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서 온 편지 34호] 정세 : 6월의 정세
■ 미래에서 온 편지 34호(2021.06.)
□ 정세 : 6월의 정세
정세 (2) - ‘국가의 귀환’이 가리고 있는 것들
김석정
2020년 시작과 함께 번지기 시작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많은 익숙한 것들과 좀처럼 바뀔 것 같지 않았던 것들을 바꾸어 놓았고, 잘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보이도록 만들기도 했다. 또한, 리오데자네이로에서의 나비의 날갯짓이 만든 미국의 허리케인과도 같은 의외의 변화를 일으키기도 했다. 아직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졌다고 할 수는 없지만, 분명 지난 일년 반 정도의 시간 동안 바이러스 자체에 대한 지식은 늘어났으며, 완전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예방백신과 치료제들이 만들어졌다. 또한, 어떤 방역체계가 잘 작동하는지 아닌 지를 판별할 수 있는 경험들도 쌓이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이 바이러스의 창궐이 우리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하는 점에 대한 단초들도 보이기 시작한다. 몇 회에 걸쳐 이러한 단초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국가가 돌아왔다.
‘돌아옴’, ‘귀환’은 ‘사건’이다. 우리가 일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그날의 일과 후에 돌아오는 일을 귀환이라고 부르지 않듯이, 귀환에는 극적인 요소가 개입한다. 만약, 그날의 일과 중에 붕괴된 다리를 건넜거나, 백화점에 들렀다가 왔거나 아니면 심지어 근처 도시에 출장이라도 갔어야 ‘돌아왔음’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국가’는 존재하였지만 부재하는 것처럼 느껴졌고, 행위하였지만 행위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으나, 이제는 국가의 존재를 느낄 수 있고, 그 행위를 볼 수 있다. 이 ‘돌아옴’을 추동한 ‘사건’은 물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대확산이다.
모두 알다시피 지난 몇 십 년 간 주된 추세는 국가를 소거하는 것이었다. 주요한 행위 주체로서의 국가가 ‘민간’에 그 권리와 의무를 하나 씩 넘기며, 권력은 국제적인 자본들과 각국의 독점자본들에게 이양되고 있었다. 국제적 자본이 구축한 지구적 자본주의는 초국적으로 상품과 자본이 움직일 수 있도록 세계를 연결하였고, 그렇게 연결된 세계에서 개별 국가들은 더 이상 주요한 행위의 주체가 아닌 것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대확산이라는 사건이 일어나며 국가는 할 일이 많아져, 요즘말로 열일하고 있다. 물론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고, 그에 따라 개입의 정도는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방역 과정의 통제, 국경의 통제 및 경내의 경제 활동에 대한 지원에서 국가가 잘 보인다. 그러면, 우리에게 돌아온 국가는 어떤 모습으로 돌아왔을까?
가장 먼저, 우리의 국가는 정치가 없이 돌아왔다. 우리가 일상에서 보고 느낄 수 있는 국가, 그리고 바이러스의 확산 방지 대책들에서 보이는 국가는 사실 행정적인 국가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행정의 측면에서 확실히 국가는 선도적으로 각종 조치를 시행하고 이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그 바탕이 되어야 할 정치는 아직도 실종 상태에 가깝다. 결국, ‘정치 없는 행정’은 기존의 체제에서 가장 우위를 점했던 기득권 자본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 만을 할 수 밖에 없다.
또, ‘귀환’의 계기가 전반적인 구조의 변화나 그러한 변화에 대한 성찰에 기반하지 않은 만큼, 우리의 국가는 변화하지 않고 돌아왔다. 이미 2019년 하반기에 주요국의 경제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고, 각국이 전통적 처방으로 돌파하려는 때에 바이러스의 대확산으로 인한 더 큰 충격을 받았다. 대체적으로 선진산업국들은 ‘더욱 커진’ 전통적 처방인 기업에 대한 거대한 유동성 지원과 인민들에 대한 소득보전 – 실업방지에 초점을 맞춘 정책들을 내놓았다. 다만, 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에는 이전에는 없던 단서 조항들이 달리기 시작했다는 정도의 변화가 있었을 뿐이다.
우리의 경우, 국가행정이 전면에 재등장하고, 각종 방역과 경제에 대한 대책들을 내놓기는 하지만 실제로 바뀐 것은 거의 없다. 지난 1년여 동안 드러난 태부족인 공공의료의 부족, 택배-배달업에서의 과로사, 끊임없이 발생하는 각종 산업재해, 사회적으로 거리 두어져 버린 노인들과 장애인, 더욱 차가워진 시선을 느끼는 이주민들, 등등의 문제는 아직도 제대로 다루어지고 있지 않다. 어떤 면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이 더욱 드러나고 사회적 논의가 되기는커녕 방역이라는 주제 뒤로 가려 버리는 것 같다.
결국, 우리가 할 일은 다시 정치를 세우는 일이다. 최소한,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대확산이라는 사건은 자본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함을 다시 한번 확인해줬고, 그에 따라 국가가 다시 전면에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계기를 맞아 우리는 정치를 조직하여, 사회 속에서 새로운 전환을 일으킬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야 할 것이고, 이러한 동력을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의제들은 이 시기에 공공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우선, 교통 – 통신 – 에너지 분야에서 다양한 수준의 공적 소유의 확대를 고려할 수 있다. 이 분야들은 대자본이 투하되고 모든 인민들의 일상적 삶에 필수적으로 관계되는 것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기에 공적 소유로 전환하는 경우 과정이 비교적 간단하고 개선의 효과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에너지 –분야에서의 공적 소유 확대는 화석연료에서 탈피하여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촉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높임과 함께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과도기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또한, 교육 – 의료(및 요양) - 주거 분야의 경우 우선 공적 운영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이 분야들 역시 공적 소유를 확대해 나가야 하겠지만, 많은 수의 서비스 제공자가 존재하고 있는 만큼 공적 운영을 확대하는 동시에 공적 소유를 지속적으로 이루어나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통적인 임금노동과 특수고용에 대한 보호/통제와 함께 새로 등장하는 플랫폼 노동에 대한 통제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플랫폼 노동의 경우, 아직도 형성 과정에 있으므로 지금이 통제를 시작할 적기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사례, 형식에 조사 및 연구를 바탕으로 이러한 노동 형식에 대한 통제를 시작하여 미래를 준비하여야 할 것이다.
빈손으로, 옛날 그 차림으로 돌아온 국가이지만 우리의 정치력을 신장시킴으로써 새로운 체제로 나아가는데 복무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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