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당] 소식지 창간 준비호 NO.2 | 이슈 1 | 권리중심공공일자리 폐지에 맞선 중증장애인의 해고투쟁

작성자
서울시당
작성일
2024-02-10 23:11
조회
213

금문 | 노동당 장애인위원회 활동가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형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이하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400명의 중증장애인 노동자를 해고했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최중증장애인이 참여하는 일자리로, UN 장애인권리협약에 명시된 장애인의 권리를 대중에게 알리고, 사회적 가치를 생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일자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중증장애인은 문화예술·권익옹호·장애인 인식 개선 활동으로 이루어진 3대 직무를 수행하며, 장애인의 몸을 재활하고 수선하여 기존 직무에 억지로 끼워맞추는 것이 아닌, 개개인의 장애 특성과 정도에 따라 수행할 수 있는 일을 지역사회에서 수행한다.

그러나 오세훈 서울시장은 “권리중심일자리가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 이용당하며 집회 및 캠페인 활동에 편중되었다”며 24년도 일자리를 모두 폐지했다. 서울시가 내건 공모에 따라 열심히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의 권리에 대해 알린 중증장애인은 일을 열심히 했다는 이유로 모두 해고되었다.

한국 사회에서 중증장애인의 노동은 시혜와 동정으로 점철되어 있었고, 노동이 아닌 복지의 영역일 뿐이었다. 자본주의 생산관계 밖으로 쫓겨난 중증장애인에게 허락된 공간은 시설과 집구석 혹은 불안정한 일자리뿐이었다. 그 결과 중증장애인의 고용률은 20% 수준에 불과하며, 19.8%의 중증장애인 노동자들이 평균 월 37만 9622원이라는,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으며 일을 하고 있다. 노동시장에 진입하더라도 장애인의 일자리는 대부분 저임금과 불안정한 노동뿐이다. 중증장애인의 73.1%, 경증장애인의 66.4%가 비정규직이며, 비정규직 중에서도 시간제의 비율이 매우 높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비록 주 16~20시간을 일하며 매년 공모 과정을 거쳐 다시 계약해야 하는 불안정한 일자리지만,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 번째는 기존의 재활과 생산성이라는 장애인 일자리 모델을 넘어서는 모델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권리중심일자리는 유형(有形)의 상품을 생산하지 않는다.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사는 데 필요한 권리라는 사회적 가치를 생산한다. 그 사회적 가치 생산에 가장 필요한 것은 재활이나 훈련이 아니라, 중증장애인이 존재 그대로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두 번째는 중증장애인이 직접 투쟁을 통해 쟁취한 일자리라는 점이다. 2019년 실적 압박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동료지원가 故설요한 동지 이후 고용노동부, 서울시를 대상으로 투쟁을 진행했고, 2020년 서울시에서 최초로 권리중심일자리가 시행되었다. 이후 경기도·전라남도·전라북도·경상남도 등 각 지역에서 권리중심일자리가 확대되고 있다.

노동, 돌봄 그리고 존엄성이라는 공공의 가치를 파괴하는 오세훈 시장에 맞서 중증장애인들은 ‘복직’을 위해 어쩌면 기나긴 싸움이 될지 모르는 해고 투쟁을 결의했다. 느리지만 꾸준히 버스와 지하철을 오르내리며 서울의 다양한 투쟁사업장에 연대하고, 시민사회단체를 만나며 의제를 알려 나가고 있다. 중증장애인의 해고 투쟁이 오세훈 시장의 ‘차별 도시’ 서울에 맞서 싸우는 전선이 될 수 있도록 함께 투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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