온 편지 37호] 정세 : 생태사회주의의 과제
[미래에서 온 편지 37호] 정세 : 생태사회주의의 과제
미래에서 온 편지 | 2021.09.29 | 추천 0 | 조회 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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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9.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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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서 온 편지 37호] 현장 : 500일 길거리 농성의 대답
[미래에서 온 편지 37호] 현장 : 500일 길거리 농성의 대답
[미래에서 온 편지 37호] 현장 : 500일 길거리 농성의 대답
미래에서 온 편지 | 2021.09.29 | 추천 0 | 조회 378
■ 미래에서 온 편지 37호(2021.09.) □ 현장 : 500일 길거리 농성의 대답 500일 길거리 농성의 대답 이상덕 노동당 서울시당위원장  아시아나 케이오 노동자들이 부당하게 해고 되고 길 위에서 투쟁한 지 벌써 500일이 넘었습니다. 김계월 지부장 동지, 박정남 부지부장 동지, 김정남 전지부장 동지, 기노진 감사 동지, 김하경 동지 다섯 분의 동지들은 복직을 위해 서울고용노동청을 점거하고 단식농성을 하고,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삼보일배를 하고, 투쟁문화제를 열고 안 해본 투쟁이 없을 정도로 복직을 열망하고 있습니다. 그 중 두 분은 길 위에서 정년을 맞았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수백조원 규모의 천문학적 공적 자금을 자본가들에게 쏟아 부었습니다. 여기에는 기간 산업이라는 이유로 항공 산업도 포함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을 받은 항공 산업에서 4,0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아시아나 케이오는 해고 회피의 어떠한 노력도 없었습니다. 300여명의 노동자들에게 희망 퇴직 신청과 무기한 무급 휴직 시행을 강요했습니다. 그리고 희망 퇴직과 무급 휴직에 동의하지 않은 민주노조 조합원을 정리해고 했습니다.  2020년 지노위, 중노위에서 부당 해고 판정이 났습니다. 지난 8월 20일 서울 행정법원 심판에서 부당 해고 판정이 내려졌습니다. 그럼에도 사측은 법률회사 김앤장과 1억 원 이상 변호비를 지출하며 대법원 소송까지 계약을 맺었다고 합니다. 현시점에서 복직 판결 이행 비용은 2억 + α원이지만, 소송 등으로 3억 원 가량 부담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9월 3일 사측에서 제시한 첫 번째가 <해고자에 대한 복직 이행, 단 복직한 당일 퇴직을 전제로 함>이었습니다. 정말 악랄한 부당 노동 행위이고 노조 말살 행위입니다.  이제는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 초기 한 개의 일자리라도 지키겠다고 했습니다. 그 약속 지키십시오. 아시아나 케이오 부당 해고 노동자들이 다시 현장으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법조차 지키지 않는 금호아시아나재단에게 엄중하게 죄를 물어야 할 것입니다.  노동당 서울시당은 코로나를 핑계로 자행되는 대량 해고를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나아나 케이오지부 해고 노동자 동지들이 현장으로 복귀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때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덧) 서울시당은 2021년 1월부터 공대위에 참여하며 아시아노 케이오 복직 투쟁에 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9월 11일 기노진 감사 동지가 노동당에 입당하셨습니다. 감사드리고요, 아시아나 케이오 노동자들 복직까지 끝까지 투쟁!!

Date 2021.09.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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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서 온 편지 37호] 사람 : 밥연대술사 - 현은희
[미래에서 온 편지 37호] 사람 : 밥연대술사 - 현은희
[미래에서 온 편지 37호] 사람 : 밥연대술사 - 현은희
미래에서 온 편지 | 2021.09.29 | 추천 1 | 조회 383
■ 미래에서 온 편지 37호(2021.09.) □ 사람 : 밥연대술사 - 현은희  투쟁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밥 한 끼에 연대의 마음을 담아내는 현은희 동지를 만났습니다.  ‘저희 복직됐어요.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어서 이제 집회 안 해도 돼요.’라고 적힌 편지를 받았을 때, ‘연대가 저분들에게 정말 희망이 되었구나‘ 라는 생각에 너무 좋은 거에요. - 인터뷰 中에서 - 안보영, 적야 편집위원

Date 2021.09.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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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서 온 편지 37호] 역사 : 경성의 재발견 03
[미래에서 온 편지 37호] 역사 : 경성의 재발견 03
[미래에서 온 편지 37호] 역사 : 경성의 재발견 03
미래에서 온 편지 | 2021.09.29 | 추천 0 | 조회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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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9.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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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서 온 편지 37호] 도서 : 19호실로 가다
[미래에서 온 편지 37호] 도서 : 19호실로 가다
[미래에서 온 편지 37호] 도서 : 19호실로 가다
미래에서 온 편지 | 2021.09.29 | 추천 0 | 조회 349
■ 미래에서 온 편지 37호(2021.09.) □ 도서 : 19호실로 가다 19호실로 가다 윤정현  도리스 레싱이라는 작가를 알게 된 것은 그 작가가 어느 해인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고 뉴스에 나왔기 때문이었습니다. 늘 그렇듯이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책들이 쏟아져 나왔고, 자연스럽게 <런던스케치>라는 책을 만났습니다. 18편의 단편 중에 마음에 남은 작품은 '참새들'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참새들'은 어느 카페의 아침 풍경을 묘사한 이야기인데, 아기 참새의 성장과 자식의 독립을 지지하려고 노력하는 부부의 이야기를 같이 엮어내었습니다. 성장의 이야기는 늘 감동적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 동네 여성주의 모임에서 진행하는 독서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매달 한 권의 여성주의 책을 선정해서 같이 읽고 토론하는 모임이었는데 돌아가면서 책을 추천했습니다. 나는 여기에 도리스 레싱의 <19호실로 가다>라는 책을 추천해서 같이 읽었습니다. '19호실'이라는 단어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이 떠오르기도 했는데, 도리스 레싱이라면 뭔가 또 다른 이야기가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19호실로 가다』는 11편의 중·단편 모음집이고, '19호실로 가다'는 이 책에서 가장 긴 소설입니다. 도리스 레싱은 1994년에 이 단편집을 내면서 수록된 이야기들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서문에 적었습니다. 서문만 읽어도 이 이야기들이 대충 어떤 이야기인지 감은 오지만, 그래서 본문을 읽을 때 작가의 도움으로 어떤 의도로 이런 이야기를 했는지 이해가 쉽기도 합니다.  '19호실로 가다'는 자기만의 방을 만든 한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그 방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방을 어떻게 이용했는지, 어떤 부분은 공감이 되고 어떤 부분은 이해가 잘 되지 않기도 하지만, 어느 나라건 (배경이 영국입니다.) 어느 시대건 (4-50년 전 이야기이죠) 가부장제 아래 여성의 삶이란 다 비슷하다는 것이 내가 이 글을 읽고 내린 결론입니다. 작가는 오히려 자신도 이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이 소설을 쓰게 된 건, 「우리 시대 많은 여성의 마음속에 숨겨져 있는 장소에서 흘러나온 것」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책에는 여자들의 이야기 뿐 만 아니라 세대 간의 이야기, 또 남자들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4-50년 전 영국 이야기라 남의 이야기처럼 가볍게 즐길 수도 있지만, 그런 지어낸 이야기 속에서 진지한 대화를 시작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Date 2021.09.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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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서 온 편지 37호] 영화 : 피비린내 나는, 하지만 통쾌하지는 않은 남미 서부극
[미래에서 온 편지 37호] 영화 : 피비린내 나는, 하지만 통쾌하지는 않은 남미 서부극
[미래에서 온 편지 37호] 영화 : 피비린내 나는, 하지만 통쾌하지는 않은 남미 서부극
미래에서 온 편지 | 2021.09.29 | 추천 1 | 조회 400
■ 미래에서 온 편지 37호(2021.09.) □ 영화 : 피비린내 나는, 하지만 통쾌하지는 않은 남미 서부극 피비린내 나는, 하지만 통쾌하지는 않은 남미 서부극 <바쿠라우> 박수영    지금으로부터 몇 년 후, 브라질 북동부의 페르남부쿠 주의 외딴 도로를 달리던 급수차는 빈 관이 잔뜩 실려 있는 사고난 화물차 옆을 지나치게 된다. 급수차가 향한 곳은 댐으로 막혀진 작은 강으로, 그들은 이 댐으로 인해 물 공급이 끊겨버린 작은 마을 바쿠라우에 쓸 물을 채우기 위해서 온 것이다. 물을 채울 곳을 찾아보던 일행에게 댐을 지키던 누군가가 총을 쏘고, 이들을 황급히 몸을 피한다.  이들이 출발한 마을인 바쿠라우는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한 작은 마을이다. 마을로 들어오는 진입로는 무장한 무리들에 의해 봉쇄되어 있으며, 댐을 지어 물 공급을 막아버린 시장은 선거 때에만 찾아와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식료품과 마약성 진통제, 헌 책들을 적선하듯이 던져 놓고 사라진다. 인터넷 지도에서 마을이 통째로 사라지는 일이 벌어지는가 하면, 소형 UFO가 마을 주변을 맴돌며 오가는 사람들을 감시한다. 급수차는 총격을 받아 구멍이 뚫리고, 마을 외곽의 말 농장은 정체 모를 습격을 받아 몰살된다. 농장의 상태를 확인한 후 황급히 마을로 돌아가려는 두 청년의 앞에 화려한 색상의 옷을 입은 바이커 두 명이 나타나고, 이들이 목격자를 처리하는 과정은 UFO를 통해 낯선 무리들에게 전송된다. 급작스러운 습격을 마주하게 된 주민들은 물 공급을 끊어버린 댐을 파괴하려 한다는 혐의로 현상수배된 범죄자 룽가와 함께 이 침입자와 맞서게 된다.  지난 9월 2일 개봉한 영화 <바쿠라우>는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2019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 줄리아누 도르넬리스 공동 감독의 브라질 영화이다. 황량한 브라질 북동부의 작은 마을 바쿠라우에서 펼쳐지는 존재를 지우고자 하는 폭력에 맞서 싸우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여러가지 면에서 웨스턴, 그 중에서도 스파게티 웨스턴의 체취가 진하게 묻어난다.  세르지오 레오네를 필두로 하는 일군의 이탈리아 감독들이 1960년대 이후 양산해낸 ‘스파게티 웨스턴’이 존 웨인, 존 포드로 대표되는 정통 웨스턴과 구별되는 지점은 인물과 무대이다. 선악이 분명한 정통 웨스턴과는 다른 양면성을 가진 인물이 주역이라는 점, 미국 원주민 (인디언)이 주로 등장하는 미국 서부가 아닌 텍사스 – 멕시코 국경 분쟁의 주무대인 미국 남부가 배경이라는 점이 그것이다.  당시 이탈리아의 감독들은 무솔리니 독재를 경험하며 좌파적 성향을 진하게 가지고 있다 보니 이 스파게티 웨스턴 역시 좌파적 경향이 바탕에 깔려 있다. 특히 1910년의 멕시코 혁명 (사파타 혁명)의 영향으로 '좌파적 민족주의' 흐름도 곳곳에 드러난다. 특히 부패한 군부와 결합한 미국 '백인'들에 대한 민중들의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저항이라는 서사는 대부분의 스파게티 웨스턴, 특히 사파타 혁명을 배경으로 하는 스파게티 웨스턴의 하위 장르인 '사파타 웨스턴'의 거의 모든 작품들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된다.  같은 남미의 국가인 브라질에서 만들어진 이 영화 역시 이런 스파게티 웨스턴의 문법과 배경을 전제로 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기본적인 인프라도 제공하지 않으면서 표만 가져가면 된다는 태도의 정치인은 자신의 생각대로 일이 풀리지 않게 되자 아예 마을 자체를 송두리째 없애 버리려고 하며, 영화에서 명백하게 '미국인'으로 호칭되는 외부의 침입자들은 자신들이 고용한 브라질 남부의 '유사 백인'들이 저지른 월권 행위에 총질로 보답한다. 정치인과 결탁한 이들 외부 세력이 본격적으로 마을 주민들을 '사냥'하기 시작하자, 마을 족장 카르멜리타의 장례식에서 서로 반목하고 싸우던 마을 주민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약초와 마을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오래된 무기들을 통해 이들 외부 세력에 맞서 싸운다. 그리고 이런 ‘맞서 싸움’은 스파게티 웨스턴 특유의 핏빛 자욱한, 그러나 전혀 통쾌하지는 않은 건조한 화면으로 다가온다.  주민들이 몇 번 씩 반복해서 “보고 가라”고 말한, 하지만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마을 역사 박물관의 실체는 영화 말미에 확인할 수 있다. 바쿠라우 지역에서 벌어졌던 수많은 반란과 진압, 투쟁의 역사를 모아 놓은 이 박물관은 그 자체로 이 영화를 설명해 준다. 그토록 많았던 저항을, 그토록 잔인하게 진압해 왔을지라도, 또다시 저항을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지금으로부터 몇 년 후'에든, 또는 그보다 더 먼 미래에든.

Date 2021.09.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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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서 온 편지 37호] 사진 : 2021 노동당 정기당대회 현장
[미래에서 온 편지 37호] 사진 : 2021 노동당 정기당대회 현장
[미래에서 온 편지 37호] 사진 : 2021 노동당 정기당대회 현장
미래에서 온 편지 | 2021.09.29 | 추천 0 | 조회 423
■ 미래에서 온 편지 37호(2021.09.) □ 사진 : 2021 노동당 정기당대회 현장 2021 노동당 정기당대회 현장 적야, 정상천 편집위원  9월 11일 정기당대회. 제법 무거운(?) 안건으로 회자되었던 '단일한 사회주의 대중정당 건설 준비위원회 구성의 건‘이 상정되어 있었다. 많은 격론이 예상되는 상황. 당대회 준비팀의 바쁜 움직임과 진지한 집중력은 당대회장의 긴장을 보여주는 듯하다.  ‘정권이 아니라 체제를 바꿔야 한다’ 슬로건 아래 당대회가 시작되었다. 각 지역과 부문에서 추천된 당원들에게 상장이 수여되었고, 안건 토론을 위한 출정식(?)을 신호로 본 대회가 시작되었다. 당대회가 끝나고 슬로건은 이제 과제가 되었다.

Date 2021.09.29  | 

By 미래에서 온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