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만 늘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작성자
노동당
작성일
2024-02-07 13:14
조회
781


숫자만 늘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 의대 정원 확대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는 어제(2월 6일) 2025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확정해 발표했다. 퇴행과 무능으로 일관된 윤석열 정부의 정책 중 기본방향 자체는 그나마 타당한 것이므로, 우리 노동당은 이를 일단 환영한다. 국회의원도 그렇지만 의사 등 각종 전문직도 숫자는 늘리고 특권은 줄이는 것이, 우리 사회의 각종 기득권을 해체하기 위한 기본방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지 의사 숫자만 늘린다고 현재의 각종 의료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으며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어떤 측면에서는 불평등이 더 악화될 수도 있다. 가령 숫자만 늘릴 뿐 배출된 의사들이 공공의료와 지역의료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없을 경우, 늘어난 의사들이 전부 비필수의료 및 비급여 중심의 민간의료나 수도권 지역에만 집중됨으로써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의 붕괴라는 현재의 심각한 불균형을 오히려 강화시킬 수 있다. 특히 최근 대형병원들이 수도권에 분원 신설 등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맞물리면서 대형병원자본의 이익만 챙겨주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정원 확대를 통해 늘어난 의사들이 공공의료와 지역의료에 종사할 수 있도록 공공면허와 지역면허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등록금이나 수련비용 등을 일정하게 지원하는 대신, 면허 취득 후 공공의료나 필수의료에 의무적으로 종사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박할지 모르나, 그렇게 따진다면 의사 등 각종 전문직에 대한 면허제도 자체가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면서 일종의 독점을 보장하는 것이다. 실제로 강경한 신자유주의자인 프리드먼은 의사면허제도를 없애고 자유경쟁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럴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이 워낙 심각하므로, 면허제도를 통해 독점을 보장하는 대신 일종의 사회적 책임을 부과한 것이다. 그렇다면 공공면허나 지역면허 등도 의료의 사회적 책임 부과라는 측면에서 얼마든지 가능하다.

면허제도 이외에도 개선할 것이 많다. 공공의료 강화는 단지 공공병원이나 공공의대 설립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이미 존재하는 공공의료기관부터 제대로 강화해야 하며 특히 의료취약지역의 필수의료나 정신보건 분야 등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지역의료 강화 역시 현재 사실상 붕괴된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할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모두가 수도권 대형병원으로만 몰리는 현재의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 실손의료보험과 연계된 비급여 진료의 폭증을 억제하기 위해 혼합진료 금지 등의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국민건강보험료보다 훨씬 더 비싼 민간 실손의료보험을 억제하고 공적보험인 국민건강보험을 강화해야 한다. 즉 면허제도 개선을 포함해서 의료문제와 관련된 종합적인 대책을 추진해야 현재의 문제점을 제대로 해결할 수 있다.

한편 이번 의대 정원 확대 발표와 관련해 의사 사회 특히 전공의들의 반발에 대해 한 가지만 추가로 언급하고자 한다. 전공의들의 노동조건이 매우 열악한 것은 사실이다. 수련 중이라는 이유로 살인적인 노동시간과 저임금 등을 감수해야 한다. 이런 열악한 노동조건을 미래에는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를 통해 상쇄시키고 있다. 그러다보니 의사 숫자가 늘어나는 것은 자신들의 미래의 기득권을 침해한다고 생각하면서 반발한다. 하지만 현재의 열악함은 그 자체로 개선되어야지 미래의 기득권으로 대체되어서는 안 되며, 이는 사실은 대형병원자본의 이익에 봉사할 뿐이다. 미래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현재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투쟁에 나선다면 오히려 우리는 이를 적극 지지할 것이다. 전공의 등 개업의가 아닌 의사들 또한 노동자로서의 자각을 갖기를 우리 노동당은 진심으로 권고하는 바이다.


2024. 02. 07.

노동당 대변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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