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서 온 편지 36호] 사진 : 자본 범람 지대
■ 미래에서 온 편지 36호(2021.08.)
□ 사진 : 자본 범람 지대
현 린 편집위원
서울 망원동은 ‘지대’가 낮아 장마나 태풍이 올 때마다 자주 강이 범람했다. “영감은 없어도 장화는 있어야 살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1925년 ‘을축년 대홍수’ 이후에는 조선총독부가 이 일대에 대대적인 제방공사를 했다. 1972년에도 홍수가 나서 큰 피해를 입었다. 이후 제방을 보강하고 망원유수지를 만들었다. 지금의 성산대교로 이어지는 길이기도 한 망원동 서쪽의 이 제방은, 오랜 세월 홍제천과 마을 사이의 벽이기도 했다.
1984년 대홍수 때엔 망원유수지 수문이 파괴되어 큰 수해를 입었다. 1만 7천여 가구가 물난리를 피해 짐을 싸야 했다. 북조선에서 남조선의 수재민을 돕겠다며 쌀을 보내온 것도 이 때였다. 이 사건 이후 수재민들은 서울시를 상대로 최초의 집단소송운동을 벌였고, 마침내 승소한다. 이 소송을 맡았던 변호사가 [전태일 평전]을 썼던 조영래였고, 함께 소송에 참여했던 변호사들과 함께 이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즉 민변을 구성한다.
제방을 재정비한 후 ‘지대’가 낮아서 재해를 입는 일은 사라지다시피 했다. 그런데 2010년대 들어서는 ‘지대’가 높아서 주민들이 짐을 싸기 시작한다.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의 물결이 제방이 없는 동쪽으로부터 넘어오기 시작한 때문이다. 이른바 강북의 타워팰리스를 비롯해서 고층고가의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성산대교 위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제방 아래 마을은 보이지 않고, 이들 높고 거대한 자본의 전위들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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