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당] 소식지 창간 준비호 No.1 / 현장 스케치 | 대안적 민주주의를 위하여, 강북구 직접정치 주민대회

작성자
서울시당
작성일
2023-12-06 03:44
조회
260


현장 스케치 | 대안적 민주주의를 위하여, 강북구 직접정치 주민대회



윤정현 | 서울시당 부위원


지난 10월 29일, 강북구청 앞에서 징소리며 북소리, 장구소리가 시끌시끌하게 울려퍼졌다. 제1회 강북구 직접정치주민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길놀이 소리였다. 1년 넘게 준비했던 주민대회라는 큰 행사가 드디어 그 판을 제대로 벌이는 시간이었다. 직접정치주민대회는 600여 주민의 요구안을 모아서 청소년, 노인, 노동자, 소상공인, 저소득층, 경제위기, 기후위기, 돌봄 및 교육, 행정 개선 등의 카테고리로 나누고, 그중에서 다시 사람들이 모여 10대 요구안을 심의하여 선정하였다. 선정된 10대 요구안 중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요구안이 무엇인지 심의하고, 이를 구의회와 구청에 제안하기 위하여 2달여간 온/오프라인으로 4천여 명의 주민들을 만나 투표를 통해 10대 요구안에 대한 의견을 받았다. 노인 인구가 많은 지역의 특성답게 가장 많은 득표수를 차지한 요구안은 '노인 식사지원 동별거점 마련'이었다. 그런데, 투/개표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은 의외로 많은 청년, 청소년들이 노인 문제에 투표하고, 노인들은 자녀출산금 지원안에 투표했다는 점이었다. 이에 두 번째로 많은 득표를 한 요구안은 '자녀 출산지원금 100만원 지급'이었다. 주민대회의 진행 과정에서 서로 걱정하고 관심을 가지는 주민들의 연대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강북구 주민대회 준비는 21년 가을쯤 진보당에서 정의당, 노동당 지역위원장에게 제안하며 시작되었다. 진보당에서 전국적으로 시작한 주민대회 운동을 진보당 위원장이 강북노동인권네트워크 활동에서 이미 만나고 있었던 진보 정당의 지역위원장들에게 제안한 것이다. 노동당은 제안의 주체보다는 내용에서 동의하고 함께 하기 시작했다. 사실 2년에 걸친 준비 과정에서 진보당 강북구 지역위원회의 인력과 시간이 아니었다면 강북구 직접정치 주민대회는 열릴 수 없었을 것이다. 노동당은 현재 지역위에 참여하고 있는 당원들의 숫자가 적은 상황에서 노동당이 여기 있다는 것을 알리는 활동을 간신히 해낼 수 있었다. 다행히도 특정 정당이 아니라 주민이 강조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어 주신 분도 계셨고, 활동 중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 주신 지역 주민분도 계셔서 주민대회를 진행하는 주체가 진보당이 아니라 직접 정치의 주인이 될 강북구 주민일 수 있었다. 처음 사업의 기획을 특정 단체가 했다고 하더라도, 참여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모이느냐, 얼마나 주체적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서 그 성격이 바뀔 수 있다는 것, 작은 목소리도 모이면 큰 영향력을 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된 기회였다.


서울 25개 구는 그 인구 구성과 환경의 특성이 다 다르다. 또한, 지역마다 해결해야 할 현안의 우선순위는 그 지역에서 사는 사람뿐만 아니라 그 지역에서 직장으로, 학교로, 활동 공간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에 따라서도 다르다. 강북구의 문제가 오직 강북구에 사는 사람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의 직접정치주민대회에서 고려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


강북구가 구청에 잉여 예산이 많다고 했다. 직접정치주민대회에서는 그렇다면 그 돈을 구민들을 위해서 쓰라고, 주민들이 원하는 요구안을 조사하여 투표하여 요구했다. 그랬더니 어느 날, 강북구청 신축에 대한 뉴스가 나왔다. 이에 준비위원 명으로 강북구청에 던진 공문에는 ‘우리도 다 알고 있으니 따로 할 말은 없다’는 뉘앙스의 답변이 왔다. 잉여 예산이 남더라도 주민을 위해 쓰지 않겠다는 강북구의 의지의 표명이나 마찬가지이다. 내년의 대회에서는 더욱 강력하게 구청을 추동해야 하니, 어떻게 더 시끄럽게 움직이고 주민들을 만날지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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